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과학

참치·햄 등 캔 통조림은 전쟁의 산물

양철, 알루미늄, 레토르트…저장식품 용기 발전史

  • | 강양구 지식큐레이터 imtyio@gmail.com

참치·햄 등 캔 통조림은 전쟁의 산물

3/4

미군과 NASA의 합작품, 레토르트 식품

19세기 유럽 군대는 통조림을 전투식량으로 사용했다. [pixabay]

19세기 유럽 군대는 통조림을 전투식량으로 사용했다. [pixabay]

제2차 세계대전 중에 통조림 덕을 톡톡히 본 미군은 휴대용 전투 식량 개발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그러면서 통조림보다 훨씬 더 효과적인 전투 식량은 없을지 고민했다. 통조림은 단단해서 안전하고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지만, 부피가 크고 무거웠다. 전투병이 휴대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미군에 이어서 미 항공우주국(NASA)도 휴대용 식량 개발에 가세한다. 1958년 당시 소련과 벌인 우주 개발 경쟁 때문에 만들어진 NASA는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1961년 5월 “1960년대가 끝나기 전까지 미국인을 달에 보내겠다”고 선언하면서 더욱 바빠졌다. 인간을 달에 보내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우주 식량이었다. 

미군과 NASA는 양철통을 대신할 먹을거리 포장재로 플라스틱에 주목한다. 플라스틱은 양철통과 달리 부피가 작고 가벼웠다. 하지만 결정적인 단점이 있었다. 열에 약했다. 섭씨 110~120도의 고온에서 일정 시간(4분) 이상 살균해야 하는 제작 공정을 염두에 두면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하지만 미군과 NASA의 간절함은 이런 단점을 극복하게 했다. 1960년대에 플라스틱 합성수지 필름이나 알루미늄을 여러 층으로 접착해 주머니 형태로 만든 ‘레토르트 파우치’를 개발한 것이다. 레토르트는 애초 고온 고압으로 병조림이나 통조림을 살균하는 통을 의미했다. 이 레토르트에서도 데울 수 있는 주머니가 바로 레토르트 파우치(주머니)다. 

레토르트 파우치는 앞서 언급했듯이 폴리에스테르(외부 코팅), 나일론, 알루미늄 포일, 폴리프로필렌(식품 접촉) 등의 플라스틱 필름과 알루미늄을 여러 층으로 쌓은 포장재다. 이런 포장재로 만든 레토르트 파우치는 가볍고 부피가 작은 플라스틱 포장재의 장점을 그대로 가지고 있으면서 열에도 강해 통조림용 통을 대신하기 안성맞춤 포장재다. 



레토르트 파우치가 입에 안 붙는 독자라면 마트나 편의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3분 카레’나 ‘3분 짜장’ 같은 먹을거리의 포장재를 떠올리면 된다. 레토르트 식품은 통조림처럼 살균 밀봉 식품이기 때문에 오래 보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칫하면 손을 다칠 수 있는 통조림과 달리 개봉도 쉽다. 

더구나 조리된 음식을 레토르트 파우치 안에 그대로 담았다가 데워서 먹을 수가 있어서 전투 식량이나 우주 식량 소비자의 다양한 욕구도 만족시킬 수 있다. 군대가 혹할 만한 또 다른 장점도 있다. 통조림보다 포장비가 저렴한 것이다. 또 제조 과정에서 소비하는 에너지의 양도 통조림과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이다.


레토르트 식품은 안전한가

이렇게 군대와 NASA가 공동으로 개발한 레토르트 파우치는 곧바로 일상생활에 들어왔다. 지난 수십 년간 다양한 형태의 레토르트 식품이 개발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때의 레이저 기술에 기원을 두고 있는 전자레인지의 개발과 보급도 레토르트 식품 성장에 도움이 되었다. 레토르트 식품이 간편 조리 식품의 대세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 최초의 레토르트 식품은 무엇일까. 앞에서 힌트를 줬다. 요즘 ‘착한 기업’의 대명사로 꼽히는 오뚜기다. 오뚜기는 1981년 전자레인지에 데워 바로 먹을 수 있는 ‘오뚜기 3분 카레’를 출시했다. 한국 최초의 레토르트 식품이다. 오뚜기 3분 카레는 첫해에만 약 400만 개가 팔렸다. 

그렇다면 정말 레토르트 식품은 열에 안전할까. 레토르트 식품을 끓는 물이나 전자레인지로 데울 때 플라스틱(환경호르몬)이 미량이라도 녹지는 않을까. 일단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그런 일은 없다”고 단언한다. 식약처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공동으로 만든 자료(‘레토르트 식품 포장’)는 이렇게 설명한다. 

‘레토르트 파우치에 쓰이는 폴리프로필렌, 폴리에스테르 같은 플라스틱 필름은 열에 강하게 가공한 것이어서 120℃ 이상의 고온 살균 과정에서 녹아서 음식물에 섞여 들어갈 우려가 없다. 또 들어 있는 음식물 온도도 대부분 100℃, 일부 기름이 들어간 것도 110℃가 한계여서 고온 처리하는 동안 (플라스틱이) 녹아 음식물에 섞여 들어갈 우려는 없다.’ 

최초의 통조림이 나폴레옹 전쟁에서 시작되었듯이 한국의 통조림도 전쟁과 떼려야 뗄 수가 없다. 일본은 1892년 전남 완도에서 처음으로 전복 통조림을 제조하고부터 러일전쟁, 중일전쟁, 제2차 세계대전 때까지 한국의 수산물을 통조림으로 싹쓸이했다. 광복 후에도 6·25전쟁, 베트남전쟁 등이 통조림 산업의 발전에 한몫했다. 

그러다 1982년 동원산업이 참치 통조림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출시했다. 1983년에는 롯데, 제일제당이 각각 스팸을 본떠 햄 통조림을 내놓았다. 1987년에는 제일제당이 아예 호멜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스팸을 생산 판매하기 시작했다. 참치와 햄이 주도하는 통조림 전성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린 것이다.




3/4
| 강양구 지식큐레이터 imtyio@gmail.com
목록 닫기

참치·햄 등 캔 통조림은 전쟁의 산물

댓글 창 닫기

2019/07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