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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재현의 심心중中일一언言

‘메이드 인 코리아’ 철학을 개척한 미지의 철학자

‘X의 존재론’ 발표한 박동환 연세대 명예교수

  • 글 권재현 기자|confetti@donga.com

‘메이드 인 코리아’ 철학을 개척한 미지의 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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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인 코리아’ 철학을 개척한  미지의 철학자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꺼려 사진 대신 캐리커처로 포착한 박동환 교수.[사월의 책 제공]

올해 여든한 살의 철학자가 자신의 저술을 취합한 철학선집을 냈다. 1980년대부터 거의 10년에 한 번꼴로 펴낸 4권의 책을 엮은 것이었다. 이에 대해 ‘한글로 쓰인 최초의 완결된 철학 담론’이라는 헌사가 나왔다. ‘인간의 척도’를 넘어서 ‘우주의 척도’를 탐구하는 철학자라는 찬사도 있었다. 신작인 ‘χ의 존재론’에 대해서 한국 인문학도의 필독서라는 평도 나왔다.

주인공은 박동환 연세대 명예교수. 미국 남일리노이주립대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고 1972~2001년 연세대 철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당시 공부 좀 한다는 학생들 사이에선 ‘졸업 전 한 번은 도전해볼 만한 넘사벽 강의’라는 평판이 자자했다고 한다. 칸트 철학으로 시작해 미국 사회철학을 전공했지만 플라톤부터 사르트르까지, 노장사상과 명나라 말의 이탁오까지 동서 철학을 넘나드는 해박함이 그 첫 이유였다. 여기에 카프카의 문학과 레비스트로스의 인류학,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진화생물학, 양자역학과 천체물리학까지 넘나드는 박학다식함으로 일종의 ‘지의 향연’을 만끽하게 해줬기 때문. 이는 이번 전집에서도 유감없이 드러난다.

하지만 그런 박람강기를 자랑한 지식인 내지 철학자가 이 땅에 어디 한둘이었는가. 그럼에도 ‘한국산 철학의 탄생’이라는 찬사까지 듣는 이가 과연 있었던가.    

우리 지성사에서 자랑할 만한 사상가를 떠올려보자. 통일신라시대의 원효, 조선시대의 퇴계 이황과 율곡 이이, 다산 정약용, 수운 최제우…. 모두 빼어난 사상가임엔 틀림없다. 하지만 그 사상이 원류(源流)가 아니라 아류(亞流)라는 한계에 부딪힌다. 아무리 빼어나다 해도 원효는 중국 불교의 아류, 퇴계와 율곡, 다산은 중국 유학의 아류다. 수운의 동학사상은 동서 사상의 융합을 꾀했다는 점에서 독창성과는 거리가 있다. 당시 동아시아에선 동도서기(東道西器), 중체서용(中體西用), 화혼양재(和魂洋才)로 요약되는 동서 사상 융합이 대유행이었다.

20세기 철학가 중에는 서울대 철학과 교수였던 박종홍을 떠올린 분도 있겠지만 미국 프래그머티즘과 조선 실학을 뭉뚱그린 사상을 독창적이라 부르기엔 민망하다. 게다가 그의 사상에는 박정희의 ‘한국적 민주주의’가 어른거리지 않던가. 그래서 2008년 서울에서 세계철학대회를 준비할 때 한국철학계가 내놓은 대안이 다석 유영모와 씨 함석헌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 역시 기독교 사상에 동아시아 사상을 접목했다는 점에서 수운과 크게 다르지 않다. 따라서 박동환에 대한 찬사는 결국 원효, 퇴계, 율곡, 다산, 수운, 다석, 씨도 못해낸 것을 그가 성취했다는 소리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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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권재현 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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