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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서울에서 협소주택 짓기

건축주는 ‘갑’일까 ‘병’일까

8화_골조공사

  • 글 · 홍현경 | kirincho@naver.com, 자문· 이재혁 | yjh44x@naver.com

건축주는 ‘갑’일까 ‘병’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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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조공사 때 건축주의 역할은 크지 않다. 매의 눈으로 어딜 빼먹고 진행하진 않는지 살피기보다는 공사 반장과 현장 소장, 작업 인부들과 스스럼없이 지내는 게 더 필요하다.
  • 책에서도 알 수 없는 중요한 정보가 그들에게서 나온다.
건축주는 ‘갑’일까 ‘병’일까

앞으로 수도 없이 오르내릴 4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골조공사는 아래에서부터 위로, 마감공사는 위에서부터 아래로 진행된다.

서울 종로구 명륜동으로 이사 온 지도 벌써 1년이 됐다. 원래대로 세입자가 전세 만기를 채우고 나갔다면 아마 이제야 집 지을 계획을 세울 수 있었겠지.

우리네 보통 사람에겐 명예를 드러내지 않고 겸손할 줄 아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라지만, 땅을 사놓고 바라보기만 하는 것 또한 도를 닦는 마음과 다르지 않다. 우리 계획을 7개월이나 앞당겨준 전 세입자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비록 여러 문제에 봉착해 견디기 힘든 나날이었지만, 그건 언제라도 견뎌내야 할 일이었으므로 그렇다 치고.

자신감이 보약

2016년은 우리도 힘들었지만 큰아이는 큰아이대로 중학교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 애쓴 한 해였다.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묻는 말이 “오늘은 별일 없었니?”였다. 여러 초등학교 출신의 아이들, 특히 남자아이들만 모여 있다 보니 나름대로 서열을 정하는 일이 중요했나 보다. 하루가 멀다 하고 누가 싸워서 병원에 갔다느니, 학폭(학교폭력위원회)이 열릴 것 같다느니….

특히 우리 아이 반이 가장 심했다. 아는 엄마들끼리만 걱정스러운 말을 주고받으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이었다. 성적보다는 아이들 인성과 생활지도에 힘쓰겠다는 담임선생님 말씀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한 학기였다.    

중학교 1학년 자유학기제 학부모 서포터스로서 진로박람회 진행요원이 돼보기도 하고 학교 운영에 참여해보려 노력하고 있다. 아이는 초등학교 친구들은 별로 없지만 성당 친구들, 그리고 새로 사귄 친구가 많아 생각보다는 잘 지낸다. 처음엔 마르고 작은 편이라 혹시나 맞고 다니지나 않을지 걱정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키도 쑥쑥 자라 반에서 중간 정도 됐고, 자유학기제라 ‘열공’하는 아이들이 별로 없어 그런지 성적도 잘 나왔다.

늘 우물쭈물, 발표하는 데 특히 자신 없던 아이는 한 학기 동안 반의 리더 역할을 하며 점점 표정에서 자신감이 드러났다. 아이들에게 무엇이든 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바로 ‘자신감’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는다.

그런데 아이와의 관계에서 이상하게 알면서도 바꾸지 못하는 게 하나 있다. 어릴 때를 돌이켜보면 내 부모님은 간섭 없이 나의 판단을 지지해주신 것 같다.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고 기다려주셨다. 혹시나 누군가에게 기분 상하지는 않는지 늘 살펴주시고 든든한 방어막이 돼주셨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아이를 기다리지 못하고 다그치는 엄마의 모습이다. 든든한 방어막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책임과 역할을 강요하는 모양새다. 특히 ‘게임’에 대해선 날카롭게 대립각을 세운다.  

신이 나에게 선물을 하나 줄 테니 고르라고 한다면 아이와의 관계 개선 특효약을 바랄 것 같다. 이 시대 많은 부모가 나와 같은 고민을 갖고 있으리라.

민원이 들어오면

건축주는 ‘갑’일까 ‘병’일까
건축주는 ‘갑’일까 ‘병’일까

멀게만 느껴지던 꿈이 1층, 2층, 3층, 4층 골조가 올라가면서 현실로 다가왔다.

우리 집 1층은 스킵플로어 형태를 띠고, 4층에 올라가면 앞뒤 발코니에 다락 앞 발코니까지 ‘공구리(콘크리트)’ 치는 횟수만 7번이나 되는 집이다. 사각형으로 딱 떨어지는 형태가 아니라 사선이나 삼각형 구조가 많이 보인다. 게다가 앞쪽은 골목이 점점 좁아져 차가 돌아나가기 애매한 도로다. 공사 중 대형 차량이 드나들 때면 도로에 세워둔 차를 정리해야 해서 차주들에게 늘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한다.

내우외환, 한마디로 공사하기 어려운 집이라는 뜻이다. 이런저런 주차 문제로 공사 현장에서 험악한 고성이 오가고 구청에서 민원 관련 우편물도 받았다. 민원 문제는 모든 것을 건축주가 해결해야 하는 건 아니어도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다. 레미콘 차량이 들어오는 날엔 초긴장. 작업 인부 수도 많고 레미콘 차량 비용도 어마어마해 자칫 골목에 있는 차를 빼지 못하는 날엔 수백만 원의 손해가 날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공구리 치는 날이 결정되면 담당자는 며칠 전부터 기존 주차 차량 차주에게 통보하고 사정도 하고 머리를 조아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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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홍현경 | kirincho@naver.com, 자문· 이재혁 | yjh44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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