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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 시대 살아가기

뜨거운 감자 청년기본소득

“근로 의욕 저하” “일자리 미스매치 해소”

  • 김용기 |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 seriykim@ajou.ac.kr

뜨거운 감자 청년기본소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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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연 19조 원 추가 예산 필요
  • ● 핀란드, 월 70만 원 지급 ‘실험’
  • ● “빈곤 퇴치, 양극화 완화, 수요 확대” 주장도
뜨거운 감자 청년기본소득

[동아DB]

청년기본소득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핀란드 우파 정부는 2017년 1월부터 2000명을 대상으로 조건 없이 매달 560유로(70만원 상당)를 지급한다. 기본소득 지급이 근로 의욕을 높이는지 확인하려는 목적이다. 기본소득을 기반으로 자기발전을 꾀하고 일자리를 찾기 위해 더 노력할지, 아니면 그저 추가적 불로소득에 안주할지 관찰할 예정이다.

유럽의 복지 선진국이 기본소득을 실험하는 이유는 제3차 산업혁명의 결과 생산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됐지만, 줄어든 생산시간만큼 실업과 일자리 부족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향후 20년간 로봇이 기존 일자리의 47%를 없앨 것이라는 전망에서 보듯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현상은 앞으로 더 심화할 전망이다.

성남 청년배당, 서울 청년수당

과거 산업화시대에 ‘일’은 자본에 고용돼 임금소득을 받는 직업활동을 말했다. 그런데 이제는 이렇게 돈 버는 ‘일’은 줄어들었지만 막상 생활에 필요한 일, 예를 들면 어린이와 치매 노인을 돌보는 활동은 언제나 일손이 부족하다. 문화활동이나 사회적 봉사활동은 사회와 우리 자신을 윤택하게 하지만 소득이 수반되지 않는다. 유럽 복지 국가들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기본소득제도 도입 필요성을 고민한다.

소득이 보장되지 않더라도 일의 범위가 사회적으로 혹은 문화적으로 의미 있는 영역으로 확대돼야 하며, 이 경우(의미는 있지만 소득이 없는) 야기되는 경제적 불안정성을 일정 부분 해결해야 한다.

또한 임금근로자 수는 제한적이지만 그들은 과도한 근로시간에 허덕이는 게 현실이다. 일과 가정을 양립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따라서 근무시간을 단축해 일자리를 나누는 한편, 소득이 발생하진 않지만 사회적으로 유익한 일을 경제적 부담 없이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임금소득은 보장되지 않아도 사회적으로 유의미한 일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이러한 두 가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방법으로 기본소득 개념이 제시된다.

한국에서도 기본소득 논의가 간헐적으로 제기돼왔다. 2016년 총선에선 녹색당이 1인당 40만 원의 기본소득 지급을 공약으로 제안했다. 한국에서 기본소득 논의가 제기되는 배경은 유럽 복지 선진국에 비해 훨씬 절박하다. 한국의 경우, 건강보험을 제외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지출의 비중이 6.4%에 불과하다(2012년 기준). 1인당 GDP가 한국과 비슷한 수준인 이탈리아의 GDP 대비 공공지출 비중은 21.7%로 우리의 3배 수준이다.

따라서 한국에선, 기술의 발달과 이에 따른 노동의 재구성이라는 차원에서보다는 불평등의 완화나 기회균등을 확대하는 차원에서 기본소득 논의가 제기된다고 볼 수 있다. 가령 기본소득을 지급해 가난한 집 자녀들이 ‘알바(아르바이트)’ 시간을 줄여 취업 준비라도 제대로 하게 하자는 것이다. 2016년 1월부터 실시된 성남시의 청년배당이 그러하고, 서울시에서 실시하려다 정부 반대에 막힌 청년수당 또한 유사한 개념이다.

청년 16%만 ‘좋은 일자리’

 한국의 경우 기본소득 지급의 대상은 우선 청년층에 한정돼야 할 것 같다. 연령, 소득, 재산과 관계없이 모든 사람에게 일정한 소득을 지급하자는 것이 기본소득의 취지이지만, 사회적 합의 가능성이 가장 높은 청년층을 대상으로 실시한 후 노인층으로 그 대상을 넓혀가는 것이 현실적이다.

한국에서 청년기본소득을 도입할 경우 특히 노동시장에서 나타나는 이른바 일자리 미스매치(mismatch, 불일치) 현상을 해결할 대안이 될 수 있다. 기본소득이 청년들의 눈높이와 현실에 존재하는 일자리 간의 임금 격차를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2016년 9월 발표된 현대경제연구원의 2015년 기준 국내 임금근로자의 일자리 구조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정규직이면서 중위소득의 125%에 해당하는 월 225만 원 이상의 일자리는 국내 전체 임금소득 일자리 1931만 개 중 34.9%인 674만 개다. 중위소득은 소득 순으로 순위를 매길 때 정확히 가운데에 위치한 소득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평균소득보다 낮다.

그런데 이들 674만 개의 ‘좋은’ 일자리 중 청년(15~29세) 일자리는 63만7000개에 불과하다. 한국의 청년은 947만 명에 달하고 이 가운데 취업자만 395만 명이다. 청년 취업자 중 16.1%만이 세금 등을 공제한 후 월 200만 원 이상을 수령하는 일자리에 종사하고 있다는 얘기다.

청년들의 눈높이로 보면 월 200만 원 이상은 손에 쥐어야 향후 주거와 결혼 등을 준비할 수 있는데, 그런 일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은 현실이다. 2015년 한 해 전문대 이상 졸업자만 68만1000명이다. 좋은 일자리를 구할 때까지 희망의 끈을 쉽게 놓을 수 없어 취업 재수와 삼수를 거듭한 결과가 바로 30세 미만 청년 중 163만 명에 달하는 니트족(NEET族, 취업·교육·직업훈련 어느것도 안 하는 이들)으로 나타난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려면 청년들이 가기 꺼리는 중소기업의 낮은 임금과 청년들의 기대치 간 차이인 미스매치를 일정 부분 좁혀야 한다.

강소기업 초임 225만 원

고용노동부가 2016년 4월과 11월에 발표한 ‘청년친화 강소기업’ 1118개의 월평균 초임이 225만2000원이다. 이에 비해 2017년 적용될 최저임금(시급 6470원) 기준으로 하루 8시간씩 주 40시간 근무하면 135만2230원(주휴수당 포함)의 월급을 수령할 수 있다.

인쇄업자 유○○ 씨는 기술이 없는 ‘초짜’의 경우 하루에 30분씩 연장근로를 할 경우 월 150만 원 정도를 지급한다. 그는 “지금까지 경험한 신입은 대부분 대졸인데 이 월급으론 못 살겠다며 자꾸 그만둔다. 결국 지금은 아주머니를 같은 봉급(150만 원)에, 그리고 숙련된 조선족(180만 원)과 한국인 기술 보유자(월 280만 원, 퇴직금 포함 연 3800만 원) 등 3명을 고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최저임금밖에 지급할 수 없는 많은 수의 중소기업과 청년들이 갈 수 있는 강소기업 간 초임 격차는 75만 원 정도인 것이다.

통계청이 지난 12월 공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16’ 보고서에서도 한국의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심각하다. 근로자 300인 미만 사업체의 임금은 300인 이상 대기업 임금의 39.3~76.4%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래서 모두가 대기업에 입사하려 무한경쟁을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 관문을 통과할 수 있는 청년은 소수에 불과하다.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최저임금 수준밖에 지급할 수 없는 기업의 생산성을 높여 월 225만 원의 초임을 지급할 능력을 갖추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혁신과 구조조정은 시간이 걸리고 고통을 수반한다. 만약 사회에 진입하는 청년들에 대해 현실과 기대치 간 격차를 일정 부분이나마 메울 수 있는 보조금을 청년기본소득 형태로 지급할 수 있다면 미스매치 현상은 상당 폭 개선될 것이다. 96만 명에 달하는 국내 상주 외국인 근로자 일자리 중 상당수도 한국 청년의 일자리로 교체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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