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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기고 > 中國이 한국을 ‘봉’으로 보는 이유

황제·관료체제 이은 공산주의 사상교육… 시민의식은 실종

  • 서상문|고려대 한국전쟁 아카이브 연구교수 suhbeing@korea.com

황제·관료체제 이은 공산주의 사상교육… 시민의식은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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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사드’ 충돌엔 관제 데모… 다른 목소리 못 내
  • ● 한국을 ‘속국’으로 무시하는 우월의식
  • ● ‘미국 추종’엔 적대감, 대륙 큰 시장은 자신감
  • ● 인권, 평화, 다양성… 中 민주화 조성 노력

황제·관료체제 이은 공산주의 사상교육… 시민의식은 실종

거리에 버려진 롯데 제품들.[뉴스1]

중국은 현재 ‘타국의 내정을 간섭하지 말라’는 마오쩌둥(毛澤東)의 정치적 유훈이자 금기를 깨뜨리면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간섭하고 있다. 문제는 사드의 한국 배치 반대시위가 중국 전역으로 퍼지면서, 중국인들의 혐한(嫌韓) 기류가 불붙고 있다는 것이다. 무턱대고 한국이 싫고 한국인이 밉다는 것이다. 중국인들의 가슴속에 혐한 정서가 불붙는 이유는 뭘까. 양국 국익의 충돌, 중국 공산당(이하 중공)의 막후지시, 관제화된 중국 언론의 선전 선동 때문일까. 근원적이고 본질적인 요인은 없을까.


중국인들의 혐한 기류를 촉발하는 점화장치는 다양하다. 정통 중국인으로서 갖는 인식과 공산중국인에게 새로 형성된 특성들이다. 예컨대 중국인의 집단의식 속에 넓고 깊게 박혀 있는 ‘중화민족’이라는 뿌리 깊은 민족적 우월의식, 과거 세계 최대의, 최강의 일류국가였다는 자부심이 있지만 중국의 현실은 그렇지 못한 데 따른 콤플렉스,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무시와 폄훼, 오해와 곡해, 선입관과 편견 및 시기심이다. 이것은 사드 배치 결정을 철회시키려고 하는 중공의 기획된 대중 동원보다 더 근본적인 요인이다. 공한증(恐韓症)도 이러한 심리 상태가 응집된 결과다.


국익 충돌과 중공의 대중 동원이 ‘라이터’라면 중국인에게 내재한, 한국과 한국인을 ‘봉’으로 보는 무시와 시기심이 결합된 의식은 ‘섶’이다. 사드 배치가 아니라도 한중 두 나라 사이에 국익 충돌 사태가 발생할 때마다 이런 의식과 정서는 불쏘시개가 된다. 이를 보면 사드 배치는 일시적 요인이요, 중국인들이 지닌 국민성과 굴절된 한국관은 중국 민족의 지속적이고 항구적인 사회적, 정치적 DNA 같은 것이다.


국익 충돌 불쏘시개

현재의 중국인은 과거 전통 시대 중국인과 무엇이 같고, 어떻게 다른가. 중국은 명청(明淸) 양대를 거치면서 그 이전의 중국인들이 지녔던 강인함, 도덕성, 예의와 염치 등의 특성이 사라지고 새로운 특성이 생겨났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전제국가였다는 데 있다.


16세기 이전 유럽에서는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총명하고, 가장 예의 바른 민족”으로 일컬어졌다. 공자의 인(仁) 사상 아래에서 국가는 하나의 대가정같이 우애 있고 화목했으며, 통치자는 “인애와 자비로 충만”하고, 백성은 성실한 ‘예의 바른 국가’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것은 실제보다 부풀려진 것이었고, 중국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중국풍의 유행에 따른 와전이었다. 서세동점 시대 초기부터 중국의 면면을 직접 목도하고 경험한 영국인들의 관찰에 따르면, 중국은 통치자가 폭력적이고, 학대와 압박, 불공정으로 통치한 국가였다.


황제와 관료의 지배

황제·관료체제 이은 공산주의 사상교육… 시민의식은 실종
폭력의 원천은 황제와 관료지배체제였다. 중국은 황제를 떠받치는 관리들이 국가권력을 행사하는 ‘관리 지상 국가’였다. 몽테스키외가 ‘법의 정신’에서 밝혔듯이 중국이라는 전제국가의 통치 원리는 공포였고, 전제의 목적은 국가의 안정적 지속이었다. 폭력적인 지배하에 중국인의 국민성은 엄청나게 뒤틀렸다. 특히 몽골족을 몰아내고 명조를 건국한 뒤 몽골의 유습을 뿌리 뽑기 위해 살상과 잔혹한 형벌로 통치한 주원장(朱元璋·1328~1398)의 폭압정치 아래 있었던 중국인은 특히 그러했다. 강인함, 도의적 가치 판단 및 생활태도, 예의와 염치, 자존감이 사라지고, 공적인 일에 대한 무신경, 무관심, 냉혹, 냉담 및 냉소적이며 연약하고 비겁한 인간형으로 변해갔다. 이후 일본 제국주의로부터 온갖 만행을 당하고도 분노하는 표정 없이 무덤덤하게 지켜보기만 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이 광경을 보고 충격에 빠져 결국 의사가 되겠다는 꿈을 접고 중국인의 계몽과 각성을 촉구하기 위해 문학가가 된 대문호 루쉰(魯迅)의 일화는 잘 알려진 얘기다.


폭력과 공포를 체제와 국가권력의 안정적 지속 수단으로 삼은 전제적 성격은 세월이 지나 권력 주체와 정치체제, 지향점이 바뀌었을 뿐, 오늘날에도 지속되고 있다. 현재의 공산중국인을 살펴보면 과거 전통 시대 중국인의 특성 중 몇 가지는 이어받았고, 몇 가지는 억압 내지 쇠퇴했음을 알 수 있다. 그 대신 새로운 정치이념인 공산주의 사상과 마오쩌둥 사상, 그리고 문화로부터 새롭게 형성된 특성을 지니고 있다. 개인 성격 면에서도 전통 시대 중국인들의 강인한 기질, 즉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도 강한 특성이 사라지고 강자에게는 약하고 약자에게는 강한 면을 보이고 있다. 중공의 폭력과 통제 아래서 70년 가까이 길들다 보니 개인의 자아 확립은커녕 시민으로서의 존재감과 자신감도 사라지고, 억제된 분노, 정치에 대한 무관심 혹은 그 반대의 억눌린 불만 등으로 인한 비굴함이 몸에 배었다. 그래서 일반 중국인들은 평소 중공이라는 절대 강자에게는 대들거나 불만을 분출하지 못하고 있다. 표현을 달리하면, 시민의식과 시민사회가 형성돼 있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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