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호

차이나칼라, 원브레스티드, 패딩 점퍼…올림머리 흐트러지는 데 민감

대통령의 패션

  • 동정민 │채널A 청와대 출입기자 ditto@donga.com

    입력2014-07-22 15:37: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최초의 여성 대통령인 박근혜 대통령의 패션과 스타일은 종종 화제가 된다.
    • 박 대통령은 엉덩이를 살짝 덮는 길이의 재킷과 정장 바지를 즐겨 입는다. 취임식 때는 5벌을 갈아입을 정도로 패션 감각을 선보였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같은 사고 현장을 찾을 때는 허름한 점퍼 차림이다.
    차이나칼라, 원브레스티드, 패딩 점퍼…올림머리 흐트러지는 데 민감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2월 25일 취임식이 열린 이날 하루 국립현충원 방문, 취임식, 희망 복주머니 행사, 임명장 수여식, 외빈 만찬 등 각 행사에 맞게 다섯 벌의 옷을 갈아입었다.

    청와대 제2부속실은 본래 영부인을 보좌하는 팀이다.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자 독신 대통령인 박근혜 대통령이 2부속실을 존치시킬 것인지가 취임 전 큰 관심사였다. 박 대통령은 10년 넘게 자신을 수행해온 안봉근 전 비서관을 제2부속비서관으로 임명해 관저와 사생활, 의전을 담당케 했다.

    박 대통령은 관저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많은 편이다. 매일 오전 7시에 출근한 이명박 전 대통령과 달리 박 대통령의 출근 시간은 일정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기상 시간은 오전 5시경으로 상당히 이른 편이지만 본관에 있는 집무실로 출근하는 시간은 그때그때 다르다. 박 대통령은 관저를 집무실보다 편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말에도 거의 관저에 머무른다. 관저에도 집무실과 비슷한 공간이 있기 때문에 비서실장이나 수석들에게 전화를 하고 업무를 챙기는 데 큰 어려움은 없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퇴근 때마다 처리해야 할 보고서를 잔뜩 싸들고 관저로 간다. 박 대통령이 집무실보다 관저를 더 편하게 생각하는 이유로는 화장이나 옷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이 자주 입는 옷을 떠올려보면 엉덩이를 살짝 덮는 길이의 재킷과 정장 바지가 많은 편이다. 재킷은 대체로 차이나칼라 깃이거나 깃을 세운 원브레스티드(단추를 한 줄로 잠그는 디자인) 형태가 많다.

    패션에 담긴 ‘衣中’



    박 대통령은 어릴 때는 치마를 즐겨 입었다. 1970년대 퍼스트레이디 시절 사진을 보면 주로 옆으로 넓게 퍼지는 플레어 스커트에 허리띠를 매는 차림이 많았다. 1998년 정치 입문 초기까지만 해도 긴 치마를 즐겨 입었다. 그러다가 2004년 당 대표를 맡아 총선을 지휘하면서 천막 당사의 결의를 보인 이후 바지를 자주 입게 됐다. 이후에는 전국 현장을 누비며 선거를 지휘하면서 바지를 입는 횟수가 더욱 늘어났다.

    박 대통령은 옷을 직접 고른다. 오래 전부터 서울 강남의 한 의상실에서 옷을 맞춰 입어왔다. 기성복은 잘 입지 않는 편이다. 취임 이후에도 옷 스타일이 크게 바뀌지는 않았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옷 구매는 박 대통령의 개인 비용으로 처리하는데, 구입하는 경우도 있고 빌려 입을 때도 있다. 주요 행사 때 가끔 입는 한복은 외부에서 빌려 입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의 옷은 많은 편은 아니라고 한다. 옷을 한 벌 사면 여러 번 돌려서 입는 편이다. 취임 전 박 대통령이 이용하던 의상실에서 여전히 박 대통령의 옷을 조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은 옷을 입을 때 TPO(Time, Place, Occasion)를 중요시한다. 퍼스트레이디 시절, 오랜 정치 경험에서 몸에 밴 습관이다. 대통령 취임식 때 옷 5벌을 입은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2월 25일 취임식 첫 일정인 국립서울현충원 참배 때는 검은색 패딩 점퍼와 바지를 입고 회색 목도리를 둘렀다. 취임식장에선 국방색 코트에 연보라색 머플러를 두른 바지정장 차림이었다. 코트의 색깔을 국방색으로 정하고 바지를 입은 것은 결연한 의지와 강함을 보여주고자 하는 의지가 담긴 선택이었다. 박 대통령이 착용했던 나비 브로치는 ‘희망, 행복, 장수’를 상징한다.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희망 복주머니 개봉 행사 때는 파란색 치마 위에 금색 꽃무늬 장식이 들어간 붉은색 두루마기를 걸친 화려한 한복을 입었다. 전 세계에 한국 전통문화의 아름다움을 직접 선보이려는 취지였다. 이후 청와대에 들어온 박 대통령은 짙은 녹색 재킷에 진주목걸이 차림새로 임명장 수여와 외빈 접견 업무를 수행했다. 외빈 초청 만찬 때는 짙은 자주색 바탕의 화사한 한복에 진주귀고리 차림의 우아함을 선보였다.

    박 대통령은 취임 1주년인 올해 2월 25일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1년 전 취임식장에서 입었던 것과 같은 색깔인 국방색 재킷을 입고 춘추관 단상에 섰다. 이 역시 경제 혁신에 대한 대통령의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자 하는 의도가 담긴 선택이었다.

    박 대통령은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자 다음 날 곧바로 진도 사고 현장으로 내려갔다. 그때 입은 옷은 엉덩이가 덮이는 국방색 점퍼였다. 당시 늘 단정하게 정돈됐던 대통령의 머리가 헝클어진 채 진도체육관에서 실종자 가족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대통령의 진정성을 돋보이게 하는 데 효과가 있었다. 이어 5월 4일 다시 전남 진도를 방문할 때도 4월 17일 진도에 갔을 때와 같은 점퍼를 입었다. 박 대통령은 이처럼 사고 현장을 찾을 때는 주로 허름한 점퍼를 입는다. 청와대 한 고위직 인사는 이렇게 말했다.

    헝클어진 머리와 상복

    차이나칼라, 원브레스티드, 패딩 점퍼…올림머리 흐트러지는 데 민감

    세월호 침몰사고 직후인 4월 17일 점퍼 차림으로 진도를 찾은 박근혜 대통령.

    “박 대통령이 긴 점퍼를 입을 때마다 왜 굳이 무채색에 멋도 없는 저런 옷을 입을까. 아예 코트를 입는 게 나을 텐데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런데 내가 고위직에 올라와서 보니 사고 현장을 갈 때 박 대통령이 입는 옷이 그나마 가장 적합하더라. 코트는 입을 여유도 없고 너무 귀족적으로 보이고, 그렇다고 홑겹 점퍼를 입을 수도 없고 바바리 형태의 긴 점퍼가 무채색을 입어도 진정성이 느껴지더라. 오랜 정치 경험에서 터득한 본인만의 패션 노하우가 분명히 있는 것 같다.”

    박 대통령은 4월 29일 오전 경기도 안산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방문할 때는 검은색 상복을 입고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기리며 분향했다. 박 대통령이 이어 열린 국무회의장에 그 상복을 그대로 입고 들어간 것은 세월호 참사를 잊지 말고 국가 대개조를 하자는 메시지를 주기 위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7월과 9월 2차와 3차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 박 대통령은 모두 빨간색 옷을 입고 왔다. 박 대통령은 “우리가 경제에 많은 열정을 불어넣어서 활력 있게 살려야 한다는 뜻으로 열정의 색깔인 빨간색을 입고 나왔다”고 직접 설명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다른 나라 정상을 만날 때 특히 옷차림에 신경을 쓰는 편이다. 그 나라 국민의 마음을 살 수 있는 색깔의 옷을 입고 액세서리를 착용한다. 그 나라 정상과의 대화 과정에서도 그런 자신의 옷차림에 대한 이야기를 대화 소재로 자주 활용하는 편이다.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그랬다. 2011년 4월 당시 국회의원이던 박 대통령은 이명박 대통령의 특사로 네덜란드를 방문했다. 당시 박 대통령에게는 별도의 코디네이터가 없었다. 본인이 해외에 나가기 전 일정을 보고 의상을 직접 고민해 챙겨서 해외에 나갔다.

    네덜란드를 방문해 오전에 한국전 참전용사비를 방문할 때는 짙은 감색 바지 정장을 입었다. 오후에 네덜란드 외교부를 방문해 로젠탈 외교장관을 만날 때는 겨자색 정장 재킷에 꽃무늬 치마를 입으며 우아함을 뽐냈다. 이어 베아트릭스 여왕을 만날 때는 여왕 생일을 맞아 오렌지색 머플러를 하고 갔다. 오렌지색은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색이다. 여왕을 위해 준비한 선물 역시 오렌지색 보자기로 포장했다.

    지난해 5월 미국을 방문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만날 때는 파란 재킷에 짙은 남색 바지와 가방까지 푸른 계통으로 맞췄다. 목걸이와 브로치 등 액세서리도 푸른빛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속한 미국 민주당의 상징색이다.

    이어 6월 중국을 방문했을 때는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나는 자리에 중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황금색과 유사한 노란색 재킷을 입어 눈길을 끌었다. 만찬장에서도 황금색 한복을 입었다.

    대통령홍보수석실에서는 가끔 모니터링을 해서 부속실에 대통령의 의상에 대한 건의를 하기도 한다. 대통령홍보수석실 국정홍보비서관실에서는 대통령 이미지 ‘PI(President Identity)’ 담당 팀이 별도로 있다. 정권 초창기에는 행사 때 대통령이 서 있는 위치의 배경 색깔과 옷 색깔을 같은 색으로 맞추기도 했다. 조화를 위한 것이었지만 그러다보니 대통령 옷이 배경에 묻혀 오히려 대통령의 얼굴만 부자연스럽게 부각되는 일이 발생했다. 건의를 통해 대통령 배경의 색깔을 고려해 자연스럽게 얼굴과 옷이 돋보일 수 있는 색을 선택하게 됐다.

    올림머리 스타일

    박 대통령의 머리 스타일은 올림머리다. 업스타일이라고도 한다. 퍼스트레이디 시절부터 고수해온 스타일이다. 올림머리는 머리 양옆을 핀으로 단단히 고정하는데, 박 대통령은 머리가 흐트러지는 데 상당히 민감한 편이다.

    지난해 5월 충남 논산시 육군항공학교에서 열린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 전력화 기념행사에 참석한 박 대통령은 직접 조종사 옷을 입고 헬기의 조종석에 앉았다. 공군 장교가 헬멧을 건넸지만 박 대통령은 그 헬멧을 쓰지 않고 손에 든 채 자리에 앉아 기념촬영을 했다. 헬멧을 쓸 경우 머리가 흐트러질 수 있기 때문에 쓰지 않은 것이라는 후문이다. 박 대통령이 기차나 비행기에서 잠시 눈을 붙일 때도 머리가 망가질 것을 우려해 의자 뒤 등받이에 머리를 대지 않는다는 건 유명한 일화다.

    박 대통령은 2007년 대통령후보 당내 경선을 앞두고 웨이브 있는 단발로 헤어스타일을 바꾼 적이 있다. 올림머리가 너무 나이 들어 보인다는 우려에 따라 박 대통령이 과감한 선택을 한 것이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박 대통령은 본래 스타일로 돌아왔다. 당시 캠프에서는 머리 스타일을 둘러싼 격렬한 논란이 있었다. 박 대통령의 주요 지지 기반인 중장년층의 항의가 빗발쳤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훗날 이를 회상하며 “헤어스타일도 내 맘대로 못해요”라고 말하며 웃은 적이 있다.

    박 대통령의 올림머리 스타일에 대해서는 답답하고 고집스러운 인상을 준다는 평가와 단아하고 우아하다는 평가가 엇갈린다. 미용실에서는 여전히 박 대통령 머리처럼 해달라고 말하며 요구하는 중장년 여성이 많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 되기 전 머리 손질을 대체로 스스로 했다. 오랫동안 비슷한 머리스타일을 고수했기 때문에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다. 다만 중요한 외부 행사가 있을 때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전문가가 서울 삼성동 자택으로 와서 종종 대통령의 머리를 매만지곤 했다고 한다. 다만 해외에 나갈 때는 대통령이 직접 머리를 했는데 그때도 늘 단정했다. 대통령이 된 후에도 그 전문가가 대통령의 머리를 담당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다른 액세서리는 즐기지 않지만 브로치는 꼭 챙기는 편이다.

    ‘일정’도 만기친람?

    박 대통령은 이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이 결정된 뒤 오찬 장소에 특별히 신경을 썼다. 지난해 6월 박 대통령 방중 때 시 주석은 국빈관인 댜오위다이(釣魚臺) 양원재에서 특별 오찬을 대접했기 때문에 화답을 해야 할 차례였다. 박 대통령은 외부에 우리 문화를 잘 보여줄 수 있는 장소를 물색했고 서울 성북동에 있는 한국가구박물관을 선택했다.

    지난해 12월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방한했을 때 조윤선 당시 여성가족부 장관이 이곳에서 한국 전통문화를 소개한 적이 있다.

    실제 시 주석은 오찬을 하면서 아늑하고 깨끗하고 조용한 곳이라며 장소가 마음에 든다고 몇 차례나 만족을 표시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미리 가구박물관에 대해 익힌 뒤 시 주석에게 직접 박물관을 소개하기도 했다. 야외 경관을 설명할 때는 안내자인 박물관 관장보다 더 많은 말을 할 정도로 준비를 철저하게 했다.

    여성 특유의 꼼꼼한 준비와 배려는 외교에서 빛을 발한다. 박 대통령은 시 주석이 양고기를 좋아한다는 소식에 특별 오찬 때 양고기를 준비하기도 했다. 또 선물로 홍삼 중 최상급인 천삼을 준비했다. 시 주석은 “앞으로 사람들이 자신의 건강을 부러워하면 대통령님이 주신 천삼을 먹고 건강해졌다고 소개할 것”이라며 좋아했다.

    박 대통령은 해외에 나갈 때마다 빠짐없이 한국전쟁 참전기념비와 그 나라 국립묘지를 찾는다. 한국전 참전용사들이 오기 마련인데 본래 그들에게는 특별한 선물을 주지 않는 것이 관례였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대통령 되기 전 특사로 나갈 때도 외교부에 특별히 부탁해 자개함과 같은 자그마한 선물을 준비했다.

    이처럼 박 대통령은 소소한 것까지 직접 다 챙긴다. 국정운영에 대한 만기친람(萬機親覽) 이야기가 나오지만 남성 대통령이면 무심코 지나칠 만한 것들을 직접 챙긴다. 보통 거물급 정치인이 되면 공식 일정은 참모가 정해주는 대로 따르는 경우가 많다. 일정 하나하나에 전략이 담겨 있기 때문에 큰 전략만 정해지면 세부 일정은 참모 의견에 따른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모든 일정을 직접 정한다. 대통령에 취임하기 전이든 후든 마찬가지다. 특히 일정에 대한 부작용까지 꼼꼼하게 따지다보니 임박해서야 최종 결정이 내려져 참모들이 당황하는 경우도 꽤 있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