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호

‘괴짜’가 지배하는 세상이 온다

  • 정성묵 전문 번역가

    입력2008-12-08 14: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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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상상한다. 새로운 종류의 일꾼을 상상한다. (멋진) 프로젝트들 사이를 즐겁게 뛰어다니고, 그러면서 발전하는 직원을 상상한다. 변화에 대한 그의 욕망? 아무도 못 말릴 정도로 크다! 새로운 사회 계약을 상상한다. 젊은이들에게 규칙을 깨뜨리고 완전히 새로운 미래를 창조하라고 가르치는 사회를 상상한다. 모험적 본능을 부추기는 정책을 통해 인력 이동을 촉진하는 사회를 상상한다.
    • -본문 중에서
    ‘괴짜’가 지배하는 세상이         온다

    <B>미래를 경영하라!</B><BR>톰 피터스 지음 정성묵 옮김 21세기북스<BR>원제:Re-imagine!

    톰 피터스의 ‘미래를 경영하라’는 경영서의 재창조를 표방한 책이다. 현란한 디자인으로 경영서의 새로운 지평을 연 이 책은 경영서 세계의 ‘괴짜’와도 같다. 저자는 둔한 미군과 민첩한 알카에다의 1차 대결 결과에 주목하면서 무법천지와 같은 이 시대에는 민첩성과 유동성을 갖춘 조직이 이긴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 그는 세상이 완전히 바뀌고 있으며 그에 따라 과거 방식을 청산하고 새로운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미래를 경영하라’는 원제 ‘Re-imagine’처럼 우리의 사고방식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새로운 세상을 보는 눈을 제공한다. 톰 피터스가 자신의 전부를 털어놓은 이 책은 가히 ‘경영 바이블’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트렌드와 리더십에서 교육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기업이 이 책의 처방에 따라 민첩성 있는 조직으로 혁신했다. 그리고 평생직장 개념이 거의 사라진 지금, 많은 개인이 자신을 하나의 주식회사로 재창조했다. 톰 피터스는 거대 조직이 주도하는 사회가 가고 개인이 주도하는 사회가 왔다고 역설한다.

    ▼ Abstract

    책의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자. 먼저 톰 피터스는 우리가 1000년 만에 가장 거센 경제 변화의 한복판에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기업이 생겨나 사라지는 속도와 기술이 변화하는 속도는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그야말로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이다. 기원후 1000년 이전에는 패러다임 전환이 수천년마다 한 번씩 일어났다. 하지만 1000년 이후에는 100년마다 패러다임이 변했고 그 속도는 점점 더 빨라져 2000년에는 10년마다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난다. 이런 마당에 5개년 계획 따위는 의미가 없다.

    그래서 톰 피터스는 소리 높여 변화를 외친다. 변화에 민감하지 않은 기업은 소멸한다. 코닥이 아날로그만 고집하다가 망해가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낡은 것을 개조하는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혼돈의 세상인 지금은 전혀 새로운 것을 창조해야 한다. 증명되지 않은 아이디어에 투자해야 한다. 한마디로 모험가를 위한 세상이다.



    또 톰 피터스는 어설픈 성공보다 엄청난 실패가 낫다고 말한다. 커다란 성공을 거두려면 커다란 실패를 경험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러 실패 중에 하나만 대박을 터뜨리면 된다는 것이 톰 피터스의 지론이다.

    이 책은 틈만 나면 파괴를 외친다.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에서 설파하는 영속의 신화는 잊어버리고 창조적 파괴를 추구하라고 말한다.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한 거대화나 점진적 발전이 아니라 파괴한 후 재창조해야 한다.

    1980~1998년 미국은 2900만개에 달하는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했다. 반면 인구가 미국보다 3분의 1이나 많은 유럽연합은 같은 기간에 4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그쳤다. 미국이 그렇게 많은 일자리를 창출한 비결은 파괴에 있었다. 새로운 일자리 2900만개는 4400만개의 일자리를 파괴하고, 300만개의 일자리를 창조한 결과물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파괴는 더 많은 열매를 맺기 위한 가지치기와 일맥상통한다.

    또 톰 피터스는 못하는 분야는 포기하고 잘하는 분야에서 최고가 되라고 조언한다. 정말로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박지성 선수가 공부만 외치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에 못 이겨 축구는 등한시하고 공부만 파고들었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대한민국에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진 제2, 제3의 박지성이 얼마나 많을까.

    새로운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단순한 서비스가 아니라 기억에 남을 만한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경험이란 삶의 방식이요, 이벤트이자 모험이며 사건이다. 돈을 지급한 만큼 도움을 주는 건 서비스다. 하지만 경험은 지축을 뒤흔들 정도의 감동을 안겨준다. 예컨대 빵집에서 빵만 파는 게 아니라 생일 파티를 열어줬을 때 바로 경험을 제공한 것이다. 그리고 이 경험의 값은 단순한 빵 값에 비할 바가 아니다. 톰 피터스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고객의 꿈을 이뤄주라고 말한다. 이것이 바로 ‘드림케팅’(dreamketing)이다.

    이 책은 디자인부터 독자를 압도한다. 아니나 다를까, 중반부에 디자인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아니, 이야기 정도가 아니라 한 챕터 전체를 디자인에 할애했다. 그러면서 톰 피터스는 ‘경영 구루’ 중에서 디자인에 관해 이렇게 할애한 사람은 오직 자기뿐이라고 으스댄다. 그의 말을 빌자면 디자인은 새로운 기업의 ‘영혼’이다. 그가 디자인을 얼마나 중시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디자인에 수조달러가 걸려 있다고 말한다. 예컨대 자동차의 성능 못지않게 외양이 중요하다. 물론 이런 현실은 우리나라 자동차업계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그런데 그가 말하는 아름다움은 단순한 눈요기 수준의 즐거움을 말하지 않는다. 깔끔하게 정돈된 시스템을 그는 아름답다고 말한다.

    국내는 물론이고 전세계적으로 간과되어온 두 노른자위 시장이 있다. 바로 여성과 노인이다. 톰 피터스는 남성보다 여성이 구매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점점 많아진다고 지적한다. 그에 따르면 자동차 대리점에서 판매원과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은 남편이지만 정작 결정을 내리는 사람은 아내라는 것이다. 거의 모든 소비품 분야에서 구매를 주도하는 사람은 여성이다. 따라서 여자는 무시한 채 남자하고만 이야기를 나누려는 판매원은 어리석다.

    이외에도 여성의 사회적 지위 상승은 구매력 증가로 직접 이어진다. 톰 피터스는 열렬한 여성 옹호자다. 그는 여성을 주 고객으로 하는 기업들의 임원진에 여성이 없다는 점을 신랄하게 비판하며 여성을 보스로 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한편 노인시장의 가능성은 축적된 자금력과 관련이 있다. 평생 열심히 일한 뒤 은퇴한 노인들의 주머니는 여간 두둑하지 않다. 미국에서는 노인들이 모든 분야의 소비를 주도하고 있다.

    과거에 우리는 안정된 직장이라는 환상에 빠져 거대 조직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던 ‘노예’였다. 하지만 이제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은 사라졌기 때문에 개인의 재창조가 필요하다. 톰 피터스는 브랜드유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자신을 브랜드화하라는 말이다. 이제는 개개인이 하나의 기업이다. 각자가 한 기업의 CEO처럼 행동해야 한다. 한마디로 지금은 자립 시대다. 거대 조직이 우리를 지켜주던 시대는 갔다. 우리 스스로 힘을 기르고 몸값을 높여야 한다.

    ▼ About the author

    톰 피터스는 1942년 볼티모어에서 태어나 스탠퍼드대학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매킨지사를 거쳐 현재 톰 피터스 그룹이라는 컨설팅 회사의 CEO로 있으며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강연을 한다. 1974년 매킨지사에서 미국의 성공 기업 43개사를 분석해 펴낸 ‘초우량 기업의 조건’(이동현 옮김, 더난출판사)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경영 컨설턴트로서 명성을 얻었다.

    ▼ Impact of the book

    ‘미래를 경영하라’는 출간되자마자 특히 국내 CEO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그리고 큰 부피와 만만치 않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일반 독자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톰 피터스의 시원시원한 말투와 예리한 통찰력 때문이리라. 형형색색의 책 디자인은 책 읽기를 방해한다는 지적도 있었으나 그보다는 신선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이 책에서 디자인의 중요성을 역설하면서 디자인의 가치를 새롭게 조명하기 시작한 기업도 있다. 또 톰 피터스는 자기 자신을 페미니스트라 밝힌 만큼 이 책에서 여성의 가치를 외치고 있다.

    ▼ Impression of the book

    내가 이 책을 처음 대한 느낌은 ‘엄청나다’였다. 이 책은 특정 분야를 파고든 경영서가 아니라 경제와 사회 전반을 아우른다. 그야말로 톰 피터스의 평생 내공이 집약돼 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는 한 편의 대서사시를 맛본 기분이 들었다. 눈이 뜨이고 귀가 열렸다. 눈앞이 환해졌다. “과연 세계적인 경영 구루구나” 하는 찬사가 튀어나왔다. 테러리스트의 모습에서 세계 경제의 흐름을 포착한 안목은 실로 대단하다.

    안목도 안목이지만 60세가 넘은 노인의 열정이 대단하다. 노인네? 그렇다. 나도 모르게 톰 피터스의 말투가 입에 뱄다. 톰 피터스는 ‘왕짜증’ 같은 다소 과격한 표현을 서슴지 않는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동안 내 안의 어디선가 열정이 솟아났다. 다시 말해, 이 책은 여느 경영서처럼 지식만 전달하는 게 아니라 저자의 열정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톰 피터스가 자주 쓰는 표현 중에서 가장 내 마음에 드는 것은 ‘괴짜’(freak)다. 우리 사회는 유교 문화 탓인지 너무도 경직돼 있다. ‘정도’에서 벗어난 것은 무조건 배척하는 분위기다. 나는 이것이 우리 사회가 아직 선진국 대열에 들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창의력은 길러주지 않고 획일적인 내용을 무조건 외우게만 만드는 교육이 안타깝다.

    괴짜, 나는 이것이 이 책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이 책에 정교한 이론 부분이 결여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톰 피터스의 열정은 그 어떤 정교한 이론도 무색하게 하는 힘이 있다.

    Tips for further study

    ‘괴짜’가 지배하는 세상이         온다
    ‘미래를 경영하라’는 여러 분야를 망라한다. 여기서 언급하고 있는 일부 내용과 관련이 있는 아래 책들의 일독을 권한다.

    ▲‘부의 미래’(Revolutionary Wealth, 앨빈 토플러·하이디 토플러 지음, 김중웅 옮김, 청림출판)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 리처드 포스터·사라 캐플런 지음, 정성묵 옮김, 21세기북스·사진)

    ▲‘여자한테 팔아라’(Marketing to Women, 마사 발레타 지음, 최기철 옮김, 청림출판)

    ▲‘새로운 미래가 온다’(A Whole New Mind, 다니엘 핑크 지음, 김명철 옮김, 한국경제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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