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호

경영 혁신은 냉철한 눈과 열정 위에 있다

  • 이동현 가톨릭대학교 경영학부 교수·경영전략

    입력2008-12-08 16: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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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료주의는 개인의 사고와 행동을 억압한다. 그에 비해 비형식성(informality)은 자유롭게 사고하고 행동할 수 있게 해준다. 비형식적인 분위기를 창출함으로써 기업은 경쟁우위에 설 수 있다. 관료주의는 근본적으로 조직 구성원 간의 단절을 의미한다. 반면에 비형식성은 조직의 모든 구성원이 똑같이 중요하다는 것과, 구성원 모두가 그 사실을 확실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본문 중에서
    경영 혁신은 냉철한 눈과         열정 위에 있다

    <B>잭 웰치: 끝없는 도전과 용기</B><BR>잭 웰치 지음 이동현 옮김 청림출판<BR>원제 : Jack: Straight from the Gut

    제네럴 일렉트릭(GE)은 1980년대 이후 각종 경영 혁신 운동의 본거지로 일컬어진다. 시장점유율 1위 또는 2위 사업 외에는 모두 처분한다는, 그 유명한 사업 구조조정에서 시작해 다운사이징, 워크아웃, 벽 없는 조직, 글로벌화, 그리고 식스시그마와 e-비즈니스에 이르기까지 경영 혁신으로 꾸준히 성장했다. 이 책은 GE의 경영 혁신 운동을 진두지휘한 책임자인 전 CEO 잭 웰치의 자서전이다.

    사실 GE의 전략이나 잭 웰치의 리더십에 관한 내용을 다룬 책은 수두룩하다. 하지만 GE의 지속적인 경영 혁신에 대한 비밀을 속 시원히 밝힌 책은 드물다. 그렇다면 지난 20년 동안 지속적인 혁신을 성공적으로 추진한 GE의 숨겨진 힘은 무엇일까. 이 책은 GE의 경영 혁신과 관련한 잭 웰치의 사상과 경험을 생생하게 담았다.

    ▼ Abstract

    리더십의 핵심은 간단하다. 사람, 환경, 제품에 대해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파악한 후, 그것을 기반으로 신속하고 결연하게 행동하는 것이다. 대부분 기업의 문제는 현실을 인정하기 싫거나 왜곡하고 싶을 때 발생한다. 정말로 변화를 원한다면 솔직하게 현실을 인식하는 게 우선이다.

    초일류 기업들은 비전을 달성하려 노력할 때 ‘이만하면 충분하다’ ‘이제는 됐다’는 태도를 갖지 않는다. 이런 기업은 비전을 달성할 수 있다는 신념과 이를 위해 모든 것을 헌신하려는 구성원의 열망으로 가득하다. 비전은 구성원의 힘을 한 방향으로 모으는 마력을 갖고 있다. 비전이 없다면 무수히 많은 지시와 명령을 내리고 끝없이 회의해야 한다. 자연스레 일 처리가 느려지고 비용도 많이 든다. 하지만 비전이 명확하면 구성원들은 스스로 행동할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진정 변화를 원하는 리더라면 장기적 관점에서 구성원을 존중해야 한다. 설사 그들의 실적이 당장 별로라고 해도 그들을 믿어야 한다. 반면 기업의 가치를 공유하지 않은 직원은 내보내야 한다. 현재 실적이 좋더라도 그들은 회사를 떠나야 한다.

    벽 없는 학습 문화는 GE 방식만이 유일한 또는 가장 좋은 방식이라는 생각을 불식시켰다. 오늘날 기업은 어디에서든 아이디어를 찾으려 한다. 아이디어는 어디에서도 나올 수 있다. 학습 조직 혹은 지식 경영의 중요성은 오래전부터 논의돼왔다. 특정 개인의 지식은 부서 전체로, 부서 전체의 지식은 기업 전체로 확산돼야 한다. 경영자에게 아이디어의 출처와 흐름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 아이디어를 얼마나 빨리 행동으로 옮기느냐다. 따라서 기업 내에 부서 간 혹은 기업 간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

    벽을 없애고 학습을 강조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변화와 혁신의 효과적인 추진을 위해 담당 부서를 설치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대부분의 부서장은 자신을 직접 변화에 동참하는 주체로 자신을 인식하지 못한다. 혁신 부서만이 변화를 담당하면 되겠거니 오해하는 게 보통이다.

    경영 혁신은 냉철한 눈과         열정 위에 있다

    후계자인 제프리 이멜트 현 GE 회장(오른쪽)과 함께한 잭 웰치.

    따라서 리더는 개인 혹은 한 부서에서 시작된 변화의 불씨가 기업 전체로 확산되도록 도와야 한다. 리더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구성원 모두가 비전에 관심을 갖고 동참하도록 하는 것이다.

    ▼ About the author

    저자인 잭 웰치는 인텔의 전임 CEO인 앤디 그로브와 함께 20세기 후반 최고의 경영인으로 꼽힌다. 2001년 9월 65세의 나이로 퇴임할 때까지 미국 GE사의 CEO로서 20년간 GE의 혁신을 지휘했다.

    그가 주도한 경영 혁신으로 1981년 CEO 부임 당시 120억달러였던 GE의 가치는 40배나 늘어나 퇴임 시에는 4500억달러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이런 성과로 2001년 세계적 경제지인 ‘파이낸셜 타임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경영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잭 웰치는 1935년 미국 매사추세츠의 작은 마을에서 아일랜드계 철도원의 아들로 태어났다. 부모가 고등학교도 다녀보지 못한 평범한 노동자 계층의 가정에서 자란 그는 1960년 일리노이대학에서 화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GE에 입사했다. 이때부터 그는 독특하면서도 뛰어난 경영 방식으로 1972년 부사장, 1979년 부회장을 거쳐 1981년에 GE의 역대 최연소 회장에 올랐다.

    사업구조조정, 다운사이징, 워크아웃, 식스시그마 등 GE가 선구적으로 시도한 많은 혁신 운동은 어떤 경영학자들의 이론보다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며 세계 경영의 트렌드를 주도했다. 초창기에 거침없는 구조조정으로 사람만 죽이는 ‘중성자탄 잭’이란 불쾌한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러나 기업의 오너가 아니라 고용된 전문 경영인이었음에도 자기의 소신을 일관되게 추진하면서 ‘경영 혁신의 황제’라는 칭호를 받기에 이르렀다.

    ▼ Impact of the book

    자서전이 출간되기 전부터 잭 웰치는 기업 경영 세계에서 이미 슈퍼 스타였다. 왜 업계는 물론 학계에서도 잭 웰치에 열광했는가. 그것은 잭 웰치가 GE에서 이룩한 엄청난 실적 때문이다. 1981년 270억달러에 불과했던 GE의 매출액은 2001년 1259억달러로 성장했다. 순이익도 1981년 30억달러에서 2001년 137억달러로 4배 이상 늘었다. 이뿐 아니라 GE는 각종 매체로부터 ‘세계 최고의 기업’ 혹은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으로 여러 차례 선정됐다. 그는 이미 경영의 구루(guru)로 칭송받고 있었다. 구루란 특별한 사람 또는 존경받는 인물이라는 뜻으로, 특히 그 사람의 아이디어나 사상 등을 다른 많은 사람이 이해하고 공유함으로써 정신적 지도자의 위상을 확보한 인물을 일컫는 말이다.

    IMF 위기 이후 경영 혁신에 목말라 있던 우리나라 기업에 GE나 잭 웰치보다 적합한 벤치마킹 대상은 없었다. IMF 상황에서 잭 웰치의 자서전이 출간되자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가 뜨겁게 반응했다.

    흔히 물고기를 잡아주는 것보다 물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이 더 좋다고 말한다. 그러나 물고기 잡는 방법을 배우는 것에 앞서 물고기 잡는 원리를 이해해야 한다. 경영 구루의 사상을 이해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원리 습득에 해당한다.

    자서전 출간과 함께 업계에서는 ‘아메리카 주식회사의 하버드’라 불리는 GE의 크로톤빌 연수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또한 많은 대학이 GE의 경영혁신과 잭 웰치의 리더십을 교육용 사례로 삼아 강의했다.

    ▼ Impression of the book

    이 책이 나오기 전 우리나라 기업은 1년이 멀다고 유행하는 경영 혁신 기법을 흉내냈다. 그런 상황에서 나온 이 책은 경영자에게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교과서 역할을 했다. 회사보다 개인의 체험을 중심으로 한 자서전이라는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오히려 혁신을 직접 주도한 실제 최고책임자의 체험과 생각을 담았다는 점에서, 딱딱한 이론서보다 더 많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필자 소견으로는 사업 구조조정에 대한 잭 웰치의 철학을 담은 7,8,9장과 사람을 변화시키고 궁극적으로 기업문화를 바꾸는 사례를 담은 11,12,13장 그리고 은퇴하기 전까지 그가 공들여 추진한 서비스 사업과 식스시그마 및 e-비즈니스에 대한 생각을 담은 20, 21, 22장, 자신의 은퇴와 후계자 선정과정, 그리고 CEO의 자질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담은 24, 26장이 특히 흥미롭고 유익하다.

    기업의 성공을 결정하는 요인에는 설비, 자금, 기술처럼 눈에 보이는 유형자산 외에 비전, 가치, 문화 등 무형자산도 있다. 이 무형자산은 구성원들의 사상과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 잭 웰치는 바로 이런 무형자산의 역할과 중요성을 누구보다 빨리 터득했다. 그리고 이를 혁신에 활용해 성공을 이끌었다.

    해마다 설비 투자나 기술 개발에는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수천억원의 자금을 투자하면서 비전 개발이나 변화 관리, 기업문화 혁신에는 소홀한 우리나라 경영인들에게 이 책은 훌륭한 경영 지침서임이 틀림없다.

    Tips for further study

    경영 혁신은 냉철한 눈과         열정 위에 있다
    잭 웰치가 직접 쓴 책은 2001년 출간된 자서전인 ‘잭 웰치 : 끝없는 도전과 용기’가 유일하다. 그러나 잭 웰치의 리더십이나 GE의 경영 혁신에 대해 연구한 책은 1990년대 이후 여러 사람에 의해 꾸준히 발간되고 있다.

    잭 웰치의 리더십과 경영 혁신에 대한 체계적인 소개는 1993년 출간된 ‘GE 혁명: 당신의 운명을 지배하라’(Control Your Destiny or Someone Else Will)가 최초다. 저자는 미시간대의 노엘 티키 교수로, 그는 잭 웰치가 심혈을 기울인 크로톤빌 연수원의 교육 프로그램 개발에 직접 참여한 경험을 갖고 있다.

    이후 GE의 비약적인 성장 또는 잭 웰치를 다룬 책이 쏟아져 나왔지만, 잭 웰치의 자서전을 제외하고는 내용적인 면에서 이 책을 능가하는 책은 없었다. 물론 GE 방식의 경영 혁신에 대한 실무적인 지침서나 매뉴얼을 담은 책은 이 책과 성격이 달라 직접 비교가 힘들다. 2005년에는 세 번째 부인인 수지 웰치와 함께 쓴 ‘잭 웰치: 위대한 승리’(Winning·김주현 옮김, 청림출판·사진)라는 책이 출간되기도 했다. 이 책은 은퇴 후 참가한 수많은 강연회에서 청중과 주고받은 대화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것으로 한결 대중적이다. 자서전보다 이해하기 쉽도록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하지만 내용 측면에서 자서전을 뛰어넘지 못한 점이 조금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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