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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심도 못 막은 ‘케어살인’ 언제까지 되풀이하나

미리 가본 치매국가책임제

  • 황경성|일본 나요로 시립대학 보건복지학부 교수 vianne84@nayoro.ac.jp

효심도 못 막은 ‘케어살인’ 언제까지 되풀이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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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복지 인력 동남아에서 수입

일본은 2012년에 462만 명이던 인지증 고령자가 2025년까지 700만 명에 이르러 고령자 7명 가운데 1명꼴로 인지증 환자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자연히 인지증 고령자들을 치료하고 돌보는 문제는 일본 사회의 큰 이슈이며 적지 않은 사회적, 경제적 부담이 되고 있다. 노인시설 등에서 이들을 돌보는 데 많은 인력이 투입돼 있고, 그것만으로는 부족해서 최근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국가로부터 케어 인력을 받아들이고 있다.

앞의 사례에서도 보듯이 인지증 문제는 본인뿐만 아니라 온 가족을 고통으로 몰고 간다. 일본에서는 인지증 환자인 배우자나 부모를 살해한 사건이 종종 사회적 이슈가 되곤 한다. 즉 인지증 환자를 돌보던 사람(주로 가족)이 자신이 돌보던 환자를 살해하는 것. 일본에서는 이를 ‘케어살인’이라 하는데 1년에 20건 안팎으로 발생하고 있다. 대개 이런 사건은 재판 과정에서 정성을 다해 환자를 돌보다 한계에 부딪혀 살인을 저지를 수밖에 없었다는 눈물겨운 사연이 공개되곤 한다.

‘케어살인’의 원인으로 돌봄과 간호에서 오는 피로를 꼽을 수 있는데 눈에 띄는 것은 이런 이유를 꼽는 고령자가 20%가량 되는 반면, 젊은 층은 3%도 안 된다는 것이다. 즉 고령자가 고령자를 돌봐야 하는 ‘노노케어’의 부담이 케어살인으로 이어지는 현실을 알 수 있다. 그 밖에 불면, 식욕부진, 돌보미 자신의 건강악화도 케어살인의 원인으로 꼽힌다.

이미 일본에서는 2013년 고령자가 고령자를 돌보는 ‘노노케어’ 세대가 50%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75세가 넘은 후기고령자가 배우자를 돌봐야 하는 경우도 25%를 넘고 있다. 더욱 심각한 사실은 돌보미 자신이 인지증 환자인데 인지증 배우자를 돌봐야 하는 소위 ‘인인케어’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고령자 역주행 사고 급증

일본에서는 최근 들어 고령운전자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인지증 문제도 함께 부각되고 있다. 지난 3년간 고속도로 역주행 사고 570여 건 가운데 약 70%는 운전자가 65세 이상 고령자였고, 이 가운데 37%가 인지증 환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3월 12일부터 시행된 개정 도로교통법에서 75세 이상 후기고령운전자를 대상으로 인지기능 검사를 실시해 치매가 의심되면 의사의 진단하에 면허를 정지하거나 취소할 수 있도록 법 규정을 강화했다.

주요 내용을 보면 인지기능 저하 가능성이 있는 운전자는 실제 차를 운행하면서 실시하는 지도와 개별지도를 포함해 3시간의 고령자 강습을 받아야 면허 갱신이 가능하다. 또 인지증 위험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임시적성검사 또는 의사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

여기서 인지증 판정을 받으면 면허는 정지 또는 취소된다. 신호를 무시하거나 통행금지된 도로를 주행하거나 유턴금지 지역에서 유턴을 하는 등 20여 항목에 가까운 ‘특정위반 행위’를 했음에도 임시인지기능검사 및 고령자 강습을 받지 않거나 의사의 진단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곧바로 운전면허가 정지 또는 취소된다.

이처럼 지자체별로 고령운전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한편 고령자 스스로 운전면허증을 반납하도록 유도하는 정책도 적극 시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고령운전자가 경찰서에 면허를 자진 반납하면 바로 지자체와 연결해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역포괄지원센터에서 직접 고령자를 방문해 생활상담을 해서 자가 이동수단을 포기한 데 대한 대체수단을 찾아주는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필자가 살고 있는 홋카이도 나요로시의 경우 운전면허증을 자진 반납한 고령자가 택시를 탈 경우 일정금액을 할인받을 수 있는 쿠폰을 지급하고 있다. 또 국립장수의료연구센터 홈페이지에 인지증의 원인이 되는 질병 종류에 따라 운전행동의 차이 등을 상세히 설명해서 자동차를 운전하는 가족이 인지증일지도 모르는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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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성|일본 나요로 시립대학 보건복지학부 교수 vianne84@nayoro.ac.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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