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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회담에서 적중한 태영호 ‘신동아’ 단독인터뷰

“김정은, 어차피 버릴 영변핵시설로 흥정…트럼프, 폐차 돈 주고 사는 셈”

  •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김정은, 어차피 버릴 영변핵시설로 흥정…트럼프, 폐차 돈 주고 사는 셈”

“김정은, 어차피 버릴 영변핵시설로 흥정…트럼프, 폐차 돈 주고 사는 셈”
세기의 비핵화 담판으로 꼽힌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2월 28일(현지시간) 결렬됐다. 양 정상이 외교 협상장을 박차고 나가는 극히 이례적인 장면이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이와 관련, 같은 날 기자회견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영변핵시설이 대규모임은 분명하지만 이것을 해체하는 것만으로 모든 제재를 없앨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다음 날 새벽 맞대응 성격의 기자회견을 연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영변 핵단지 전체 폐기를 제안했고, 미국에 민생용 민수용 제재 다섯 건의 해제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북한은 영변핵시설 폐기에 대한 상응조치로 제재해제 교환을 내밀었고, 미국은 이를 거절한 셈이다.

이는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가 ‘신동아’ 3월호 단독인터뷰에서 설명한 내용과 맥이 닿아 있다. 태 전 공사는 탈북 외교관 중 최고위급으로, 북한 정권 내부 사정에 두루 정통하다. 아래는 당시 인터뷰에서 태 전 공사가 ‘신동아’와 나눈 문답이다.

- 김정은은 영변핵시설단지를 정말 폐기할까요?

“그렇죠. 영변단지든 뭐든 20~30년 쓰면 버려야 합니다. 실험용 원자로가 1965년 완공됐고 연이어 점점 불어났어요. 영변단지는 대단히 낡은 단지죠. 세계에 이런 핵시설이 없어요.”

- 어느 정도로 낡았죠?



“사례를 들어볼게요. 6자회담 때 한국의 핵 과학자들과 외교전문가들이 영변단지에 갔습니다. 쭉 둘러보다가 북한 사람들이 ‘여기까지 오셨으니 핵연구소와 그 안에 좀 들어가보시죠’라고 제안했어요. (하지만) ‘됐습니다’라면서 거절했어요.”

- 왜 거절한 거죠?

“육안으로 봐도 ‘저곳에 들어갔다 나오면 과연 살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생긴 거죠. 당장 죽지 않겠지만. 이 정도로 영변단지가 열악해요. 숱한 북한 사람이 그 안에서 방사능에 오염돼 죽었어요. 북한으로선 영변시설은 이제 버려야 할 시설이죠.”

- 영변단지를 불능화해도 북한의 핵물질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는 뜻인가요?

“북한은 핵물질을 내놓겠다고 한 적이 없어요. 핵물질이란 핵탄두를 만들 수 있는 물질과 핵탄두를 의미하는데요. 이건 무기입니다. 이걸 내놓겠다고 한 적은 없어요.”

- 영변이 없어져도 핵물질은 계속 갖고 있겠다?

“당연하죠.”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비핵화의) 1단계에 해당하는 영변 핵시설 해체만으로 오랫동안 쌓아온 레버리지를 포기할 수 없다고 봤다”고 말했다. 핵물질(핵탄두), 다른 핵시설 리스트 등 플러스알파에 대한 합의가 어려웠다는 의미다. 태 전 공사는 ‘신동아’에 “(버려야 할 시설을) 지금 흥정물로 던지고 있다. 폐차를 돈을 주고 사는 흐름”이라고 비유한 바 있다.

특히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영변 외 큰 핵시설이 있다”고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이 역시 태 전 공사가 ‘신동아’ 단독인터뷰에서 설명한 내용과 결이 비슷하다.

태 전 공사는 ‘영변핵시설 폐기는 비핵화가 아닌 핵군축인가’라는 ‘신동아’의 질의에 “영변핵단지, 핵실험장, 미사일 발사장 폐기에 대한 상응 조치로 제재를 부분적으로 해제해주면 이것은 핵군축”이라면서 “핵무기를 그대로 두고 일부 변두리 시설만 없애는 방식이다. 핵무기 자체를 건드려야 비핵화”라고 말했다. ‘영변핵시설 폐기=비핵화’라는 도식을 경계해야 한다는 충고다.

이에 대해 김병민 경희대 행정학과 겸임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새로울 것 없는 영변핵시설 폐기만으로 선뜻 제재를 풀어줄 경우 미국 국내정치에서 역풍이 불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면서 “양 측이 원하는 상응조치가 다르다는 게 판명이 난 만큼 당분간 교착상태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동아 2019년 3월호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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