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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현장

“부모와 아이가 함께 목숨 끊을 수밖에 없는 사회”

발달장애인 가족의 비명

  • 김민주 객원기자|mj7765@naver.com

“부모와 아이가 함께 목숨 끊을 수밖에 없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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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 5만 발달장애인과 20만 가족이 우리 사회의 냉대 속에 울고 있다. 장애인도 사람 대접 받는 나라, 장애인도 일터와 가정이 있는 나라, 건강하게 문화를 누리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한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은 과연 실현될 수 있을까.
“부모와 아이가 함께 목숨 끊을 수밖에 없는 사회”

지난해 11월 21일 발달장애인복지연대 소속 발달장애인과 부모 50여 명이 광주시 서구 5·18기념문화센터에서 광주시청까지 발달장애인 지원 체계 마련을 촉구하는 삼보일배를 했다.[뉴시스]


발달장애인이란
소아기 자폐증과 이로 인한 기능 및 능력 장애로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일컫는다. 여기에는 지적장애인, 다운증후군, 자폐, 외상에 의한 발달 손상까지 포함되며, 쉽게 말해 지적·정서적인 어려움 때문에 지원이 필요한 사람을 뜻한다.

문재인 대통령 시대가 개막했다. 각계각층에서 저마다 희망적인 미래를 만들어달라는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그동안 사회적 관심에서 소외됐던 ‘발달장애인’ 단체들도 새 정부에 거는 기대가 크다.

문재인 대통령은 4월 20일 더불어민주당 후보로서 제37회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인도 사람 대접 받는 나라, 장애인도 일터와 가정이 있는 나라, 건강하게 문화를 누리는 나라를 만들겠다’며 장애인들을 위한 대대적인 공약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장애인등급제 폐지와 장애인 인권보호 제도 강화, 부양의무자 단계적 폐지 등 그동안 장애인이 염원하던 내용도 상당히 포함돼 있다. 윤종술 장애인부모연대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장애계와 정책협약을 통해 약속한 공약을 충실히 이행해줄 것으로 믿는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동안 발달장애인에 대한 처우는 수십 년에 걸쳐 많이 개선됐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 속에서 그들은 약자일 수밖에 없다. 아직도 뉴스에서는 “발달장애인을 둔 부모가 아이와 함께 목숨을 끊었다”는 비극적인 사건을 보도하곤 한다. 2014년 아들과 동반 자살을 선택한 40대 한 가장은 “이 땅에서 발달장애인을 둔 가족으로 살아간다는 건 너무 힘든 것 같다. 힘든 아들은 내가 데리고 간다. 아들과 함께 묻어달라”는 유서를 남겨 안타까움을 더했다.

노골적인 장애아동 입학 거부

영화 ‘도가니’로 사회적 파장까지 몰고 왔던 광주인화학교 사례처럼 장애인에 대한 성폭력과 학대, 폭행 등 인권침해도 여전하다. 2012년 천안 인애학교에서는 기숙사 사감과 교사가 여학생들을 잇달아 성폭행하면서 구속돼 ‘제2의 도가니’로 사회적 공분을 샀고, 지난 1월에는 중증장애인 거주시설인 전북 남원 ‘평화의 집’에서 생활재활교사가 장애인들을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추행해 실형을 선고받은 사건이 발행하기도 했다. 이런 인권침해는 일상생활 속에서도 비일비재하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이사, 서울장애인부모회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박인용 씨는 발달장애를 가진 딸 하은(23) 양을 키우는 부모로서, 누구보다도 발달장애인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헌신해온 사람이다. 금융업계에 종사하던 박씨가 회사에 사표를 낸 것은 딸이 유치원에 들어갈 즈음이었다. 유아교육기관들이 장애를 이유로 가는 곳마다 딸의 입학을 거부했고, 힘들어하는 아내 모습을 보니 회사에서도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던 것.

특수교육법 제정 위해 고군분투

“부모와 아이가 함께 목숨 끊을 수밖에 없는 사회”

박인용 씨와 발달장애 딸 하은 양(왼쪽). 김평곤 씨와 발달장애 아들 종민 군(오른쪽). [김민주]

화가 난 박씨는 딸의 입학을 노골적으로 거부한 유치원에 대해 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이는 장애학생 교육권 침해 사유로 낸 최초의 인권위 진정사건으로 당시에 상당히 화제가 됐다. 하지만, 결국 증거자료 불충분으로 기각 결정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박씨는 ‘발달장애인의 권리옹호를 위한 삶을 살겠다’고 다짐했고, 2003년 장애인교육권연대 초대 공동대표를 맡으며, 전국에 있는 장애인 부모들의 단합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박씨는 “생업을 제쳐두고 발달장애인들의 권리옹호자로서 어떤 부모보다도 노력해왔지만, 유아기를 거처 성인이 된 지금까지 미처 막아내지 못한 사건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아이가 학교에 입학한 후에는 노골적인 거부는 없었지만, 교사들이 자신의 처지에 따라 수업 여부를 마음대로 결정했다. 일반교사는 아이를 특수교사에게 맡겼고, 특수교사는 권한도 없는 교육 보조원에게 교육을 맡겼다.

또한 학생들의 괴롭힘도 끊이질 않았다. 여학생들은 점심을 먹던 딸 아이의 식판에 콜라를 붓는가 하면, 어떤 남학생들은 딸을 놀리기 위해 여자화장실 앞에서 기다리는 일도 있었다. 또한 치료실에서 집으로 가는 5분간의 빈틈을 타 아이를 추행한 사람은 다름 아닌 안면이 있는 주민이었다. 박씨는 그를 즉시 고소하고 실형을 살게 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생계가 막막한 그 가족을 위해 법원에 가서 집행유예 탄원을 해줄 수밖에 없었다.

박씨는 “학교나 가해 학생들의 부모는 그런 행동이 약자에 대한 인권 침해나 범죄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없다”며 “자신을 지키고 판단하는 능력에 제약을 가진 발달장애인들을 무시하는 사회 인식과 그것을 방임하고 조장하는 제도적인 문제가 그 이유”라고 날선 지적을 했다.

박씨는 지난 20년 동안 이런 사회적 분위기와 제도적인 문제들을 개선하기 위한 투쟁에 앞장서왔다. 가장 먼저, 전국 장애인교육권부모연대를 통해 ‘특수교육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고군분투했다. 특수교육법은 2007년 신설된 법으로 장애학생과 보호자의 권리·참여를 강화하고, 장애인의 교육 기회 보장과 교육의 질 향상에 필요한 특수교육 및 관련 서비스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박씨는 “이 법이 제정되기 전에는 장애아들을 위한 사교육비 부담이 엄청 컸다”면서 “특수교육법이 제정되면서 학령기 특수교육 대상자에게는 대부분 치료지원(10만~12만 원 내외)이 이뤄지고, 복지부의 발달재활서비스(소득기준 150% 이내 가구에 14만~22만 원 지원)가 시행되고 있어 발달재활을 위한 막대한 사교육비 부담이 대폭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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