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호

운명을 바꾸고 싶다고? 인성人性 죽이고 신성神性 받아라

명리계 고수 청원도사

  • 조용헌| 동양학자, 칼럼니스트 goat1356@hanmail.net

    입력2012-06-21 10: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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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원 선생은 운명 예측 분야에서 첫손에 꼽히는 고수다. 사주팔자를 보면 그림이 나타난다. 물상명리학이다.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가 신입사원 뽑을 때 운명을 보게 한 제산 박재현의 제자다. 명리학 고전을 섭렵한 후 도교 경전 옥추경의 구령주를 외우면서 영발(靈發)을 얻었다.
    운명을 바꾸고 싶다고? 인성人性 죽이고 신성神性 받아라
    미래를 예측하는 일이 가능할까? 예측에도 여러 차원이 있다. 우선 밤과 낮이다. 밤이 오면 그 다음에는 낮이 온다는 사실을 예측할 수 있다. 반복되기 때문에 예측이 가능하다. 사계절의 순환도 그렇다. 봄이 지나면 여름이 온다는 사실을 예측할 수 있다. 사시(四時)가 순환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조금 더 들어가면 일식(日蝕)과 월식(月蝕)도 예측할 수 있다. 이건 계산이 좀 복잡한 영역이다. 일반인은 예측할 수 없지만, 수학적인 계산과 행성의 궤도를 아는 천문학자는 미리 알 수 있다. 일식과 월식을 예측한다는 것은 고대 사회에서 대단한 권력에 속했다. 일식, 월식보다 더 복잡한 예측이 바로 주식 시세다. 주가 예측 이거 쉽지 않은 분야다. 하지만 그래프가 있다. 분석가들은 수십 개의 그래프를 놓고 보면서 나름대로 예단(豫斷)한다. 예측의 적중도는 돈과 비례한다. 예측이 바로 돈이 되는 세계가 주식시장이다.

    운명을 예측할 수 있나?

    주가 예측이 3차원의 예측 영역이라면 인간의 운명은 4차원의 예측 영역에 속한다. 과연 인간의 운명을 미리 안다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인류는 불가능한 이 영역에 계속해서 도전했다. 이 도전그룹이 바로 도사(道士)들이다. 내로라하는 도사들이 오랫동안 고생해서 만들어낸 그래프가 바로 사주팔자(四柱八字) 시스템이다. 사주팔자는 문자 그대로 4개의 기둥(柱)과 8개의 글자다. 그 사람의 태어난 연, 월, 일, 시가 바로 4개의 기둥이고, 1개의 기둥에 2개의 글자가 붙어 있으므로 합하면 여덟 글자가 된다. 예를 들어 2012년 7월 4일(양력) 정오에 태어났다고 한다면 임진(壬辰)년, 병오(丙午)월, 병인(丙寅)일, 갑오(甲午)시가 된다. 이게 4개의 기둥과 8개의 글자다. 어머니 배 속에서 나와 탯줄을 자른 그 시간에 찍힌 바코드라고 보면 된다. 배 속에서 나와 탯줄이 잘리는 순간에 우주의 기운이 들어오는데, 이때 말하는 우주의 기운이라는 것은 하늘에 떠 있는 별의 기운을 의미한다. 그 순간에 천체에 어떤 별들이 어떤 각도로 떠 있었는지를 간단하게 도표로 정리한 것이 바로 ‘사주팔자’다. 우선 해와 달이 어떤 각도에서 비추고 있었는가. 그다음에는 수성 화성 목성 금성 토성이다. 태양계 내에서 육안으로 관찰 가능한 별이 이 일곱 개다. 육안으로 보이니까 영향력이 그만큼 강하다. 이외에도 무수한 별이 있지만, 너무 복잡하니까 계산에서 제외했다. 제대로 하자면 이 무수한 별자리의 영향력도 계산에 넣어야 하지만, 그렇게 되면 도표를 만들 수 없다. 도표는 간단할수록 효용가치가 높은 법이다. 가장 간단한 도표가 바로 육십갑자(六十甲子)로 생년월일시를 표시한 것이다. 육십갑자로 생년월일시를 표시한 것은 탯줄 끊는 순간 하늘의 별들로부터 체내로 들어온 기운을 도표로 알기 쉽게 표시한 것이다. 이걸 보고 운명의 전개 과정을 추론해보는 것이다. 사주팔자는 운명이라는 범인을 추적하는 데 있어, 최소한도의 단서라고 보면 된다. 이 단서 몇 가지를 보고 종적을 감춘 범인을 쫓아가서 잡아야 하는 것이다. 이게 어디 쉬운 일인가. 아무나 탐정 하는가? 실제로 해보니까 100% 맞는 것도 아니다. 부분만 들어맞는다. 이거라도 어디인가?

    그런데 막상 사주팔자에 들어가면 이 도표만 가지고는 부족하다. 도식적인 결론만 나올 수 있다. 도표를 보는 데는 영발(靈發)과 직관(直觀)이 플러스알파로 가미돼야 한다. 같은 도표라도 이 도표를 보고 운명을 풀어내는 능력은 천차만별이다. 즉 직관이 발달한 도사가 풀어내는 것과 필자와 같은 책상물림이 원론적인 내용만 풀어내는 수준은 차이가 크다는 말이다. 사주를 제대로 보려면 이론과 영발이 모두 필요하다. 쌍권총을 차야 한다는 말이다. 한쪽으로 명리학의 고전을 섭렵하고 그 다음에는 영발을 키워야 한다. 책상물림의 단점은 영발이 약하다는 점이다. 학교 다닐 때 시험공부하던 식으로 명리서(命理書)를 달달 외울 수는 있지만, 영발이 없으니까 원론적 수준에서 해석이 맴돌고 만다. 차트를 깊이 있게 읽어내지 못한다고나 할까. 이론만 가지고는 절대로 족집게 도사가 배출될 수 없다. 그래서 나온 말이 ‘신인합발(神人合發)’이다. ‘신과 인간이 협력해서 발동을 건다’는 뜻이다. 신과 인간의 협력. 이거 간단치 않다. 그렇다면 어떻게 신력(神力)을 끌어다 쓸 것인지가 문제다. 영발을 과연 어떻게 키울 것인가? 그리고 과연 영발의 세계가 있는 것인가?

    영발(靈發)을 키우는 방법



    이 문제와 관련해 청원(淸遠) 김용백(金容伯·57) 선생을 만났다. 필자가 볼 때 청원 선생은 우리나라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명리계(命理界)의 고수. 서울 청담동에 사무실이 있기는 하지만, 한 달에 10일만 서울에 머무른다. 나머지 시간엔 전국의 명산과 대찰(大刹)을 돌아다니며 유유자적하면서 쉬기도 하고 기운이 나면 기도를 한다. 전국의 명산을 1년 열두 달 순례하기에 만나기가 쉽지 않다. 10여 년 전부터 인연이 있어서 교류해온 관계인데, 필자가 2003년 출간한 ‘사주명리학 이야기’의 어떤 챕터는 청원이 알려준 정보를 참고해서 쓴 것이다. 이번에는 마침 덕숭산(德崇山) 수덕사(修德寺)에 잠시 머물고 있다는 전갈을 받았다. 수덕사 종무소 옆에 새로 지은 다실(茶室)에서 만났다. 이 다실은 홍송으로 지었기 때문에 품위도 있을 뿐만 아니라, 문을 여는 순간에 실내에 배어 있던 소나무 향이 코를 찌른다. 소나무 냄새는 마음을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다.

    단도직입으로 물었다. “이론만 하다 보니까 결국 영발의 문제에 봉착했다. 어떻게 영발을 키울 수 있는가?”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것이다. 내 경우를 예로 들자면 ‘옥추경(玉樞經)’에 나오는 주문 가운데 하나인 ‘구령삼정주(九靈三精呪)’를 외웠다.” “주문(呪文)이란 말인가?” “그렇다. 구령주를 100일 정도 정신집중해서 외우면 새로운 경계가 열린다.” “새로운 경계라는 것은 무엇인가? 좀 더 설명해달라?” “사주팔자를 보면 그 사람의 현재 처한 상황이나 미래가 그림으로 보이는 때가 있다. 입체적으로 보인다고나 할까, 뭐 그런 것이다.” “디지털이 아날로그로 보인다는 말인가?” “그렇게 설명해도 틀리지는 않는다.” “구령주를 100일만 하면 되는가?” “처음 100일을 하면 일단 한 꺼풀을 벗는다. 본인이 한 꺼풀을 벗었다는 사실을 느낀다. 적어도 100일씩 3번은 해야 한다. 하면 할수록 인간과 사물을 보는 시각이 달라진다. 평면만 보다가 그 이면에 숨어 있는 그림이 보이는 셈이다. 사물을 보는 깊이가 생기는 것이다.”

    몇 해 전 청원이 충청도의 어느 절에 머무르고 있을 때의 일이다. 이 절에 다니는 여자 신도 하나가 스님을 찾아왔다. 30대 중반의 예쁘장한 얼굴의 여자였는데 하는 일은 작은 회사의 경리직원이었다고 한다. 스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이 경리직원을 청원이 지나가다가 슬쩍 한번 얼굴을 보았다. 생년월시를 물어보고 나서 한마디를 뱉었다. “당신 팔자는 직장 상사가 유혹하는 명조인데, 혹시 다니는 회사의 사장이 애 하나 낳아달라고 하는 것 아니냐. 애만 낳아주면 아파트를 주겠다고 할 터인데.” 이 말을 들은 그 여직원은 기겁을 하였다. 아닌 게 아니라 자기가 다니는 회사의 50대 후반의 사장이 “내 애만 하나 낳아주면 아파트 2채를 사주겠다”고 자꾸만 제의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아들이 없었던 사장은 애만 낳아주면 아파트 한 채는 애 키우는 용도로, 다른 한 채는 둘이 동거할 용도로 삼겠다는 것이었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느냐. 아파트 2채를 사주겠다고 하니까 한편으로는 욕심도 나는 게 사실이었다. 아파트 2채가 어디 애들 이름인가. 하지만 조선족 동포였던 이 여자는 중국에 남편이 이미 있는 상황이었다. 남편 놔두고 다른 남자 애를 낳는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어디다 툭 까놓고 이야기를 할 수도 없는 내용이었다. 마음속에 다만 담아두고 있는 상황이었다. 남편도 있는 여자가 사장의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엄청난 모험이었기 때문에 속이 복잡했고, 복잡한 속을 달래려 절에 온 것이었다. 이 여자에게 청원은 대뜸 “사장의 제의를 수락하면 안 된다. 거절해야 한다”고 해답을 주었다. 그 경리직원은 “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만 듣고 돌아갔다. 그 여자가 돌아간 뒤에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청원의 제자가 물었다. “왜 안 되는 겁니까?” “만약 사장의 애를 낳아준다면 분명히 아파트 2채는 사준다. 그러나 그 돈의 출처가 나중에 문제가 된다. 사장이 경리직원을 시켜 회사의 공금을 비정상적으로 빼돌려서 자금을 만들었기 때문에 나중에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게 된다. 그렇게 되면 이 남녀는 수사를 피해 도망을 다녀야 하는 신세가 된다. 갑오(甲午·2014년)년이 되면 결국 두 사람은 쇠고랑을 차게 된다. 그러니까 안 되는 것이다. 지금 당장은 달콤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쇠고랑 차는 파탄으로 끝나게 된다. 아파트 받고 애 낳으면 두 사람의 인생이 파탄 나는데, 그 길을 막아야 한다.”

    필자가 청원으로부터 직접 들은 또 하나의 사례를 소개하면 이렇다. 어느 날 젊은 부부가 세 살짜리 아이를 데리고 왔다. 이 남자 아이의 사주팔자를 보러 왔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사주를 보러 오는 사람들은 철저히 자기 신분을 감춘다. 자기 신상 정보에 관한 이야기는 일절 하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다. 팔자를 보러 오는 게 어디다 내놓고 자랑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 철저한 익명 상태로 오는 경우가 십중팔구다. 입을 굳게 다문 상태로 “당신 도사라니까, 어디 한번 내 것 알아맞혀보라”는 식이다. 돈이 있고 신분이 있는 사람일수록 이런 태도를 취한다는 것이 청원의 이야기다. 서민들은 그러지 않는다. 아이의 팔자를 뽑아본 청원은 한마디 내뱉었다. “이 애의 할아버지는 도지사를 2~3번 지낸 분인데, 아이의 성씨가 S씨이니까 OOO씨겠구먼. 애 아버지는 검사구먼.” 사실이었다. 도지사를 지낸 S씨의 아들은 검사였다. 하지만 검사인 아이의 아버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맞다, 틀리다 내색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기만 했다. ‘이 정도 가지고는 쉽사리 감정을 얼굴에 드러낼 수 없다’가 된다. 대개 큰 기업을 운영하는 오너들이 이런 유형인데, 첫 펀치를 맞고도 버티는 경우다. 가타부타하지 않는다. 두 번째 펀치가 날아 갔다. “이 애의 엄마 집안은 연필을 만들어서 파는 업종을 하고 있는데, 이름 앞에 D가 들어가네!” 그제야 애 엄마가 대답했다. “네. D연필이에요.” 만약 두 번째 펀치가 헛방이면 전세가 역전되는 것은 물론이다. 역술계의 고수 소리를 들으려면 원투 펀치가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대개 원투 펀치 두 방을 맞으면 자기 속을 선선히 드러내놓는다. 호칭도 ‘선생님’으로 바뀐다. 이 정도 펀치를 적중시키는 힘은 어디에서 나왔는가.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옥추경’이다.

    옥추경이라는 이상한 경전

    여기서 ‘옥추경(玉樞經)’이라는 이상한 경전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이름 풀이부터 하자면 옥(玉)은 동양에서 황금보다 한 차원 더 높은 보석이다. 옥황상제(玉皇上帝)의 이름에도 금이 아니고 옥(玉)이 들어가지 않던가. 옥을 하늘과 땅의 기운이 뭉쳐서 만들어진 보석이라고 여겼다. 하늘과 땅, 해와 달의 정화이고, 물과 불의 빼어난 결합으로 만들어진 것이 바로 옥이다. 추(樞)는 북두칠성의 중심 되는 별을 가리킨다. 북두칠성이 바로 이 추성(樞星)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우주의 중심이고, 세상의 모든 역사를 주관하는 별이다. 말하자면 인간의 수명과 생사여탈권을 쥔 별이라 하겠다. 그런 의미를 담고 있는 경전이 옥추경이다. 이름부터가 어마어마하다. 옥추경은 도교의 경전이다. ‘귀신을 녹이는 경’으로 유명하다. ‘삭사’의 영험을 지닌 경전으로 떠받들어져 왔다. ‘삭’은 녹인다는 뜻이다. 귀신을 녹인다는 것이다. 이 경을 외우면 그만큼 강력한 효험이 있다는 말이다.

    우리나라에는 강력한 효과를 내는 주문(呪文) 경전이 3개가 있다. 천수경(千手經), 팔양경(八陽經), 그리고 옥추경이다. 천수경과 팔양경이 불교의 경전이라면, 옥추경은 도교의 경전이라는 차이가 있다. 불교는 사찰이 있고, 승가라는 조직이 있어서 천수경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옥추경은 교단도 없고, 성직자도 없는 도교의 경전이므로 일반에게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전국의 이 산, 저 산을 떠돌며 사는 도사들 사이에서만 전승돼온 비밀스러운 경전이다. 조선왕조 영·정조 때는 이 옥추경이 문제가 돼서, 민간에서 함부로 소장하고 있다가 발각되면 역적 혐의로 처벌을 받곤 했다. 그만큼 파워가 있다는 뜻이다. 조선조 ‘경국대전’에 보면 음양과 과목에 옥추경이 포함돼 있었고, 궁궐의 소속기관이던 소격서(昭格署)에서 주로 옥추경을 독송했다. 가뭄이 들면 도사들이 옥추경을 암송했던 것이다. 비를 내려달라고. 그러다가 조선 후기가 되면 민간으로 내려와 도사, 술사, 무속에서 널리 유통되다가, 20세기 들어와서는 그 맥이 완전히 지하로 들어간 경전이 옥추경이다.

    옥추경은 중국 도교에서 고려시대쯤 넘어온 경전으로 추정된다. 이 경전의 성립 시기나 저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근래에 계룡산파를 이끌었던 봉우 권태훈 선생의 제자 모임인 연정원(硏精院)팀에 따르면, 옥추경은 동이계의 대선인이었던 문태사(聞太師)가 만든 것이라고 전해진다. 옥추경 앞부분에 기린을 타고 있는 신선 모습이 나오는데, 이 기린 타고 있는 분이 ‘문태사’라는 것이다. 문태사는 강태공과 라이벌이었다. 은(殷)나라의 사부가 문태사였다면, 은나라에 반기를 들고 일어난 주(周)나라의 사부가 강태공이었다. 그리고 이 은나라는 동이족이 세운 나라였다는 것이 계룡산파 권태훈 선생의 지론이었고, 은나라가 주나라와의 전쟁에서 패하면서 기린을 타고 있는 모습의 문태사는 옥추경의 신으로 신격화됐다고 한다.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九天應元雷聲普化天尊)이다. 옥추경의 주신(主神)이다. ‘뇌성(雷聲)’이라는 단어가 핵심이다. 뇌성은 벼락을 뜻한다. 비가 오기 전에 하늘에 울리는 뇌성벽력 신이 바로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이고, 이 뇌성신을 문태사라고 여겼다. 옥추경의 주문을 암송하고 기도한다는 것은 이 뇌성벽력 신에게 빈다는 뜻이다. 벼락신이 때리면 귀신은 전멸하게 마련이다. 귀신을 녹여버리는 강력한 효과가 있다고 믿어져왔다.

    이 옥추경은 중국 도교에서도 크게 각광받은 경전은 아니다. 중국에 있는 도교 정일파(正一派)의 본산인 용호산(龍虎山)의 용호관(龍虎觀)에서 보관했다고 전해진다. 용호관에는 복마전(伏魔殿)도 있었다. 108명의 마귀를 지하에 봉인해놓은 건물이 복마전이었고, 실수로 이 복마전을 잘못 여는 바람에 108명의 마귀가 사람으로 변해 ‘수호지’의 등장인물이 됐다는 이야기다. 아무튼 동이계 문태사의 맥이 은(殷). 주(周) 전쟁에서 패한 뒤에 도교의 신격으로 승화돼 용호산으로 이어져왔다는 게 봉우 선생의 주장이었다. 따라서 이 옥추경은 원래 동이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단군신화에 보면 풍백(風伯), 우사(雨師), 운사(雲師)가 나온다. 사물놀이가 바로 단군시대에 하늘에 제사를 드릴 때 연주되던 악기들이다. 북, 장구, 징, 꽹과리가 이 사물(四物)이다. 사물은 네 신을 섬기기 위해 연주하던 악기인 것이다. 북은 둥-둥-둥 떠가는 구름신을 나타내는 악기이고, 장구는 후드득 떨어지는 빗소리를 나타내고, 징은 쏴아 하고 불어오는 바람신의 소리를 상징하고, 꽹과리가 바로 뇌성벽력 소리에 해당한다. 사물놀이 가운데 꽹과리 소리가 가장 시끄럽고 귀가 따갑다. 뇌성벽력 소리이기 때문이다. 뇌성(雷聲) 을 단군신화에 대입해보면 사물놀이라는 4가지 악기 소리 가운데 꽹과리 소리에 해당한다. 이를 바탕으로 추론해 보면 뇌성벽력은 단군시대부터 우리 민족이 하늘에 제사를 지낼 때 신으로 받들던 소리인 것이다. 바람, 비, 구름과 함께 받들던 뇌성신이었다. 이게 옥추경의 주신으로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

    구령주(九靈呪)의 신비로운 체험

    “옥추경에 나오는 ‘구령주(九靈呪)’를 외우면 어떤 체험을 할 수 있는가. 미묘한 느낌이 있을 것 아닌가. 그 느낌과 신비 체험이 있으면 소개해달라?” “해남에 가면 달마산(達磨山)이 있고 거기에 미황사(美黃寺)가 있다. 미황사 산신각에서 100일간 구령주를 암송한 적이 있다. 구령주를 암송하다가 어느 날 꿈을 꾸었다. 수염이 하얀 노인이 도포를 입고 나타나 종이에다 사주팔자를 써놓고 나에게 풀이를 한번 해보라고 하는 게 아닌가. 그래서 내가 이 사주는 어떻다고 풀이를 했다. 그러자 그 노인은 ‘그렇게 하는 게 아니야. 이렇게 해석을 해야지’ 하면서 새로운 관점에서 풀이를 해주었다. 그러곤 꿈을 깼는데, 그 뒤로부터 사주팔자를 보면 눈에 단박에 들어왔다. 그림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애매하던 부분이 선명하게 이해됐다.” 구령주를 외우니 꿈에 노인이 나타났다는 말을 들으니까, 필자도 생각나는 부분이 있다. 새로운 책을 낼 때 그 책이 잘 팔릴 책 같으면 꿈에 노인이 나타난 경험이 있다. 실제로도 그 책은 잘 팔렸다. 외국에 유학 가서 외국어를 배울 때도 그런 체험을 한 사람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러시아 모스크바대에 갔던 후배 한 명은 러시아어를 배우기가 무척 힘들었다. 어학 스트레스를 받아서 소화불량까지 걸릴 지경이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꿈에 자기가 러시아어를 유창하게 하는 게 아닌가. 그 꿈을 깨고 난 다음부터 실제로 러시아어가 귀에 들어오고 입에서 쉽게 술술 나왔다는 영험담이다. 외국어 배울 때도 그런데, 구령주를 외웠으니 꿈에 선몽이 없을 수 없다. 무슨 일이 잘되려면 반드시 조짐이 있는 법이다.

    운명을 바꾸고 싶다고? 인성人性 죽이고 신성神性 받아라

    청원 김용백(오른쪽에서 세 번째)은 구령주를 외우면서 신비한 체험을 했다.

    “그림으로 들어온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달라?” “글씨가 그림으로 환산돼 보이는 것을 말한다. 냄새와 맛, 그리고 소리도 느껴진다. 어떤 사주를 보면 군홧발로 걸어가는 쿵쿵 소리가 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사주는 군대에 있으면 장군까지 승진하는 수가 있다. 소독약 냄새가 나는 경우도 있다.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인 경우다. 그 사람의 직업이나 처한 환경, 그리고 어떤 생각에 골몰해 있으면 그게 냄새나 맛, 소리로 나타나게 마련이다. 이 우주는 에너지이고, 파장이고, 빛이기 때문에 생각도 빛으로 나타나는 수가 있다. 우주는 속일 수 없다.” “구령주를 암송하는 것도 아무렇게나 하는 것은 아니지 않겠는가. 어떤 형식이나 방법이 있는가?” “옥추경에 보면 이렇게 나와 있다. 우선 의관을 정제하고 목욕을 해 몸을 깨끗하게 만들어야 한다. 형식을 꾸미면 마음도 따라서 단정해진다. 마음을 맑게 하고 숨결을 고르게 하고 이(齒)를 몇 번 두드리고(叩齒) 난 다음에 주문을 낭송해야 한다. 간절한 마음으로 낭송해야 효험이 있다. 결국은 정신집중이라는 이야기다. 집중도에 따라 효험이 빨리 올 수도 있고, 강하게 올 수도 있다.” “누구나 다 효험이 있는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 사람의 마음 상태가 얼마나 간절하느냐에 따라 각기 다를 것으로 본다. 잘못하면 정신이상이 오는 부작용도 있다. 미칠 수도 있다. 그래서 준비가 안 된 사람이 재미삼아서 해볼 일은 아니다. 재미 삼아 100일 동안 산속의 암자 같은 곳에서 기도할 사람도 사실은 별로 없다고 본다.” “구령주가 사주팔자와 관련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사주 책을 열심히 보고, 실전 체험이 많으면 잘 보는 것으로 알았지, 옥추경의 구령주라는 주문 낭송이 이렇게 파워가 있다는 것은 전혀 예상 밖이다. 어떻게 구령주를 알았는가? 구령주의 비법(?)을 전수해준 선생이 있는가?” “있다. 제산(霽山) 박재현(朴宰顯·1935~2000) 선생이다. 구령주는 제산 선생으로부터 물려받은 수련법이다.”

    제산 박재현은 경남 함양군 서상면 출신이다. 부산에서도 활동한 덕분에 부산에 살았던 실버세대는 거의 ‘박 도사’를 알고 있다. 1970~80년대 한국의 권력층과 재벌가 패밀리를 매료시켰던 전설적 인물이다. 필자가 쓴 ‘사주명리학 이야기’에 이 양반 이야기를 자세히 소개해 놓았다. 1970년대 초반 ‘유신(維新)’을 선포하기 전에 청와대 참모가 와서 박 도사에게 다음과 같은 것을 물어본 적이 있다. 담배를 피우고 있던 박 도사는 담배 은박지에다 볼펜으로 ‘유신(幽神)’이 된다고 적었다. ‘귀신 된다’는 메시지였다. 그 대가로 박 도사는 남산 지하실에 끌려가서 호되게 고생해야만 했다. 박 도사의 전성기였던 1970년대 후반에는 삼성의 이병철 회장이 그를 자주 활용했다. 신입사원 뽑을 때 관상가를 데려다놓고 본다는 소문의 진원지가 박 도사였던 것이다. 포철의 박태준 회장도 박 도사를 가리켜 ‘살아 있는 토정 선생을 만나는 것 같다’고 평가한 바 있다.

    이병철이 활용한 ‘박 도사’

    청원이 박 도사를 처음 만난 시기는 그가 18세 때인 1972년 무렵이었다. 당시 계룡산의 법정사에 문봉(文峰) 스님이라는 분이 계셨고, 이 양반이 대학, 중용을 비롯한 동양고전에 밝다고 해서 청원은 고전을 배우러 법정사에 들락거렸다고 한다. 어느 날 제산이 계룡산 법정사에 와서 머무르고 있었다. 이때 청원은 제산으로부터 운명과 사주팔자, 그리고 국내 여러 명산에 칩거하는 도사들의 기행(奇行)을 들을 수 있었다. 이후로 제산과 인연이 이어져 명리학에 입문했고, 여러 명리 고전을 독파하는 계기가 됐다. 처음에 청원도 책만 보면 되는 줄 알았는데, 가만히 지나보니까 이게 이론만 가지고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명리학의 이론에서 말하는 격국(格局), 용신(用神)만 가지고는 팔자를 제대로 짚어낼 수 없는 상황을 너무나 많이 겪어본 탓이다. 박 도사는 말년에 중풍을 앓았다. 도사가 너무 무리해서 에너지를 많이 쓰니까 중풍이 온 것이다. 사람이 유명해지면 여기저기서 부르는 일이 많아진다. 여기서도 대접을 하고, 저기서도 대접을 한다. 대접받느라고 쫓아다니다 보면 몸이 상하기 쉽다. 이게 함정이다. 잘라야 하는데, 자르기가 말처럼 쉽지 않다. 호랑이 등에 올라타면 내려오기가 쉽지 않다. 옆에서 보기에는 쉽다. “야 내려와라!” 그렇지만 당사자는 인연의 사슬이 쇠사슬처럼 단단하고 강해서, 이 사슬 못 끊는다. 달리는 기차에서 뛰어내리는 심정으로 몸을 한 번 던진다면 모를까, 그러지 않으면 그대로 내달린다. 호랑이 등에 올라탔다가 내려오기는 정말 어렵다. 질주하다가 십중팔구 거덜난다. 도사도 이걸 못하는데, 보통 사람이 쉽게 할 수 있는 경지가 아니다. 그래서 산으로 숨는 은둔이 고준한 경지인 것이다. 박 도사가 계룡산 법정사에 들었던 것도, 따지고 보면 본인 나름대로 산에서 쉬고 싶었고, 사람들 안 만나기 위해서였던 것이다. 브레이크 잡으러 계룡산에 왔던 시기였다. 박 도사가 말년에 중풍으로 병원에 누워 있을 때 청원은 스승을 자주 찾아가서 병 수발을 했다. 요강도 비우고, 주물러도 주었다. 그러자 박 도사는 제자에게 비급을 하나 전수해주었다. 그것이 바로 ‘옥추경’과 ‘구령주’였던 것이다. 박 도사가 죽기 얼마 전에야 비로소 공개한 것이 옥추경이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박 도사는 어떻게 옥추경을 접했는가? 지리산의 도인이었던 청허(淸虛) 선사(仙師)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 청허 선사는 전설적인 도인 개운조사(開雲祖師)의 제자로 알려져 있다. 계룡산 법정사는 개운조사의 능엄경(楞嚴經) 수행법을 추종한 비밀결사 그룹이 회동하던 사찰이었다. 문봉 스님도 그 멤버였고, 여길 찾아간 박 도사도 이 성명쌍수의 능엄경 수행법에 관심이 많았고, 이걸 제대로 한번 해보려고 했던 원(願)을 품었다. 그러니까 옥추경은 지리산의 선맥(仙脈)으로부터 흘러나온 도가의 경전이다. 사주팔자도 원래 도가로부터 유래한 도사들의 장기(長技)가 아니던가!

    청원은 요즘 기업운기도(企業運氣圖)에 집중하고 있다. 기업의 운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진단하는 것이 ‘기업운기도’다. 기업의 사주팔자다. 개인의 팔자를 보는 것보다는 자본주의 시대의 꽃인 기업의 팔자를 보는 쪽으로 방향을 돌린 셈이다. 개인 상담보다는 기업의 오너나 간부들에게 해당 기업의 팔자를 풀이해주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기업운기도는 어떻게 보는 것인가?” “첫째는 거시적인 흐름을 보아야 한다. 정치나 경제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트렌드도 참고해야 한다. 트렌드에서 벗어나면 아무리 그 기업이 잘하더라도 한계가 있다. 아울러 국운이 좋지 않으면 기업의 운이 좋다고 하더라도 한계가 있다. 예를 들면 전쟁이 터지면 사업이고 뭐고 결딴난다. 물론 그중에서도 돈 버는 기업은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박살 나는 셈이다. 그러므로 전쟁 같은 변수가 있으면 이를 먼저 알아차리고 대비해야 한다. 둘째는 방향성이다. 그 기업의 나아갈 방향을 오행으로 파악하는 작업이다. 수, 화, 목, 금, 토가 오행인데, 어떤 기업은 목 방향으로 가는 게 좋고, 다른 기업은 수 방향으로 진출하는 게 유리할 수 있다. 셋째는 기업이 나아갈 방향이 오너의 사주하고 맞는지 안 맞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기업의 팔자와 오너의 팔자가 일치하지 않으면 실속이 없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기업운기도를 예를 하나 들어 설명해주면 좋겠다.” “삼성과 현대를 예로 들어보자. 삼성은 출발 이래로 세밀한 물건을 만들어 장사를 해왔다. 초창기에 제일모직도 직물의 150수냐 130수냐를 따졌다. 미세할수록 고급제품이다. 작고 세밀한 제품을 만들어 재미를 봐왔다. 반도체도 그렇다. 미세할수록 진화한 제품 아닌가. 스마트폰도 거친 제품이 아니다. 기술이 섬세할수록 높은 가격을 받는다. 삼성은 미세하고 섬세한 것을 만들어야 돈이 되는 기업 팔자다. 큰 것 만들어가지고는 재미 못 보았다. 삼성자동차가 그런 사례다. 반대로 현대의 팔자는 큰 것을 만들어야 재미 보는 팔자다. 자동차, 조선이 큰 것 만드는 사업이다. 큰 쇳덩어리를 만지면 성공하는 기업 팔자라고 할 수 있다. 미세한 분야인 하이닉스 해가지고 손해 보았다. 2대 오너의 팔자는 작은 것을 만드는 데 궁합이 맞는 팔자였다면 3대 오너의 팔자는 이론상 다를 수 있다. 이때는 조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삼성, 현대 말고 다른 기업의 예를 좀 더 들어달라?” “P 회장 같은 경우는 물류로 돈을 벌 수 있는 팔자다. 물류라고 하면 육·해·공이 있다. 이 가운데 해군은 안 된다. 육상과 항공은 되지만, 해상 물류는 재미 못 본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더 이상은 영업비밀이다. 기밀을 너무 많이 누설하면 타격이 따라온다. 이 정도만 해도 발설한 셈이다.” “상담해주고 있는 기업은 몇 군데나 되나?” “여러 군데 있다.” “기업 오너들을 많이 만나보았겠다. 오너 팔자는 확실히 일반인과 다른가? 돈 많이 버는 오너 팔자의 특징은 무엇인가?”

    청원에 따르면 대기업의 오너나 2, 3세는 특징이 있다. 처음에 청원을 만나러 와도 일절 말이 없다. 사주만 떡하니 내밀어 놓고 일절 말을 하지 않는다. 한두 가지 사항을 맞혀도 반응하지 않는다. 어지간한 이야기와 고급 정보는 평소에 많이 접해보았기 때문에 별스러운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꿈쩍도 하지 않는 습관이 몸에 배었다고 한다. 느긋한 편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들은 팔자 상에 재물이 없는 무재팔자(無財八字)가 많다. 청원 주장에 의하면 무재팔자가 돼야 재물을 무한대로 끌어올 수가 있다. 무재라는 것은 결국 한계가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 재물 욕심이 끝이 없다고 한다. 보통 사람은 100억 원만 벌어도 만족하고 멈추지만 무재팔자는 1조 원을 벌어도 만족하지 못하고 계속 달린다.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이런 무재팔자는 가진 돈은 많지만 주변 사람에게 돈을 쓰지는 않는다. 인색하기 그지없다. 유일하게 돈을 쓰는 부분은 자신의 향락에 관한 부분이다. 청원 말에 의하면 기업의 2세들은 어지간한 이야기에는 반응이 없지만 유일하게 반응을 보이는 질문은 “얼마 벌고 싶으냐? 숫자로 이야기 해보라?”는 멘트다. 여기에는 즉각 대답을 한다. “1조 원쯤 벌고 싶다.” “그 정도 벌려고 나한테 왔느냐, 돌아가라, 생각이 좁다. 격(格)을 깨라. 틀을 깨야만 나하고 이야기가 된다. 며칠 두고 생각을 좀 더 넓혀서 다시 와라.” 그러면 한 달쯤 있다가 다시 온다. “5조 원 벌려고 왔다.” “5조 가지고도 안 된다. 한 50조는 벌겠다고 마음먹어야지.” 이런 일도 있었다. 중년 여인이 들어왔다. 이 여인 역시 아무 말도 않고 사주만 내밀었다. 그 태도가 거만하기 이를 데 없었다. “아버지가 국수장사해서 천하를 먹여 살리는 집안이구먼” “……….” “남편이 국정원도 아닌데 바다를 건너다니며 생선 장사를 하네.” “……….” 문을 나갈 때 아무 말도 않고 이 중년 여인은 가만히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나갔다고 한다. 국내 굴지의 라면기업 큰딸이었던 것이다.

    재벌집안의 2, 3세들이 이러한 행태를 보이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이유가 있다. 자기감정을 쉽게 표출하다보면 아랫사람 관리가 어려워진다. 오너의 취향을 아랫사람이 파악하면 그 취향에 맞추는 일만 골라서 한다. 다른 일은 안 하고 비위만 맞추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사업이 망할 수 있다. 그러므로 기업 오너는 자신의 속셈을 절대 드러내지 않아서, 밑에 사람들이 우리 보스가 무슨 생각하는지를 모르도록 만들어야 되는 것이다. 오너가 자기 의도를 쉽게 드러내면 사업가가 못된다. 포커페이스를 유지할수록 유리하다. 이게 오너 리더십이다. 오너가 자기 감정을 밖으로 표출하지 않고 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된다. 에너지 없는 사람은 참지 못하고 발설해버리고 만다. 보통 사람이 부인 외에 애인 한 명을 유지하는 데 드는 에너지는 보통 조그만 중소기업 하나를 경영하는 데 소모되는 에너지와 맞먹는다. 그래서 보통 사람은 외도(外道)하다가 에너지가 고갈돼 병들기도 한다. 그런데 재벌은 기업 수십 개를 거느려야 하는 팔자다. 여자 여러 명도 먹여 살릴 수 있지 않겠는가. 재벌 오너는 보통 사람과 다른 에너지와 국량(局量)을 타고난 팔자인 것이다. 보통 사람은 어림도 없다. 중소기업 운영도 못한다.

    “기업 오너의 입장에서 보자면 어떤 직원을 뽑아야 하는가? 복이 많은 직원을 뽑아야 할 것 아닌가?” “복도 여러 가지가 있다. 복이 있으면 돈을 자기가 챙기는 사주가 있고, 회사에다 돈을 벌어줄 뿐 자기는 월급만 받는 사주가 있다. 오너는 후자를 택하는 것이다. 재복이 있는 직원은 다니던 기업이 망해도 자신은 삥땅을 쳐서 한몫 챙겨놓는다. 본인 사주에 돈이 있기 때문이다. 자신은 챙기지 못하는데, 조직에 있으면 그 조직과 오너를 위해서 돈을 벌어다주는 팔자가 따로 있다. 이런 사람을 뽑아야 하는 것이다.” “요즘 정권 말기가 되니까 대통령 가신그룹 중에 감옥에 가는 사람이 많다. 이런 경우는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대통령과 가신(家臣)은 같은 운을 지닌 사람끼리 만나는 법이다. 대통령의 운이 끝나면 가신들 운도 같이 끝난다.” “만약 대통령 운은 끝났는데, 가신의 운이 좋아도 그런가?” “그런 경우에는 가신이 중간에 뛰쳐나간다. 운 좋은 사람과 운 나쁜 사람이 만나서 동업을 했다고 해도, 결국에는 찢어지게 된다. 이건 부부간도 마찬가지다. 남편은 운이 좋고, 여자는 운이 나쁘면 결국 이혼하게 된다. 1억짜리 운세는 1억짜리 배우자를 만나고, 100억짜리 팔자는 100억짜리 남편과 부인을 만난다.” “국운과 대통령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가?” “국운이 좋을 때는 팔자가 좋은 대통령이 들어선다. 국운이 좋지 않으면 거기에 맞는 팔자를 지닌 사람이 대통령을 맡는다.”

    청원은 복(福)과 운(運)도 저축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너무 써버리면 바닥나는 수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예를 들었다. 지리산 근방 출신이었는데 산골에서 공부해 서울대 법대에 들어갔다. 가난한 산골 집에서 아들 서울대 법대 졸업시킨다고 밑으로 여동생 3명이 공장에 들어가 오빠 뒷바라지를 했다. 오빠는 고시원에서 먹고 자며 공부를 10년간 했지만 끝내 합격하지 못했다. 고시원에서만 있다가 중년이 돼버렸으니 취직하기도 어렵고, 서울대 법대 졸업생이 길거리에서 장사하기도 어려운 처지가 돼버렸다. 이 사람이 청원을 찾아와서 하소연했다. “당신은 서울대 법대 들어가면서 타고난 복을 다 써버렸다. 그걸로 복은 끝났다.”

    복(福), 운(運)도 저축해야

    7년 전쯤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충남대 의대 다니던 남학생의 엄마가 청원을 찾아왔다. 아들이 충남대 의대에 다니면서도 수능시험을 다시 준비했다. 그 결과 고려대 의대에 합격했다.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 “그냥 충남대 의대 계속 다니면 좋겠다. 아들 운에는 충남대가 맞다. 고려대는 안 맞다.” 그 엄마는 이 말을 아들에게 전했다. 그 아들 왈(曰) “엄마! 그 사람은 충남대 의대와 고려대 의대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이야.” 결국 아들은 고려대 의대로 다시 들어갔고, 학교를 다니다가 얼마 전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처벌을 받게 됐다. 학업을 중단하게 된 것이다.

    청원이 구령주를 통해서 얻은 파워. 그 영적 파워의 밑바탕에는 이론적 기반도 포진하고 있다. 그 이론적 기반은 명리학의 고전인 ‘적천수(滴天髓)’다. 적천수는 명나라 창업자인 주원장의 장자방을 했던 유백온(劉伯溫)의 저작이라고 알려져 있다. 제갈공명에 비유될 만큼 천재적인 인물이 유백온이다. 적천수의 맨 첫 구절이 핵심이다. ‘욕식삼원만법종(欲識三元萬法宗), 선관재재여신공(先觀宰載與神功)’이다. ‘천·지·인과 만법의 근원을 알고자 하면 먼저 재재와 신공의 관계를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여기서 말하는 ‘재재(宰載)’는 태극, 즉 체(體)이고 ‘신공(神功)’은 오행, 즉 용(用)에 해당한다. 재재와 신공은 체와 용의 관계인데, 이게 상호작용을 하는 메커니즘을 통찰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다른 말로 바꾸어 설명하면 음이 많은 팔자는 살면서 양을 당기게 돼 있다는 이치다. 물이 많은 팔자는 불을 끌어당기게 마련이고, 흙이 많으면 목을 당기게 돼 있다. 자기에게 결핍된 반대편을 충족하는 과정이 그 사람 욕망의 총체인 셈이다. 일생 동안 그 사람이 가지려고 하는 것들은 그 반대편의 영역에 존재하는 것들이다. 이게 적천수의 핵심이다. 이 재재와 신공의 이론적 기반에다 구령주의 주력(呪力)이 더해져서 만들어진 사주 체계가 ‘물상명리학(物象命理學)’이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방법이다. 새로운 학파가 세워진 것이다. ‘물상명리학’은 어떤 방법인가? 여덟 글자를 모두 그림으로 환산해서 생각하는 방법이라고 한다. 3D로 보는 방법에 비유된다고나 할까. ‘입체명리학’이기도 하다. 이 물상명리학은 청원의 제자 모임인 청일회(淸一會)에서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청원에게 물었다. “나쁜 운을 좋은 쪽으로 바꾸는 방법이 있는가?” “기도를 해야 한다. 기도는 인성(人性)을 죽이고 신성(神性)을 받는 방법이다. 둘째는 적선을 해야 한다. 고아원에 돈 갖다주는 것도 적선이다. 하지만 좀 더 강한 적선을 해야 효과가 있다. 강한 적선이라는 것은 죽이고 싶은 사람을 살려주는 것이다. 죽일 사람을 살리는 것이야 말로 제대로 된 적선인 것이다. 이 정도 마음을 돌려야 운이 바뀐다. 그 정도 아니면 운 바꾸기 어렵다.”

    운명을 바꾸고 싶다고? 인성人性 죽이고 신성神性 받아라
    조용헌

    1961년 출생

    원광대 대학원 불교학박사

    한중일 3국의 불교 사찰, 도교 도관, 유교 고택 1000여 곳 현장 답사

    저서 : ‘500년 내력의 명문가 이야기’ ‘사주명리학 이야기’ ‘백가기행’ ‘동양학강의 1, 2’등


    사람의 운명을 예측하는 능력을 갖추려면 과정이 쉽지 않다. 10대 후반부터 고수를 만나 오리엔테이션을 받고, 이 분야의 고전을 섭렵하면서 이론적 기반을 다져야 한다. 그리고 강호를 돌아다니면서 강자들과 일합을 겨루며 맷집을 키워야 한다. 그러곤 옥추경을 만나 그 비밀스러운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러고 나서도 고비가 있다.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다가 오버해서 ‘운명의 블랙홀’에 빠져보아야 한다. 절벽 밑으로 떨어져 갈비뼈가 몇 대 나가고, 이마가 깨지는 고통을 겪어보아야 한다. 피를 흘리며 다시 절벽 중간의 동굴로 들어가 상처를 치료하며 내공을 가다듬는 과정을 겪어야 한다. 그러고 나서 세상에 나와 조심스럽게 자신을 돌보면서 처방을 내리는 것이 도사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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