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호

“경찰 축소·은폐수사로 볼만한 이상한 것 발견”

디도스 특검, 윗선 개입 단서 포착

  • 허만섭 기자│mshue@donga.com

    입력2012-05-18 17: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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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현민 자백 과정에 굉장히 의심스러운 정황 확인”
    • “이름 세 글자만 들어도 알 만한 사람이 디도스 공격 부탁”
    • “디도스 주범, 온라인도박 합법화 위해 2억5000만 원 줬다”
    • “디도스 주범과 문화부 장관 면담 잡아줘”
    “경찰 축소·은폐수사로 볼만한 이상한 것 발견”

    선관위 디도스 공격 사건을 수사 중인 특검수사관들이 4월 4일 서울 미근동 경찰팀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투표일인 지난해 10월 26일 오전 권모(23·서울시 양천구 목동·웹디자이너) 씨는 직장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그는 퇴근 후 보궐선거 투표를 할 요량으로 투표소 위치를 알아봤다. 그러나 여러 시간 동안 주소지 검색이 불가능했다. 그는 “접속자 수가 많아 그런 것인가 여겼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권 씨 등 많은 서울시민이 이날 중앙선관위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으로 주권행사에 방해를 받았다. 검찰에 따르면 디도스 공격은 최구식 당시 한나라당 의원의 비서 공현민 씨(구속)가 친구이자 K사 직원인 차모 씨를 통해 이 회사 대표 강해진 씨(구속)에게 부탁해 이뤄졌다. 박희태 국회의장의 비서 김태경 씨(구속)도 함께 가담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 조사와 재판 과정에서 공 씨는 자신의 개인적 결정으로 디도스 공격을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강 씨는 온라인 도박 사이트 합법화를 모색하던 때여서 공 씨의 요청을 들어줬다고 했다. 검찰은 이들의 단독범행으로 결론지었다.

    그러나 청와대가 움직인 정황이 포착됐다. 경찰 수사도 축소·은폐 논란에 휩싸였다. 배후가 따로 있다는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왔다. ‘공 씨와 김 씨가 실질적 이익이나 사후 보장 없이 자발적으로 이런 엄청난 일을 했을 리 없지 않으냐’는 상식적 수준의 의구심과 결합되어 의혹은 커졌다. 결국 여야는 디도스 사건 특별검사법을 통과시켰다.

    “새로 밝혀낸 부분 있다”



    박태석 특검팀은 3월 26일부터 이 사건에 대한 재수사에 착수했다. 수사의 핵심은 청와대 등 권력기관의 개입 및 은폐 여부다. 특검팀은 관련자 출국금지나 압수수색과 같은 일 외에는 수사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언론과 개별접촉도 하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특검팀의 한 관계자는 ‘신동아’에 “경찰의 축소수사와 윗선 개입이 의심되는 새로운 단서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수사를 축소·은폐하거나 청와대가 쫓아다닌 부분, 개입한 부분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는지”라는 질문에 특검팀 관계자는 “수사가 좀 남았다. 현재 경찰 은폐부분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효재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은 경찰의 디도스 수사 발표를 이틀 앞둔 지난해 12월 7일 조현오 당시 경찰청장과 두 차례 통화한 바 있다. 수사와 관련된 통화였다. 청와대가 개입해 경찰수사를 축소하고 핵심사실을 덮으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당시 청와대는 “수사 진행 상황만 주고받았을 뿐 외압은 전혀 없었다”고 했다.

    경찰청은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사건 관계자들 사이에 돈이 오간 사실, 디도스 공격 전날 청와대 행정관이 사건 관계자와 술자리를 한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김효재 전 수석은 공현민 씨가 경찰에 검거되자 이 사실을 최구식 의원에게 미리 알려줬다. 공 씨 체포 후 김 전 수석과 최 의원 간 통화량이 늘었다.

    특검팀은 5월 4일 김효재 전 수석과 조현오 전 경찰청장, 최구식 의원에 대해 출국금지를 요청했다. 디도스 공격 사건 수사과정에서 이들이 수사대상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전 수석 등의 사법처리 가능성에 대해 특검팀 관계자는 ‘신동아’에 “그건 모른다”고 했다.

    특검팀은 5월 7일 경찰이 디도스 사건 수사를 벌일 때 청와대 정무수석 산하 치안비서관실에서 근무한 모 경무관을 소환해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특검팀 관계자는 “해당 경무관에 대해 조사해야 할 부분이 남아 있다”고 했다.

    “왜 갑자기 자백한 것일까?”

    이 관계자는 “경찰이 축소 수사한 것으로 볼만한 정황이 새로 나왔는지”에 대한 물음에 “저희가 의혹으로 보고 있고 하고 있다. 조현오 청장도 하고”라고 말했다.

    “어떤 근거로”라는 질문에 그는 “새로 밝혀낸 부분이 있다. 지켜보면 안다.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다. 축소·은폐”라고 했다.

    경찰이 축소·은폐수사를 한 것으로 볼만한 새로운 사실이 나왔다는 점은 디도스 사건 수사의 새로운 전기가 될 만한 사안으로 보인다. 검찰은 정치권의 관련자가 공현민과 김태경뿐이라는 수사결과를 내놓으면서 “배후를 밝히는 건 신의 영역”이라고 했었다. 특검이 봤다는 새로운 내용이 무엇인지와 관련해 특검 관계자는 “공현민 씨가 경찰에서 범행을 부인하다 갑자기 자백했다”고 말했다.

    공현민 씨는 사건 초기 경찰에서 디도스 공격과 자신은 전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다 마음을 바꿔 자신이 공격을 지시했다고 자백했다. 그러면서 배후는 없으며 자신이 결정한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특검은 공 씨가 경찰에서 이런 식으로 자백하게 된 과정을 수상하게 여겼고 여기에서 새로운 내용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왜 갑자기 자백한 것일까? 궁금증이 일었다. 우리가 발견한 것은 그것과 관련된 것”이라고 했다. “공 씨가 자백할 수밖에 없는 어떤 것을 경찰이 갖고 있었나”라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경찰이 아니고. 경찰이 자백을 이끌어낸 게 아니다. 석연치 않아 캐봤다.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계속 캐야 하는 사안이다. 굉장히 의심이 간다”고 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더 알려지면 수사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며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았다.

    취재 결과, 강해진 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해 초순 온라인도박 합법화를 도와주는 조건으로 J 씨(모 사단법인 회장)에게 여러 차례에 걸쳐 현금으로 도합 2억5000만 원을 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 씨로부터 같은 진술을 청취했다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소속 김성호 목사는 ‘신동아’에 “J 씨는 당시 한나라당 C 의원과 가까운 사이였으며 지난 4월 총선 때 C 의원 선거캠프를 도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특검팀 관계자도 “강 씨로부터 ‘온라인도박 합법화 조건으로 2억5000만 원을 줬다’는 진술을 받았다”고 말했다. NCCK는 자체적으로 디도스 사건 진상규명에 나섰다.

    NCCK 측이 공현민 씨의 외장메모리장치(USB)를 입수해 살펴본 결과 국회,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를 상대로 온라인 카지노 합법화 로비를 펼친다는 계획이 적힌 문서가 발견됐다고 한다. 5월 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된 디도스 사건 공판에선 공 씨가 강 씨에게 ‘온라인 카지노를 합법화해주겠다’는 제안과 함께 관련 법안을 만든 점이 공개됐다. 법안 문건에는 온라인 카지노 합법화를 발의할 의원 이름이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공 씨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상상하지도 못하는 부분 있다”

    “경찰 축소·은폐수사로 볼만한 이상한 것 발견”

    전국대학생총학생회모임 학생들이 1월 5일 디도스사건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강해진 씨는 최근 특검팀에서 “공현민 씨로부터 ‘온라인 도박 합법화 문제와 관련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의 면담 일정을 잡아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이에 강 씨는 “이 제안을 거절했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강 씨에 따르면 공 씨는 지난해 8월경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9월에 교체되므로 그전에 만나야 한다’고 강 씨에게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공 씨는 특검에서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성호 목사는 “‘도박사업자와 정치권이 결탁하고 선거까지 방해한 정황이지만 실체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 목사와의 일문일답이다.

    ▼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면담 약속 건을 강해진 씨가 직접 말하던가?

    “특검 사무실에서 강 씨가 내게 말했다.”

    ▼ 강 씨 말의 신빙성은?

    “내가 진위를 확인할 수는 없다. 위험을 무릅쓰고 말하는 것 같았다.”

    ▼ 강 씨의 처지에선 주무 장관을 만나는 건 좋은 기회일 텐데 왜 거절했다고 보나?

    “장관을 만나서 본인에게 유리한 내용을 말해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준비가 부족해 사양했다고 하더라.”

    지난달 ‘신동아(2012년 5월호)’ 취재 결과, 강 씨가 “선관위 공격 직전 나경원 보좌관과 이야기 다 됐다고 들었다”고 진술한 점이 드러난 바 있다. 이런 말을 한 사람은 공현민 씨로 지목됐다. 강 씨 회사의 직원 차모 씨도 검찰에서 공 씨로부터 나경원 보좌관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했다. ‘신동아’는 추가적으로 검찰 수사기록을 취재했다.

    그 결과, 강 씨 회사의 직원 황충호 씨가 “2011년 10월 26일 디도스 공격 지시 당시 공 씨가 ‘너희들이 상상하지도 못하는 부분이 있고 이름 세 글자만 들어도 알 만한 사람이 뒤에 있다. 문제가 생기면 내가 책임진다’고 말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점을 확인했다. 이와 관련해 강 씨도 ‘이름 세 글자만 들어도 알 만한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공 씨로부터 들었다고 진술한 바 있다(신동아 2012년 5월호).

    심지어 특검팀 수사 이후 강 씨는 “공 씨가 디도스 공격을 요청하면서 ‘이름 세 글자만 들어도 알 만한 사람의 부탁이다’라는 표현을 썼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호 목사는 ‘신동아’에 “최근 강 씨를 접견한 자리에서 강 씨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분명히 들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이름 세 글자만 들어도 알 만한 사람이 디도스 공격 사건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에 대해 공 씨는 ‘나경원 보좌관’ ‘이름 세 글자만 들어도 알 만한 사람’을 일절 말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복수의 사건 관련자가 “공 씨로부터 들었다”고 진술하고 있어 ‘공 씨와 김태경 씨의 뒤에 윗선 권력기관 등 배후세력이 실제로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지워지지 않고 있다.

    검찰 수사 발표에 따르면 최구식 의원 비서인 공 씨는 자신이 강 씨에게 디도스 공격을 요청했고 박희태 의장 비서인 김태경 씨는 오히려 자신을 말렸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신동아’가 확인한 검찰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김 씨가 디도스 사건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검찰이 의심한 점이 나타났다. 다음은 검찰 보고서 요지다.

    “김태경 씨는 최구식 의원 수행비서 근무 후 국회의장 의전비서로 가면서 후임으로 공현민 씨를 추천함. 김태경 씨는 전·현직 국회의원 보좌관 친목모임인 선우회 총무임. 이 모임의 회장은 청와대 행정관 박모 씨임. 디도스 공격 전날인 2011년 10월 25일 김태경 씨는 청와대 행정관 박 씨 등과 저녁모임을 가짐. 이후 김태경 씨는 역삼동 룸살롱 술자리에 공현민 씨를 동석시킴. 이 자리에서 공 씨가 휴대전화로 강해진 씨에게 다음 날 디도스 공격을 요청함. 김태경 씨와 공현민 씨의 통화량은 디도스 공격 전후 급격히 증가함. 2011년 10월 15~27일 김태경 씨는 공현민 씨에게 발신자표시제한 사용해 4회 전화함. 공현민 씨의 정치적 경력 등에 비춰 단독범행 가능성 희박함. 공현민 씨가 자신의 멘토인 김태경 씨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범행 감행했을 가능성 또한 희박함.

    필리핀에서 디도스 공격을 감행한 강해진 씨 일행이 해외여행경비로 사용한 금액은 1000만 원 정도로 보임. 10월 19일 강 씨가 여행사에 일부 금액 지불함. 10월 20일 김태경 씨는 공현민 씨에게 1000만 원 송금함. 10월 30일 공 씨는 이 돈을 강 씨 회사 직원에게 주어 강 씨 회사의 법인 계좌로 이체됨. 이외 김태경 씨와 강 씨는 9000만~1억 원 돈거래를 함. 이상을 종합하면 사전에 필리핀을 디도스 공격 장소로 계획하고 여행경비 등 비용을 보전해주기로 해 공현민 씨가 보관하였다가 공격 성공 후인 10월 30일 범행소요비용으로 강해진 씨에게 전달한 것으로 판단됨.”

    “김태경 씨까지 올라간다면…”

    공 씨는 초선 의원의 운전수 역할이 주 업무였다. 반면 김 씨는 공 씨를 비서자리에 천거해준 공 씨의 멘토이고 정치권 내 역할이나 인적 네트워크에서 훨씬 비중이 큰 국회의장 의전비서, 전·현직 보좌관 모임 총무였다. 디도스 공격 전날 청와대 행정관과 술자리를 가졌고 강 씨에게 준 돈을 끌어온 인물이기도 하다. 그러나 검찰 수사 결과의 초점은 김 씨가 아닌 공 씨에게 맞춰졌다.

    이와 관련해 특검팀 관계자는 “이 사건이 김 씨까지 올라간다면 김 씨 뒤에 누가 있다고 봐야 말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러나 김 씨에 대한 검찰의 기소 내용이 걱정이 될 정도로 굉장히 빈약하다. 김 씨는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고 했다.

    검찰이 배후의혹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사건 관련자들을 기소해 이미 재판이 진행 중인 점이 특검팀의 진실 규명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고 한다. 특검팀 관계자는 “같은 사안에 대해 재판과 재수사가 동시에 진행되니 수사하는 쪽은 어렵다. 사건 관련자들은 ‘조금만 버티면 판결이 나온다. 형량이 얼마 안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 굉장히 여유롭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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