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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이식 개척자’ 이종수의 독일 편지

그리스인 호마타스 교수와의 50년 우정

아테네여, 델포이여, 친구여~ 영원하라!

  • | 이종수 독일 본대 의대 종신직 교수

그리스인 호마타스 교수와의 50년 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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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그리스 역사

내가 두 번째로 만난 그리스인은 히포크라테스다. 의학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 의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 중 그리스의 의성 히포크라테스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 즉 그 사람 자체보다도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문’ 때문에 더 널리 알려졌다. 유럽에서 살아오면서 나는 그 선서문의 10개 조항 중 ‘나는 인종, 종교, 국적, 정당, 정파 또는 사회적 지위 여하를 초월하여 오직 환자에 대한 나의 의무를 지키겠노라’는 문구를 항시 마음속에서 외쳤다. 기원전 5세기경의 그리스 의학 지식을 ‘히포크라테스의 인체’라는 저서에 종합한 그는 간염 분야에서도 황달이 담즙의 흐름에 이상이 있어 발생한다는 사실을 당시에 이미 발견했다. 내 전공인 간 질환의 어느 분야를 더듬어봐도 히포크라테스가 나타난다. 이것이 그와 내가 아주 가까운 이유다. 

그다음이 1959년 독일 유학 1년째에 학생기숙사에서 만난 아타나스포로스 부부다. 그들은 아테네에서 유학 왔는데, 항시 명랑하고 부드러워 피타고라스의 의식구조를 몸에 지니고 있는 사람들 같았다. 나는 이 아타나스포로스의 부인으로부터 그때까지 전연 알지 못했던 그리스의 역사적 비운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스는 유럽 문명의 발상지이지만 기원전 146년 고린도 전쟁 때 로마에 패망해 외국의 지배를 받는 운명 속에 들어갔다. 1829년 독립전쟁에서 승리해 오스만터키의 지배에서 벗어날 때까지 2000년 가까이 타국의 지배하에 있었다. 20세기 초반에도 이탈리아의 통치 아래 고통받았으며, 제2차 세계대전 후 1952년 비로소 국가헌법을 제정하고 독립국가로서 평화를 찾게 됐다. 하지만 그동안 그리스인은 기원전 9세기에 제정한 그리스문자를 지속적으로 사용하며 그리스어를 지켰고, 민속 문화를 지켜온 장한 민족이다.


호마타스 교수의 발레리나 애인

호마타스 교수까지 합하면 5명의 그리스인이 은연중에 이 나라에 대한 나의 친밀감을 이어주었다. 약 8주 후에 나는 덴버를 떠나고 호마타스 교수는 다음 해 봄에 그리스로 돌아가면서 나의 집에도 잠시 들렀다. 

1972년 6월, 나는 국제간이식학회를 독일 본에서 개최했다. 미국 덴버에서 받은 호마타스 교수의 친절에 보답하기 위해 학회에 그를 초대하고 그의 연구 분야인 ‘장기 보존’ 세션의 좌장으로 위촉했다. 그는 세계 각국 대학에서 온 학자들 앞에서 좌장을 볼 수 있는 영광을 주어 고맙다고 거듭 말했다. 나는 그가 덴버에서 제니의 차로 로키산맥을 관광시켜준 일을 잊지 않고 학회가 끝난 뒤 그를 태우고 라인강 서안 지역을 안내했다. 6월 라인 강변이 너무 아름다워 그에게 특히 아름다운 추억이 됐다고 한다. 

그해 7월 초 그는 나에게 아테네대학에서 강연을 해달라며 초청장을 보냈는데 항공권이 첨부돼 있었다. 세계의학회에서는 이와 같이 서로 상대방의 학문을 존경하며 초청 강연을 부탁하는 아름다운 관습이 있다. 나는 5명의 그리스인과는 2000년 이상 시차를 두고 사귀어왔지만-내 식으로 표현하면 그렇다- 그리스 땅에 발을 디디게 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공항에 호마타스 교수가 애인과 같이 마중 나왔다. 30대 중반의 날씬한 발레리나였다. 

“이종수 박사, 지난번에 독일에 초대해주어 감사했어요. 그리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쪽은 제 애인 샤샤입니다. 아테네국립극장의 프리마발레리나입니다.” 

공항을 나온 우리는 호마타스 교수 집에서 차를 한 잔 마시고 아테네대학병원으로 갔다. 오후 7시반경 콘퍼런스를 마치고 병원을 나와 도중에 샤샤를 데리고 다 같이 필로파포스의 언덕으로 향했다. 그리고 석양의 아테네시를 바라볼 수 있는 한 식당의 옥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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