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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장욱진 예술을 닮은 ‘심플한 무정형의 미로’

  • 글 ·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 사진 · 조영철 기자 korea@donga.com · 장욱진미술관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장소 | 경기 양주시 장흥면 권율로 193
개관 | 2014년 4월 28일
수상 | 김수근건축상, 대한민국건축문화제 한국건축가협회상, 2014 올해의 건축 Best 7, BBC 선정 ‘새로 개관한 세계 8대 미술관’
설계 | 최성희·로랑 페레이라
문의 | 031-8082-4245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미술관 로비에 설치된 장욱진 화백의 대형 사진. 전면 채광창으로 야외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미술관인데도 멋없게 지어진 경우가 있을까.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나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처럼 미술관 자체가 작품 대접을 받는 시대 아닌가. 하지만 그 어려운 걸 해냈다 하여 화제가 되는 미술관도 있다. 관급공사를 수주하는 건설업체에 턴키 방식(일괄수주계약)으로 맡긴 탓에 공장이나 복지관을 연상시키는 삭막한 외관으로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른 부산현대미술관이 대표적이다.

장욱진미술관은 그 대척점에 서 있다. 이 미술관이 들어선 공간은 유흥시설과 러브호텔로 가득 찬 장흥 유원지다. 유럽풍의 고성이나 풍차처럼 멋있어 보이는 것들을 복제한 키치(kitsch)로 넘쳐나는 공간이다. 하지만 그 속물적 공간의 모퉁이만 돌아서면 눈을 비비고 다시 보게 되는 건축물을 만나게 된다. 장욱진 작품 362점을 소장한 장욱진미술관이다.

이 미술관은 외관만 놓고 보면 도통 그 정체를 알 수 없다. 사각과 삼각이 기묘하게 겹쳐있으면서 종잇장을 구겨놓은 것 같다. 산 중턱에 자리한 인근 사찰에서 내려다봐야 전모가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암만 들여다봐도 그 무엇을 닮았다고 딱히 규정하기 힘들다.

이 미술관을 ‘새로 개관한 세계 8대 미술관’의 하나로 꼽은 영국 공영방송 BBC는 여러 겹의 매듭을 엮어놓은 듯하다고 했다. 국내에선 장욱진 화가의 ‘호작도(虎鵲圖)’에 등장하는 호랑이와 까치를 추상적으로 형상화했다는 그럴듯한 해설이 떠돈다. 남편인 로랑 페레이라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와 함께 이를 설계한 최성희 최-페레이라 건축사무소 공동대표에 따르면 ‘꿈보다 해몽’일 뿐이다.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위에서 내려다본 미술관. 영국 공영방송 BBC는 이리저리 꼬여 있는 매듭을 연상시킨다고 평했다.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한국 민화에 자주 등장하는 까치와 호랑이를 자신의 스타일로 형상화한 장욱진의 ’호작도‘(1984년 작)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망원경으로 먼 곳을 보고 있는 거인 조각(나점수의 ‘Here’)을 미술관 앞에 배치해 묘한 앙상블이 이뤄졌다.


“전시공간을 따라가다가 ‘지금 내가 어디쯤 있는 거지’라고 어리둥절해지는 미로 같은 공간을 만들자 했을 뿐이지 특정 이미지를 염두에 두진 않았습니다. ‘다 짓고 보니 물가에 물을 마시러 온 짐승의 형상이더라’ 한 것이 ‘호작도 이야기’로 와전됐더군요.”

11월 26일 탄생 100주년을 맞는 장욱진(1917~1990)은 요절 화가 이중섭에 비견된다. 둘은 일본 유학을 통해 서양미술을 접했지만 한국적 미술세계를 꿈꾸며 ‘그림밖에 모르는 바보’로서 외골수 인생을 살았다. 동심의 세계를 연상시키는 단순한 선과 색을 지향했으며 아이들과 동물을 사랑했다는 점도 닮았다. 심지어 해맑은 심성을 지녔지만 통뼈의 힘 센 장사인 점도 같다. 다만 이중섭 그림이 외향적이라면 장욱진 그림은 한결 내향적이다. 한 살 연상의 이중섭이 이북 바닷가 출신이고 장욱진이 남한 산골 출신이라는 점에서 ‘북(北) 중섭 남(南) 욱진’이란 표현도 가능하다.

장욱진 자신은 이런 표현을 싫어했을 것이다. 그 누군가와 비교하는 것을 극도로 혐오했기 때문이다. 그런 장욱진이 자신에 대해 가장 많이 한 언급은 ‘심플하다’였다. 장욱진미술관은 보통 지붕재와 벽재를 달리하는 일반적 건물과 달리 지붕과 외벽이 모두 흰색 폴리카보네이트 패널로 통일돼 있다. 그런 점에서 미술관의 외관은 심플한 것 외에는 그 무엇으로도 규정되기를 거부했던 장욱진의 내면을 닮았다.

정작 장욱진 그림을 닮은 것은 미술관 내부의 전시공간이다. 보통 전시공간은 반듯한 사각형이 많다. 장욱진미술관의 전시공간은 그렇게 직각으로 떨어지는 곳이 없다. 어딘가 한 곳은 둔각이거나 예각이다. 방마다 벽의 모양도 높이도 크기도 다 다르다. 심지어 2층으로 오르는 계단도 그렇다. 얼핏 보면 정각인 듯하지만 자세히 보면 어딘가 조금씩 삐뚤빼뚤하다. 장욱진 그림의 구도가 그렇다. 좌우 대칭 균형이 딱 맞아떨어지는 경우가 없다.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장욱진 100주년 특별전 ‘장욱진과 나무’ 포스터 작품으로 쓰인 ‘가로수’(1978년 작)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장욱진미술관 2층의 뾰족지붕 구조를 보여주는 창.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장욱진의 ‘하얀집’(1969년 작). 남양주 덕소에 살던 시절(1943~1974) 뾰족지붕 한옥을 형상화했다.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장욱진의 ‘집’(1969년 작). 삼각형과 사각형으로 이뤄진 장욱진미술관 구조를 연상시킨다.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전시공간 1층과 2층을 이어주는 계단. 계단의 모양이 조금씩 다르다.

겹겹의 방으로 이뤄진 전시공간은 장욱진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소박한 한옥의 구조이기도 하다. 한옥은 방을 나서면 마루나 마당 아니면 다른 방으로 연결되는 겹겹의 공간이지만 하나하나를 놓고 보면 저마다 모양새가 다른 독립된 공간이기도 하다. 이런 한옥 구조는 2층 전시공간에서 더욱 뚜렷이 드러난다. 천장이 하나같이 한옥지붕 구조를 하고 있어 한옥의 아늑한 다락방을 연상시킨다.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전시공간 곳곳에 배치된 큰 창들. 외부 자연풍광을 미술관으로 끌어들인다.


이 미술관의 또 다른 특징은 유리창이 크고 많다는 점이다. 1, 2층이 연결된 대형 유리창이 전시공간에만 3개나 된다. 어두운 실내에서 인공조명을 통해 주목도를 높이는 전시 관행으로는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 미술관 측의 설명. 하지만 이는 자연과 공명을 중시한 장욱진의 예술세계를 반영하기 위한 의도적 설계의 산물이다.

현재 이 미술관은 장욱진 탄생 100주년 기념 특별전을 열고 있다. 8월 27일까지 계속될 특별전의 제목은 ‘장욱진과 나무’. 실제 작품을 관람하다 보면 신록으로 가득한 주변 산림과 장욱진의 나무가 묘하게 오버랩되는 걸 체감할 수 있다.

배산임수의 지세에 위치한 이 미술관 뒷산 이름이 개명산이다. 오월 초록이 무르익은 개명산 배경의 미술관을 한참 지켜보다가 번잡하게만 느껴지던 장흥이 얼마나 아름다운 풍광에 둘러싸여 있는지를 깨닫게 됐다. 장욱진미술관이 안겨준 개명(開明)의 선물이다.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미술관으로 올라가는 언덕배기에서 관람객을 맞는 조각상(김정연의 ‘추억이 담긴 집’). 장욱진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어린 아이의 모습이다.(위)개천 건너에 위치한 조각공원 조각품 사이로 보이는 미술관(아래),


입력 2017-05-18 17:52:51

글 ·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 사진 · 조영철 기자 korea@donga.com · 장욱진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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