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호

冊 향기속으로

사랑한다면 스페인外

  • 최미선, 황금희, 이혜민 기자, 최창근

    입력2017-06-22 15:3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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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사랑한다면 스페인


    최미선 지음, 신석교 사진,
    북로그컴퍼니, 324쪽, 1만5000원

    ●  어느 날 사진을 정리하다 보니 2007년의 스페인 여행 기록이 주르륵 쏟아졌다. 한 달가량은 산티아고 길을 걸었고 한 달 반가량은 스페인 도시를 돌았던 당시의 사진들이다. 그 안에 있는 나를 보니 “나도 이땐 좀 쌩쌩했네” 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근 10년 사이 내 얼굴도 많이 변했다. 이렇게 세월이 흘렀구나 싶었고, 그 세월에 얼마간의 열정도 묻어 보낸 것 같아 기분이 조금은 묘했다.

    사진을 찬찬히 들여다보니 그 속에 담긴 추억이 때론 어렴풋이 때론 생생하게 돋아났다. 그저 부지런히 걷기만 했고 부지런히 구경만 했던 그 와중에서도 특히 기억난 건 그들만의 밤 문화였다. 시골에서도 도시에서도 밤이면 밤마다 광장에, 골목 바에 모여 맥주 한잔 기울이며 밤늦도록 춤추고, 웃고 떠들며 정을 나누는 그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특별한 날보다 평범한 날이 더 많은 삶이다 보니 불현듯 이글이글 타오르는 태양만큼 뜨거운 심장으로 밤마다 열정을 불태우는 그들 속으로 뛰어들고 싶어 세 번째 ‘사랑한다면’은 주저 없이 스페인을 택했다.

    첫 키스 같은 ‘그곳’
    책을 쓰려니 때 아니게 스페인 공부도 해야 했다. ‘빛과 그림자’가 스민 굴곡진 스페인 역사는 그야말로 파란만장하다. 기독교와 이슬람이 공존한 독특한 역사, 각양각색의 러브 스토리를 품은 왕족들의 너무나 복잡한 결혼사…. 머리가 터질 것 같았지만 스페인을 차근차근 들여다보니 은근, 아니 꽤나 재미있었다. 그런 스페인을 다시금 아주 천천히 보고 싶었다. 발길 머물렀던 곳을 다시 찾는 건 과거의 나를 만나는 여행이기도 하다.



    건축의 신 가우디를 졸졸 따라가는 바르셀로나, 애주가인 나로선 연간회원권을 끊고 싶은 마음 간절하던 마드리드의 맥주자전거, ‘백설공주 성’으로 유명한 세고비아, 길을 잃는 게 오히려 즐거운 미로의 도시 톨레도, 돈키호테의 참모습을 알게 한 콘수에그라, 오페라의 도시 세비야, 알람브라 궁전을 품은 그라나다, 이슬람문화의 진수를 보여준 코르도바, 헤밍웨이가 ‘사랑하는 사람과 로맨틱한 시간을 보내기 좋은 곳’이라던 론다, 괴짜 예술가 달리가 사랑한 해변마을 카다케스….

    내 얼굴보다 빠르게, 몰라보게 달라지는 우리네 도시, 골목길과 달리 투우, 플라멩코, 가우디, 돈키호테의 열정이 꿈틀대는 ‘태양의 나라’ 스페인은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 게 없다. 골목마다 북적이는 밤 문화도 여전했다. 그것을 다시 보는 나만 달라졌을 뿐이다. 시시콜콜 모든 걸 알고 싶은 게 사랑이요, 알고 나면 시들해지는 게 사랑이라지만 그 거리에서 사랑을 속삭이는 숱한 연인을 보니 세월에 주름 잡힌 나의 심장도 묘하게 쿵쾅대곤 했다.

    하지만 여행이 끝난 후 시간이 지날수록 새록새록 기억에 남는 건 가우디의 건축물도, 톨레도의 미로도, 내가 좋아했던 카다케스 해변도 아닌 스페인 사람들의 일상이었다.

    ‘달콤한 휴식’ 누리는 그들의 삶
    스페인 사람들은 아무리 바빠도 점심만큼은 전채요리, 메인요리, 디저트까지 꼼꼼하게 챙기며 두 시간 정도를 할애하는 게 기본이다. 이는 곧 정을 나누는 시간이기도 하다. 20~30분 만에 후다닥 점심 먹고 황급히 커피 한잔 마시고 사무실로 들어가는 직장인들, 제때 밥도 못 챙겨 먹는 우리의 상인들을 생각하면 정말이지 ‘딴 세상’이다. 게다가 직장에서 일하다가도, 장사를 하다가도 한낮의 땡볕을 피해 저마다의 집으로 들어가 시에스타(낮잠시간)까지 즐긴다. 누군가는 게을러빠진 사람들이라 할지언정 ‘달콤한 휴식’을 누리는 그들의 삶이, 그 여유가 일면 부럽기도 했다.

    나는 일이 생기면 되도록 빨리빨리 해치우는 스타일이다. 마침표 똑똑 찍어가며 살아오던 내게 이젠 간간이 숨통을 열어주는 쉼표도 좀 찍어주곤 한다. 그 옛날의 열정이 그리워 다시금 찾은 스페인에서 돌아올 땐 그들의 여유를 조금 들고 온 덕분이다.


    최미선 여행가




    서가에 들어온 한 권의 책


    전복과 반전의 순간 Vol 2
    강헌 지음, 돌베개, 348쪽 1만5000원

    ● “세상의 모든 음악 장르를 섭렵한 남자 강헌이 들려주는 전복과 반전의 순간”이란 수식을 달고 시작되는 팟캐스트를 재미나게 들은 적 있다. 이 팟캐스트를 듣다 보면 강헌은 세상의 모든 음악 장르를 섭렵한 것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것을 섭렵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어찌 그리 아는 것이 많은지, 세상의 모든 지식이 수도꼭지에서 물이 좔좔 흘러나오듯 그렇게 입에서 술술 흘러나온다.

    시즌 1에서 로큰롤과 재즈를 얘기할 때만 해도 로큰롤과 재즈의 어원, 그런 음악이 나오게 된 시대 배경과 흐름, 음악사적 의의, 클래식과의 비교, 대표적인 뮤지션과 음악적 특성 등을 정말 유장하고 재미나게 펼쳐냈는데 직업이 음악평론가이니 자신의 전문 분야를 풍부한 배경 지식을 바탕으로 알기 쉽게 풀어내는구나 싶었다.

    이번 책은 시즌 2의 강의 내용을 엮은 것인데 시즌 1에서보다 좀 더 깊이 파고든다. 모든 역사는 마이너리티의 반란으로 시작돼 기존 체제에 균열이 생기고 전복의 순간을 맞이한다는 사실을 음악을 통해 설명해낸다. 시간적·공간적 차이도 있고, 맥락이 닿을 것 같지 않은 두 음악 그룹, 혹은 시대가 낳은 슈퍼스타 두 사람을 선정해 이 둘을 관통하는 키워드를 뽑아내는 방식이 참 흥미롭다. 1장에서는 ‘러시아 5인조’와 ‘조선음악가동맹’을 놓고 서구적 근대에 대항한 음악철학적 독립선언인 ‘민족음악’을 키워드로 무소르그스키와 김순남을 얘기하는 식이다.

    2장에서는 마이클 잭슨과 U2, 조용필과 들국화로 1980년대 서구와 한국의 대중음악 현장에서 벌어진 주류와 비주류의 공존, 상생적 조화를 말한다. 3장에서는 신(新)빈학파의 무조성주의와 미국의 비밥이 내보인 ‘위대한 거절’로 엘리트주의가 음악사에 일으킨 혁명의 순간을 조명한다. 4장에서는 오페라와 뮤지컬을 얘기하는데 문화적 자긍심이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서유럽의 오페라를 대체하는 뮤지컬이 20세기 당시 음악의 열등 국가로 취급받던 영국과 미국에서 탄생해 어떤 흐름을 타고 지금의 영광을 구가하게 됐는지 갖가지 일화를 들어가며 귀에 쏙쏙 들어오게 들려준다.

    강헌은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말을 “X 까는 소리”라고 일갈한다. 이 말은 예술에 대한 위대한 사기로 인생은 하잘것없고 예술은 위대한 것이라는, 예술을 보통의 인간 손에 닿을 수 없는 곳에 올려놓음으로써 실제 인간의 삶과 유리되게 만들려는 저의를 가진 불순한 발언이라는 것이다.

    이렇듯 강헌 선생은 어렵게만 느껴지는 클래식 음악도 당대의 정치, 경제, 사회적 배경으로 시작해서 음악가와 관련한 깨알 같은 재미를 주는 일화와 함께 설명해주어 음악이 나와 먼 것이 아니라 삶 속에서 즐길 수 있는 것임을 깨닫게 해준다.

    음악에 대한 책이긴 하나 음악보다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포괄하는 그 모든 것의 역사를 재미나고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입체적으로 풀어놓아 정독하면 ‘한 교양’ 하는 사람이 될 것 같다.


     황금희 독서인

     



    영초언니  
    서명숙 지음, 문학동네, 288쪽, 1만3500원 

    언론인 생활을 끝낸 후 고향에 내려가 제주 올레길 열풍을 일으킨 저자가 영초언니를 처음 만난 것은 고려대에 입학해 ‘고대신문’ 기자로 활동하던 때다. 한반도의 변방 제주도에서 ‘조국 근대화의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을 동경하던 열렬한 ‘박정희 키드’로 자라난 ‘나’는 영초언니를 만나고 학생기자와 야학교사로 활동하며 이 땅의 현실과 맨 얼굴을 목격하고는 충격에 빠진다.  












    홍순민의 한양 읽기, 도성
    홍순민 지음, 눌와, 408쪽, 2만7000원

    서울은 도성이었다. 나라에서 으뜸가는 도읍이었다. 다른 어느 도시와도 비교되지 않는 높은 곳. 그런 뜻을 담은 옛말이 ‘셔블’이요, 음이 변해 ‘서울’이 됐다. 서울은 수도의 이름이자 수도를 가리키는 말이다. 왕도 한양의 경계면이면서 임금과 백성을 지킨 성곽, 도성을 창으로 삼아 서울을 읽었다. 저자는 “많은 이가 도성을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는 디딤돌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서가에 들어온 한 권의 책


    터널의 끝을 향해
    정혜경 지음, 선인, 275쪽, 1만9000원

    ● “세상에 가장 큰 저항은 자신이 맡은 일을 해내는 거다.”
    이 책을 읽으면서 KBS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대사가 절로 떠올랐다. 저자는 ‘한일 관계’라는 어두운 터널을 40여 년간 뚜벅뚜벅 걷고 있다. 식민지 시기 재일한인을 다룬 논문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고, 국무총리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희생자 등 지원위원회(이하 위원회)에서 조사과장으로 11년간 근무했다. 현재는 일제강제동원&평화연구회, 역사문화콘텐츠 난장 등에서 활동을 이어간다.

    서문(8쪽)에 따르면 ‘이 책은 한국 정부 역할에 대한 성찰을 통해 제대로 된 길을 찾으려는 작은 고민’으로, ‘2001년 특별법 제정운동 참여부터 2015년 강제동원위원회 폐지까지 만 14년간의 경험을 토대로 했다’. 필자는 조사과장으로서의 경험담을 전하는 한편 전후 한국 정권을 평가했다. 노태우 정부가 확보한 강제동원 노무자 명부가 실태 파악을 위해 얼마나 중요했는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이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조명했다. 박근혜 정부의 12·28 합의와 김대중-오부치 선언의 차이점에도 주목했다.

    저자는 공식 기록(한일청구권협정 회의록, 주한미군 정보일지 등)뿐 아니라 소련군 포로가 된 이규철 육필 수기, 부평 미쓰비시에 동원된 송백진 회고록, 박노학 ‘화태(사할린)억류동포귀환희망자명부’ 등 필부 기록을 다각도로 인용했다. 일지도 활용했다.

    2013년 주일대사관에서 강제동원 명부(제1공화국 시기 대일배상협상을 위해 우리 정부가 만든 자료)가 무더기로 발견된 사건에서 필자의 일지는 사건의 긴박함, 허술함을 증명하는 근거가 된다.

    ‘2013년 7월 2일 주일한국대사관 정부과 전화/2013년 7월 3일 대사관 서고에서 찾은 자료 내용 조회 요청/(중략)/11월 17일 연합뉴스에 기사 2건(게재)/2014년 1월 23일 국무총리실 요청으로 분석 작업 개시/2014년 11월 20일 강제동원위원회 조사결과 보도자료 배포: 총 분석 대상 22만8724건 중 2만3110건(9.9%) 조사 완료한 결과 신규 명부 1만6920건 확인하고 위원회 기한 도래로 인해 11월 14일자 업무 중단’(89, 90, 91쪽) 

    2015년 12월 31일, 위원회는 문을 닫았다. 한국 정부의 과거사에 대한 진상 규명이 끝난 셈이다. 물론 끝났다고 끝난 게 아니다. 저자는 간명하면서도 어려운 과제가 남았다고 말한다. 그가 던진 화두는 ‘가해자의 양심을 두드리는 일’ 즉 ‘양심적인 일본시민과 함께 역사의 거울을 닦는 일’이다(252쪽).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이혜민 기자 | behappy@donga.com

     




    플랫폼 레볼루션  
    마셜 밴 앨스타인 外 지음, 이현경 옮김,

    부키, 512쪽, 2만2000원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지배할 플랫폼 비즈니스에 관한 최초의 개설서이자 스터디 케이스 북이다. 플랫폼이 왜 세상을 지배하게 됐는지, 글로벌 대기업조차 플랫폼 기업에 밀리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시작으로 플랫폼을 어떻게 디자인해야 하는지, 수익 창출을 언제 어디서 해야 하는지 등을 다룬다. 각 챕터의 리드 부분만 읽어도 플랫폼 혁명에 대한 전반적인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스마트 라이프 디자인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지음, 미래의 창,

    352쪽, 1만3000원

    출판사의 홍보 문구가 촌스러우나 강력하다. ‘노후 준비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수많은 책이 주목받았으나 이토록 다방면에서 실질적으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핵심만 담아낸 책은 없었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의 석·박사들이 든든한 노후를 위한 89가지 질문에 답했다. 재무적 준비 외에 일, 사회활동, 취미, 여가, 가족, 대인관계, 건강 등 비재무적 준비까지 다뤘다.  





    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거대한 역사를 품은
    작은 행복의 나라

     
    최창근 지음, 리수, 320쪽, 1만9800원

    ●  우리는 흔히 일본을 가리켜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표현을 쓴다. 눈을 반대편으로 돌리면 또 다른 가깝고도 먼 나라가 있다. 대만(臺灣)이다. 비행기로 2시간 3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두 나라의 정서적 거리도 가깝다. 지난날 ‘혈맹’ ‘형제의 나라’로 불리기도 했다.

    비교정치학자들은 ‘지구상의 가장 비슷한 두 나라’의 사례로 남·북한이 아닌, 한국과 대만을 꼽는다. 근·현대사 속에서 걸어온 궤적도 닮았다. 일제강점기와 광복, 전쟁과 분단, 오랜 권위주의 체제를 겪었다. ‘한강의 기적’ ‘대만의 기적’을 일구었다. 아시아의 모범 민주국가로 거듭났다. 대만이 걸어온 길을 마주한 한국인들은 자연스레 기시감을 느낀다.

    ‘아시아의 고아’ 대만은 외로운 나라다. 윤선도의 표현을 빌리자면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나라지만 나라 대접을 못 받는 슬픈 운명이다. 창설 멤버로 참여한 유엔에서 1971년 퇴출됐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운 중국의 압력 속에서 공식 수교국은 21개국에 불과하다. 공식 국호 ‘중화민국(中華民國)’은 국제사회에서는 사용하지도 못한다. 올림픽 등 국제경기에는 ‘중화타이베이(中華臺北, Chinese Taipei)’의 약자 ‘CT’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출전해야 한다.

    한국에서도 대만의 존재감은 가볍다. 1992년 8월 한중 수교와 동시에 이루어진 한·대만 단교 이후 대만은 한국에서 ‘잊힌 이웃’이 됐다. 대만에 대한 홀대와 무관심 속에서 ‘옛 친구’는 한국인들의 기억 속에서 희미해졌다. 젊은 세대는 ‘타이완(Taiwan, 臺灣)’과 ‘타이(Thai, 泰國)’를 혼동하기까지 한다. 출판계도 예외는 아니다. 매년 중국 관련 책은 쏟아지지만 대만을 다룬 책은 가뭄에 콩 나듯 한다.

    그럼에도 대만은 결코 가벼이 여길 나라가 아니다. 대만으로 밀려났지만 중화의 전통을 계승했다는 자부심을 지니고 있다. 경제력도 탄탄하다. 세계 5위의 외환보유국이자 22위 경제 대국이다. 한국과 경제·무역 관계도 긴밀하다. 한국과 대만은 비중 있는 상호 무역 파트너다. 대만은 한국의 강력한 라이벌이기도 하다.

    나는 대만에 대해 알고 싶지만, 알 수 없었던 독자의 갈증을 풀어줄 요량으로 썼다. ‘대만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물음에서 시작해 역사,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외교, 안보, 양안관계, 한·대만 관계까지 대만을 이해하기 위한 핵심 내용을 담았다. 나의 실제 경험을 곁들여 친근하게 다가가고자 했다. 만화책을 보듯, 블로그 글을 읽듯 독자에게 술술 잘 읽히는 책이었으면 하는 바람도 담아 쉽게 썼다. 책은 대만을 이해하기 위해 읽어야 할 지남침(指南針)이다.

           최창근 | 대만 전문 저술가·한국외국어대 박사과정








    운미회상록
    김원우 지음, 글항아리,
     
    1권 480쪽·2권 524쪽 각권 1만8000원








    김원우가 ‘부부의 초상’을 내놓은 이후 4년 만에 장편소설을 출간했다. 구한말의 개화사상가, 난화가로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인 운미(芸楣) 민영익(1860∼1914)을 주인공으로 삼았다. ‘운미회상록’은 소설로 재구성한 풍운아 민영익의 일대기다. 격랑의 구한말이 소설 속에서 살아 숨 쉰다.

    “신절을 지키느라고 만년을 중국 땅 상해에서 외로이 입을 봉하고, 그것도 가탁의 은둔생활을 곰곰하니 꾸려내면서 한편으로는 서화에의 골몰로,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의 행적 지우기로 자학을 일삼았지 싶은 운미는, 그의 난화가 말하듯이, 자신의 생애 전반에 대한 어떤 촌평도 터무니없는 수작이라며 돌아앉았을 양반이다.”

    15세 때 중전 민씨의 친정집에 입양돼 고종과 명성황후의 후광으로 출세길을 달렸으나 김옥균 등 급진개화파와 갈등을 빚다가 1886년 중국으로 건너가 망명생활을 했다. 홍삼 판매로 큰돈을 벌었고, 한반도에서 난 사람으로는 처음으로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을 건너는 세계일주를 했다. 

    역사소설인 만큼 자료 조사를 통한 사실(史實)을 기둥과 줄기로 삼았으나 ‘회상록’을 표방함으로써 기왕에 서술된 역사에 의문을 던진다. 앞서 산 이들이 살아낸 세상의 허물을 살피는 미덕 또한 지녔다. 소설은 1인칭 회고 형식이다. 민영익이 눈앞에서 만연체의 문어를 직접 읽는 것 같을 만큼 성격이나 심리 묘사가 탁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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