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호

11월, 아득히 먼

  • 김판용

    입력2013-10-18 14: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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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햇볕이 적금된 통장

    그 붉고 노란 단풍잎마다

    비밀번호를 적고 사인을 했다.

    허허한 겨울을 위해 마음의 지갑을 채운다.





    11월, 아득히 먼

    일러스트·박용인

    어둠의 폭포를 뚫고 밤새 풀어헤친

    귀뚜라미의 사설

    그 벽에 붙어서 북을 친다.

    장단 추임새에 만가(輓歌)도 들썩인다.



    아궁이에 다비가 끝나자

    솥에서 건져 올라오는 사리 같은 콩알들

    주렁주렁 매달려 뜨는 메주 냄새에

    낡은 어머니의 옷자락이 젖는데



    나 홀로 휑한 마당에 앉아

    절인 배추같이 순한 햇볕을 받는다.

    갑자기 뚝 떨어지는 홍시 하나,

    화들짝 놀라 길 재촉하는 낮달 참 희다.

    김판용

    ● 1960년 전북 고창 출생
    ● 1991년 한길문학 ‘그대들 사는 세상’으로 등단
    ● ‘사람과 詩’ 동인

    ● 작품집 : 시집 ‘꽃들에게 길을 묻다’ ‘모악산’ 등

    ● 現 ‘문학iN’ 편집위원, ‘시와 사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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