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호

창작의 끝 아닌 시작, 공연 기획 A to Z

  • 조윤범│현악사중주단 콰르텟엑스 리더 yoonbhum@me.com│

    입력2010-06-04 10:15: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공연 포스터와 공연 브로슈어는 잠재 관객에게 공연에 대한 선입관을 남기고, 티켓 구매 욕구를 자극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연주자들이 사진에 생각보다 많은 비용을 투자하고, 몇날 며칠 관객의 뇌리에 박힐 공연 제목과 연주자 소개 문구를 고민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금전적으로 크게 손해 보지 않으면서 연주자와 관객 모두 만족하는 공연을 하려면 기획 단계부터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창작의 끝 아닌 시작, 공연 기획 A to Z

    덴마크의 ‘코펜하겐 콘서트홀’

    연주자는 공연을 통해 세상에 등장한다. 유명 콩쿠르 입상자든, 운 좋게 음반을 먼저 내놓은 사람이든 예외가 없다. 연주회장을 빌리고 프로그램이 적혀 있는 브로슈어를 준비하고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보내 공연소식을 알리는 과정은 어찌 보면 결혼식 준비와 흡사하다. 비용도 만만치 않고, 일손도 생각보다 많이 필요하다. 요즘은 연주자 대신 이 과정을 대행하는 공연기획사에서 직접 아티스트를 초빙하고 공연을 제작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연주자가 자신의 공연임에도 많은 것에 관여하지 않는 현실이 아쉽기도 하다.

    공연 당일을 상상해보자. 무대 리허설을 마쳤지만 뭔가 불안하고, 팸플릿에는 여전히 오타가 남아 있다. 관객이 얼마나 들지는 비관적이다. 자신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기 때문에 대부분이 지인이며, 그들에게서 수익을 기대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간신히 관심 있는 평론가나 기자 몇몇을 초청하는 데 성공했지만, 그들의 참석 가능성은 언제나 희박하다. 긴장 속에서 무대에 서고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만족스러울 정도로 연주를 끝마친다. 그동안의 긴장이 풀어지고 힘들었던 일들은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그러나 연주자나 공연기획자는 이 행복한 순간을 계획하기 전에 다음과 같은 짓궂은 생각을 해야만 한다. ‘내가 이 공연을 왜 하는 거지?’ 어느 공연이든 많은 시간과 노력의 투자로 치러지는데, 그 대가로 경험과 추억 이상의 무엇을 남길 수 있을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는 모든 행동에 ‘왜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런데도 나이가 찼으니 결혼을 한다는 식으로 ‘당연히’ 해야 하는 것처럼 아무 의식 없이 공연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그러한 공연이 아주 간단한 것이라면 크게 문제될 것 없지만, 많은 비용과 장기간의 노력을 투자하는 공연이라면, 기량 향상의 기회로만 삼기에는 적절치 못하다. 아티스트와 공연기획자는 공연으로 창출될 수 있는 이득에 대해 정확히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그것은 금전적인 수익일 수도 있고, 팀을 알리는 홍보의 기회를 얻음과 동시에 음반이나 매스미디어로 진출하는 기회일 수도 있다. 목적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준비과정도 달라져야 한다.

    공연을 상품화할 제목



    처음에 가장 비중을 둬야 할 부분은 바로 ‘원하는 이미지로 알리는 것’이다. 단순히 팀이 새로 창단됐다가 아니라, 새로운 아티스트가 뭔가 색다른 것을 보여주기 위해 등장했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 물론 과장이 아닌 사실이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실제로 앞선 예술가들과의 차별화에 성공해야 한다. 레퍼토리가 달라야 하며, 연주하는 방식과 기량 면에서도 인정받아야 하고, 자신들의 예술적 사상도 충분히 표현돼야 한다. 그러면 당신과 뜻을 함께할 사람들이 주위에 모이기 시작할 것이다.

    하나의 공연에서 그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을까? 한 번에 전부를 보여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준비한 공연은 작게라도 반드시 그 효과를 낸다. 미리 두 번째 공연 포스터의 카피문구를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데뷔공연에서 ○○한 연주로 이목을 끌며 화려하게 등장한 팀” “첫 공연, 기립박수를 받다” “평론가들이 극찬한 팀” 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수 있으려면 첫 공연에서 원하는 그것들을 얻어내야 한다. 어쩌면 그것은 개개인의 연주 기량 외에 다른 노력을 필요로 할지도 모른다. 이렇게 만들어낸 이미지들은 향후 공연에 밑거름이 된다.

    ‘제○회 정기연주회’ ‘창단 연주회’ ‘귀국 독주회’ 등의 제목은 그들만의 용어다. 연주자들의 세계에서 사용하는 단어를 그대로 사용한 것에 불과하다. 한 식품회사가 아이스크림을 광고하면서 ‘우리 회사의 몇 번째 제품’ ‘창사기념 빙과류’ 같은 상품명을 쓴다면 누가 그것을 사겠는가? 음악과 같은 아름다운 예술을 전달하면서 청중의 감수성을 무시한 형식적인 제목을 사용하는 이유는 단 하나, ‘성의부족’이다.

    관객은 이번 공연이 몇 번째 정기연주회인지 세고 있지 않을뿐더러 크게 관심 없다. 놀랄 만큼 오래된 팀임을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면 더욱 그렇다. 더구나 이런 제목은 그들의 다른 정기연주회들과 마찬가지로 관객의 기억에 남지 않는다. 운이 좋으면 이렇게 기억해주는 팬이 있을지 모른다. “예전에 그 단체의 23회인가 24회쯤의 정기연주회는 정말 멋있었어. 무슨 곡이었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나지만 말이야.” 간혹 이런 ‘성의부족’ 제목이 더 유리할 때가 있는데, 공연 단체의 이미지가 크게 작용할 때다. ‘독일 음악의 정취’라는 제목보다 ‘베를린필하모닉의 정기연주회’가 훨씬 많은 관객을 불러 모을 테니까. 하지만 이게 가능하려면 연주단체의 지명도가 아주 높아야 한다.

    반대로 뮤지컬을 생각해보자. 우리는 올해도 ‘레미제라블’을 보러 가지만 올해의 캐스팅은 지난해와 다르다. 한 뮤지컬극단의 몇 번째 공연인가보다 ‘레미제라블’이라는 공연 제목에 관심을 갖는다. 이처럼 단체보다 공연을 앞세울 때 가장 큰 장점은 바로 공연의 ‘복제’다. 이는 음악회에도 적용된다. 수개월간 준비한 공연을 한 번으로 끝내지 않으면 그 완성도 또한 계속해서 높아진다. 훌륭한 공연은 다른 지방공연장이나 해외로도 판매가 가능하다. 하지만 “당신 단체의 제3회 정기연주회를 여기 와서 해주시겠습니까?” 하고 제의하는 극장주는 없다. 정성 들여 준비한 공연일수록 공연의 성격을 한눈에 알 수 있고 주 관객층의 관심을 자극하는 제목으로 멋지게 상품화해야 한다.

    대중음악은 자신이 직접 작곡한 곡이나 그들만을 위해 만들어진 음악으로 공연해야 하는 제약이 있다. 이에 비하면 클래식음악은 연주자에게 수없이 많은 레퍼토리를 제공한다. 또 어느 연주자에게나 공평하다. 수많은 레퍼토리 중에서 어떤 음악들을 골라 어떠한 방식으로 연주하는가가 공연 프로그램의 질과 단체의 이미지를 좌우한다. 연주 프로그램은 그 단체의 색깔을 결정하기 때문에 어떤 곡을 연주하는가는 그들의 옷이나 팀 이름보다도 훨씬 중요하다.

    관객 입장에서 상상하라

    모든 문화행사에는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러닝타임이 있다. 극장용 영화는 2시간 내외이고, 오페라는 3시간, 롤러코스터는 2분도 채 안 된다. 클래식 음악은 어떨까? 연주회장에서의 공연은 1시간30분 이상, 야외음악회는 1시간 이내, 80분짜리 CD에 들어가는 음악의 실제 러닝타임은 60분 내외(대중음악은 40분 내외)다. 작곡가마저 어느 정도 표준시간을 고려한다. 한 악장의 평균 길이는 5분, 전 악장은 25분 내외, 단악장의 곡은 10~15분 내외다. 이러한 데이터는 프로그램을 짜는 틀로 활용된다. 우리가 흔히 보는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다. 짧은 서곡과 난이도와 길이에 큰 부담이 없는 작품으로 1부를 마치고, 2부 메인은 비중 있는 거대한 작품으로 채운다. 오랜 전통을 지닌 이러한 방식의 프로그램은 여러 장단점이 있다. 짧은 첫 곡은 늦게 들어오는 관객들을 배려한 것이고, 부담 없이 감상을 시작하자는 의도가 담겨있다. 어려운 2부 프로그램을 소화하려면 연주자들로서도 난이도가 높지 않은 곡들로 시작하는 것이 편하다. 그런데 도대체 누구를 위한 음악회인가? 조금이라도 공연을 쉽게 치르고 싶어하는 연주자를 위한 것인가, 아니면 일부 늦게 오는 관객들을 위한 것인가?(하긴 그들이 VIP일 수도 있다)

    전통적인 기승전결 구조를 가진 프로그램의 무조건적인 수용은 다양한 형식의 공연을 접할 관객의 권리를 빼앗는 것이다. 내가 관객이라면 어떤 곡들로 구성된 공연을 바랄까? 이러한 생각이 프로그램을 짜는 바탕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프로그램에 맞는 연주단체로 훈련되는 것이 도전적인 단체의 모습이다. 연주자에게는 도전이 되고 관객에게는 기쁨이 되는 공연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훌륭한 기획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객석에 앉은 관객의 입장에서 상상해봐야 한다. 어느 부분에서 하품이 나오는지, 어느 부분에서 감상이 부담스러워지는지를 계속해서 확인해 보고 프로그램을 조정해야 한다.

    경쟁력 있는 홍보 사진

    창작의 끝 아닌 시작, 공연 기획 A to Z

    포스터도 예술이다.

    초청공연이 아니라면 연주자들이 공연장을 빌려서 공연을 하는데, 이것이 ‘대관’이다. 연주자 누구나 지명도 있고 규모가 큰 공연장에서 연주하고 싶어한다. 어느 누가 멋지고 화려한 데뷔를 마다하겠는가. 하지만 지명도 있는 공연장은 쉽게 빌려주지 않는데다가, 큰 공연장일수록 가격이 비싸고 관객을 채우기도 어렵다.

    당신이 공연장의 주인이라고 가정하자. 공연장의 품격과 권위를 높이기 위해서 무슨 일을 가장 먼저 하겠는가? 예산이 충분하다면 세계 최고의 아티스트를 초청하는 것이 어렵지 않을 테고, 한편으로 풋내기 연주자들이 함부로 공연하지 못하도록 문턱을 높이고 심사기준을 강화할지 모른다. 대관료를 높이는 것도 공연장의 권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이것은 마치 루소의 말처럼 모든 학교가 학생을 위해서가 아닌, 학교 자체를 위해 존재할 수밖에 없는 비극적 운명과도 같다. 공연장이 연주자를 위해 존재하기 위해서는 공연장 측의 많은 인내와 각오가 필요하다.

    현실이 이러하니 좋은 공연장일수록 빌리기 어려운 것이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서두를 이유는 전혀 없다. 당신이나 당신이 속한 단체가 유명해지면 공연장들이 앞 다퉈 초청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때가 되면 비싼 대관료를 내기는커녕, 고액의 연주료를 받고 당신의 이름이 적힌 대기실에 앉아 커튼콜을 기다릴 것이다. 더 희망적인 사실은 모든 공연이 이런 큰 공연장에 어울리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공연프로그램에 따라 소극장이나 지하철역, 미술관이 어울릴 수도 있고, 배경 영상이나 다른 장치들을 사용하는 실험적인 무대는 큰 홀보다 실험극장이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

    믿어지지 않겠지만, 공연을 하기 위해 가장 많은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 부분이 바로 사진이다. 연주자의 시각적인 이미지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이기 때문이다. 심도 있는 작전 없이 만들어내는 사진에선 악기를 들고 있는 연주자 모습 이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참신하고 멋진 사진을 만들기 위해 사진작가와 충분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 아티스트의 사진촬영은 서로 다른 예술의 결합이기 때문에, 실제로 오랜 시간 서로 생각하고 있는 이미지에 대해 대화를 나눠야 한다.

    사진촬영에 들어가면 최소 하루 이상 소비해야 하며, 다양한 사진을 얻을수록 인쇄물 디자인의 폭이 넓어진다. 언론사에서 요구하는 홍보사진의 경쟁력 또한 다른 공연광고들에 비해 높아진다.

    포스터도 예술이다

    공연장에 있었던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으로 인한 입소문에는 한계가 있다. 오히려 각 기관에 붙여진 포스터가 더 많은 사람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큰 공연장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그 비용을 이미지 홍보에 투자하는 것은 어떨까? 필자는 초창기에 아예 공연 없이 포스터만 붙일 생각도 해봤다. “우리는 곧 데뷔합니다” 라는 문구가 실린 포스터를 대학 내 게시판이나 공연게시판에 붙이면 효과가 있을 것도 같았다. 다행히(?) 단원들이 말려서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지만, 공연을 준비하는 단계에서 이렇게 모든 것을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보는 자세는 꼭 필요하다.

    포스터에 어떤 사진과 문구를 넣을지도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보자. 당신이라면 어떤 포스터를 보고 예매하려 하겠는가? 연주자의 증명사진 밑에 있는 작은 이름? 아니면 그들이 연주할 레퍼토리? 오히려 강렬한 사진이나 디자인에 매료되는 것은 아닐까? 정답은 없다. 공연기획자로서 이 모든 것을 얼마나 세심하게 고려했는지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예술 공연의 홍보물이니 포스터도 반드시 예술적 가치를 지닌 작품이어야 할까? 당연히 그렇다. 나쁜 디자인이라고 해서 공연에 손상이 가거나 수익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훌륭하고 예술적인 디자인의 포스터는 공연을 성공으로 이끄는 역할을 반드시 해낸다. 그렇게 믿어야만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연주자인 우리가 예술가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무엇 때문에 예술을 하는가? 더 나은 예술이 가치를 인정받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가 아닌가.

    전단이라고 불리는 공연홍보지는 주요 예매처와 음악대학, 협찬관련 업체, 언론기관에 전달되는 용도다. 여기엔 팀에 대한 세부적인 정보가 담겨야 한다. 단체의 웹사이트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 같은 자세한 내용들로, 생각보다 많은 글이 필요하다. 자기 자신을 소개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사진 이미지 다음으로 시선을 끄는 것이 글자 정보다. 전단에 ‘놀랄 만한 사운드를 지닌 뛰어난 팀’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면, 사람들이 그것을 읽는 그대로 믿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그 단체의 음향적인 부분에 더 관심을 갖고 들을 것이다. 브로슈어에 적혀있는 모든 글은 그것을 보는 사람에게 선입관을 갖게 한다. 연주자나 공연기획자는 이를 적절하게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

    전단을 4000부 인쇄해 홍보했다고 치자. 공연장 좌석이 500석이라면, 공연을 보지 않은 나머지 3500명이 가진 이미지는 오직 전단으로부터 얻은 것이다. 결국 전단을 잘 만드는 것이 공연 당일 연주를 잘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얘기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

    공연은 오래전에 기획될수록 좋다. 아무리 짧아도 최소 2개월은 필요한데, 홍보기간 때문이다. 포스터와 전단은 보통 2개월 전에 배포되고 예매도 그와 동시에 시작된다. 큰 공연일수록 더 일찍 홍보를 시작하는 것이 관례다. 공연을 직접 제작해본 연주자들이나 공연기획사는 각 언론사의 문화부기자들과 관련 단체 연락처를 확보하고 있다. 보도자료를 통한 홍보는 고액의 지면광고비를 지출하지 않아도 되는 아주 경제적인 수단이다. 하지만 바쁜 기자들에게 이 같은 공연 보도자료가 수없이 밀려들 테고, 특별히 관심을 끄는 게 아니면 눈길 한번 받지 못하고 폐기처분되는 게 현실이다.

    인터넷 홍보방법도 여러 가지다. 음악동호회나 e메일, 뉴스레터들이 사용된다. 효과는 천차만별이다. 이러한 시도들이 모두 관객 동원으로 연결되지는 않지만 지속적으로 시도해야 한다. TV 시청자가 광고에 나온 모든 제품을 사는 건 아니지만, 그 회사에 대한 이미지가 시청자의 기억에 남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 팀은 자주 좋은 연주회를 하더라. 신문에서 자주 봤어” 하는 얘기가 오가면, 그것은 연주단체의 미래가치가 된다.

    처음부터 수익이 나는 공연을 기획하는 건 무척 힘들다. 그럼에도 클래식연주자들이 첫 공연 티켓가격을 터무니없이 높게 잡는 우를 범한다.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자신들이 투자한 노력-수개월의 연습-에 대한 보상심리에서고, 다른 하나는 자신의 공연이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서다. 하지만 우리의 현명한 관객들은 아주 유명하거나 재밌다고 소문나지 않은 공연에 지갑을 열지 않는다. 첫 공연에서부터 금전적인 보상을 바라는 것보다 팀 이미지를 소개하고 홍보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다.

    협찬은 포스터나 전단 같은 인쇄물에 광고를 싣는 조건으로 기업으로부터 광고비를 받는 것이다. 처음 데뷔하는 단체가 기업으로부터 상업성을 인정받기란 불가능에 가까우며 별로 바람직하지도 않다. 대부분은 지인들에게 부탁해 공연비용 부담을 줄이는 목적으로 진행된다. 오랜 활동으로 대중적 인기를 얻으면 협찬도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창작의 끝 아닌 시작, 공연 기획 A to Z
    조 윤 범

    1975년 서울 출생

    선화예고, 연세대학교 기악과 졸업

    서울필하모닉 단원 및 다수 오케스트라 객원 악장 역임

    현악사중주단 콰르텟엑스 리더 겸 제1바이올린 주자

    예당아트TV ‘콰르텟엑스와 함께하는 조윤범의 파워클래식’ 진행

    ‘조윤범의 파워클래식’(2008)


    후원은 공연의 성격에 따라 관련 단체의 지원을 받는 방법이다. ‘베토벤전곡연주회’라면 베토벤협회의 후원을 기대해볼 수 있고, 장애인을 위한 연주회라면 관련기관의 홍보 협조나 다른 방식의 후원도 가능하다. 이러한 시도들은 공연기획 단계에서부터 일찌감치 고려돼야 하는 부분이다.

    조금 더 노력한다면 문화예술 공연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적 기금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자금에는 경쟁자가 많을뿐더러 작성해야 할 서류도 복잡하고, 단체가 경력을 쌓지 않으면 심사에서 탈락하기 일쑤다. 인내를 가지고 몇 년 동안 지속적으로 도전하면 든든한 후원을 기대해볼 수 있다. 그렇게 선택되면, 음악계를 위해 더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할 의무도 짊어지게 된다.

    예술과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무대인 공연, 그것은 또 하나의 작품이다. 이것을 만들고 선보이는 과정은 예술가들의 창작의 마무리가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새로운 집을 짓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공연이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혁신을 이루어 낼 때 관객과 아티스트 모두 발전할 수 있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