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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희의 미술과 마음 이야기

프리다 칼로 - ‘상처 입은 사슴’ ‘우주, 대지(멕시코), 디에고, 나 그리고 세뇨르 솔로틀의 사랑의 포옹’

  • 박상희|샤론정신건강연구소 소장

프리다 칼로 - ‘상처 입은 사슴’ ‘우주, 대지(멕시코), 디에고, 나 그리고 세뇨르 솔로틀의 사랑의 포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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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간결하고 신비롭게 재현

프리다 칼로 - ‘상처 입은 사슴’ ‘우주, 대지(멕시코), 디에고, 나 그리고 세뇨르 솔로틀의 사랑의 포옹’

‘우주, 대지(멕시코),디에고, 나 그리고 세뇨르 솔로틀의 사랑의 포옹’ [박상희]

‘우주, 대지(멕시코), 디에고, 나 그리고 세뇨르 솔로틀의 사랑의 포옹(The Love Embrace of the Universe, the Earth (Mexico), Diego, Me and Señor Xólotl’(1949·이하 ‘사랑의 포옹’)은 칼로의 작품 가운데 제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입니다. 신비로우면서도 사랑의 힘이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을 처음 보았을 때 저는 칼로의 상상력에 놀랐습니다. 우주에서 개(‘솔로틀’은 칼로의 애견이었다고 합니다)에 이르는, 거대한 세계에서 미시적 일상까지 캔버스에 담아내는 그의 놀라운 상상력에 감탄했습니다.

이제까지 주로 봐왔고, 이 기획에서 다룬 서양 회화 작품들은 인물화든 풍경화든 대상 재현에 주력했습니다. 무엇인가를 재현하려면 그것을 묘사하고 분석하는 데 치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 대상이 마음이라면 마음은 어떻게 재현할 수 있을까요? 마음은 실체가 없습니다. 아니 실체가 없다기보다는 무수한 실체를 가질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게 더 적합할 듯합니다. 하늘 같은 마음, 대지 같은 마음, 싱싱한 나무 같은 마음, 자유로운 새 같은 마음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마음은 모든 존재로 비유할 수 있고, 그러기에 마음은 우주처럼 넓고 깊습니다.

이런 생각이 이 작품을 처음 봤을 때 떠오른 것들입니다. 화가가 캔버스에 담을 수 있는 가장 큰 대상은 우주일 터인데, 우주를 이렇게 간결하면서도 신비롭게 재현한 작품은 ‘사랑의 포옹’이 처음이었습니다. 경이로운 것은 그 광활한 우주에서 느껴지는 사랑의 느낌입니다.

작품을 찬찬히 보면, 칼로는 아기 리베라를 안고, 대지의 여신은 칼로를 안고, 우주의 신은 대지를 안고 있습니다. 주인공들의 얼굴은 무표정하고, 칼로의 목에는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대지의 여신 목도 찢어져 있습니다. 그림에 실제 담겨 있는 모습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제게 이 그림은 회복과 사랑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대지의 여신의 찢어진 목의 상처에서는 젖이 흘러나옵니다. 크고 따뜻한 손들은 인물들의 무표정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습니다.

칼로는 이 그림을 통해 자신을 그토록 아프게 한 운명을, 자신을 배신한 리베라를 여전히 보살피고 사랑하고 있음을 보여주려 한 것은 아닐까요? 그 사랑의 느낌은 이 작품의 제목인 ‘포옹’이라는 말에 집약돼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포옹은 상대방을 껴안는 구체적인 사랑의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마음을 움직이는 그림의 힘

이 작품은 칼로의 삶과 정신을 압축적으로 보여줍니다. 나=디에고(남편)=대지=우주로 이어지는 중첩되고 확장되는 이미지는 대상을 나와 구별하는 서구의 분석적 세계관과는 사뭇 다른 것입니다. 이성의 시각에선 대상과 내가 분리되지만, 존재의 차원에선 대상과 나는 하나일 수 있습니다. 나와 대상은 존재의 사랑을 통해 하나가 되고, 하나가 된 그 사랑은 다시 대지에 대한 사랑으로, 우주에 대한 사랑으로 퍼져 나아갑니다.

‘사랑의 포옹’을 직접 본 것은 2015년 올림픽공원에 있는 소마미술관에서였습니다. 저는 이 작품 앞에 오래 서 있었습니다. 칼로가 표현하려 했던 사랑의 마음이 제게 감정이입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때 받은 감동은 여전히 생생합니다.

미술의 힘이란 무엇일까요. 그것은 마음의 움직임일 것입니다. 화가의 마음이 작품을 통해 내 마음으로 옮겨오는 것, 그래서 화가와 내가 공감하는 것에 미술의 본령이 있지 않을까요? ‘사랑의 포옹’은 제게 ‘사랑할 용기’를 전달해주었습니다.

사람의 마음에 진정한 힘을 불어넣는 것은 타자를 사랑할 용기입니다. 모든 사람에게 다 사랑받고자 하는 유아적인 마음을 극복하는 태도는 중요합니다. 그러나 가장 위대한 용기는 타자를 ‘사랑할 수 있는 용기’일 것입니다. 사랑할 수 없는 환경에서, 사랑하기 어려운 사람을 사랑하는 이만큼 강한 사람이 있을까요?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라고 노래한 시인은 정호승입니다. 최선을 다해 사랑하다가 이 세상을 돌연 하직한 삶, 그것이 바로 칼로의 인생이었다고 한다면, 제가 칼로의 슬픔과 고통을 너무 가볍게 파악하는 것일까요? 저는 칼로의 삶은 고통스러웠지만 참으로 순수하고 아름다운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프리다 칼로 - ‘상처 입은 사슴’ ‘우주, 대지(멕시코), 디에고, 나 그리고 세뇨르 솔로틀의 사랑의 포옹’

박상희
● 1973년 서울 출생 
● 이화여대 기독교학과 문학박사, 미국 스탠퍼드대 사회학과 방문학자
● 現 샤론정신건강연구소 소장, JTBC ‘사건반장’ 고정 패널
● 저서 : ‘자기대상 경험을 통한 역기능적 하나님 표상의 변화에 대한 연구’ 등


입력 2017-05-11 18: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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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희|샤론정신건강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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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다 칼로 - ‘상처 입은 사슴’ ‘우주, 대지(멕시코), 디에고, 나 그리고 세뇨르 솔로틀의 사랑의 포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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