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월호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거리 풍부한 三合 녹색관광명소, 남해안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남해안 녹색관광지 탐방 동행기

  • 경수현│연합뉴스 기자 │

    입력2010-02-02 18: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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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010년 새해 첫 주말에 매물도와 청산도, 순천만 등 남해안의 대표적 녹색관광지를 돌아봤다. 문화관광 행정 수장이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남해안 섬 지역을 직접 돌아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볼거리와 먹을거리, 즐길거리가 어우러진 남해안 일대는 새로운 관광 트렌드로 자리 잡은 녹색관광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유 장관은 이번 답사를 통해 기존 관광 정책의 문제점을 점검하는 한편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 중심의 저탄소 녹색관광 활성화 방안’을 모색했다.
    • <편집자 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1월7일부터 10일까지 3박4일 일정으로 ‘가고 싶은 섬’ 시범사업 지역을 비롯해 남해안 일대를 돌아봤다. 유 장관의 이번 방문에는 가고 싶은 섬 사업 컨설팅단 등이 함께했다.

    첫 방문지는 경남 통영. 7일 저녁 유 장관 일행을 태운 버스는 밤 12시30분이 돼서야 숙소인 통영 충무마리나 리조트에 도착했다. 워낙 늦은 시간이었지만 길가의 연두색 가로등이 인상적이었다. 8일 아침, 눈을 뜨자 리조트 앞에는 산맥처럼 이어진 수많은 섬과 그 위로 머리를 내민 태양이 장관을 이뤘다.

    꼬불꼬불한 골목 ‘동피랑’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거리 풍부한 三合 녹색관광명소, 남해안

    철새 보호를 위해 차량 출입을 금하고 있기 때문에 순천만 탐조대에 가기 위해서는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해야 한다.

    일행은 짧은 틈을 이용해 숙소 부근 동피랑 동네를 구경했다.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진행됐던 이 산동네는 집집마다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통영항 정면 언덕에 위치한 동피랑은 꼬불꼬불한 200여m에 걸쳐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골목이다. 2007년 10월 골목길 여기저기 자투리 공간과 벽, 물탱크에 물고기와 꽃봉오리가 그려지고 김춘수의 시‘꽃’ 등이 새겨지면서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졌으며 예술가들이 직접 입주, 활동하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동피랑 산동네 꼭대기까지 오르면 병선마당을 비롯해 통영 시내를 조망할 수 있다.

    일행은 경남도 소유의 행정선을 타고 통영시 한산면의 매물도로 향했다. 매물도는 거주 인구가 200명에도 못 미치지만 연간 35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인기 있는 섬이다. 관광객이 주로 찾는 작은 섬인 소매물도와 이보다 더 작지만 등대가 설치된 등대섬, 그리고 가장 면적이 넓은 대매물도 등 3개 섬으로 이뤄져 있다.



    매물도는 ‘가고 싶은 섬’ 시범사업 대상지의 하나로, 유 장관의 이번 일정 가운데 주요 목적지 중 하나였다. ‘가고 싶은 섬’ 사업은 매물도와 함께 청산도(전남 완도), 외연도(충남 보령), 홍도(전남 신안) 등 4개 섬을 시범적으로 선정, 2007년부터 추진해온 사업으로 현재 계획으로는 2011년까지 국비 222억원을 포함해 지자체 부담분까지 총 사업비 458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일행은 소매물도에 도착했다. 항에 도착하자 맨 먼저 서양식으로 멋을 낸 꽤 규모가 큰 펜션이 섬 중턱에 자리 잡고 있는 게 눈길을 끌었다. 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섬을 찾기는 처음이라며 반기는 주민들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소매물도 정상까지 올라가자 예전에는 세관초소로 쓰였던 건물이 전망대 역할을 했다. 이곳에서는 멀리 동백나무와 후박나무 군락지를 볼 수 있었다. 초소 밑으로 5분 남짓 걸어 내려가자 ‘등대섬’으로 불리는 풍광 좋은 섬이 나타났다. 소매물도와 등대섬은 바닷물이 빠지면 관광객들이 걸어갈 수 있지만 이번에는 빠듯한 시간 때문에 그럴 기회를 갖지 못했다.

    소매물도의 식당에서 점심으로 ‘따개비밥’과 섬 주변에서 땄다는 자연산 굴을 먹은 일행은 주민들을 뒤로하고 배에 올랐다. 등대섬을 우회해서 대매물도로 향하는 길에 글씽이굴, 촛대바위, 병풍바위 등 기암절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잠시 들른 대매물도의 주민들은 급수 사정이 좋지 않은 소매물도에 비해 접안 시설이나 식수 사정 등이 상대적으로 좋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배를 타고 통영시로 돌아온 일행은 국내 최장(1975m)으로, 통영의 또 다른 명소로 부상한 미륵산의 한려수도 케이블카를 탔다. 한려수도의 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이어 일행은 전혁림미술관으로 향했다. 이곳에서 유 장관은 현지 문화예술인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전혁림미술관은 주택을 개조한 작은 미술관이지만, 원로 화가 전혁림의 명성에 걸맞게 아름답게 꾸며져 있었다.

    통영은 대강 둘러보더라도 소설가 박경리, 작곡가 윤이상 등 한국이 자랑하는 많은 문화예술인이 왜 이 작은 도시에서 탄생했는지 이해될 만큼 매력이 있는 도시다. 하지만 짧은 일정 탓에 아쉬움을 남겨둘 수밖에 없었다.

    자동차 NO, 자전거 OK

    통영에서 버스를 타고 이동해 전남 순천에 한밤중에 도착했다. 숙소는 순천 낙안읍성의 한옥. 낙안읍성은 성내에 주민들이 거주하는 국내 유일의 살아있는 민속마을이라고 한다. 한옥 마당에서 장작불로 굴과 꼬막, 고구마를 구워 먹고 막걸리를 마시면서 운치 있는 밤을 보냈다. 밤하늘에는 별이 총총했다.

    일행은 9일 새벽 일찍 일어났다. 순천만과 이곳을 찾는다는 흑두루미를 보기 위해서였다. 순천만은 세계 5대 연안습지로 꼽힐 만큼 갯벌의 자연생태가 잘 보존돼 있는 곳으로 갈대밭도 볼거리를 제공한다.

    일행을 태운 버스가 주차장에 서자 자전거 수십 대가 대기하고 있었다. 순천만에 오는 수백종의 철새를 보호하기 위해 이 일대 전봇대 280개를 뽑았다는 노관규 순천시장은 관광객들에게도 녹색관광의 실천을 요구했다. 탐조대까지 차량 진입은 안 되고 걸어서 혹은 자전거로 이동해야 한다는 것. 일행은 순천시가 준비해둔 자전거를 10여 분간 타고 아침 공기를 가르며 이동했다.

    정말 천연기념물인 흑두루미들이 눈에 들어왔다. 멀리 논 위에서 먹이를 찾아 먹던 흑두루미들은 삼삼오오 모여 하늘로 올라 우아한 모습을 뽐내는 듯 허공을 선회하다가 착지하곤 했다. 순천시는 생태관광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국제습지센터를 조성하고 2013년 국제정원박람회 개최를 준비 중이라고 노관규 시장은 설명했다. 그는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지역경제에도 생태관광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자랑도 덧붙였다. 문화부도 국제습지센터 조성에 400억원대의 예산을 배정해놨다고 설명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자전거를 타고 움직인 탓인지 식욕이 당겼다. 부근 대대선창집이라는 식당에서 생전 처음 ‘짱뚱어탕’을 먹었는데 얼큰한 맛이 꽤 괜찮았다. 탕에 들어가는 짱뚱어는 부근 갯벌에서 낚시로 잡는다고 한다.

    다시 일행은 버스로 부근 별량면의 갯벌 마을을 방문했다. 이동하는 도중 노관규 시장은 부근 길가에 설치된 비닐하우스를 가리키며 “순천시가 전국 미나리의 80%를 생산하는데 그 미나리를 키우는 비닐하우스”라며 “나중에는 비닐하우스들도 옮겨야 할 텐데 그 방안을 마련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별량면 방문은 갯벌을 활용한 체험 프로그램의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다. 유 장관이 노관규 시장과 함께 직접 ‘뻘배’를 타고 땀을 흘리며 꼬막을 캐기도 했다.

    서편제 촬영지 ‘청산도’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거리 풍부한 三合 녹색관광명소, 남해안

    영화 ‘서편제’ 촬영지로 유명한 청산도.

    일행은 다시 일정에 맞춰 배를 타고 청산도로 향했다. 청산도는 면적이 41㎢인 꽤 큰 섬이다. 영화 ‘서편제’의 촬영지로 유명하고 최근에는 드라마 ‘봄의 왈츠’ 세트장이 차려졌을 만큼 근사한 풍광을 자랑하는 곳이며 ‘슬로시티’로 인증받은 섬이기도 하다.

    봄의 왈츠 세트장은 관광명소로 개방돼 있고 영화 서편제 중 유봉 일가가 황톳길을 내려오며 진도아리랑을 불렀던 오솔길도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금방 연상할 수 있다. 겨울철이라 볼 기회가 없었지만 이 섬은 유채꽃이나 청보리밭이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경이 특히 매력적이라고 한다. 지난해 봄에는 ‘슬로시티’에 걸맞게 걷기 축제도 열렸으며 정례화가 추진되고 있는 만큼 봄철에 찾으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청산도에는 돌이 많다. 그래서인지 논바닥에 돌을 깔고 그 위에 흙을 쌓아 만든 ‘구들장 논’이 예부터 형성됐으며 돌로 담을 쌓은 상서리 마을은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다.

    아울러 특유의 장례 풍습인 초분(草墳)이나 고인돌 등 도시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볼거리들이 눈길을 끌었다. 이 섬에는 여러 곳의 해수욕장도 있다고 하니 여름철에도 찾을 만한 관광지인 셈이다. 이 섬의 연간 관광객은 10만명을 넘는다고 한다. 섬 주변에는 전국 전복 생산량의 80%를 생산하는 완도군에 속한 섬답게 전복 양식장이 많이 설치돼 있다. 워낙 짧은 체류시간 때문에 청산도는 해안도로를 차를 타고 도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청산도는 완도 여객터미널 사이를 오가는 고속페리호가 하루 4차례씩 운항된다고 하니, 섬치고는 교통 사정도 괜찮은 편이다.

    청산도에서 완도로 돌아온 일행은 다시 버스로 갈아타고 진도로 향했다. 진도에는 문화부 산하기관인 국립남도국악원이 자리 잡고 있다. 부근 식당에서 진도의 특산물인 홍주를 반주 삼아 식사한 뒤 하룻밤을 잤다.

    이튿날 한국 남종화의 성지로도 불리는 운림산방을 구경했다. 운림산방은 소치(小癡) 허련(許鍊·1808~93) 선생이 49세 되던 해인 1856년 스승인 추사 김정희 선생이 타계하자 고향에 내려와 초가를 짓고 살았던 곳으로, 둥그런 선의 산 앞에 자리 잡고 있어 그 자체로도 한 폭의 그림 같은 느낌을 준다. 옆 기념관에는 소치의 수묵화와 함께 그의 뒤를 이은 허형(許瀅·1862~1938), 허백련(許百鍊·1891~1977), 허건(許楗·1908~87), 허림(許林·1917~42), 허문(許文·1941~), 허진(許鎭·1959~) 등 남도 최고의 예맥인 허씨 가문의 그림들을 감상할 수 있다.

    이어 해남의 화원관광단지와 영암의 포뮬러원(F1) 국제자동차 경주장 건설 현장을 돌아보는 것을 끝으로 3박4일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짧은 시간에 경남 통영에서 전남 진도까지 남해안을 동에서 서로 향하며 녹색관광 개발의 현장을 대강이나마 훑어본 셈이다. 일행은 버스를 타고 목포로 이동해 KTX를 타고 서울로 향했다.

    녹색관광 현장에서 이뤄진 토론회

    “관광객 머물 수 있는 녹색관광 환경 갖춰야”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거리 풍부한 三合 녹색관광명소, 남해안

    전혁림미술관에서 유인촌 장관이 문화예술계 인사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9일 동행한 컨설팅단과 ‘가고 싶은 섬’ 시범사업의 현장 점검 결과를 정리하는 토론회를 가졌다. 컨설팅단 멤버는 최정화 가슴시각개발연구소장, 이선철 감자꽃스튜디오 대표, 박종관 건국대 지리학과 교수, 안이영노 기분좋은트렌드하우스QX 대표, 김향자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창회 국립환경과학원 연구원 등이었다.

    유 장관은 토론에서 그동안 하드웨어 중심으로 진행돼온 ‘가고 싶은 섬’ 시범사업에 대해 “무슨 수를 쓰더라도 뒤엎을 생각”이라고 사업 개선의지를 밝혔다. 매물도, 청산도, 외연도, 홍도 등 4개 섬을 대상으로 2007년부터 예산을 반영해 추진해온 ‘가고 싶은 섬’ 사업에는 2011년까지 국비 222억원을 포함해 지자체 부담분까지 총 사업비 458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1개 섬당 사업비가 평균 100억원을 넘는 셈.

    유 장관은 “섬을 망치면 안 된다는 게 기본 생각”이라며 “섬의 특징을 살리면 관광은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것인데 접근 방법이 틀리다”고 지적했다. 그는 “섬이 갖고 있는 근본을 잘 지키고 더 빛나게 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컨설팅단도 현행 사업 추진방식에 부정적인 의견을 쏟아냈다. 안이영노 대표는 “생태지향적이 아니면 몇 년 후에는 부정적이 된다. 하드웨어 사업 부문을 강하게 조정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고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김향자 선임연구위원은 “초기 기본계획 수립 때부터 참여했는데 실시설계 단계에서 예상치 못한 일들이 일어났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김창회 연구원은 마치 “하드웨어가 먼저 들어가 사람을 기다리는 느낌”이라며 소프트웨어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선철 대표는 주민들의 주도적인 참여 필요성을 제기했다.

    컨설팅단은 대체로 현 상황에서 가능한 방향으로, 사업 예산에서 소프트웨어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데 의견을 공유했다. 최종적인 결론은 2월께 제시될 예정이다.

    유 장관은 사실 토론회 전부터 탐방 내내 자신의 생각을 지역주민들에게 내비쳤다.

    “2007년부터 시작된 이 사업이 진행이 잘 안 됐다. 그래서 올해부터는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 현장에 나온 것이다” “잘못 개발하면 나중에 후회하게 된다” “도시처럼 편리하다고 좋은 게 아니다” “사람 많이 온다고 펜션을 계속 지으면 어느 시점부터 사람이 끊긴다”는 등.

    특히 소매물도에서는 “사람들이 이 섬에 왜 오는지 생각해야 한다”며 관광객의 증가에 맞춰 무턱대고 시설을 늘리기보다는 섬이 수용할 수 있는 수용 한계를 정하거나 극단적으로는 주민들이 합의해 전기 없이 호롱불로 생활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또 “화장실이나 물 문제는 해결해야겠지만 조형물을 설치해놓는 게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면서 “주민들 삶 속에 밀착한 문화여야 한다”고도 했다.

    물론 관광 주무부처의 장관으로서 국내 관광 활성화도 강조했다. 유 장관은 순천시를 방문했을 때 제주의 올레길 성공사례를 전하면서 “지금 관광의 환경이 바뀌고 있다”며 “관광객이 머물게 하는 환경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여수 엑스포가 열리는 2012년을 기점으로 남해안에 새로운 관광시대가 열릴 수 있도록 하려는 게 정부의 의지”라며 “남해안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중의 하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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