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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간선거 3대 후폭풍

文 ‘종전선언-제재완화’ 급제동

  • 이종훈 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미국 중간선거 3대 후폭풍

  • ● 文-金 선언 무력화될 수도
    ● 대미흑자 급감…내년 적자 전환 가능성
    ● 사드 분담…방위비 2배 증액될 수도
미국 중간선거 지원 유세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11월 3일 몬태나주 보즈먼옐로스톤)과 그의 유세에 열광하는 지지자들(1월 31일 플로리다주 에스테로) [AP뉴시스]

미국 중간선거 지원 유세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11월 3일 몬태나주 보즈먼옐로스톤)과 그의 유세에 열광하는 지지자들(1월 31일 플로리다주 에스테로) [AP뉴시스]

미국 중간선거가 끝났다. 중간선거로는 이례적으로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운명과 직결된 때문이다. 이번 선거 결과는 트럼프의 재선은 물론 탄핵 여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상원을 지킨 것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호재다. 반면에 하원을 잃은 것은 불안한 잔여 임기를 예고한다. 그런 점에서 중간선거 이전보다 그가 더 위험해진 것은 분명하다. 그 위험 앞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언행을 보일 것이며 어떤 전략을 택할 것인가? 더 강경해질 것인가 아니면 더 유연해질 것인가?

세계 각국 지도자의 계산도 복잡해졌다. 문재인 대통령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합외교의 천재다. 군사 카드와 경제 카드를 배합해 미국우선주의를 관철한다. 과정이 거칠긴 하지만 미국 대통령 중에서는 이 분야에서 역대급 역량을 보여준다. 사업가다운 면모다.

대(對)한국 외교도 예외는 아니다. 북한으로부터 군사적으로 지켜주는 대신에 방위비 분담금을 더 내라고 요구하고, 교역 조건을 바꾸자고 요구한다. 그러다가 문 대통령이 중재한 미·북 정상회담에 선뜻 응하기도 한다. 중간선거 이후에도 이런 외교 전략은 이어질 것이다. 당연히 미국우선주의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일정한 기조 변화는 예상해야 한다. 이제부터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 작전에 돌입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중간선거가 한국에 미칠 3대 후폭풍을 알아봤다.


내년 4~5월에 하거나 안 하거나

속도조절풍: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중간선거 전부터 북한 비핵화 기조의 변화를 예고했다. 9월 26일 이렇게 발언했다. “우리는 시간게임을 하지 않는다. 2년이 걸리든 3년이 걸리든 또는 5개월이 걸리든 상관하지 않는다.” 한 달 전에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을 전격 취소하기도 했다. 마침내 10월 7일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이 이뤄지면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중간선거 전에 이뤄질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10월 10일 “지금 떠날 수 없다”며 중간선거 이후가 될 것이라고 뒤로 미뤘다.

그로부터 열흘 뒤인 10월 19일 로이터통신은 “내년 1월 1일 이후가 될 것 같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월 20일 다시 “시간 여유를 갖자”고 했다. 10월 22일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것을 공식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새해 1월 1일 이후 다시 만날 것으로 기대한다”는 내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중간선거 뒤로 미룬 이유는 뭘까? 만족할 만한 성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에 불 미국 내 여론의 역풍을 우려했을 것이다. 안 하느니만 못한 회담을 하느니 뒤로 미루는 편이 득표 차원에서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렸을 수 있다. 그렇게 중간선거가 끝났고 상원을 지킴으로써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 한숨 돌린 셈이다.

이런 국면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서둘러 개최해야 할까? 누구라도 서두르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 끝난 직후 2차 북·미 정상회담 시기에 대해 내년 초 언젠가(sometime early next year)”라고 했다. 내년 4~5월로 미뤄질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 투표일을 기준으로 모든 이슈를 재배열하기 시작할 것이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은 언제쯤이 적당할 것으로 볼까? 이 회담에선 무조건 실질적인 비핵화 합의가 나와야 한다. 핵무기 반출 같은 극적인 이벤트를 재선 투표일 즈음으로 배치한다고 전제하면, 검증 과정을 포함한 합의 시점은 투표일 1년 전 정도가 오히려 적절하다. 이렇게 역순으로 추정해보면 트럼프 대통령 마음속 2차 북·미 정상회담은 내년 후반기 정도로 설정돼 있을 것이다.


文의 가속에 제동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월 19일 평양정상회담을 마친 뒤 평양공동선언을 펼쳐보이고 있다. [동아DB]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월 19일 평양정상회담을 마친 뒤 평양공동선언을 펼쳐보이고 있다. [동아DB]

나아가, 이번 중간선거에서 북핵은 이슈가 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트럼프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을 하지 않음으로써 본전만 건지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할 것이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열어 실패하면 북핵은 트럼프에게 불리한 이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비핵화 의지가 있는지 가시적으로 입증해주지 않고 있다. ‘김정은은 핵무기를 포기할 의사가 전혀 없다’는 의구심이 점점 커지는 형국이다. 그렇다면 북한에 대한 최대한의 압박과 제재를 유지하는 것이 비핵화에도 더 유리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중간선거 전에 이뤄지길 바랐을 것이다. 그래야 김정은 위원장 답방까지 연내에 완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판문점선언은 물론 평양공동선언에서 합의한 내용이기도 하다. 판문점선언에는 올해 종전선언이라는 목표가 담겨 있다. 평양공동선언에는 대북 경제제재를 어느 정도 풀어주는 내용이 암시돼 있다. 이 두 가지가 연내에 이뤄지지 못하면 남북한 관계가 다시 경색국면으로 갈지 모른다.

그래서 속도를 내려고 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그 반대로 가는 중이다.정부 외교팀이 미국 정부를 열심히 설득하고 있지만 별로 움직일 마음이 없어 보인다.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에 불과하니 해주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강경화 외교장관은 비핵화 검증 문제를 뒤로 미루는 절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 국무부는 주한 미국대사관을 경유해 평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에 총수가 동행한 4대 대기업을 직접 접촉했고, 미국 재무부도 국내 주요 은행과 화상회의를 열어 대북제재 결의를 준수하라고 경고했다.

전반적 흐름은 트럼프 대통령이 속도 조절에 나선 가운데 문 대통령의 가속에 제동을 걸고 있는 형국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속도에 맞출 것인가 아니면 계속 달릴 것인가? 물론 속도를 맞출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긴 하지만 말이다.


“FTA 재협상 ‘선방’ 아냐”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월 24일 뉴욕에서 한미 FTA 협정문에 서명하고 있다. [원대연 동아일보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월 24일 뉴욕에서 한미 FTA 협정문에 서명하고 있다. [원대연 동아일보 기자]

교역압박풍: 9월 24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와 문재인은 한미 FTA 개정안을 환영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로버트 라이트하우저 미국 무역대표가 한미 FTA 개정의정서에 서명한 직후였다. 이 개정의정서의 비준동의안은 10월 12일 국회에 제출돼 처리를 기다리는 중이다. 문 대통령은 2012년 대선 출마 당시 한미 FTA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제도와 같은 독소조항 재협상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반면, 2021년 철폐하기로 했던 픽업트럭 관세를 20년간 더 유지해 2041년 철폐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미국 내에 수요가 많은 픽업트럭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수출이 불가능해졌다. 아울러 현재 연간 2만5000대까지 미국 자동차 안전기준을 준수하면 한국 자동차 안전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간주했는데 이를 5만 대로 늘리기로 했다. 미국산 자동차의 한국 수출이 더 용이해진 것이다.

또 ‘글로벌 혁신신약 약가 우대 제도’에 대한 개정안을 한미 FTA에 합치하는 방향으로 올해 말까지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국내 제약사 혁신신약에 대한 우대가 상대적으로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물론 환자들의 혁신신약 구입가도 높아질 전망이다.


농산물 이면 합의 논란 ‘화약고’

농산물 분야도 이면 합의 논란에 휩싸인 상황이다. 추가 양보는 없었다는 우리 정부 설명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농산물이 한국 시장 접근성을 더 많이 갖게 될 것이다. 미국의 농부들이 아주 기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때문이다. 한미 FTA 발효 이후 피해가 심했던 한국낙농육우협회 측은 10월 1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근거로 이면 합의 여부를 즉각 공개하라는 성명을 냈다. 농산물에 대한 추가 개방까지 약속했다면, 이번 한미 FTA 재개정 협상 결과를 ‘선방’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

지난해 대미 농산물 무역적자는 72억 달러에 달한다. 이번 재개정 협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폐기를 여러 차례 언급한 끝에 성사됐고, 그가 협상 결과에 만족스러워했다. 이것만 보더라도 한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재개정 협상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

문제는 이것으로 끝일까 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이라고 할지라도 가차없다. 그는 중국과 무역전쟁을 치르고 있다. 중간선거 직전인 11월 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통화를 한 뒤 “장시간의 아주 좋은 대화를 나눴다”며 G20 정상회담 기간에 시 주석과 이뤄질 회담에 기대감을 표시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해결 국면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중간선거 결과에 대해 “미국 유권자들이 중국과 무역전쟁을 계속하라고 명령한 것”으로 평가했다. CNN도 “대중 압박이 미국 의회가 초당적으로 협력하는 몇 안 되는 분야”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합의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오히려 “전선을 확대해 일본을 상대로 자동차 분야 무역 역조 해결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한미 FTA 개정의정서에 서명한 9월 한미 정상회담 당시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동차 분야 고관세 면제’를 요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검토해보라”고 했다. 확답을 하지 않은 것이다. 철강 분야 고관세의 경우 5월 영구 면제를 받았다. 하지만 수출 쿼터는 여전히 유지되는 실정이다. 자동차도 고관세 면제를 받더라도 수출 쿼터를 적용받아 실익이 별로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런 속에 대미 무역흑자는 큰 폭으로 하락 중이다. 2012년 이후 4년 연속 200억 달러 수준을 유지한 대미 무역흑자 폭은 지난해 179억 달러로 줄어든 데 이어 올해 9월 기준 94억 달러까지 떨어졌다. 통상전문가들은 “내년엔 대미 무역적자로 전환될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무대응, 따돌림 전략 안 통한다?

비용전가풍: 10월 16일부터 19일까지 제10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 체결을 위한 한미 방위비협상 8차 회의가 열렸다. 이 회의에서 타결을 지으려 했지만 불발됐다. 그동안 미국 정부는 전략자산 전개비용을 방위비에 포함해 총액을 올려달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주한미군 철수까지 언급하면서 방위비 증액을 거론해왔다.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인이 9월 발간한 책 ‘공포: 백악관의 트럼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초에도 문 대통령과 전화 통화하면서 한미 FTA 폐기를 거론하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비용을 내라고 압박했다고 한다.

한미 FTA 재개정이 만족스럽게 이뤄졌다면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는 거둬들일 만도 한데, 트럼프 대통령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 10월 8일 중간선거 유세 과정에서는 자신이 사드 비용과 관련해 한국 정부와 재협상을 하도록 지시했다는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사드 배치 비용에 전략자산 전개 비용까지 포함한다면 방위비 분담금은 현재의 연간 약 9602억 원에서 1.5~2배 가까이 늘어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 이후 분담금 증액을 더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

그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대해서도 방위비를 2배 증액하라고 요구해왔다. 이 기구의 28개 회원국은 2024년까지 국방 예산을 각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2% 수준으로 올리자고 2014년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4% 증액을 압박하는 중이다. 7월 9일 NATO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그는 “미국이 다른 국가보다 훨씬 더 많이 NATO에 방위비를 쓰고 있다”면서 “공평하지도 않고 용납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연합(EU) 국가들에 대해서도 예외 없이 결합외교를 시전 중이다. 고관세 위협을 하면서 무역역조를 개선하는 한편 방위비 분담금을 늘리라고 압박하는 방식이다.

NATO 회원국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처음에는 무대응 또는 따돌림 전략으로 맞섰다. NATO 정상회의 때면 언제나 트럼프 왕따 논란이 벌어지곤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유럽연합 국가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일부 수용함으로써 화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간선거가 끝난 직후인 11월 10일 제1차 세계대전 종전 100주년 기념식을 계기로 이뤄진 트럼프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회담이 상징적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이 나토 방위비 분담금을 더 많이 감당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하면서 유럽독자군 창설 제안과 일치한다고 했다. 가장 강경한 프랑스가 한발 물러서면서 유럽연합도 방위비 분담금 증액 논의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산 무기 더 수입할 듯

미국산 무기 수출이 크게 늘어난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미국 국무부는 2018년 10월 기준으로 정부 간 직거래로 판매한 무기 수출이 556억6000만 달러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대비 33%, 2016년 대비 80%나 늘어난 금액이다. 중국의 팽창을 두려워한 인도와 대만으로의 수출이 크게 늘어난 결과로 알려진다. 

10월 31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50차 한미 안보협의회(SCM)에서 한미는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관련 검증 작업에 착수하기로 합의했다. 문 대통령 재임 중에 전환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전환에 필요한 조건을 갖추는 것이다. 한국군의 독자 작전 능력을 향상시켜야 하는데, 무기체계의 첨단화는 여기에 필수적이다. 당연히 미국산 무기 도입이 더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의 미국산 무기 수입 비중은 현재 75%에 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산 무기를 한국에 더 많이 수출할 것으로 보인다.


신동아 2018년 12월 호

이종훈 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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