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호

5대 그룹 CEO 138명

평균은 50대 서울 출신‘KS’(경기고-서울대 출신)맨 ‘영원한 실세’는 재무통

  • 윤영호│동아일보 신동아 편집위원 yyoungho@donga.com│

    입력2009-04-08 16: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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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장단 평균 나이 최고령은 롯데 60세, 최연소는 SK 56세
    • 최연소 전문경영인 대표이사는 50세의 정일재(LG텔레콤 사장) 조준호(㈜LG 부사장 )
    • 현역 최장수 CEO 삼성전자 이윤우 부회장의 성공 비결
    • ‘사장은 파리 목숨’ 장수 경영인 드문 현대·기아차그룹
    5대 그룹 CEO 138명

    이명박 대통령(맨 오른쪽)이 지난해 4월28일 청와대에서 열린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민관 합동회의’에 앞서 구본무 LG 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최태원 SK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왼쪽부터) 등과 차를 마시며 환담하고 있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5대 그룹 임원 인사에 즈음해서 가장 관심을 끈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은 장경작 (주)호텔롯데 총괄 사장. 그는 이명박 대통령과 같은 고려대 경영학과 61학번으로 이 대통령과는 막역한 사이다. 그가 지난해 2월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 원래 직제에도 없는 총괄 사장을 맡았을 때 대통령 친구를 위한 ‘배려’라는 뒷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올 2월 롯데그룹 인사는 재계 안팎의 예상을 깼다. 장 사장을 1년 만에 고문으로 물러나게 했기 때문. 롯데 안팎에서는 “그동안 안전성 논란으로 불가능했던 서울 신천동 112층 제2롯데월드 건설을 현 정부 출범 이후 추진할 수 있게 되면서 ‘친구 게이트’ 등의 비판이 나오자 신격호 회장이 이에 부담을 느낀 것이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반면 지난해 1월 현대·기아자동차그룹 인재개발원장(사장급)으로 전격 영입돼 화제를 모았던 정찬용 전 대통령 인사수석비서관은 지난해 말 ‘조용히’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는 시민운동을 하다 노무현 정부 출범과 함께 청와대에 들어갔다. 여수엑스포유치위원회 상임 부위원장을 맡으면서 인연을 맺은 정몽구 회장의 제안으로 현대·기아차그룹에 들어갔다.

    5대 그룹 CEO 138명

    이건희 삼성 회장이 지난해 4월22일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 지하 1층 국제회의실에서 ‘삼성 비자금 특검’ 수사 결과에 따른 삼성그룹 경영 쇄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그는 지난해 7월 삼성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지인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세계적 자동차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대·기아차그룹을 위해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 깊이 고민해왔다”고 사임 배경을 밝혔다. 그러나 주변에선 “현 정부 출범 이후 자신의 존재가 그룹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그는 지난해 5월 한 사석에서 “시민운동을 할 때나 공직에 있을 때는 생각지도 못한 연봉을 받고 있어 그만한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그룹의 인재 개발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그의 연봉은 원래 5억원이었지만 기아차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20%를 반납해 4억원으로 줄었다. 세금 등을 공제하면 매월 2000만원 정도 손에 쥔다는 것.



    정권을 뛰어넘는 생존력을 보이는 최고경영자(CEO)도 있다. 신헌철 SK에너지(주) 부회장이 대표적인 경우. 그는 노무현 정권 시절인 2004년 SK가스 사장에서 SK(주) 사장으로 전격 발탁돼 재계의 부러움을 샀다. 당시 SK가스는 SK(주)의 손자 회사였다. 노무현 대통령의 부산상고 선배라는 사실이 영향을 미쳤다는 뒷얘기가 나왔다.

    그는 이명박 정부 들어서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대통령의 당선자 시절인 지난해 1월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까지 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신 부회장의 고향이 경북 포항인데다 이명박 대통령과는 기독실업인 모임 등을 통해 잘 알고 지내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올해 주총에서 대표이사직은 구자영 사장에게 넘겨주었다.

    5개 중 4개 그룹이 오너 경영

    국내 기업에서 연말연시는 인사의 계절이다. 그중에서도 하이라이트는 사장급 인사. 샐러리맨이라면 누구나 꿈꾸지만 극히 소수의 선택된 사람만이 오를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내 기업에서 사장 승진은 그 자체로 또 다른 신화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 신화를 바탕으로 대통령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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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삼성그룹</B>

    그중에서도 5대 그룹 주요 계열사 사장은 하늘의 별 같은 존재다. 어떤 의미에선 재계를 대표하는 사람들은 오너 경영인보다는 이들 ‘스타 사장’이다. 그뿐 아니라 사장 한 사람이 바뀌면 회사 내부 권력구조가 변하기 때문에 말단 샐러리맨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 사장은 적어도 자신의 ‘성’ 안에서 절대 권력을 휘두를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사장이라고 해서 다 똑같지는 않다. 그중에서도 대표이사가 돼야 자기 책임으로 기업을 경영할 수 있게 된다. 대표이사가 아닌 사장은 직급만 사장일 뿐 그 위상은 일반 임원이나 마찬가지다. 오히려 직급은 부사장이라고 해도 대표이사라면 사장보다는 낫다.

    5대 그룹 CEO 138명


    그렇다면 국내 기업의 사장은 어떤 사람일까. ‘신동아’는 자산총액 기준으로(공기업 제외) 삼성, 현대·기아차, SK, LG, 롯데 등 5대 그룹 주요 계열사 사장급 이상(대표이사인 경우 부사장급도 포함)을 분석했다. 분석 대상은 삼성그룹 26개사 43명을 비롯해 현대·기아차그룹 12개사 32명, SK그룹 12개사 17명, LG그룹 20개사 22명, 롯데그룹 13개사 24명 등 총 83개사 138명이다.

    5대 그룹 표준 사장은 서울 출신으로 경기고를 거쳐 서울대를 졸업한 50대의 이른바 ‘KS맨’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출신은 46명으로 전체의 33.58%를 차지했다. 전통의 명문 경기고 출신은 12명으로, 서울고와 부산고(이상 8명)를 앞질렀다. 서울대 출신은 50명이나 됐다. 이어 연세대(18명), 고려대(16명) 순이었다. 단일 학과로는 연세대 경영학과가 가장 많은 11명을 차지했다. 또 50대는 무려 95명이나 됐다. 그중에서도 57세가 17명으로 가장 많았다.

    반면 최고의 실세는 말할 것도 없이 오너 회장이다.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 등 4개 그룹 오너가 직접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삼성 이건희 회장은 지난해 7월 비자금 사건으로 물러나 대주주 역할만 하고 있지만 삼성 내에서 이건희 전 회장의 영향력을 무시하기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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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현대 ·기아차그룹</B>

    과거 오너 경영인은 실질적으론 엄청난 권한을 행사하면서도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로 등재하지 않은 탓에 그에 상응한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있었다. 외환위기 이후엔 오너 회장의 책임경영 강화 차원에서 이런 관행을 없앴다. 현재 4개 그룹 오너 회장은 모두 1개 이상 주요 계열사의 대표이사로 등재된 상태.

    유일한 창업세대 신격호 회장

    SK그룹과 LG그룹은 지배구조 선진화 차원에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최태원 회장은 지주회사인 SK(주) 대표이사 회장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9월 말 현재 SK(주) 지분을 2.22%만 갖고 있지만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시스템 통합업체 SK C&C(주)를 통해 SK(주)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구본무 회장과 특수관계인은 지주회사인 (주)LG 지분 48.61% 보유를 통해 LG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반면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은 현대자동차 대표이사직을 포함해 현대제철 등기이사, 현대파워텍 등기이사직을 갖고 있다.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은 롯데쇼핑(주)와 (주)호텔롯데 대표이사다. 롯데건설 롯데제과 등의 등기이사이기도 하다.

    5대 그룹 오너 경영인 가운데 창업 1세대로는 롯데 신격호 회장이 유일하다. 그는 올해 87세로 5대 그룹 사장급 이상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다. 신 회장은 여전히 현역으로, 요즘에도 1년 중 홀수 달에는 한국에 머물면서 계열사 사장으로부터 직접 업무 보고를 받고 있다. 아들 신동빈 부회장은 여전히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5대 그룹 CEO 138명


    5대 그룹 CEO 138명

    <B>SK그룹</B>

    경영에 참여한 오너의 특수관계인이 가장 많은 그룹은 현대·기아차그룹과 SK그룹이다. 현대·기아차그룹에선 정몽구 회장 아들 정의선 기아자동차 사장을 비롯해 사위인 신성재 현대하이스코 사장, 정태영 현대카드·캐피탈 사장 등이 있다. SK그룹에선 최태원 회장 친동생인 최재원 SK E&S 부회장과 사촌형제인 최신원 SKC 회장,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 등이 있다.

    SK그룹은 형제간에 아직 계열 분리가 안 된 탓인지 최태원 회장 형제의 경영 참여가 눈에 띈다. SK그룹 내부에선 SKC와 SK케미칼, SK건설 등을 최태원 회장의 사촌 형제인 최신원 회장과 최창원 부회장 몫으로 분류하고 있다. 다만 워커힐호텔에 대해선 아직 교통 정리가 안 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최태원 회장 친동생인 최재원 부회장의 부상이 관심을 끌고 있다. 최 부회장은 최근 열린 지주회사 SK(주) 주총에서 공동 대표로 선임됐다. 그는 또 SK텔레콤 등기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이에 따라 최 부회장은 자신이 직접 경영하는 SK가스와 SK E&S를 비롯해 SK그룹 주요 계열사 4곳의 핵심적인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하게 됐다.

    롯데그룹에선 신격호 회장 딸인 롯데쇼핑 신영자 사장과 신동빈 부회장이 있다. LG그룹에선 구본무 회장 동생 구본준 LG상사 부회장이 있다. 그는 지난해 9월 말 현재 LG상사의 지분 3.01%를 가진 최대 주주다. 삼성은 현재 이건희 전 회장의 자녀가 전무급에 머물고 있어 사장급 이상 가운데 오너 일가가 한 사람도 없다.

    오너 경영의 장점은 무엇보다 빠른 의사 결정이다. 삼성이 ‘반도체 신화’를 창조할 수 있었던 것도 이건희 전 회장이 적기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외환위기 직후엔 외환위기의 원인으로 재벌의 중복·과잉투자가 거론되면서 오너 경영의 단점이 부각되기도 했다.

    5대 그룹 내에서 오너 회장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는 최고경영자(CEO)는 주로 재무 라인 출신이다. 비자금 사건으로 물러난 삼성 이학수 전 전략기획실장(부회장)이나 김인주 전 사장 등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 전 CFO(최고재무책임자)이던 최도석 삼성카드 사장도 유명하다. 최 사장은 한때 ‘국세청 직원의 상가에는 가장 먼저 나타난다’는 소리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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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기아차그룹에선 이정대 부회장이 정몽구 회장의 신임을 받는 재무통이다. 이 부회장은 3월13일 현대자동차 주총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그는 그룹 내에서 두뇌 회전이 빠르고 정몽구 회장에 대한 충성심이 남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요즘 정몽구 회장이 자주 찾는 김용환 기아자동차 사장과 함께 그룹내 최고 ‘실세’로 꼽힌다.

    재무담당 임원이 오너 회장의 신임을 받는 것은 그들이 오너의 재산을 관리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국세청 고위 관계자들과 비공식적 관계를 맺으려 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절세야말로 재산관리의 으뜸 요건이다. 당연히 재무 라인은 오너에 대한 충성심이 높은 직원 중에서 충원한다. 그만큼 승진도 빠르다.

    그러나 ‘위험’도 높다. 오너 회장이 검찰 등 사정당국의 수사 대상이 될 때는 재무담당 임원이 첫 번째 ‘표적’이 된다. 검찰 입장에선 오너의 비밀을 가장 많이 아는 재무담당 임원의 입을 열어야 오너의 혐의를 포착할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검찰은 때때로 재무담당 임원의 ‘약점’을 눈감아주고 오너의 혐의를 손에 쥐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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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LG그룹</B>

    그뿐 아니라 국세청과 재무담당 임원의 커넥션도 검찰의 주목 대상이다. 검찰이 국세청 고위 관계자를 수사할 때 기업 재무담당 임원이 일차적인 소환 대상이 되기도 하는 것. 현 정부 들어 검찰이 이주성 전 국세청장을 구속할 수 있었던 것도 5대 그룹 소속은 아니지만 한 대기업 재무담당 고위 임원의 결정적인 진술이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CEO는 어느 정도 대우를 받을까. 최근 미국에선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한 금융기관 CEO들의 ‘도덕적 해이’가 비판 대상이 됐다. 실패한 경영자들이 책임은 지지 않고 수천만달러에 이르는 엄청난 성과급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 급기야 미국 재무부는 구제금융 대상 금융회사 고위 임원의 연봉을 50만달러로 제한했다.

    서울대 경영학과 최종학 교수는 “회계보고서에 공시된 미국 경영자 보수를 조사한 결과 최고 경영진 5명이 받은 평균 보수가 회사 당기순익의 약 10%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미국 CEO들의 평균 보수는 자사 평균 직원의 400배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5대 그룹 CEO 연봉은 대외비 사항이다. 다만 대표이사를 포함한 등기이사의 보수 한도는 주총 승인 사항이자 공시 대상이다. 이를 통해 추론이 가능한 정도다. 최종학 교수는 “회계보고서를 조사한 결과 국내 기업 CEO의 평균 보수는 자사 평직원의 11배에 달한다”고 밝혔다. 미국 CEO에 비해서는 형편없는 대우를 받고 있는 셈이다.

    5대 그룹 CEO 138명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인 삼성전자의 지난해 이사 보수 한도액은 350억원. 이건희 전 회장 등이 중도 사임함에 따라 65억원이 남게 돼 실제 집행 금액은 285억원이었다. 여기에서 사외이사 7명에게 지급한 보수 4억370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281억원가량이 사내이사 5명에게 지급됐다. 삼성전자 등기이사의 평균 연봉은 56억원 안팎인 셈이다.

    40대 사장은 오너 일가뿐

    사장단의 평균 나이가 가장 많은 그룹은 60세의 롯데였다. 롯데는 60세가 넘은 사장이 롯데쇼핑 이철우 사장 등 무려 10명이나 됐다. 다음으로 삼성그룹이 58세였고, 현대·기아차그룹과 LG그룹이 똑같이 57세였다. SK그룹 사장단의 평균 나이는 56세로, 5대 그룹 가운데 가장 젊다. 최태원 회장 나이가 49세인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SK그룹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젊은’ 최태원 회장으로선 나이든 CEO들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면서 “여기에 현재와 같은 경제위기 상황에선 상대적으로 젊고 유연한 사고를 하는 CEO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법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지난해 선친 최종현 회장 사후 10년을 넘기면서 그룹 경영에 자신감이 생긴 점도 작용했다는 것.

    가장 젊은 사장은 39세의 정의선 기아자동차 사장이다. 33세 때인 2003년 기아자동차 사장으로 승진한 정 사장은 겸손한 태도와 친화력으로 내부 임직원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정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할 때가 됐다는 얘기가 나올 때마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며 극구 사양하고 있다”고 전했다.

    40대 경영인으로는 현대·기아차그룹에서 정몽구 회장의 두 사위인 정태영(49) 현대카드·캐피탈 사장과 신성재(41) 현대하이스코 사장이 있다. SK그룹 최태원(49) 회장과 SK E&S 최재원(46) 부회장, SK케미칼 최창원(45) 부회장도 40대다. 오너 회장의 특수관계인이 아니라면 40대에 주요 계열사 사장을 맡기 힘들다는 얘기다.

    가장 젊은 대표이사는 LG텔레콤 CEO인 정일재 사장과 (주)LG 최고운영책임자(COO) 조준호 부사장으로 50세다. 1990년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은 정일재 사장은 LG경제연구원에서 일하다 2003년 지주회사인 (주)LG 부사장을 맡으면서 경영인으로 변신했다.

    정 사장은 2006년 7월 후발 통신사업자로 그룹의 골칫덩이였던 LG텔레콤 대표이사를 맡아 이 회사를 반석 위에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가 취임 이후 사내의 반대를 무릅쓰고 밀어붙인 끝에 개발에 성공한 모바일 인터넷 서비스 ‘오즈’는 지난해 4월 출시 이후 ‘대박’을 터뜨렸다.

    5대 그룹 CEO 138명
    LG텔레콤 관계자는 “가입자들이 영상 통화를 많이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3G(세대) 서비스의 전부로 알고 있는 상황에 ‘오즈’는 월 6000원의 저렴한 가격으로 개방형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모바일 인터넷시장을 창출했다”고 소개했다. 올 2월 말 현재 ‘오즈’ 가입자는 60만명으로, LG텔레콤 가입자 800만명 돌파의 1등 공신이다(2월 말 현재는 829만명).

    조준호 부사장은 지난해까지 지주회사 (주)LG의 경영총괄 담당을 맡아오다 올해 (주)LG 대표이사 겸 COO로 선임됐다. 그는 그동안 주로 사업에 대한 전략을 수립했지만 해외 사업을 직접 책임진 적도 있어 ‘전략과 실행력’을 동시에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1996년 그룹 회장실로 옮긴 이후 그룹 차원의 비전 수립과 경영 혁신 업무를 담당하면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는 이후 LG전자의 정보통신사업 부문에서 LG 휴대폰을 글로벌 선두권 브랜드로 올려놓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는 한편 북미지역 휴대폰 사업을 총괄하기도 했다. 지난해 ㈜LG로 옮긴 그는 LG의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은 물론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 육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LG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중책을 수행하고 있는 것.

    5대 그룹 CEO 138명

    <B>롯데그룹</B>

    롯데, 60세 이상 CEO 10명

    가장 나이가 많은 전문경영인은 올해 70세인 삼성생명 이수빈 회장이다. 그러나 그의 회장직은 일종의 ‘명예직’이다. 그는 지난해 7월 ‘삼성 비자금’ 사건으로 이건희 회장이 퇴임하면서 대외적으로 삼성을 대표하고 있다. 그는 입사 13년 만인 1978년 제일모직 사장으로 발탁된 뒤 무려 24년간 대표이사를 지낸 것으로도 유명하다.

    5대 그룹 CEO 138명


    5대 그룹 CEO 138명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왼쪽)과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이 지난해 10월30일 서울 자양동 건대입구역 스타시티에 개점한 롯데백화점 ‘스타시티점’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대표이사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은 전문경영인은 66세의 이철우 롯데쇼핑 사장이다. 그는 신세계백화점 과장으로 근무하던 1976년 롯데백화점 창립 멤버로 들어와 올해로 34년째 근무하고 있다. CEO로만 12년째를 맞은 그는 그룹 내에서 신격호 회장의 경영철학을 가장 잘 이해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7년 롯데백화점 대표이사 사장이 됐다.

    전문경영인 가운데 현직 최장수 CEO는 삼성전자 이윤우 부회장이다. 그는 1994년 1월 반도체 총괄 대표이사(당시 부사장)를 맡은 이래 16년째 대표이사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는 5대 그룹뿐 아니라 국내 모든 상장사의 CEO 가운데서도 최장수를 기록하고 있다. 직업이 ‘대표이사’라고 할 만하다.

    그는 1969년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전관(현 삼성SDI)에 들어갔다가 1975년 삼성전자로 옮겨 삼성 반도체 사업의 산 증인이 됐다. 삼성이 반도체 사업에 진출할 때부터 사업 추진팀에 들어가 64KD램 반도체 개발에서부터 메모리 반도체 부문 세계시장 1위를 차지할 때까지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오늘의 자리에 올랐다.

    그는 윤종용·이기태 전 부회장이나 진대제·황창규 전 사장보다 스타성이나 카리스마가 떨어진다. 그러나 그는 이런 쟁쟁한 사람들을 제치고 최후까지 삼성에 남는 데 성공했다. 그의 변하지 않는 성실함과 원만한 리더십, 시황을 읽는 탁월한 분석력이 오늘을 있게 한 비결이라는 게 내부의 평가다.

    두 번째 장수 CEO는 김순택 삼성SDI 사장(12년 1개월)이다. 이인원 롯데쇼핑 사장(11년 11개월), 김징완 삼성중공업 부회장(11년 1개월), 이철우 롯데백화점 사장(11년) 등이 뒤를 이었다. 삼성과 롯데에 장수 CEO가 많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이나 신격호 롯데 회장의 용인술과 관련이 있다는 게 재계의 평가다.

    삼성은 올해 초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하지 못한 60세 이상 사장급을 모두 내보내는 등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재계에서는 이를 두고 삼성의 ‘제2의 경영혁명’이라 불렀다. 김징완 부회장과 삼성물산 건설부문 이상대 부회장은 그간의 실적을 인정받아 이번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해 살아남을 수 있었다.

    롯데 신격호 회장 용인술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경쟁 회사에서도 인재를 영입해 온다는 것. 올 2월 인사에서도 박창규 전 대우건설 사장을 롯데건설 사장으로 영입했다. 역사가 상대적으로 짧아 공채 출신 인재가 부족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올해 2월 인사에서 승진 임명된 롯데카드 박상훈 대표이사 부사장이 공채 출신 최고위 임원으로 꼽힌다.

    2인자 인정 않는 정몽구 회장

    CEO 재임 기간이 짧은 그룹으로는 단연 현대·기아차그룹이 꼽힌다. 현대·기아차그룹에선 한때 1년에 몇 차례씩 사장단 인사가 이뤄져 그룹 내에서 사장을 ‘파리 목숨’에 비유하기도 했다. 심지어 정몽구 회장이 신임하는 ‘실세’ 사장도 그런 얘기가 그룹 안팎에 퍼지는 순간 한직으로 밀리기도 했다.

    현대·기아차그룹 관계자는 “정몽구 회장은 2000년 ‘왕자의 난’ 때 선친인 정주영 회장의 가신에게 당했다는 ‘피해의식’을 갖고 있어 삼성의 이학수 전 전략기획실장과 같은 2인자를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정 회장은 고위 경영진을 분할 지배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물론 현대·기아차그룹에서 ‘장수’ 경영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 김동진 현대모비스 부회장과 설영흥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대표적이다. 김동진 부회장은 1999년 말 현대차 상용사업본부장(사장)이 된 이후 2001년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 2005년 4월 현대차 대표이사 부회장이 됐다.

    그룹 관계자는 “다른 전문 경영인의 부침에도 김동진 부회장이 상대적으로 오랫동안 정몽구 회장의 신임을 받았던 것은 그가 워낙 성실한 데다 설사 정 회장에게 깨지는 한이 있더라도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점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현대모비스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상태.

    화교 출신인 설 부회장은 1994년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 중국사업 총괄 고문으로 현대그룹과 인연을 맺은 이래 현재까지 현대·기아차그룹에 몸담고 있다. 2004년 5월엔 현대자동차 중국사업 담당 부회장이 됐다. 설 부회장은 그룹 내부에서 “그의 눈 밖에 났다가 한직으로 밀린 고위 임원이 많다”는 얘기가 파다할 정도로 두려움의 대상이다.

    대표이사의 임기는 통상 3년이다. 상법상으론 주주총회에서 먼저 이사(사내이사 및 사외이사)를 선임한 후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를 뽑도록 돼 있다. 그러나 재벌 총수가 주총도 하기 전에 계열사 대표이사를 내정·발표하곤 해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CEO 가운데는 ‘토사구팽’당하는 사람도 있다. SK그룹 한 계열사 사장은 지난해 말 80여 명의 직원을 내보내라는 ‘지시’를 받고 반발을 최소화하는 가운데 ‘무사히’ 임무를 완수했다. 그러나 정작 그에게 돌아온 것은 임기 만료 해임이었다. 주변에선 “손에 피를 묻히는 악역을 마다하지 않았음에도 ‘보상’이 없다면 앞으로 누가 그런 일을 하려 하겠느냐”고 말한다.

    인터뷰

    베인&컴퍼니 코리아 이성용 대표가 본 한국의 CEO


    5대 그룹 CEO 138명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 아직도 먼 글로벌 마인드”

    베인&컴퍼니 코리아 이성용 대표(사진)는 미국 육군사관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컨설팅 업계에 뛰어들어 탁월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그는 20년 이상 대기업 CEO들이 복잡다단한 전략적 의사 결정을 합리적으로 내릴 수 있도록 코칭하는 데 주력해왔다. 그는 “한국계 미국인 컨설턴트로서 겪은 한국 기업의 CEO에 대한 얘기를 듣고 싶다”고 했더니 흔쾌히 인터뷰에 응했다.

    ▼ 지금과 같이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 CEO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은 무엇인가.

    “CEO 입장에선 불확실성 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기 상황에서 CEO에게 중요한 것은 변화 관리 및 사람 관리 능력이다. 반면 목표는 바꿔야 하고, 평소의 경영 프로세스도 뛰어넘어야 한다. 한국에선 오너 경영인이 많은데 이들은 자신이 모르는 분야이면 결정을 미룬다. 임원들도 제대로 모르기 때문에 위로 미룬다. 그러다 보니 투자 결정이 늦어지는 등 문제가 생긴다. 대기업에선 현장에서 CEO까지 보고가 올라오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중간에서 알아서 해주는 임원이 있어야 한다. 위기가 오면 누구나 살아남으려고 몸을 사리기만 할 뿐 위험을 부담하지 않는다. 결국 회사가 마비되고 더 큰 어려움에 빠지게 된다. 이런 상황을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미리 갖춰야 한다.”

    ▼ 그러나 한국 기업에선 신속한 의사 결정 등 오너 경영의 장점이 빛을 발한 경우도 많은데.

    “한국은 특히 오너 CEO가 없어지면 모든 조직 운영이 마비된다. 한국 기업도 글로벌 기업 못지않게 규모가 커진 만큼 시스템 경영으로 가야 한다. 그것이 자기 회사에 투자한 주주들로부터 ‘오너 맘대로 투자해도 되느냐’는 지적을 받지 않는 길이기도 하다.”

    ▼ 한국 CEO가 초일류 기업 CEO에게 배워야 할 점은 무엇인가.

    “임원을 관리하는 게 약하다. CEO 혼자서 모든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임원 팀워크가 중요하다. 베인&컴퍼니는 조직 내 효과적인 의사 결정 체계로 RAPID를 권고하는데, 이는 권고(Recommend), 승인(Approval), 실행(Perform), 의견 제시(Input), 결정(Decide)을 축약한 말이다. 한국 기업은 결정이 난 후에 실행은 빨리 하는데 결정 과정에서 임원의 역할 등이 명확하지 않다. 그러고 나서 책임은 CEO 혼자 진다. 이러다 보니 한국 기업의 최대 잠재력은 CEO의 머리다. CEO가 70점 수준이면 그 기업은 절대 70점 이상의 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 반면 외국 기업은 CEO가 100점이더라도 200점 이상의 성과를 낸다.”

    ▼ 일반적으로 한국 기업에선 CEO를 포함해 상사에 대한 만족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나는데.

    “한국 기업에선 상사가 원래 역할을 제대로 못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업무 기술을 가르쳐주고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상사의 역할인데, 한국에선 부하 직원이 특별히 잘못하지 않는 한 그냥 넘어간다. 그러다 보니 그런 부하 직원이 나중엔 상사가 되고, 그의 부하 직원이 다시 그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는 것으로 보인다. 또 한국 기업에선 팀워크를 이뤄 수평적으로 일하는 것에 익숙하지 못하다. 그러다 보니 심지어 임원끼리도 서로 헐뜯는다. 부하 직원이 뭘 배우겠는가.”

    ▼ 한국 기업의 임원들은 어떤가.

    “임원뿐 아니라 직원들도 모두 CEO가 될 생각만 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지위가 올라갈수록 교육훈련을 받을 기회는 거의 없다. 또 인사권이 누구에게 있는지에만 관심을 쏟고, 위만 쳐다본다. 그래서 한국엔 ‘10개월 경영’ 기업이 많다고 말한다. 12월은 새로운 톱으로 누가 올지 설왕설래하는 것으로 보내고, 1월엔 새로 온 톱이 모든 것을 바꾸겠다고 해서 거기 맞추느라 일을 못한다. 또 한국의 임직원은 대부분 자기가 CEO인 것처럼 회사 걱정은 열심히 하지만 정작 자기의 역할은 소홀히 한다. 가령 구매 담당 임원에게 ‘뭘 하느냐’고 물어보면 ‘구매 비용을 2% 줄이겠다’는 등의 상투적인 얘기만 한다. 그것은 누가 맡든 할 수 있는 일이지, 결코 그의 ‘역할’이 아니다.”

    ▼ 지금까지 만난 한국인 CEO 가운데 인상 깊은 사람을 꼽는다면.

    “샐러리맨 출신으로 10여 년 만에 세계 4대 조선회사 신화를 만든 강덕수 STX 회장, 음악·미술·골프뿐 아니라 사업 자체도 속속들이 꿰뚫고 있는 덕장 스타일의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중소기업인으로서 철인과 같이 열정적으로 일하는 풀무원 남승우 사장 등을 꼽고 싶다.”

    ▼ 장차 CEO를 꿈꾸는 야심 있는 젊은 직장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인적 네트워크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우선 아무리 본인이 능력이 탁월하다고 해도 끌어주고 밀어주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전문가적 역량을 가진 사람을 많이 만나되 깊게 사귀어야 한다. 그런데 한국의 직장인들은 거래 관계식으로 사람을 만나는 경향이 있다. 두 번째는 회사 내에서 나를 추천해줄 사람은 늘려나가고, 속된 말로 ‘씹는’ 사람은 줄여나가야 한다.”

    ▼ 한국의 기업문화 중 아직까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는가.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한국식 문화가 가장 큰 문제다. 한국 사람들은 주방은 불결하더라도 음식 맛만 좋으면 상관하지 않는다. 그런데 경영은 주방이다. 최근 한 국내 대기업의 투자 결정에 대해 외국인 투자가가 ‘왜 그곳에 투자하느냐’고 물었더니 돌아온 답은 ‘돈만 벌면 될 것 아니냐’였다. 외국인 투자가들은 무엇보다 경영 프로세스를 중요시한다. 경기가 좋을 때는 상관없지만 그 반대일 때는 그나마 프로세스가 좋아야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아직도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한국인 경영진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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