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9월호

사주 진단법에서 테이프 치료법까지

소문난 한의사 5명의 이색 치료법

  • 안영배·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입력2006-09-07 13: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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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주진단법’으로 질병 찾아내고 인생고민 상담자 노릇하는 신미재원장
    • 테이프만 붙여서 온갖 통증 치료하는 ‘테이핑요법’ 전도사 황재옥박사
    • 항문에 증기 쏘여 불임과 비만 치료하는 ‘좌훈요법’ 창시자 심용섭박사
    • 인체 면역력 강화시켜 세균 물리치는 ‘벌독요법’ 전문가 박규천원장
    • 향기를 흡입시켜 피부병 치료하는 ‘향기요법’ 개발자 손숙영박사
    사주풀이로 몸속 병 훤히 찾아낸다

    훤칠한 키에 미모가 수려한 한 젊은 여성이 한의원을 찾아 진료를 요청했다. 한의사는 그녀가 진료실에 들어오는 걸음걸이와 얼굴 표정 및 색깔 등 관형찰색(觀形察色)을 한 뒤 진료부를 펼쳐들더니 문진(問診)을 시작했다.

    한의사: 생년월일이 어떻게 됩니까?

    환자: 75년 2월19일인데요.

    한의사: 양력입니까, 음력입니까?



    환자: 양력인데요.

    한의사: (만세력을 살펴본 뒤) 토끼(卯)띠에다 월에 호랑이(寅), 일에 원숭이(申)가 있군요. 몇 시에 태어났나요?

    환자: (약간 황당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오후 6시 경에 태어났다고 해요.

    한의사: 유시(酉時)군요. 성격이 극단적으로 왔다갔다 하는 바람에 정서 장애가 심하군요. 생기발랄하다가도 갑자기 우울증에 빠지곤 하지 않나요? 얼굴이 예뻐 남자친구들을 많이 사귀어도 변덕이 심해 다들 오래 가지 못하고….

    환자: (놀라며) 선생님 그런 걸 어떻게 아세요? 맞아요. 어떤 때는 내게 두 사람의 성격이 들어 있지 않나 두려울 정도예요. 그래서 그런지 매사에 의욕이 없고, 머리가 어지럽고, 생리불순도 있어요.

    한의사: 환자분의 사주팔자(四柱八字)를 보면 치밀하고 꼼꼼한 토끼와 즉흥적이고 발랄한 원숭이가 원진살(元嗔煞, 궁합볼 때 서로 맞지 않아 으르렁거리는 살)이 되고, 게다가 고독과 방황의 대명사인 호랑이와 항상 떼지어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닭 또한 원진살(호랑이는 닭의 울음소리를 싫어함)로 작용하고 있어 극단적인 부조화를 일으키고 있어요. 그것이 환자분의 근원적 병인(病因)으로 작용하고 있어요. 한약이 증상 치료에 도움이 되긴 하지만, 환자께서는 무엇보다도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합니다.

    그러면서 한의사는 환자에게 한약 처방전과 ‘마음을 다스리는 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서울 종로3가 도가한의원의 신미재원장(36). 정통적인 한의학 진료법에 사주풀이를 더해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 탁월하다는 평을 듣고 있는 여자 한의사다. 그의 ‘사주와 한의학’ 강의를 듣고 일선에서 응용하는 제자급 한의사들도 상당수에 달한다. 신원장은 사주학(태어난 연월일시에 따라 모두 8개의 오행을 배치하는 동양역학 이론)과 질환의 상관관계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질병은 체질에 이상이 생겨서 발생하는 게 대부분이며, 체질은 당사자의 사주가 주가 되고 거기에 살아가는 환경이 작용해서 형성된다. 요즘 주목받고 있는 사상체질(四象體質) 의학의 창시자인 이제마 선생도 역학적 지식에 기반을 두어 태양, 소양, 태음, 소음이라는 체질론을 설파한 것이다.

    특히 사주는 그 사람의 타고난 개성이자 성격인데, 이것이 부조화될 경우 바로 질병으로 이어지게 된다. 예를 들어 사주에 흙(土)이 하나도 없는 사람은 체질적으로 기(氣)가 약하므로, 아이를 어렵게 가지거나 철마다 보약을 먹어도 건강이 뚜렷이 좋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 사주에 물(水)이 하나도 없는 사람에게는 뼈마디가 쑤시고 아픈 질환이 종종 발생한다. 따라서 질병을 다룰 때도 그 사람의 사주에 의한 체질을 파악해 처방하면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치료할 수 있다.”

    사주로 환자를 다루는 요령

    신원장은 사주학을 동원하다 보니 까다로운 환자들을 다루는 요령도 자연스럽게 터득했다고 한다. 자신을 찾는 환자들이 대부분 이곳저곳 ‘병원 쇼핑’을 하다가 막차 타는 심정으로 오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불신감을 갖고 있다는 것.

    한 남성 환자(25)의 경우를 보자. 이 환자는 신원장을 찾아와서는 자기 증상을 말하기는커녕 ‘용하면 내 병까지 한번 맞혀봐라’는 식으로 진료실에 앉았다.

    그의 사주 팔자를 풀어보니 목(木)이 4개에, 화(火)와 토(土)가 각각 1개, 수(水)가 2개였다. 사주 팔자는 5개의 오행(목화토금수)이 골고루 들어 있는 게 좋은 법. 그런데 이 환자는 목이 많은 대신 화와 토가 부족해 사람을 쉽게 믿는 성격이 아니었다. 신원장이 일부러 무안을 주듯이 말했다.

    “매우 쫀쫀한 사람이군요. 밴댕이 소갈머리니까 조금만 신경을 써도 머리가 아프고 소화가 안되지요. 사주를 보면 나무 목의 기운이 세서 머릿속에 잡생각이 많고 무언가를 해야만 존재 의미를 찾기 때문에 쉴 줄 모르고 마음만 조급합니다. 또 4개의 목기운이 1개밖에 없는 토 기운을 누르니까(木克土), 토에 해당하는 비장과 위장에 탈이 날 수밖에 없지요. 그게 당신의 병입니다.”

    그제서야 환자는 자세를 고쳐앉더니 신원장에게 자신의 증상을 호소하면서 고쳐달라고 말했다. 자신은 신경만 조금 쓰면 체해버리는데 병원에 가서도 증상이 잡히지 않아 고생만 해왔고, 지금까지 15년간 두통을 안고 살아왔다는 것. 여하간 환자가 의사에게 ‘마음의 문’을 열고 신뢰를 보내는 순간 치료 역시 쉽게 될 수 있다. 이 환자에게는 너무 강한 목 기운을 누르기보다는 다른 약한 기운을 보강하는 쪽으로 처방한 끝에 치료가 됐다고 한다.

    신원장은 또 사주로 사람을 진단해보면 환자의 연령에 따라 각기 다른 질환들에 노출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음력 1963년 3월3일 자(子)시에 태어난 남자를 사주로 풀면 계묘(水木)년, 병진(火土)월, 기사(土火)일 갑자(木水)시가 된다. 오행으로 목·화·토·수가 각각 2개씩 있는 반면 금은 하나도 없다.

    이 환자는 타고난 사주에 금이 없기 때문에 기관지, 즉 폐가 선천적으로 좋지 않다. 신체는 오행 중 어느 쪽이 과하거나 부족할 때 균형이 깨져서 건강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한다. 이것이 일생 동안 이 환자의 약점으로 작용하는데, 연령별로 다음과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10살 이전까지는 기침을 많이 하고 감기를 달고 살았다. 20대에 들어서서는 성격이 저돌적이고 과격해지기 시작했다. 이는 사주가 금(金)이 없는 모래땅이어서 비옥하지 않고 거칠기 때문. 성격이 과격한 나머지 일을 잘 벌리다보니 여기저기 상처를 많이 입게 되고, 살갗이 건조해 갈라지고, 무좀으로 고생했다.

    이런 사주는 특히 30대 이후 수영하는 것을 매우 조심해야 한다. 금 기운에 해당하는 폐나 기관지에 물이 조금만 들어가도 그것이 몸에 저장돼 늑막염으로 발전할 수도 있기 때문. 이 환자 역시 30대 초반에 늑막염을 앓은 적이 있다.

    환자는 곧 40대에 접어들게 되는데, 관절염이나 골수염 등에 유의해야 한다. 이때 이런 질환에 걸리면 쉬 낫지도 않고, 계속 수술을 거듭하며 고생할 수도 있다는 게 신미재원장의 진단이다.

    “이런 식으로 보면 이 환자의 경우 연령대에 따라 각기 다른 증상이 나타났어도 병의 근원인 폐와 약한 기관지를 치료해야 한다. 그런 다음에 증상별, 병증별로 치료를 해야 근치(根治)가 가능한 것이다.”

    신원장은 병의 근원을 파악하는 데 있어서 사주가 많은 도움을 줄 수 있고 또 미래에 닥칠 질환까지 예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신의 사주체질을 파악해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문의:02-763-6608)

    특 이한 한방 진단법과 함께 독특한 한방 치료법도 있다. ‘테이핑요법(첩대요법’(貼帶療法)이 그것. 이 요법은 인체의 특정 근육이나 경혈(經穴, 침자리) 및 경락(經絡) 부위에 테이프를 붙이는 것만으로 각종 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고 한다.

    일본에서 개발된 테이핑요법은 96년 한국에 처음으로 선을 보인 이후 빠른 속도로 성장, 현재 전국 250여 한의원에서 환자 치료에 응용하고 있고, 테이핑요법 학술 모임인 대한첩대학회(회장 황재옥)의 임상사례 보고에서는 놀랄 만한 치료 결과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과연 몸에 테이프를 붙이는 것으로 치료가 될까. 이에 대해 대한첩대학회장 황재옥씨(한의학박사·황한의원 원장)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요통이나 견비통(어깨 통증) 등 근골격계 급성 통증의 경우 테이프를 붙이자마자 바로 효과가 나는 것을 보면 시술하는 의사가 보기에도 “마술같다”고 한다. 실제로 환자들도 통증이 금세 사라지는 현상을 보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할 정도라는 것.

    다음은 지난 6월28일 허리를 다쳐 병원을 찾은 환자 김모씨(43·남)의 사례. 그는 아침에 세수하려고 몸을 숙이다가 요추(허리)가 삐긋했고, 오른쪽 엉덩이쪽으로 통증이 번지더니 허리를 제대로 움직이지 못할 정도가 됐다. 그리고 목 주위에서도 뻐근한 통증이 생겼다.

    황재옥원장이 환자의 맥을 짚고 테이핑요법 시술에 사용하는 진단기기(인체의 좌우 균형도를 검사하는 장치)로 진단한 결과, 환자는 평소 운동부족으로 근육기능이 저하돼 있던 상태에 근육이 갑작스럽게 긴장돼 생긴 증상이었다. 치료는 환자의 근육기능에 문제가 생긴 부위 7군데에 테이프를 붙이는 것으로 끝났다. 시술 시간은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그런데 테이프를 붙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요통은 사라졌고, 이틀 후 테이핑치료를 한 번 더 받자 목과 엉덩이의 통증이 사라졌다.

    테이프에 무슨 약물이라도 첨가돼 있는 걸까. 황재옥원장이 테이핑치료에 사용하는 테이프를 기자가 확인해본 결과 어떤 약물제제가 들어 있는 것이 아니었다. 단지 한국에서 생산되는 일반 반창고나 밴드류에 비해 접착력과 신축성이 뛰어난 일제 테이프였다. 황원장은 테이핑요법의 치료 원리를 이렇게 설명했다.

    “테이프 자체에 약효가 있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증상을 정확히 짚어내 테이프를 어떤 모양으로, 어떤 부위에, 어떤 방향으로 붙이느냐가 치료의 관건이다. 테이프를 붙이는 지점이 인체의 경혈이기 때문에 침과 비슷한 원리라고 볼 수도 있다. 침(針)의 효과에 대한 기전을 현대의학으로 정확히 설명할 수 없는 것처럼, 테이핑요법의 기전에 대한 명확한 해답도 아직 없다. 그러나 대략 풀이해보면 테이프 접착이 인체의 내장체벽반사와 유사한 피부근 반사를 통해 긴장된 근육을 이완하거나 혈류를 증진시키는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또 다른 설명으로는 테이프 접착이 지속적으로 피부에 작용함으로써, C섬유에서 유래되는 동통 전달 체계를 방해, 척수반사(脊髓反射)를 차단해 통증을 없애는 것이라고 본다.”

    통증은 근육의 균형이 깨지면서 느끼는 것인데 테이핑 요법으로 이를 바로 잡는다는 원리다. 또 틀어진 인대와 근육의 불균형으로 초래된 다른 질환도 테이핑이라는 자극 수단을 통해 바로잡아주면 부작용없이 고칠 수 있다고 한다.

    근골격계 통증 치료에 효과 커

    특히 급·만성요통, 추간판 탈출증, 좌골신경통, 하지신경통, 급·만성견비통, 오십견, 협통, 경부염좌, 타박상(피하출혈), 슬관절질환, 손목관절염좌, 족관절염좌, 경추디스크, 요추디스크, 테니스 엘보 및 골프 엘보, 손발저림, 중풍후유장애, 고관절통 등 근골격계 질환에서 탁월한 효력을 발휘한다고 한다.

    황원장은 지난해 여름 TV 아침방송에 출현, 방청석에 있던 악관절(턱관절) 장애 환자와 요통 환자를 테이핑요법으로 즉석에서 치료한 후 환자들이 몰리는 바람에 그만큼 폭넓은 임상 사례도 축적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그중에는 만성 통증환자들이 테이핑요법을 받으면서 기적적으로 치료된 사례도 적지 않다고 한다. 만성 경추디스크를 앓고 있던 김모씨(69·여)의 경우. 김씨는 5년 전 양방병원에서 경추디스크로 진단받고 치료한 적이 있으나, 오른쪽과 왼쪽의 승모근(어깨뼈 운동을 맡은 삼각형의 근육으로 등의 경추 부위) 쪽을 무언가가 찍어 누르는 것 같은 통증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였고, 지난 6월 한의원을 찾았을 때는 양쪽 엉덩이에도 통증이 생겨 걸음을 왼쪽으로 기우뚱거리며 걸었다고 한다. 이외에도 과거에 무거운 물건을 머리에 이고 다녔기 때문인지 머리 통증과 무릎 통증도 있었다.

    그런데 황원장의 테이핑요법을 수차례 받으면서 증상이 차례대로 없어지는 신기한 현상을 체험했다. 첫 번째 테이프를 붙였을 때는 증상이 호전되는 것을 잘 느끼지 못하다가, 2회 시술부터는 머리에 있던 통증이 감소됐다. 3회째는 무릎에 있던 통증도 감소되면서 더불어 잠을 잘 잘 수 있었다. 4회째는 왼쪽으로 기우뚱거리면 걷던 걸음걸이가 안정되기 시작했다. 7회째부터는 걸음걸이가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갔고, 8회째부터는 환자가 느끼던 모든 불편감이 없어졌다. 마지막으로 테이프를 한번 더 붙인 뒤 치료를 끝낼 수 있었다.

    신의(神醫)로 대접받는 일본 테이핑요법 창안자

    황원장은 테이핑요법의 임상 사례는 일본에 더 많이 축적돼 있다고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요법을 일본의 침구사 다나카(田中信孝)가 창안해 20년 전부터 사용해왔고, 93년에는 정식 의료행위로 인정받았기 때문.

    다나카의 테이핑요법은 애초 골프 혹은 테니스 엘보나 운동으로 인한 근육통 치료로 시작됐기 때문인지, 지금도 스포츠 선수 및 체육협회 관계자들에게 호응이 높다고 한다. 황원장은 테이핑요법을 배우기 위해 지금까지 7차례 일본을 건너간 경험을 이렇게 말한다.

    “갈 때마다 다나카 선생은 멀리서 왔는데 그냥 보낼 수 없다면서 새로운 기법들을 가르쳐준다. 내가 지금까지 배운 것만으로도 놀랄 만한 효과를 거두고 있는데, 다나카선생의 치료기법은 도대체 어디까지인지 짐작할 수가 없다. 그래서 그런지 일본 테이핑학회 1300여명의 회원들은 다나카 선생을 신의(神醫)처럼 받들고 있었다.”

    실제로 임상 15년 경력의 황원장 자신도 96년 테이핑요법을 알기 전에는 평범한 한의사였는데, 지금은 ‘골프 치는 계층’의 인사들이 자주 찾아와 ‘유명한 한의사’가 된 기분이라고 농담처럼 말한다.

    황재옥원장은 테이핑요법의 장·단점을 이렇게 꼽는다. 장점으로는 비수술요법이어서 무통(無痛), 저자극, 24시간 지속적인 치료효과, 기존치료가 갖고 있는 부작용의 최소화, 저렴한 비용 등을 꼽는다. 그래서 한약요법과 물리치료가 어려운 임산부, 소아, 노약자, 침(針)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환자 등에게 좋은 효과가 있다. 반면에 단점으로는 알레르기성 피부질환자에게는 시술후 피부 부착면에 가려움증(소양증)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

    또 주의할 점은 근골격계 통증 질환과 내장기성(內藏器性) 질환이 병행돼 있을 경우에는 테이핑요법과 함께 내장기 질환 회복을 위한 한방치료도 동시에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만성대장염 등으로 설사를 자주하는 환자에게 요통이 발생한 경우 대장 기능 회복이 치료와 연결돼 있기 때문에 대장 질환도 치료해 주어야 한다. 따라서 내장기성 질환이 있는 경우 단순한 근골격계에 이상이 생긴 경우보다 치료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문의:02-968-7006)

    토종의 우리 민간요법을 현대화시켜 효험을 보는 이색 치료법도 있다. 서울 강남의 십장생한의원(원장 심용섭) 부설 좌훈연구소내 좌훈센터. 양쪽이 커튼으로 칸막이가 된 공간에 5∼6명의 환자들이 특수하게 제작된 비데 위에 앉아 있다. 비데에서는 약물을 물에 끓여 발생시킨 수증기가 올라와 환자들의 항문으로 침투한다. 환자들은 편안한 자세로 옆 환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책을 읽는다.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선보이고 있는 ‘좌훈(座薰)요법’이다.

    이 요법 창시자는 불임전문의로 유명한 심용섭원장(한의학박사·대전대 한의대 겸임교수). 좌훈요법을 하기 위해 제작된 비데(좌훈 크리닉비데기)도 자신이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대림통상이라는 회사에서 만든 산학협동 작품이라고 한다. 심원장은 좌훈요법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좌훈은 한의학에서의 훈증법(燻蒸法)에 해당하는 것으로, 약물 성분이 있는 수증기를 쐬는 방법을 말한다. 한약재를 끓여 수증기를 자궁, 질 및 항문에 쐬면 그 성분이 체내에서 살균·소염·수축작용 및 영양공급을 하고, 자궁 부속기 및 항문 주위의 혈액 순환을 왕성하게 하여 하복부의 노폐물이나 지방질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

    심원장이 좌훈요법을 창안하게 된 것은 여성 질환을 오래 다뤄왔던 경험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여성의 냉대하증이나 음부 소양증, 생리불순 및 생리통, 치질, 하복부 비만 등을 치료해오면서 한약을 복용하는 것만으로는 하복부나 자궁, 질, 항문에까지 약물이 도달하는데 시간이 적지 않게 걸릴 뿐 아니라 효과면에서도 만족스럽지 못했다는 것.

    심원장은 이렇게 약물 복용의 한계를 느끼던 차에 우리 조상들이 아이를 낳은 뒤 쑥을 끓여 넣은 요강에 앉아 김을 쏘이던 것에 착안했다. 그래서 환자들을 대상으로 좌훈치료를 실행해보니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오래 전부터 우리 민족의 유산처럼 전해져온 좌훈치료법(훈증요법)이 비과학적이라는 이유로 사라졌지만 여성 질환 치료에는 매우 효과적이기에 현대인들에게 맞게 재탄생시킨 것이다. 이 요법은 여성질환 치료뿐만 아니라 남성에게도 효과가 좋다. 좌훈치료는 강력한 살균작용 및 소염작용이 있기 때문에 남성의 전립선 염, 전립선 비대증, 치질, 그리고 정력 증강에도 효과가 있다.”

    실제로 좌훈치료, 즉 훈증법은 한방 문헌들에도 있다고 한다. 한방의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황제내경’에는 “여성의 소복(하복부) 통증과 질병은 모두 한기(寒氣)가 모여 딱딱해진 병이니 마땅히 훈증(燻蒸)해야 한다”라고 명쾌히 설명했고, 중국의 명의 장경악(張景岳)의 ‘경악전서’에도 “무릇 병에는 마땅히 탕약을 써야 하는 경우가 있고, 뜸이나 침을 써야 하는 경우가 있고, 증울법(蒸鬱法)을 써야 하는 경우가 있으며…”라고 하여 훈증법이 하나의 치료법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심용섭원장은 첨단 의료진단 시스템을 좌훈요법 치료에 응용하고 있다고 한다. 여성질환 환자의 경우 골밀도, 초음파, 체성분 검사를 거치고 필요한 경우 혈액검사와 소변 검사까지 하며, 이런 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한방 전통요법인 좌훈치료를 실시한다는 것.

    동양과 서양의 조화라고나 할까, 아니면 전통과 현대의 만남이라고나 할까. 그는 이력도 독특하다. 한의학박사이면서도 국내 한의사 중 최초로 ‘칼라 질식 초음파’(메디슨 칼라 초음파)를 사용한 사람이자, C-T방식 골밀도 측정기로 불임 원인을 밝혀(미국 놀랜드사) 유명세를 얻기도 했다.

    좌훈요법으로 비만 치료

    심원장은 지난해 5월 일본에서 개최된 국제동양의학 학술대회(제10회)에 참석, 2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하나는 ‘불임환자의 골밀도에 관한 연구’이고 또 하나는 ‘좌훈요법이 하복부 비만환자에 미치는 효과’였다.

    특히 좌훈요법에 의한 비만 환자 치료는 수많은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어서 주목을 끌었다. 실제로 한 비만환자(35·여)의 체험을 들어보기로 하자.

    “나는 처녀 때 약간 통통한 편이었는데 임신을 하고 20kg이 늘더니 아기를 낳고도 10kg이 더 늘어 줄지를 않았다. 체중이 늘어서인지 몸도 무거워서 움직이기가 싫어지고 팔다리가 가끔씩 저렸다. 살을 빼려고 다이어트를 몇가지 해보았다. 그런데 다이어트할 때는 7∼8kg쯤 빠진 것 같다가도 그만두면 금방 체중이 늘어나 오히려 그전보다 4∼5kg 정도 더 찌는 요요현상을 경험했다.

    그러던 중 친구로부터 좌훈치료를 권유받았다. 몇가지 검사를 통해 내분비 기능저하로 인한 비만이라고 진단받았다. 그래서 내분비 기능을 좋게 해주는 한약을 복용하면서 좌훈치료를 받았다. 일주일에 한두번씩 좌훈치료를 하였고, 하루에 1시간 정도 산책을 하였다. 그런데 한달에 한번씩 체성분검사를 통해 체지방이 줄어드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면서 살 빼는 재미를 느꼈다. 3개월간 치료 후에 골밀도검사를 하였더니 뼈가 더 튼튼해졌고 체지방은 9kg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팔다리 저린 것과 무릎 아픈 것도 없어져서 계단을 오르내릴 때도 가뿐해졌다. 지금도 체중이 조금씩 줄고 있어 몇 달후엔 처녀 적에 입던 옷을 입을 생각을 하니 너무 행복하다.”

    좌훈치료로 효험을 본 남성 환자도 있다. 김모씨(50)는 몇 년 전부터 소변이 자주 마렵고 소변볼 때 시원하지 않더니 전립선비대증으로 진단됐다. 그는 수술을 권유받았으나 거절하고 좌훈요법을 해보기로 했다. 한약과 좌훈치료를 3개월간 병행한 결과 그는 놀랄만한 변화를 체험했다고 한다.

    “소변볼 때 힘이 생기고 소변본 후에도 시원했다. 초음파검사를 하였더니 딱딱하게 굳었던 전립선이 부드럽게 풀어지고 크기도 줄어 있었다. 게다가 정력까지 덤으로 좋아졌다. 40대 후반부터 웬지 성욕이 줄어들고 정력도 약해졌는데 좌훈치료를 받은 후 언제부턴가 정력이 좋아져서 아내도 신혼으로 돌아간 것 같다며 놀라워했다.”

    또 여성들의 경우 대부분 하복부가 찬 것이 원인이 돼 질환들을 앓기 때문에 하복부를 따뜻하게 해주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한다. 심원장은 좌훈치료를 오랜 시간 꾸준히 해주면 불임 등 여성질환의 완치가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한 여성 불임환자(33·결혼 5년째)의 체험담.

    “나는 결혼하기 전부터 생리가 불규칙했지만 생활하는데 큰 불편함이 없어서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결혼하고 나서 1∼2년이 지나도 아기가 생기지 않아 산부인과에 갔더니 배란이 잘 되지 않아서 그러니까 배란이 잘되는 약을 먹으면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6개월을 치료받아도 아기가 생기지 않자 인공수정을 권유받았다. 결국 인공수정을 했으나 결과는 실패였고, 마지막으로 시험관아기를 가지고 위해 3번이나 시도했으나 이 역시 실패하고 말았다.

    매우 낙담해 있던 중 한방식 좌훈치료를 받아보기로 했다. 한의원에서는 여러 가지 검진을 하더니 난소기능이 약해 배란이 잘 안되고, 자궁이 딱딱하게 굳어 임신이 잘 안된다고 진단했다. 그래서 난소기능을 튼튼하게 하고 자궁을 부드럽게 하는 한약을 복용하면서 한편으로 좌훈치료를 시작하였다. 등산을 하면 좋다고 해서 매일 아침 등산도 했다. 그런데 좌훈치료를 했더니 아랫배가 따뜻해지면서 기분이 상쾌해졌고 불규칙하던 생리가 규칙적이 됐다. 한의원에서 3개월 정도 치료받던 중 그렇게 기다리던 임신이 됐고 지금은 튼튼한 남자 아기를 낳아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한편 심원장은 좌훈치료법에서 핵심은 약제에 있다고 밝힌다. 한방 약제가 녹아든 김이 약효를 발휘하기 때문이라는 것. 이름하여 ‘보궁초(補宮草)’. 심원장이 개발한 약제인데, 전통적으로 사용하던 쑥을 비롯해 비타민P 계열인 루틴성분을 함유한 약초, 익모초, 포공영, 사상자, 괴화 등이 재료로 이용된다. 보궁초는 비만환자, 치질환자, 불임환자 등에 따라 약간씩 조제법을 달리 처방돼 사용된다고 한다.

    좌훈치료가 필요한 사람들

    심원장은 다음과 같은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은 좌훈치료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첫째, 생리가 불순하고 거무스름한 빛을 띠면서 살이 찐 경우다. 이는 매달 빠져나가야 할 피 찌꺼기가 쌓여 내뿜는 독소로 몸이 붓는 증상이다. 둘째, 똥배만 볼록하게 나온 경우. 이는 대변 등 찌꺼기가 나오지 않아 생기는 현상이다. 이때 좌훈요법을 하게 되면 변비 등이 자연스럽게 해소되면서 뱃살이 자연스럽게 들어간다.

    셋째, 뾰루지 여드름 등 피부 트러블이 잦은 경우다. 위나 장이 좋지 않으면 곧바로 피부에 뾰루지 등 트러블이 일어나는 수가 많기 때문이다. 넷째, 갑자기 살이 찌는 바람에 불임이 된 경우다. 불임의 원인은 수없이 많지만 이 가운데서도 성호르몬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생기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좌훈요법을 실시하면 살이 빠지면서 난소기능이 살아나 임신이 가능해진다는 원리다.

    좌훈요법은 보통 증상에 맞게 조제된 보궁초를 하루에 1∼2차례, 1차례에 30~60분간 비데에 앉아 쏘이면 된다고 한다. 따라서 꼭 한의원이 아니더라도 비데를 집에 설치한 다음 제조된 보궁초로 스스로 치료할 수 있다고 한다.

    좌훈치료 목적으로 만든 비데는 반영구적이고 값은 60만원 정도인데, 시중에 나오는 웬만한 비데보다 저렴한 수준이라고 한다.(문의:02-511-5592)

    벌의 독을 이용하는 벌침요법 역시 좌훈요법과 비슷하게 민간의술을 현대화한 것인데, 그 효능은 옛날부터 알려져 왔다. 기원전 4세기 경 서양의학의 아버지인 히포크라테스가 벌침을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고, 이슬람 경전인 코란에도 ‘꿀벌의 뱃속에 있는 액은 사람에게 좋은 약’으로 소개돼 있다.

    그런데 종래의 벌침요법은 벌을 잡아 그대로 사용하거나 벌침만 뽑아 환부에 주입하는 방식이었다. 이 경우 벌의 독낭에 들어 있는 내용물에 따라 치료효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게 한의사 박규천씨(봉독요법전문가·한나라한의원 원장)의 말이다.

    “벌침을 그대로 시술할 경우 그 독성의 강도를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벌은 종류에 따라 독의 강도가 다른데, 예를 들어 이집트 및 이탈리아 벌은 봉독이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계절적으로도 벌은 한여름에 봉독이 많은 반면에 춥고 습기가 많은 날에는 봉독의 유독성이 약해진다. 게다가 어린 벌이나 나이가 많은 벌, 설탕이나 시럽을 먹여서 키운 벌 등은 그 독성이 아주 약하다. 이런 차이가 벌침치료에서는 전혀 구분이 안 된다는 단점이 있다. 또 환자의 상태와 체질에 따라 주입하는 봉독의 양이나 농도를 조절하기가 힘들어 치료의 객관화 및 일반화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쇼크 등 부작용도 유발될 수 있다.”

    반면에 봉독(蜂毒)요법은 벌의 독에서 인체에 유효한 성분 40여가지를 추출해 개발한 봉독 정제액을 사용한다고 한다. 정제액은 꿀벌에 순간적으로 전기 충격을 가해 독침을 쏘게 만든 다음, 거기서 필요한 만큼의 봉독을 뽑아 말려 생리식염수에 섞어 만든다. 그리고 이 정제액을 주사기로 환자의 통증 부위나 침 놓는 자리(경혈)에 주입함으로써 인체의 면역력을 강화시켜 체내 염증이나 이물질을 이겨낼 수 있게끔 만드는 것이 봉독요법의 핵심. 봉독 정제액을 이용하기 때문에 환자에 따라 양과 농도를 조절할 수 있어 부작용이 거의 없는 안전한 치료방법이라고 한다.

    봉독요법은 미국이나 유럽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사용해 세계의학지에 발표된 임상논문만도 1000여 편에 이를 정도다. 흥미로운 점은 봉독 정제액 중 우리나라 사람이 개발한 것이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89년 재미동포 의사인 김문호박사가 만든 ‘아피톡신’이라는 봉독액이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얻게 됨에 따라, 90년대 초부터 본격적으로 치료에 이용하기 시작했다. 현재 국내 일부 한의원에서 사용하는 봉독 정제액도 김박사가 개발한 제품이라고 하는데, 일부 민간요법사들은 중국제 봉독액을 사용하기도 한다고 한다.

    박규천원장은 봉독의 치유 기능을 이렇게 설명한다.

    “봉독의 주성분은 단백질의 일종인 멜리틴과 아파민인데, 이들 성분은 강력한 소염작용이 있다. 봉독이 일단 몸 속에 들어가면 대사작용을 활발히 하고 면역기능을 극대화시켜 외부로부터 침입한 세균을 이겨낸다. 벌에 자주 쏘이는 양봉업자들이 전염병이나 암에 잘 걸리지 않고 관절염 등을 비교적 수월하게 낫는 것도 바로 이러한 성분 때문이라는 연구 보고도 있다.”

    박원장은 봉독요법이 인체의 면역체계를 강화시켜 스스로 질병에 대해 저항하게끔 하는 치료법이므로 한의학적 이론체계와 부합할 뿐만 아니라 부작용도 거의 없다고 한다. 또 봉독을 단순히 통증부위에만 주사하는 것보다 인체의 침 놓는 자리(경혈)에 주사하는 게 훨씬 더 치료 효과가 높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한다.

    ‘신경성’ 이름붙은 질환에 탁월해

    봉독은 인체의 면역력을 강화하는 것이어서 면역체계 이상으로 인한 모든 병에서 효과를 나타낸다. 즉 류머티즘, 대상포진, 루푸스, 각종 염증성 질환, 암, 퇴행성질환 등에 광범위하게 쓸 수 있고 최근에는 에이즈 치료에도 이용하고 있다. 흔히 ‘신경성’이라고 이름이 붙은, 원인이 잘 밝혀지지 않는 통증의 경우 봉독요법을 권한다는 게 박규천원장의 말.

    이외에도 척추디스크, 좌골신경통을 비롯한 각종 신경근골의 통증에도 효과가 좋다고 한다. 특히 만성적인 통증을 비롯해 시리고 저린 증상에 효과적이며, 오랜 시간 치료해도 부작용이 거의 없기 때문에 장기간 치료를 요하는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법이라는 것. 또 봉독 치료를 할 경우 보통 침만을 놓을 때보다 치료 효과나 반응이 월등히 우수하다고 말한다.

    박원장은 봉독치료시 먼저 적외선 체열진단기(IRCI)를 이용해 환자의 통증 부위와 원인을 파악한다. 이 진단기는 적외선을 이용해 인체의 온도변화를 읽어내기 때문에 원인 모를 통증을 유발하는 근육의 국소염증이나 신경압박, 혈관기형 등에서 오는 혈류 이상 등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는 것.

    이렇게 최신 의료기기로 진단이 끝난 다음에는 통증과 관련되는 경혈 부위에 봉독정제액을 주사한다. 치료는 보통 1주일에 두 번 하게 되는데 치료받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주입되는 봉독량 또한 점점 증가하지만, 한꺼번에 2cc를 넘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치료횟수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보통 15~20회면 치료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한다.

    수년간 류머티스 관절염을 앓아온 이모씨(20대 후반)는 오랫동안 진통제와 스테로이드제를 복용해 얼굴이 푸석푸석하게 부어오르고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는 상황에 20회 정도 봉독치료를 받은 후 정상으로 복귀했다고 말한다. 또 농사를 짓는 최모씨(50대)는 10여년 전 일을 하다 허리를 다친 뒤 수시로 찾아오는 통증 때문에 수년간 고생을 하고 관절염 증상까지 찾아왔는데, 4~5회 봉독치료를 받은 뒤 통증이 가라앉음을 느낄 수 있었고, 20여회 치료 끝에 통증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한다.

    한편 봉독요법 시술시 주의해야 할 사항도 있다. 박원장의 말.

    “먼저 봉독치료를 받기 전에는 반드시 알레르기 검사를 해야 한다. 1만명에 1명꼴로 두드러기 및 호흡곤란을 겪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알레르기가 없다고 판정이 되어 봉독치료를 받은 사람도 치료 받은 부위가 붓고 가려운 증상을 보이는데 이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 소실된다. 또 치료를 받으면 몸살을 심하게 앓게 되는데 이것은 봉독이 몸에 들어가서 체내의 자연면역력을 도와 염증성 세균과 싸우는 과정이므로 염려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몸살을 심하게 앓고 난 사람일수록 치료효과가 좋다.”(문의:02-555-4666)

    서양 대체의학의 한 분야로 각광받는 아로마요법과 유사한 것으로 한방의 향기요법을 들 수 있다. 향기요법은 방향성 식물에서 추출한 호르몬 성분인 정유(essential oil)를 흡입, 마사지, 목욕 등의 방법으로 정신적, 신체적 각종 질병을 치료한다는 원리다. 현재 국내에서 향기요법을 보급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 손숙영씨(장생한의원 원장·한의자연요법학회 회장)는 우리 전통의 향 요법을 현대화한 것이 향기요법이라고 말한다.

    “예로부터 향기나는 약초를 몸에 지니고 다니면 뱀이나 동물의 위협을 막을 수 있었고 잠자리 베개 속에 넣고 자면 건강에 좋다는 이야기가 전해져온다. 이렇게 전통의 향기요법을 우리 선조들은 민간요법으로 실천해오고 있었다. 우리 학회는 이것을 현대인들에게 맞게 체계화하여 각종 질병 치료에 도입하고 있는데, 특히 각종 피부질환 및 감기 비염 천식 등 호흡기 질환, 불면증 불안장애 등 신경정신과적 질환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향기요법은 크게 한방약재(꽃 향기나 잎 향기 이용)를 정제해 공기 중에 증발시키면서 냄새를 맡게 하거나, 목욕물에 약초를 섞어 피부와 코점막을 통해 흡수케 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이 밖에 말린 약초를 주머니나 복대에 넣어 다니거나 약초를 끓여 냄새를 맡는 방법 등도 있다.

    손원장이 밝히는 치료원리를 요약하면 대강 이렇다. 작은 향 입자들이 공기를 매개체로 코로 흡입되어 뇌로 전달되는데, 각각의 향 입자들은 다른 모양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 모양에 따라 각기 다른 자극을 뇌에 전달한다. 그리하여 두뇌의 변연계에 전달된 방향 입자는 진정, 긴장완화, 자극, 행복감 등의 효과를 지닌 신경화학물질을 생성하여 건강을 유지케 해준다. 또 방향 입자는 매우 작아 모공, 땀샘을 통해서도 피부에 흡수, 모세혈관을 타고 전신을 순환하는데 짧게는 몇 시간에서 길게는 며칠 동안 머물면서 치료에 도움을 준다. 손원장은 향기요법의 장점을 다음과 같이 꼽는다.

    “자연치료법인 향기요법은 공격적인 치료에 의해 나타나는 인체 부작용이나 화학성분 치료에 의한 중독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말 그대로 자연에 의한 치료법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위장질환자가 감기에 걸렸을 경우 약을 복용하는 대신 향기를 흡입하는 치료법을 사용하면 위장점막을 보호하면서도 치료효과도 탁월하다. 또한 목욕을 하면 감기가 심해지는 어린이를 향을 섞은 목욕물로 치료하면 빠른 치료효과를 보인다. 코의 점막을 통해 향을 흡입하므로 비염, 축농증, 기관지염도 호전된다.”

    한 고질성 피부질환자(30대·여)의 경우. 이 환자는 손가락, 발가락 사이와 겨드랑이 등에 하얀 딱지가 얇게 앉아 있고, 몹시 가려워 긁으면 피멍울이 져도 시원치 않을 정도로 심한 상태였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 조금 효과가 있는 듯하다가 재발하기를 3년 동안 반복해온 난치증 환자였다. 손원장의 진단 결과 내장 이상에서 비롯된 피부질환이었다. 그래서 내장을 다스리는 약물을 투여하는 동시에 향기요법인 ‘윤부유’를 피부에 바르거나 목욕하는 방법을 썼더니 1개월 만에 상태가 호전되고 3개월 만에 완치가 되었다.

    또 악성 여드름 환자의 경우 90% 이상 완치가 가능하다고 한다. 여드름은 얼굴이나 목 등에 나지만 원인은 내부기관인 오장육부의 이상 또는 생리이상, 그리고 스트레스 등에 의해서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 그러므로 그 원인에 따라 장부를 치료하면서 향기요법을 병행하면 신기할 정도로 빠르면서 재발이 없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밖에 건선, 아토피, 습진, 알레르기성 피부, 알레르기 비염, 기관지염 등도 장부의 이상에서 비롯된 질환일 경우 내복약과 함께 향기요법으로 치료한 결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기자는 한의사들의 ‘이색’ 치료법을 취재하면서 이들이 전통 한의학에만 의존하던 태도를 버리고 끊임없이 한의학의 현대화를 도전하는 모습에 감명을 받았다. 그리고 이런 시도들이 서양의학과 일정 부분 접목돼 효과를 거두면서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음도 느낄 수 있었다.(문의:02-549-9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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