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간 이식 개척자 이종수의 독일 편지

슬픔과 기쁨이 왈츠 선율로 흘렀다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강의 애수

  • 이종수|독일 본대 의대 종신직 교수

슬픔과 기쁨이 왈츠 선율로 흘렀다

1/6
  • 독일 유학 첫날부터 도나우 강과 불가사의한 인연이 이어졌다. 도나우 강가 시골마을에서 병원실습을 했고, 간염에 걸린 뒤 강변 요양원에서 휴양을 했다. 간 이식 아이디어를 얻은 곳도 도나우 강가였다. 그곳에서 고통과 행복을 강물에 흘려보냈다.
슬픔과 기쁨이 왈츠 선율로 흘렀다

‘도나우 강의 여왕’이라 불리는 헝가리 부다페스트.[이종수]


독일민족이 가장 사랑하는 라인 강은 유럽 대륙의 남에서 북으로 1320km를 유장하게 흘러간다. 5세기까지는 로마와 게르만의 경계였고, 중세기부터 700년 넘게 독일과 프랑스 양국 분쟁의 원천이었다. 스위스 동북부에 있는 토마 호수에서 발원한 라인 강은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북해로 흘러들어간다.

도나우 강의 첫인상

독일 땅과 연결되는 또 다른 큰 강인 도나우(Donau)는 유럽에서 유일하게 서에서 동으로 흐른다. 한국에선 영어식 이름인 다뉴브(Danube) 강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 강은 독일 서남부에 있는 국립공원인 흑림(슈바르츠발트)에서 발원해 9개국을 지나 흑해로 들어가는데, 길이가 2880km로 라인 강의 2배가 넘는다. 독일인은 라인 강을 “아버지 라인 강”이라고 자부하며 마음 깊이 간직하고 있지만 도나우 강에 대해서는 그런 의식을 갖고 있지 않다. 도나우 강은 유럽의 라틴·슬라브·게르만 족들 사이 끝없는 전란의 현장이었고, 수백 년에 걸친 아시아 민족의 지배 아래 신음하면서도 왈츠와 집시 음률처럼 수천 년간 변함없이 흘러가고 있다.

내가 도나우 강과 최초로 접한 것은 소학교 시절이다. 루마니아 작곡가 이바노비치가 1880년에 작곡한 ‘다뉴브 강의 잔물결’이라는 감상적인 선율에 맞추어 그 강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면서 흘러가는 강물의 잔물결을 눈에 그리며 콧노래를 흥얼거린 것이다. 유유히 흘러가는 강물처럼 느리게 시작하는 침울한 음률이 갑자기 템포를 빨리하며 잔물결이 바람에 요동치는 듯할 때면 나의 꿈은 날개를 달아 그 율동에 맞추어 푸른 하늘 높이 환상 속 공간으로 끝없이 날아갔다.

이 동화 속 강을 독일 유학생활 첫날 운명적으로 보게 됐다. 1959년 3월 27일 서울을 떠난 나는 프로펠러 여객기의 지루한 비행을 마치고 3월 29일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했다. 역 앞의 아이펠러호프 호텔에서 1박하고 다음 날, 기차를 타고 동남부 도나우 강가의 도시 레겐스부르크로 갔다. 뉘른베르크를 지나 도나우 강가를 달리자 연한 녹색의 관목이 잔잔한 강물에 비쳐 참 부드러운 수채화 같은 인상을 풍겼다.

나는 레겐스부르크에 살고 있는 한 독일인 가족을 방문했다. 6·25전쟁 후 한국에 나와 있는 독일인 뮐러 씨의 부탁을 받고 그 부모를 만났다. 다음 날 나는 뮐러 씨 가족의 안내를 받아 레겐스부르크 주변을 관광했다. 로마시대에 형성된 도시인데, 로마는 기원전 74년부터 400년간 도나우 강 전역을 지배한 유일한 나라다.

바이에른의 자랑 발할라

이 방문에서 내 기억에 남은 것이 몇 가지 있다. 먼저 강에서 약 50m 떨어져 있는 고딕 양식 대성당이다. 이곳은 오스트리아 빈의 소년합창단 못지않은 레겐스부르크 ‘대성당 참새’라는 소년합창단으로 유명했다. 그 성당에서 강가로 나가면 작은 집을 절반으로 잘라서 세워놓은 것같이 보이는 고색창연한 건물이 있는데 그 건물 지붕에서 하루 종일 연기가 솟아오른다. 이곳이 레겐스부르크에서 가장 유명한 ‘역사적 소시지 집’이다. 몇 백 년은 됐다고 했다. 그곳에서 점심 겸 그 유명한 소시지를 먹었다. 직경 1.5cm에 길이 15cm 정도의 이 도시 고유의 소시지를 숯불에 구운 것이다. 독일이 세계에 내놓고 자랑하는 음식은 소시지와 빵인데 그 종류만도 각각 300가지 이상이라고 한다.

소시지는 돼지고기로 만든 음식이다. 돼지의 중요한 부분을 떼고 나머지 고기찌꺼기를 비계 등과 함께 갈아서 양념한 뒤 돼지 창자에 넣어 만든다. 우리나라 순대를 연상케 한다. 이 레겐스부르크의 ‘역사적 소시지 집’에서는 소시지를 낼 때 반드시 사우어크라우트를 곁들인다.

사우어크라우트는 김치와 같은 발효식품인데 양배추로 만든다. 옛날에 독일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는 양배추를 많이 재배했다. 추운 겨울에 먹기 위해 이 양배추를 잘게 썰어서 소금으로 간을 해 발효시켰다. 이것을 보통 겨울철에 꺼내 먹는데 레겐스부르크의 소시지 집에서는 이것을 삶아서 소시지와 같이 주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월동준비는 다 같은 방법으로 한 셈이다. 사우어크라우트란 말은 신맛 나는 양배추란 뜻이다. 나는 소시지를 사우어크라우트와 같이 씹을 때 김치찌개를 떠올렸다.

소시지 집 창 너머로 도나우 강의 돌다리가 웅장하게 보였다. 이것은 도나우 강 전역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석조다리다. 1134년에 완공됐으니 역사가 873년에 달하지만 아주 안전해서 지금도 자동차가 다니고 있다. 그 옛날 이 지역의 건축기술이 얼마나 탁월했는지 짐작할 만하다.

점심을 먹고 우리는 레겐스부르크 남쪽으로 약 20km 지점 강의 좌안에 있는 도나우스타우프 마을에서 ‘발할라 기념관’을 찾았다. 이곳은 그리스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 산 위 파르테논 신전과 같은 건축양식으로 건립됐다.

“이것이 우리가, 특히 바이에른 주의 시민이 자랑하는 발할라입니다. 유명한 독일인, 또 역사에 빛나는 게르만족의 흉상과 기념비가 정계, 학계, 예술계, 군인을 막론하고 들어 있어요. 바이에른 왕 루드비히 1세가 1842년 완성한 기념관이지요.”

1/6
이종수|독일 본대 의대 종신직 교수
목록 닫기

슬픔과 기쁨이 왈츠 선율로 흘렀다

댓글 창 닫기

2017/07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