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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미의 달콤쌉쌀한 스위스

끽~ 속도위반 벌금이 3억5000만 원

보행자 천국의 교통법규

  • 글·사진 신성미 | 在스위스 교민 ssm0321@hanmail.net

끽~ 속도위반 벌금이 3억5000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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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에 중앙선이 사라졌다?

끽~ 속도위반 벌금이 3억5000만 원

스위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회전교차로.

나는 이미 한국 운전면허증이 있으니 스위스 관공서에서 행정 절차를 거쳐 스위스 운전면허증을 받는 건 수월했다. 그런데 한국과는 다른 운전 규칙, 혹은 한국에선 드문 규칙, 그리고 낯선 교통 표지판이 많아서 처음에는 난감했다. 그래서 스위스 운전 규칙 이론을 별도로 공부했다. 한국에선 이미 베테랑 운전자임에도 스위스에선 자존심을 버리고 남편을 운전선생님 삼아 조수석에 앉힌 채 주행 연습을 했다.(남편과 주행 연습을 독일어로 하는 건 또 다른 고난이었다.)

스위스의 도로는 중앙선이 한국처럼 명확하게 노란색으로 그어져 있지 않다. 흰색 실선이거나 점선이다. 실선이면 어차피 차선을 변경할 수 없으니 상관없지만 중앙선이 흰색 점선으로 그어져 있으면 외국인들은 이게 같은 방향 차선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역주행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또 스위스에선 우회전을 할 때도 신호를 받아야 한다. 이를 몰랐을 땐 한국에서처럼 당연하게 우회전을 했는데 조수석에 앉은 남편은 겁에 질린 채 손을 심장 위에 얹고 떨고 있었다.

스위스의 도로는 크게 3가지로 구분되고 이에 따라 제한속도가 정해져 있다. 시내 및 마을에서는 시속 50km, 도시 및 마을의 외곽이나 국도에서는 시속 80km, 고속도로에서는 시속 120km가 기본 제한속도다. 구간에 따라 제한속도가 달라지기도 하는데 이때는 별도의 속도 표지판으로 알려준다. 이 규칙도 내겐 상당히 애매하게 다가왔다. 주변에 온통 들판과 소들뿐인데 속도 표지판이 따로 없어서 여기가 마을인지 외곽인지 구분이 안 갔다. 속도 표지판이 빨간색이 아닌 회색으로 돼 있으면 속도제한이 끝났다는 뜻이다. 주거지에는 시속 30km 구간도 많으므로 늘 표지판을 주시해야 한다. 또 자전거 전용차로가 있을 때에는 우회전 시 옆에 자전거가 달리고 있지 않은지 살피는 것도 중요하다.

70여 가지 우선권 규칙

끽~ 속도위반 벌금이 3억5000만 원

차 안에서 찍은 사진. 중앙선이 노란색이 아닌 흰색 점 선이다

스위스에서 운전하며 가장 많이 마주치는 게 회전교차로(Roundab out)다. 회전교차로 앞에서는 일단 정지했다가 별도의 신호 없이 운전자가 스스로 판단해서 진입하는데, 이미 회전교차로에 진입한 차량, 나의 왼쪽에서 달려오는 차량이 우선권을 갖는다. 이를 잘 보고 진입해서 가운데 축을 중심으로 오른쪽 방향으로 교차로를 돌다가 내가 나가려는 방향에서 깜빡이를 켜고 나가면 된다. 신호를 기다릴 필요가 없고 길을 잘못 들었을 경우 간편하게 돌아 유턴할 수 있기 때문에 꽤 실용적인 시스템이다. 또 군데군데 회전교차로가 있으니 과속방지턱 없이도 차량의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회전교차로를 처음 접하는 운전자들에겐 꽤나 겁이 난다는 것. 지금은 익숙해졌지만 나도 처음엔 차량들이 마구 돌고 있는 회전교차로에 진입하기가 겁이 났다. 더욱이 회전교차로가 2차선으로 된 곳을 만나면 내 머릿속은 혼돈 그 자체였다.

 스위스의 운전 규칙 중 가장 복잡한 건 우선권 규칙이다. 한국과 달리 직진이 무조건 우선권을 갖는 것도 아니고, 경사로에선 한국처럼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차량이 아니라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차량이 우선권을 갖는다. 요즘 같은 세계화 시대에 왜 세계 교통부장관들이 만국교통대회 같은 걸 열어서 운전 규칙을 통일시키지 않는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낯선 외국에서 운전할 때 사고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아무튼 스위스 도로에서 우선권 규칙이 워낙 복잡해 스위스투어링클럽(TCS) 홈페이지에서 우선권 규칙을 찾아보았는데, 우선권 관련 항목만 73개나 되니, 말 다했다. 주도로에서 달리는 차량이 우선권을 갖는데, 그럼 내가 달리고 있는 도로가 주도로인지 아닌지 어떻게 아느냐. 도로에 아주 가끔씩 보이는 아주 작은 노란색 마름모꼴 표지판이 있는데 그게 주도로라는 뜻이다. 전혀 친절하지 않은 표지판이다. 신호등이 없는 사거리에서 바닥에도 아무 표지가 없다면 오른쪽에 있는 차량이 우선권을 갖는다.

그러니 이 73개나 되는 우선권 규칙을 몰랐을 때는 교차로에서 우선권도 없는데 일단 멈추지도 않고 쌩쌩 달린 적도 있다. 다행히 한적한 밤중이라 주도로에서 달리는 차량이 없어 사고는 나지 않았지만 조수석에 앉아 있던 남편은 또 한 번 겁에 질려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앞서 스위스인들의 운전 매너가 좋은 편이라고 썼는데, 그렇지 않은 흥미로운 상황을 목격한 적이 있다. 스위스 북동쪽 국경을 넘으면 콘스탄츠라는 독일 도시가 나온다. 독일은 스위스보다 물가가 싸기 때문에 주말이면 이곳에 원정 쇼핑을 온 스위스인들로 북적인다. 지난해 여름 콘스탄츠 중심가의 쇼핑몰에 갔다가 자동차를 쇼핑몰 내 지상 주차장 가운데 가장 높은 8층쯤에 주차하게 됐다. 주차된 차량들의 번호판을 보니 절반 이상이 스위스 차량이었다. 마침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6)에서 스위스 대 폴란드의 경기가 벌어지고 있었는데 쇼핑몰 내에서 이를 생중계했다.

차종으로 사람 판단하지 않아

나는 남편과 함께 이 생중계를 보다가 경기가 끝나자마자 집에 가기 위해 주차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웬걸! 수많은 사람이 경기가 끝나고 한꺼번에 주차장에서 차를 빼 나가려다보니 주차장 안에서 극심한 정체가 벌어졌다. 하필 주차장 꼭대기에 주차했던 우리는 차로 1층까지 내려가는 데만 무려 한 시간이 걸렸다. 당연히 누구나 짜증이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스위스는 폴란드와의 경기에서 승부차기 끝에 진 상황이었으니 주차장 내 스위스인들의 짜증은 배가됐다. 평소 양보 잘하던 스위스 운전자들이 이 상황에서는 얌체 차량이 끼어들 때마다 경적을 울려대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온화하기로 소문난 스위스 운전자들로부터 이런 군중심리를 엿보다니 참 흥미로웠다.

유럽 여행을 가본 사람들은 유럽 사람들이 비교적 작은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걸 보았을 것이다. 오래된 유럽 도시에서 운전하려면 좁은 길에서도 자유롭게 달릴 수 있는 작은 자동차가 실용적이다. 또 유럽인들은 외양보다는 실용성과 절약에 가치를 두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해치백 스타일의 소형이나 준중형 자동차가 흔하다.

스위스는 부자 나라답게 도로에서 포르셰, 아우디, 메르세데스, BMW, 페라리 같은 고급차도 흔히 볼 수 있다. 날씨 좋은 여름에는 컨버터블이나 동화 속에 나올 법한 오래된 빈티지 차량을 타고 여가를 즐기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 차종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일은 없다. 누가 포르셰를 탄다고 대우해주거나 낡은 소형차를 탄다고 무시하는 법은 없다. 차는 차고 사람은 사람일 뿐이다.

스위스의 도로교통법과 운전문화는 안전 제일과 준법정신이라는 스위스인의 최고 가치를 한눈에 엿볼 수 있는 거울이다. 매일 출퇴근길에 운전하면서 나 역시 이런 가치를 배워가고 있다.

끽~ 속도위반 벌금이 3억5000만 원
신성미

서울대 사회학과를 나와 동아일보 경제부·문화부, 동아 비즈니스리뷰 기자로 일했다. 2015년부터 스위 스인 남편과 스위스 장크트 갈렌(St.Gallen) 근교에 살면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틈틈이 스위스 사회, 문화에 대해 블로그(blog.naver.com/sociolog icus)에 글을 쓴다.

입력 2017-02-28 13:3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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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신성미 | 在스위스 교민 ssm03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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