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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와 미술관

황량한 해변의 문화 오아시스

아르켄 현대미술관

  • 최정표 |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jpchoi@konkuk.ac.k

황량한 해변의 문화 오아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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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르켄이란 이름은 노아의 방주(Ark)에서 따왔다.
  • ‘해변의 난파선’이란 구상에 따라 배 모양의 미술관을 짓고 주위 모래밭을 파내 해자(垓字)를 만들었다. 이렇게 탄생한 ‘예술의 섬’은 신도시 개발의 결정판으로 꼽힌다.
황량한 해변의 문화 오아시스

아르켄 미술관은 ‘배와 해양’이라는 주제로 구상돼 물에 떠 있는 배의 형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최정표]

현재 활동 중인 화가의 수가 과거 전체 화가의 수보다 더 많을지도 모른다. 인구도 많아졌고, 소득도 높아졌고, 예술도 대중화했기 때문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많은 예술가의 작품을 사회는 어떻게 소화하고 있을까. 미술관들은 이들의 작품을 어떻게 취사선택하고 있을까.

소장품이 300만 점이 넘는다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같이 큰 미술관도 모든 예술가의 작품에 관심을 갖기는 어렵다. 이미 검증이 끝나고 수요가 확실한 작가의 작품도 제대로 수용하지 못하는데 아직 검증 단계에 있는 컨템퍼러리 작품은 소홀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오늘날 이들만을 위해 따로 만든 것이 컨템퍼러리 미술관(museum of contemporary arts)이다. 컨템퍼러리 미술관은 현재 활동 중인 이 시대 작가들의 작품을 취급한다. 적어도 20세기 이후 또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작품을 다룬다. 더러는 전통 미술관보다 더 큰 인기를 누리기도 하는데, 새로운 볼거리가 있고 시대정신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덴마크의 코펜하겐에도 놀랄 만한 컨템퍼러리 미술관이 있다. 바로 ‘아르켄 현대미술관(Arken Museum of Modern Art)’이다. 코펜하겐에서 남서쪽으로 20여km를 가면 해변의 황량한 모래언덕에 화물창고 같은 커다란 건물이 있다. 주위에는 민가도 없고 건물도 없어 마치 사막 한가운데 달랑 서 있는 거상들의 대형 천막 같기도 하다. 이것이 미술관이라면 컨템퍼러리 미술관일 수밖에 없음을 겉모습에서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이런 외양에 전통적인 아카데미즘 그림이 전시된다면 갓 쓰고 자전거 타는 꼴일 수 있으니 말이다.

컨템퍼러리 미술관은 현대미술관이라고도 한다. 둘을 구분하는 기준은 없고 편의에 따라 어느 하나를 사용한다. 내 경험에 의하면 미국에선 주로 컨템퍼러리라는 명칭을 쓰고 유럽에선 현대로 쓰는 경우가 많다. 아르켄도 현대미술관이라고 이름 붙였다. 그러나 소장품과 전시품은 모두 컨템퍼러리 작품이다. 공식적으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작품을 다루고 있다고 하나 대부분 1990년대 이후 작품이다.

아르켄은 덴마크와 스칸디나비아 국가의 작가들을 우대하지만 국제적으로 알려진 외국 작가의 작품도 존중하고 있다. 미술관의 영구 소장품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작품 400여 점인데 스칸디나비아 국가에서는 컨템퍼러리 작품의 최고 컬렉션으로 인정받고 있다.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동시대 작가의 작품은 수시로 전시회를 개최하기 때문에 소장품 이외의 훌륭한 컨템퍼러리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아르켄은 최고의 모더니스트 작가뿐만 아니라 재능 있는 신인 작가의 전시회까지 개최한다. 또 ‘아르켄 상’을 제정해 한 명의 동시대 작가에게 매년 10만 덴마크 크로네(한화 2000만 원)의 상금을 수여하고 있다.



동시대 작가들에 주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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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대표적 동시대 작가 데미언 허스트. [뉴시스]

아르켄은 세계적인 컨템퍼러리 작가들과 인연이 깊다. 데미언 허스트(Damien Hirst·1965~ )는 그중 대표적인 인물이다. 특히 유럽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안젤름 라일(Anselm Reyle), 올라퍼 엘리아슨(Olafur Eliasson), 시린 네샤트(Shirin Neshat), 볼프강 틸만스(Wolfgang Tillmans), 드라그셋과 엘름그린(Ingar Dragset and Michael Elmgreen), 아이웨이웨이(Ai Weiwei),  제페 하인(Jeppe Hein), 탈 아르(Tal R) 등은 아르켄이 중시하는 컨템퍼러리 작가들이고 이들 전시회가 자주 열린다.

안젤름 라일(1970~ )의 작품은 매우 난해하다. 추상화이기 때문이다. 아르켄이 기증받은 라일의 작품 9점 모두 추상화인 데다 대부분 제목이 무제(untitled)다. 추상화는 관람자 스스로 감상에 책임을 져야 한다. 구체적 제목이라도 있으면 거기서 어떤 힌트라도 받지만 무제여서 관람자는 더욱 난감하다. 관람자도 무심이라고 받아치면 되지만 나름대로 어떤 것을 찾아낼 수 있다면 더 좋지 않을까.

라일은 독일 튀빙겐에서 태어났고 슈투트가르트와 카를스루에에서 미술학교를 다녔다. 1997년 베를린으로 옮겨가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지금도 독일 여기저기에서 강의를 한다. 2009년부터 함부르크대에서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라일의 작품은 시장에서 아직 안정적인 가격이 형성되지 않은 상태다. 2007년 7억 원을 기록한 후 몇 차례 유찰되다가 최근에는 안정세로 돌아섰다. 컨템퍼러리 작가들은 여전히 검증 단계에 있기 때문이다.  

볼프강 틸만스(1968~ )는 독일 사진작가다. 사진작가로는 처음, 그리고 영국인이 아닌 사람으로서도 처음 터너상을 받았다. 지금은 베를린과 런던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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