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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현장

실리콘밸리의 자율주행차 전쟁

현실로 다가오는 자율주행 택시 시대

  • | 황장석 ‘실리콘밸리 스토리’ 작가, 전 동아일보 기자 surono@naver.com

실리콘밸리의 자율주행차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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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화한 완전 자율주행 시대

우버의 자율주행차가 샌프란시스코 시내를 주행하고 있다. [wikipedia]

우버의 자율주행차가 샌프란시스코 시내를 주행하고 있다. [wikipedia]

X 빌딩 주변에서 목격한 자율주행차를 포함해 캘리포니아 공공도로에서 굴러다니는 자율주행차엔 모두 운전대 앞에 사람이 앉아 있었다. 캘리포니아 자동차국(DMV)은 관련 법규를 통해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는 업체가 자율주행 차량을 도로에서 시험주행할 수 있게 허가하지만 반드시 인간 운전자가 탑승하도록 규정해왔다. 자율주행 모드로 주행하다 돌발 상황이 생길 경우에 대비해서다. 사고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면 인간 운전자가 자율주행 모드를 해제하고 수동으로 운전하도록 했다. 조건부 자율주행 허가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급변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도로에서 이르면 4월 2일부터 진정한 의미의 무인 자율주행차가 다닐 수 있게 됐다. DMV가 운전대 뒤에 앉은 사람 없이 운행하는 자율주행차 시험 운행을 허가한 것이다. 다만 원격으로 자율주행차를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하고, 이를 통해 개입이 필요한 상황으로 판단되면 자율주행 모드를 해제하고 원격으로 운전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다. 

애리조나는 캘리포니아보다 한발 더 나아가 있다. 더그 듀시(Doug Ducey) 애리조나주 주지사가 직권으로 원격제어라는 단서 없이 무인 자율주행차의 도로 시험 운행을 허가했기 때문이다. 웨이모, 우버(Uber), 지엠(GM), 인텔(Intel) 등 실리콘밸리에서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몰두해온 회사들이 최근 애리조나로 몰려드는 건 이러한 규제 완화 때문이다. 

다만 애리조나와 캘리포니아를 1대 1로 비교하는 건 무리가 있다. 선인장과 사막, 그랜드캐니언으로 유명한 애리조나의 인구는 690만 명가량으로 미국 50개주 가운데 14위, 애리조나 내 총생산은 3058억 달러로 21위다. 반면 캘리포니아는 2016년 현재 인구가 3900만 명이 넘고 주내 총생산은 2조6227억 달러로 두 부문 모두 1위인 지역이다. 미국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살고 가장 많은 부를 창출하는 곳이 바로 캘리포니아다. 까다로운 자율주행 관련 규제를 가장 먼저 준비하기 시작한 곳도 여기다. 물론 그 배경엔 자율주행 기술 경쟁의 전장인 실리콘밸리에 있는 구글 같은 기업의 강력한 로비가 있었지만 말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규제 정비를 선도하면서도 안전 문제와 관련해 다소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건 인구, 경제 규모 1위의 캘리포니아로선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얼마 전 캘리포니아 자동차국이 흥미로운 자료를 하나 발표했다. 자료엔 자율주행 기술이 과연 어느 정도까지 발전했는지 알 수 있는 최신 지표가 담겨 있었다. 2017년 한 해(정확히는 2016년 12월~2017년 11월) 동안 캘리포니아에서 자율주행차 시험 운행을 허가받은 회사들이 공공도로에서 차량을 운행하면서 인간 운전자가 얼마나 개입해야 했는지 그 빈도를 보여주는 ‘자율주행차 이탈 보고서(Autonomous Vehicle Disengagement Reports)’였다. 각 회사가 자율주행 모드로 공공도로에서 시험 운행을 하다가 뭔가 문제가 발생해 자율주행 모드를 해제하고 인간 운전자가 수동으로 운전한 사례를 기록한 자료였다.


캘리포니아 마운틴뷰 메이필드 100번지에 있는 ‘X 개발 유한회사’(X Development LLC) 건물. 웨이모가 있는 이 건물은 알파벳(구글의 지주회사)의 비밀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황장석]

캘리포니아 마운틴뷰 메이필드 100번지에 있는 ‘X 개발 유한회사’(X Development LLC) 건물. 웨이모가 있는 이 건물은 알파벳(구글의 지주회사)의 비밀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황장석]

보고서를 제출한 회사 중 실제로 시험 운행을 했다고 밝힌 업체는 모두 12개. 그중 압도적으로 주행거리가 길고 인간의 개입 없이 가장 오래 운행한 것으로 나타난 회사는 단연 웨이모였다. 해당 기간 웨이모가 캘리포니아 공공도로에서 자율주행차로 시험 운행한 거리는 56만7000km가량. 운전자 개입 횟수는 총 63회. 평균을 내면 9000km 주행에 한 번꼴로 인간 운전자가 개입했다. 서부 샌프란시스코에서 동부 뉴욕 맨해튼까지 거리가 4600km가량이니 미국 대륙을 동서로 거의 왕복하는 동안 한 번 개입한 셈이다. 1년 전 제출한 2016년 보고서에선 8000km, 2015년 보고서에선 1200km 주행에 한 번꼴로 개입한 것으로 보고됐다는 점에서 기술은 점점 더 향상되고 있다. 

2위 GM 크루즈의 보고서도 인상적이다. GM 크루즈가 같은 기간 캘리포니아 공공도로에서 자율주행차로 시험 운행한 거리는 약 21만1900km, 운전자 개입 빈도는 2000km 주행에 한 번꼴이었다. 운전자가 개입하기까지 주행한 거리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크게 늘었다는 사실 외에도 주목할 만한 게 GM 크루즈가 모든 차량을 샌프란시스코에서 운행했다고 밝힌 점이다. 서울 도로를 연상시킬 만큼 체증이 심하고, 일방통행 도로도 많으며, 곳곳에 공사 구간이 널려 있고, 무단 횡단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데다, 접촉사고가 수시로 일어나는 곳이 샌프란시스코이기 때문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문제없이 운행할 수 있다면 아마도 뉴욕을 제외하곤 미국의 다른 도시에서 운행하는 데 기술적인 문제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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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장석 ‘실리콘밸리 스토리’ 작가, 전 동아일보 기자 suron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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