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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진단

보수의 부패와 진보의 무지로 쑥대밭 된 방위산업

  • 홍성민|안보정책네트웍스 대표 samuel-min@hanmail.net

보수의 부패와 진보의 무지로 쑥대밭 된 방위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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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전’ 모시는 데 더 분주

방사청 중심의 사업 관리는 무엇보다 투명성 확보에서 실패했다. 방사청이 국방부, 합참, 각군 본부 등으로 분산돼 있던 기능을 방사청의 IPT(통합사업팀)로 집중하면서 오히려 견제와 균형이 불가능해져 내·외부의 개입에 취약한 상황이 됐다. 최윤희 전 합참의장이 해군참모총장으로 일할 때 해상작전헬기 사업에 사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막지 못한 게 대표적 사례다. 또한 해상작전헬기는 해상의 염분이 일으키는 부식 방지, 요동이 심한 함상으로의 착륙 같은 특수 요건을 갖추는 게 절대적이다. 그래서 육군의 기동헬기인 수리온을 개조·개발해 사용하는 것은 부적합했다. 그러나 전문성이 떨어지는 국회에 대한 한국항공우주산업 등의 로비 탓에 사업이 8년이나 지체됐다.

방사청은 이렇듯 내·외부의 비리와 개입을 차단하지 못했다. 현재 방위사업기관이 국방부 장관의 직접 통제를 벗어나 외청으로 존재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게다가 전략·군사·공학 지식이 없는 공무원이나 검찰과 감사기관 출신이 사업을 주도하는 나라도 없다. 방사청 출범 시 모방한 프랑스 병기본부는 국방부 직속기관이면서 무기전문 장교나 무기개발 전문 엔지니어가 사업 관리를 한다.(표2 참조)

방사청은 전문성과 효율성을 갖추는 데에도 실패했다. 방사청에서 일하게 된 공무원들은 군의 전력화에 신경 쓰기보다는 감사원·검찰·예산부처를 ‘상전’으로 모시기 바빴다. 박근혜 정부는 방사청에 검찰 및 감사원 출신으로 구성된 감독관실까지 편성했다.
 
사정이 이러니 사업이 적기에 추진될 리 없다. 게다가 진급과 연금 혜택을 중시하는 공무원들은 잘 알지도 못하는 군 사업에서 추진력을 발휘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모든 정책 결정을 감독관실에 의뢰하거나 외주해버렸다.

보수의 부패와 진보의 무지로 쑥대밭 된 방위산업

대기업이 ‘방산’ 버린 까닭

해상작전헬기 사업은 네 차례의 선행연구로 8년을 허비하다가 결국 국방기술품질원의 연구결과에 따라 1차 사업분 8대를 해외에서 직도입하기로 결론을 냈다. 군대·무기·군사과학을 모르는 감사원과 검찰, 공무원에게 칼자루를 쥐여준 결과는 참담하다. 해외 직도입의 경우 통상 4~5년이면 사업을 완료해야 하는데, 2차 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된다는 가정에서 17년 만인 2022년에 도입을 마무리하게 된다. 기한은 더 연장될 수 있다. 총 20년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는 과장이 아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화그룹을 제외한 대기업들이 방산을 떠났다. 1개 사업을 하는 데 20년 가까이 걸리니 돈이 제대로 돌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툭하면 방산비리로 수사를 하니 버틸 재간이 없다. 방산 분야의 강자를 꿈꾸며 삼성그룹과 두산그룹 계열의 방산회사를 인수한 한화는 최근 한국항공우주산업 인수를 포기했다. 방산 분야에 2조여 원을 투자했는데 현재의 방산 정책하에서는 30년이 지나도 투자원금을 회수할 수 없다는 자체 결론이 났기 때문이다.

한국의 방위 산업은 미래를 상실한 지 오래다. 따라서 가장 급한 일은 해외 직도입 사업은 4~5년, 국내 개발 사업은 9년 이내로 기간을 단축하고 적정 원가와 이윤을 보장하도록 방위사업체계를 개선하는 것이다. 그래야 방산기업들이 최소한의 경영을 유지할 수 있다.

노무현 정부의 안보 실정에 대한 심판을 내세운 이명박 정부는 경제적 관점에서 국방비를 삭감하고자 남북한 군사력 비교를 시행했다. 이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사태를 맞았다. 또한 한국의 안보 현실을 무시한 채 NSC(국가안전보장회의)를 폐지했고, 병역미필자를 안보 직위에 대거 등용했다. 군이 허용하지 않던 롯데월드 및 포항제철의 고도제한 변경 요구를 승인했다. 또한 그것을 거부하는 공군참모총장을 경질했다. 안보의 주체인 대통령이 스스로 안보를 경시하는 처신을 한 것이다.

필자는 노무현 정부 당시 조성태 의원(전 국방장관, 열린우리당)의 보좌관으로 KF-16 추락사고(2007년 4월 7일)의 원인을 조사했다. 그후 국방부 감사 결과 공군이 6년 동안 2400억 원의 정비 예산을 전용한 사실이 밝혀졌다. 당시 공군참모총장인 김성일 대장이 책임을 지고 사임했으나 심층조사 결과 공군의 전투기 위주 전력증강으로 인해 정비예산과 무장예산의 부족이 만성적임을 발견했다. 또한 육군과 해군도 비슷한 상황임이 밝혀졌다. 게다가 첨단 장비에 대한 만성적인 부실 정비 등 비리의 소지가 다분했다.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필자는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에 ‘이명박 정부의 국방개혁 방안’(2010년 1월)을 제시했다. 첫째, 북한의 핵전쟁 전략 고려 시 전작권 환수 연기가 불가피하다. 둘째, 전작권 환수 후 미군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정부 차원의 방위산업 육성이 필요하다. 셋째, 육·해·공군으로 분산된 전력증강 소요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 넷째, 계룡대에 군령권을 부여해 전투 준비 태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게 골자였다.

이명박 정부는 전작권 환수 시기를 2015년으로 연기했다. 국방산업선진화 전략(2010년 10월, 대통령 보고), 정부 차원의 소요 검증, 군 상부구조 개편(2011년 3월)에 나섰다. 그러나 상부구조 개편은 이명박 정부 초기의 안보 실정과 북한의 천안함 및 연평도 도발, 여야의 반대에 부딪혀 실패했다. 또한 현행 방위산업을 수출주도형 국방산업으로 육성하는 국방산업화 전략은 장수만 방사청장의 중도 하차와 후임자인 노대래 청장의 가혹한 저가 위주 방위산업 정책으로 좌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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