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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리포트

국내 6만 중국인 유학생의 고민

“한국에서도 중국에서도 취업대란”

  • 유진운서 고려대 미디어학부 4학년 liujys1995@163.com

국내 6만 중국인 유학생의 고민

  • ● ‘사드 반한감정’ ‘한국 기업 중국 철수’ 직격탄
    ● 한국에선 언어 문제, 문화 차이
    ● 경기 불황 중국도 대졸 취업난 극심
    ● 한중관계 이어줄 친한파 중국 젊은이들의 위기
국내 6만 중국인 유학생의 고민
지난해 한국에 유학 온 14만2205명의 외국인 학생 중 절반 가까운 6만8637명이 중국인이다(교육통계서비스). 이 중국인 유학생들은 요즘 취업 고민에 빠져 있다. 이들은 “한국에서도 중국에서도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한국에선 언어 문제나 문화 차이가 난관이다. 중국도 경기 불황으로 대졸 취업난이 극심한 편이다. 중국인 유학생인 필자가 같은 처지에 있는 한국 내 중국인 유학생들의 취업 고민을 알아봤다. 

중국인 유학생 리모(여·26) 씨는 한국 모 대학에서 한국어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중국에 돌아가 한국어 교수가 되는 게 꿈이다. 리씨는 “한류문화에 영향을 받아 K-팝과 한국 드라마를 많이 보면서 한글을 익혔다. 준비가 잘 되면 중국에 있는 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리씨처럼 6만8000여 중국 젊은이가 각자의 꿈을 안고 한국으로 유학을 왔다. 필자가 고려대에 재학 중인 20명의 중국인 유학생을 면담한 결과, 60%(12명)는 “한국에서 배운 것을 바탕으로 중국으로 돌아가 일하고 싶다”고 밝혔다. 40%(8명)는 “한국에서 직장을 구해 살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요즘 중국인 유학생들은 취업난으로 인해 앞날에 대한 불안감을 자주 느낀다. 고려대 4학년인 중국인 왕모(여·22) 씨는 최근 중국 내 구직 웹사이트를 통해 여러 중국 회사의 인턴 자리에 이력서를 냈다.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수시로 휴대전화를 보는 왕씨는 “인턴 자리도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급여나 복지는 한국 기업이 낫지만…”

대학교 축제에 참가해 중국 기념품을 판매하는 중국유학생회 학생들.

대학교 축제에 참가해 중국 기념품을 판매하는 중국유학생회 학생들.

지난해 고려대를 졸업한 중국인 손모(25) 씨는 한국 회사와 중국 회사를 가리지 않고 구직활동을 펴왔다. 손씨는 “몇몇 회사에서 면접까지 올라갔지만 마음에 드는 직업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고 했다. 손씨는 “한국어에 아직 자신이 없고 친한 한국인 친구도 없어 한국에 계속 있을지 중국으로 돌아갈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사실 한국에 온 중국인 유학생들은 언어 문제와 문화 차이를 어려워한다. 이들은 1년 정도 한국어를 배우고 4년간 대학에 다닌다. 대략 1년에 한 번 정도 고향에 다녀온다. 이들은 “같은 인종이지만 중국인에게 한국어는 배우기 힘든 언어다. 한국에서 한국인 친구를 사귀기도 어렵다. 외로움이 깊어진다. 결국 중국으로 돌아가 일자리를 구하려 한다”고 설명한다. 



반면, 고려대 4학년인 중국인 위모(여·23) 씨는 아르바이트를 꾸준히 하면서 한국어 실력을 늘렸고 덕분에 한국인 친구도 많이 사귀었다. 위씨는 한국에서 일자리를 구해 계속 살고 싶다고 했다. “평균적으로 중국 회사는 한국 기업처럼 연봉을 많이 주지 않는다. 휴가를 쓰는 것도 쉽지 않다. 야근도 잦아 종종 공휴일에도 출근한다. 해고도 더 쉽게 한다”는 것이다. 중국인 유학생들은 그러나 한국어와 중국어를 모두 잘하는 중국인이라도 요즘 한국 기업에 취업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한다. 

특히, 한국에서 유학한 중국인들은 영어권에서 유학한 중국인들과 마찬가지로 중국에 돌아가 취업할 때 받게 되는 급여에 좌절한다. 이들은 고액 연봉을 꿈꾸며 해외 유학의 길에 올랐기에 귀국 후의 낮은 연봉에 만족할 수 없는 것이다. 

중국 베이징의 ‘중국세계화센터’가 귀국한 중국인 유학생 20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0%는 “연봉이 기대보다 낮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40%는 월급이 6000위안(98만 원)~1만 위안(163만 원)이었고 나머지 30%는 월급이 6000위안 미만이었다.


몸값 떨어진 이유

한국 모 대학에서 유학 중인 한 중국인(26)은 “한국에서나 중국에서나 구직이 어렵긴 마찬가지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로 인한 중국 내 반한 감정과 한국 기업의 철수로 인해 한국어와 중국어를 모두 할 줄 아는 인력에 대한 수요가 예전 같지 않다. 게다가 중국에서도 한국처럼 대졸 취업난이 심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중우호관계를 이어줄 친한파 중국 젊은이들의 취업난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미국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는 중국인 오언 왕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이민정책에 질린 데다 중국에 거주하는 부모도 내가 돌아오길 원해 중국 내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며 “하지만 중국 내 연봉 수준이 너무 낮아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하이구이(海歸)’로 불리는 귀국 해외유학파의 몸값이 떨어진 가장 큰 이유는 해외유학파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2017년 해외 유학을 떠난 중국인은 60만8400명으로 전년보다 11% 늘었다. 고국으로 돌아온 수는 48만 명에 달했다. 지난 40년간 520만 명의 중국인이 유학길에 올라 이 중 80% 이상이 귀국했다. 

중국인 교육 전문가인 추자오후이 씨는 “해외 유학 붐이 일던 초창기에는 실력을 갖춘 학생들만 유학길에 올라 귀국 후 선호하는 직장에 취업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해외유학생의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역(逆)문화충격”

최근 중국 내 20대 취업시장의 사정은 좋지 않다. 한 해 800만 명에 가까운 대학졸업자가 배출되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택배기사나 콜센터 직원 같은 저임금 비정규직에 취업한다. 

중국으로 돌아온 해외 유학생 중 몇몇은 외국과는 사뭇 다른 중국의 직장문화에 쉽게 적응하지 못한다. 영국에서 공부한 후 상하이의 인터넷기업에 취업한 중국인 J씨는 “중국의 정실주의 사회에서 요구되는 기술에 능숙하지 못하다. 직장 내 인간관계를 위해 밤늦게까지 술을 마셔야 한다. 거부하면 무례하다는 얘기를 듣는다. 많은 해외유학파가 귀국 후 이러한 역(逆)문화충격을 경험한다”고 전했다. 

한국에서 유학한 몇몇 중국인은 한국 유학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대학 졸업 후 중국 회사에서 일하는 중국인 조모(26) 씨는 “한국에서 대학을 나온 중국인이 중국에서 평범한 대학을 나온 중국인보다 좋은 직장을 구하기가 더 쉬운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중국인 유학생은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한 이력은 중국 회사에 취업할 때 좋은 스펙이 된다”고 설명했다.


※ 이 기사는 고려대 미디어학부 탐사기획보도(담당 강사·허만섭 신동아 기자) 수업 수강생이 작성했습니다.




신동아 2019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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