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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萬事

2대째 비염·이명 전통치료 이근희 경주 안강 갑산한의원 원장

“아버지 명성 잇는 한방 이비인후 전문의 되겠다!”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2대째 비염·이명 전통치료 이근희 경주 안강 갑산한의원 원장

  • ● 시대와 함께 발생하고 소멸하는 병(病), 오랜 경험만이 해답
    ● 어려서부터 아버지 이상곤 박사 어깨너머로 배운 인술(仁術)
    ● 아버지와 함께 400년 전 허임 보사침법 복원
    ● 갑산한의원의 본점 경주 안강에서 대표원장으로 출발
2대째 비염·이명 전통치료 이근희 경주 안강 갑산한의원 원장
인생에 생로병사(生老病死)가 있듯이 병에도 생로병사가 있다. 많은 사람이 고생하는 비염의 경우 예전에는 누런 콧물을 흘리는 증상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맑은 콧물과 재채기, 가려움증을 유발하는 알레르기성 비염이 주를 이룬다. 더 나아가 콧물이 나오지 않는 대신 가래가 목으로 넘어가면서 인후에 걸려 이물감을 유발하는 후비루성 건전성 비염도 기승을 부린다. 

‘귀울음’이라 불리는 이명(耳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명의 주원인은 스트레스로, 현대사회가 발전할수록 이명 발병률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국내 이명 유병률 조사’ 결과 이명 환자 수는 2006년 54만여 명에서 2015년 78만여 명으로 급증했다.


인턴기자, 해병대 거쳐

이처럼 질병은 시대와 더불어 발생하고 진화하며 소멸한다. 그렇기에 당장 눈에 보이는 증상만으로 환자를 대하는 대증적(對症的) 치료는 분명 한계가 있다. 특히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학은 오랜 경험을 토대로 한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 우리나라에도 2대에 걸쳐 비염과 이명을 전문 치료하는 한의원이 있다. 바로 서울 수서동에 있는 갑산한의원이다. 현재 이곳에서는 이상곤 대표원장과 그의 아들 이근희 부원장이 대를 이어 의술을 펼치고 있다. 이 부원장은 올 6월 경북 경주로 내려가 1989년 이상곤 원장이 처음으로 문 연 안강 갑산한의원의 대표원장직을 맡을 예정이다. 

이상곤 원장은 경주 안강에서 진료할 당시 개원 10년 만에 전국에서 모여든 환자 20만여 명을 치료한 명성을 인정받아 대구한의대 교수로 스카우트된 특이한 이력을 지녔다. 교수 시절(2006년)에도 일본 도야마의대와의 협력연구를 통해 국내 최초로 한의학적 비염 치료의 유효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해 화제를 모았다. 한방 임상시험에 양의가 참가한 것도 최초였지만 난치성질환인 알레르기 비염에 대한 한방 치료 효과를 서양의학의 잣대로 증명했다는 점에서 학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또한 이상곤 원장은 조선 제일의 침의(鍼醫)였던 허임의 ‘보사침법(補瀉鍼法)’을 부활시키고 발전시킨 주인공이기도 하다. 2017년 인기리에 방영된 tvN 드라마 ‘명불허전’의 원작 ‘허임’의 저자로 유명세를 탄 바 있다. 이 박사는 ‘허임’ 외에도 ‘콧속에 건강이 보인다’ ‘낮은 한의학’ ‘신한방임상이비인후과’ 등 여러 저서를 출간했고 10년 넘게 ‘동아일보’에 한의학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한방이비인후과 한의사로 공부하고 있는 이근희 부원장은 원광대 한의학과에 재학 중이던 2014년 ‘동아일보(주간동아)’ 인턴기자를 수료한 바 있고, 2015년 대구한의대 MRC 센터에서 한약 과학화 분석연구원으로 근무했다. 공중보건의 대신 해병대를 선택한 것도 남다르다. 드라마 ‘명불허전’ 제작 당시에는 아버지를 도와 한의학 관련 자문 역할을 하며 작가와 호흡을 맞췄다. 이처럼 학생 때부터 아버지의 행적을 좇아 허임의 침법과 일생을 복원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이 부원장은 대학 졸업과 동시에 서울 갑산한의원에서 진료를 보기 시작했다.


허준보다 유명했던 조선 제일의 침의, 허임

조선 제일의 침의 허임의 침술법을 복원해 진료 중인 부자 한의사 이상곤(오른쪽)·이근희 원장.

조선 제일의 침의 허임의 침술법을 복원해 진료 중인 부자 한의사 이상곤(오른쪽)·이근희 원장.

이 부원장은 어려서부터 줄곧 한의사를 꿈꿨다. 몸이 아파 얼굴을 찡그리며 병원에 온 환자들이 치료 후에는 웃는 얼굴로 병원 문을 나서는 걸 보면서 자연스레 한의학에 대한 동경심을 키워나갔다. 한의학의 여러 분야 중 특히 비염·이명 전문 한의사가 되기로 결심한 이유는 만성질환이 주는 고통이 얼마나 큰지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이 부원장은 “비염과 이명은 생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질환은 아니지만 심할 경우 일상생활 자체가 힘든 큰 고통”이라며 “그렇기에 병이 다 나았을 때 환자들이 느끼는 만족감 또한 매우 높고, 의사로서 보람도 크다”고 밝혔다. 

현재 그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허임의 보사침법을 복원하고 있다. 허임은 ‘침구경험방’을 쓴 조선 으뜸의 침의이자 어의를 지낸 인물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허준조차 어느 날 선조에게 “신은 침을 잘 모릅니다만 허임이 평소 말하기를 경맥을 이끌어낸 다음에 아시혈에 침을 놓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라고 했을 정도로 허임의 침술은 유명했다. 

현재 보사침법은 난치성 이명 치료에 주로 쓰는데 원래는 알레르기성 비염을 치료하기 위해 이상곤 원장이 허임에 관련된 각종 문헌과 구전을 연구해 복원해낸 것. 보사침법은 침을 놓을 때 깊이에 따라 3회에 걸쳐 찌르며, 찌를 때도 마치 낚시를 하듯이 침을 살짝 올렸다 내렸다 하며 필요한 방향에 따라 깊이마다 3회씩 돌린다. 이렇게 총 아홉 번을 돌리며 찌른 침은 혈에 많은 기(氣)를 응축시키며 일반 침법보다 병증에 신속하고 탁월한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침을 통해 기를 넣고 빼는 과정, 즉 보사 과정이 일어나는 곳이 폐의 영역이기 때문에 호흡기 질환인 비염과 축농증, 기침, 알러지 등 면역질환에 뛰어난 효능을 보인다. 천지인(天地人)의 원리를 이용했다고 해서 ‘천지인 보사법’으로 불리기도 한다. 

보사침법은 현장에서 큰 힘을 발휘한다. 한 환자는 오래전 일본에서 생활하던 중 삼나무가루로 인해 콧물과 재채기, 가려움증을 동반한 비염을 앓기 시작했는데, 한국에 돌아온 뒤에는 5~6월 주로 날리는 송홧가루 때문에 비염이 심해져 7년 전 처음 갑산한의원을 찾았다. 당시 이상곤 원장은 코의 온기를 더하는 대추혈과 풍문혈에 뜸을 뜨고 합곡과 곡지혈에 보사침법을 득기했고 환자는 한 번의 침술로 비염기가 씻은 듯이 사라졌다고 한다. 이후 7년간 한 번도 재발하지 않다가 최근 들어 다시 비염기가 보인다며 한의원을 방문했고 이번에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고 한다.


허임침법으로 청력 되찾기도

뇌종양 수술 이후 돌발성 난청으로 청력을 잃었다가 보사침법으로 다시 소리를 되찾은 경우도 있다. 이 환자는 양방 이비인후과에서 스테로이드 주사 등을 처방받았지만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한방으로 눈을 돌렸다. 당시 이근희 부원장은 환자의 귀 주위를 흐르는 소양경이 막혀 청력을 잃은 것으로 파악하고 이 원장을 도와 보사침법으로 진료했다. 이튿날 환자는 “귀가 트였다”며 다시 병원을 찾았다. 이근희 부원장은 “기를 뚫는다는 것은 한의학의 큰 장점이다. 특히 허임침법은 기를 응축해 폭발적인 힘으로 기를 뚫어주는 효험을 입증받았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이근희 부원장은 갑산한의원의 시작인 경주 안강에서 아버지의 뒤를 이어 새로운 비염·이명 전문의로 경력을 쌓을 계획이다. 이 부원장은 “환자들의 고통에 공감하며 400년 역사의 허임침법을 계승해 사랑의 인술을 펼치겠다”고 다짐했다.




신동아 2019년 6월호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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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대째 비염·이명 전통치료 이근희 경주 안강 갑산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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