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8월호

광주·전남 ‘기회의 門’ 창조경제 에너지밸리

‘공기업 지방이전 최우등생’ 한국전력과 빛가람혁신도시

  • 나주=허만섭 기자 | mshue@donga.com

    입력2015-07-23 13: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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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00개 기업 유치…“에너지가 미래다”
    • “고대 마한 중심지가 산업 수도로”
    • 흑자 전환, 주가 상승…‘돌아온 맏형’
    • “조환익 리더십, 성장과 공생의 조화”
    광주·전남 ‘기회의 門’ 창조경제 에너지밸리
    오전 8시 50분 사진기자와 함께 전남 나주역에 도착했다. 서울 용산역에서 KTX로 두 시간이 걸렸다. 나주역에서 한국전력공사가 입주한 빛가람혁신도시(광주전남혁신도시)까지는 자동차로 15분 거리다. 나주는 이제 구도심과 혁신도시, 이렇게 구분되는 셈이다. 역으로 마중을 나온 한전 홍보담당 이정복 처장과 김형관 차장이 간단히 아침을 함께하자고 했다.

    일행은 구도심의 중심가인 옛 나주목사관아 쪽으로 향했다. 오늘날의 전남 · 북도지사와 광주광역시장을 합쳐놓은 격인 조선시대의 나주목사가 집무를 보던 곳이다. 성벽을 갖춘 형태가 서울 왕궁의 축소판 같았다.

    나주 하면 떠오르는 먹을거리가 ‘나주배’와 ‘나주곰탕’인데, 아닌 게 아니라 성벽을 둘러싸고 곰탕집이 빼곡이 모여 있었다. 조선시대 때부터 이곳에서 곰탕집들이 성업했다고 한다. 수많은 민원인이 관아에 일을 보러 드나들면서 여기가 호남 제일의 번화가였다고 한다.

    이 처장은 “A곰탕집이 유명한데, B곰탕집으로 가시죠. 저희 사장님도 나주곰탕을 무척 좋아합니다”라고 말했다. 식당에 들어가 주문하자 이내 곰탕이 나왔다. 예상과 달리 곰탕 국물이 기름기 없이 맑았고 빛깔은 옅은 갈색이었다. 사골과 잡뼈로 고아내는 설렁탕과 달리 소의 양지 · 사태고기로 국물을 낸다고 한다. 탕 속엔 넓적한 수육이 가득 들어 있었다.

    곰탕 국물을 한 숟가락 떴다. 듣던 대로 ‘깊은 감칠맛’이 압권이다. 삼킨 뒤에도 그 맛이 입안을 떠나지 않고 맴돌아 이내 침이 고였다. 같이 먹던 사진기자가 “나주곰탕 대박! 끝내주네요”라며 감탄했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맛있는 곰탕 한 그릇을 깨끗이 비우고 나니 나주에 대한 첫인상이 급격하게 좋아졌다.



    한전은 나주목사관아 주변 지역의 전신주를 지중화(地中化)해주기로 했다. 비용이 꽤 들지만 도시의 외양과 분위기가 한결 산뜻해질 것이다. 나주시와 시민들은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한전 측은 “우리가 나주로 이전한 기념으로 시민들에게 드리는 작은 선물”이라고 했다.

    차가 빛가람혁신도시로 들어서자 맨 먼저 한국농어촌공사(연간 예산 2조9000억 원) 본사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본사가 눈에 들어왔다. 수 년 전 두 공기업 본사가 각각 경기 의왕과 서울 강남에 있을 때 찾아가 사장 인터뷰를 진행한 기억이 났다. 두 공기업이 우리 농 · 수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실로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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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도권 신도시 느낌

    빛가람혁신도시엔 16개 공기업이 들어오는데, 이 가운데 14개 기업이 이전을 완료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한국콘텐츠진흥원, 한국인터넷진흥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국립전파연구원, 우정사업정보센터 같은 내실 있는 기관이 많다. 그 핵심은 전력 관련 기관들이다. 한전을 필두로 한전KDN, 한전KPS, 한국전력거래소가 들어와 있다. ‘자족 기능’으로 보면 수도권의 웬만한 신도시와 견줘도 밀리지 않을 듯싶다.

    733만㎢ 면적의 도시 전체는 ‘거대한 공사판’이었다. 여기저기에서 아파트 단지, 오피스텔, 상가, 업무용 빌딩, 학교, 휴양시설이 건설되고 있었다. 1차 목표인 ‘인구 5만 도시’를 향해 맹렬히 질주하는 듯했다. 우리나라 최대 곡창지대에 위치한 곳답게 도시 전체가 거의 평지인 데다 곳곳에 호수와 공원이 있어 쾌적해 보였다. 전남 산림자원연구소에 들렀는데, 메타세쿼이아 나무를 양쪽에 길게 심은 숲길이 인상적이었다. 주택가 인근에 골프장도 짓고 있었다.

    한전 본사는 다른 전력 관련 기관들과 함께 자리 잡고 있다. 지상 31층(154m)으로, 호남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라고 한다. 본사 전면으로 광활한 공터가 펼쳐져 있다. “앞으로 수도권의 판교처럼 첨단 기업들로 채워질 것”이라고 한전 측은 설명한다. 주변에 각종 브랜드의 패스트푸드점, 식당, 판매시설이 입점해 벌써 신도시 티가 제법 난다. 본사에서 길만 건너면 닿을 거리엔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상업시설이 솟아 오르고 있다.

    현재 상당수 한전 임직원들은 주변 오피스텔이나 임대 아파트에 전 · 월세로 거주한다. 몇몇 직원은 가족을 데려오기 위해 아파트를 분양받기도 했다. 이정복 처장은 “가족과 함께 정착하는 직원이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곳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이 도시가 상당히 발전하고 학군도 좋아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무성하다. 그래선지 아파트 분양권 가격도 꽤 올랐다”고 귀띔했다.

    나베리아 → 나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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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2월 한전 본사가 이곳으로 이사 왔을 때 많은 직원은 연고도 없는 낯선 땅에서 살아야 하는 현실을 실감했다. 정부의 공기업 지방이전 정책에 따른 이주였기에 스스로 결정한 운명은 아니지만 “발전적으로 받아들이게 됐다”고 한다. 한 직원은 이렇게 말한다.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지내다 전라도 나주 허허벌판으로 이주한 거니까요. 처음 왔을 땐 주변에 편의점 하나, 가건물 중국집 하나가 있더라고요. 기분 때문에 그렇게 느꼈는지는 몰라도, 눈은 어찌나 많이 오고 바람은 또 얼마나 거세게 불던지…. 일부 직원들은 ‘나베리아(나주+시베리아)’라고 했죠. 그러다 멀리 커피전문점 파스쿠찌가 하나 생겼는데 수많은 남녀 직원이 왕복 40분을 걸어서 거기엘 가요. 거기서 아메리카노, 캐러멜마키아토 마시는 게 거의 유일한 문화생활이니까.

    그런데 조환익 사장을 비롯해 각 부서는 사실 이주하기 오래전부터 ‘이주 후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세세하게 계획을 세워두고 있었어요. 일부 부서는 한 달 전부터 내려와 사전 정지작업을 했고요. 이주 다음 날부터 그걸 정신없이 실행에 옮겼죠. 이 계획 중 상당부분은 ‘이 혁신도시를 어떻게 성공시킬까’, ‘광주 · 전남에 어떻게 기여할까’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그 후 7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혁신도시가 도시의 면모를 갖춰갔고 여러 계획이 결실을 봤어요. 직원들도 보람을 느껴요. ‘우리 회사 이주가 광주 · 전남 경제를 도약시키는 역사적 기회가 되게 하자’ ‘나주를 나와이(나주+하와이) 낙원으로 만들자’고들 하죠.”

    한전 본사에 들어서니 옥외 주차장 위를 가득 덮은, 작은 사각형 지붕 같은 시설물에 눈길이 쏠렸다. 주차된 차 안이 땡볕으로 달아오르는 걸 막아주는 차양인가 싶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태양열을 모으는 발전설비였다. 땅 밑엔 지열공 330개를 묻어 눈이 와도 금방 녹을 뿐 아니라 이를 통해 에너지도 얻는다고 한다. 건물 옥상에선 풍력발전을 하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본사 건물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42%를 직접 생산한다”고 말했다. 신설 빌딩 에너지 자급 권고 기준인 10% 안팎을 훨씬 상회한다. 31층 건물인데도 에너지 효율이 뛰어나 10층 건물의 전력 소비량보다 더 적게 쓴다고 한다.

    전기 사용량 42% 자체 생산

    건물 안은 적당히 냉방이 되어 쾌적했다. ‘냉방? 당연한 거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기자 개인적으론 수 년 전 한여름에 서울 강남 삼성동 한전 본사에서 취재하다 더위를 먹은 적이 있어 특별하게 여겨진다. 당시 블랙아웃(넓은 지역에서 모든 전력 시스템이 정지하는 대정전 사태) 위기로 온 나라에 난리가 났다. 정부는 절전 캠페인을 강력하게 추진했다. 전기를 만드는 한전은 솔선해서 에어컨을 끄고 근무했다.

    지금 한전은 블랙아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게끔 했다. 또 신재생 에너지를 가장 잘 사용하는 건물을 지었다. 한전의 모든 게 ‘정상화’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한전 측은 ‘반도체 신화가 오늘의 한국 경제를 이뤄냈다면 앞으로는 에너지 신화가 또 다른 도약을 이끌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와 관련해 조환익 한전 사장은 한 포럼에서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목탄을 사용하면서 금속을 가공했고, 석탄을 통해 산업혁명을 이뤘다. 화석연료가 없었다면 현대의 대량생산 체제는 불가능했다.”

    “에너지는 최근의 경제 문제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미래학자 제레미 리프킨은 에너지가 미래 산업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제6의 물결은 IT에 이어 에너지에서 새로운 혁신이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한국이 5대 자동차 생산국인 만큼 한전의 전력기술을 융합하면 전기차 산업을 크게 발전시킬 수 있다.”

    “전력산업을 수출산업으로 바꾸겠다. 2020년까지 발전, 송변 · 전, 배전, 에너지관리, 분산발전 분야의 해외사업 비중을 15%로 확대하겠다.”

    “에너지 과다 사용이 심각한 문제를 부른다. 수요관리는 자원 고갈 방지, 탄소배출 저감 같은 현안을 해결하는 팔방미인이다. 사용자가 에너지를 아낄 수 있게 수요 관리를 강화하겠다.”

    “전력망을 기반으로 정보통신, 운송, 가전제품을 연결하는 스마트 그리드 인프라를 확충하겠다. 모바일 기기를 통해 외출 시에도 주택의 냉난방, 조명을 제어할 수 있다.”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까지 확대하겠다. 한전이 선도적으로 투자하겠다.”

    “세계 에너지산업에서 융 · 복합이 두드러지고 있다. 한전도 다양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전력을 자급자족할 수 있는 마이크로 그리드를 도서지역에 보급하겠다.”

    日新月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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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 사장은 2015년 경영 화두로 일신월이(日新月異, 매일 매달 새롭게 하다)를 제시했다. 한전은 신기술, 융 · 복합에 적극 투자한다. 신성장동력에 1조 원 이상 투자할 계획이다.

    다른 업계와의 협력에도 적극적이다. 다음카카오와는 ‘모바일 메신저 기반 전기요금 청구 및 수납 서비스’ 투자협약를 체결했다. KT와 함께 진보형 원격 검침, 스마트홈 등을 협력하기로 했다. LG유플러스와 함께 스마트 그리드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수요를 예측해 낭비되는 에너지를 줄인다는 아이디어다.

    해외시장 개척도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지난해 해외에서 사상 최대인 4조 원 규모 매출을 올렸다. 한전이 지은 요르단의 암만아시아발전소는 세계 최대 디젤발전소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최근엔 멕시코에서도 발전소를 준공했다.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한 원전(原電)도 공사가 착착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한전은 3대 악재, 즉 블랙아웃, 밀양송전탑, 적자로부터 어느 정도 벗어나면서 신기술에 적극 투자하는 것으로 비친다. 블랙아웃 우려를 낳았던 전력 서비스 부문에선 정전시간을 10분대에 진입시킴으로써 세계 톱 클래스의 전력 품질을 달성했다. 전국의 전력 상황을 통제하는 부서의 관계자는 “올여름 전기 문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다”고 장담한다. 밀양 송전탑 사태 때 조 사장은 40여 차례 현장을 찾았다고 한다.

    한전은 2012년 3조2000억 원 적자를 기록했지만 조 사장 취임 다음 해인 2013년 2000억 원 흑자를 올렸다. 지난해엔 흑자 규모를 1조 원으로 늘렸다. 올해엔 1분기에만 순이익 1조 원 이상을 기록했다. 부채비율은 2013년 대비 2014년에 5.9% 줄였다. 현대기아차에 매각한 서울 강남 삼성동 땅의 매각대금 10조5500억 원도 주로 부채 탕감에 쓸 예정이다.

    덩달아 한전 주가는 49% 상승해 시가총액이 9조 원 증가했다. 한전은 7월 14일 현재 국내 증시에서 삼성전자에 이어 시가총액 2위가 됐다. 조 사장은 올해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기관장 경영성과협약 이행실적 평가에서 21명의 평가대상자 중 1위에 올랐다. 산업계 일각에선 “‘공기업 맏형’ 한전이 돌아왔다”고 평한다.

    한전 본사 스카이라운지에 올랐다. 푸르고 평평한 대지를 굽이쳐 흐르는 아름다운 곡선의 영산강이 보였다. 여기서 잡히는 장어와 홍어의 맛이 일품이라고 한다. 강줄기를 따라가면 이내 목포가 나온다. 차로 40분 거리의 광주는 손에 잡힐 듯했다.

    한전은 지난해 12월 정홍원 당시 국무총리가 참석한 본사 이전 행사 때 ‘빛가람 에너지밸리’ 계획을 발표했다. 에너지밸리에 대해 조 사장은 “일본의 자동차도시 도요타시나 미국의 실리콘밸리처럼 전력사업에 특화한 창조경제 구현 공간”이라고 설명한다.

    한전 및 전력 관련 세 기관이 빛가람으로 이전하는 참에 이곳에 민간 에너지 기업도 대거 입주시켜 이 도시 에너지산업의 파이를 최대한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광주 · 전남 지역사회의 공동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것. 업계와 언론계의 평가에 따르면, 이 계획은 순항 중이며 이미 가시적 결과물을 내놓고 있다.

    “전무후무한 기회 왔다”

    2월 9일 한전과 투자협약을 맺은 보성파워텍은 혁신도시 부지 8025㎡를 매입해 2018년까지 친환경 전력기자재 및 사물인터넷 스마트센서를 생산할 예정이다. 한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 32개 기업이 협약을 체결했다. 전력업계의 한 기업 대표는 “한전은 업계 최대의 ‘큰손’인 만큼 흡인력이 세지 않겠나. 나주로 가려는 에너지 기업이 계속 나올 것 같다”고 예상했다.

    한전은 내년까지 100개, 2020년까지 500개 기업을 빛가람과 인근 광주로 유치할 계획이다. 중소기업 육성펀드 2000억 원을 출연해 이전 기업의 비용을 덜어주기로 했다. 또한 에너지 전문 인재를 내년까지 300명, 2020년까지 1000명을 배출한다는 목표로 전남대 등 광주 · 전남 5개 대학과 산 · 학 · 연 연구개발 과제를 공동개발하기로 했다. 이렇게 지역 대학의 역량을 키우고 장학금을 지급하는 데에 619억 원을 투자한다.

    김동섭 한전 상생협력팀장은 “포항 하면 철강을 떠올리듯 광주 · 전남을 에너지로 특화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 팀장과의 일문일답.

    ▼ 광주 · 전남에 전력 관련 업체가 별로 없는 것 같은데요.

    “그래서 우선 업체를 유치하려고요. 외부에서 모셔오기도 하고, 이 지역 내부에서 업종을 전환시키기도 하고, 새 기업을 키우기도 하고. 인력이 필요한데 이 지역 대학에 매년 연구비를 지원하면서 역량을 길러줄 계획입니다. 에너지에 관심이 있는 이곳 인재가 수도권으로 가지 않아도 되게끔 할 겁니다. 아울러 전력사업을 하려는 타 지역 사람도 여기로 오게끔 할 거고요.”

    ▼ ‘내년 100개, 2020년 500개’ 목표는 잘되고 있나요.

    “이전을 희망하는 곳이 계속 나오니까요. 올 연말쯤이면 50개 이상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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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류와 교통 문제는 어떻습니까.

    “우리는 집적화가 중요하다고 봐요. 에너지 관련 기업들, 연구기관, 대학, IT 같은 타 업종 기업들이 한자리에 모여 소통하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겁니다. 새 사업이 계속 나올 것이고. 이 지역은 물류도 나쁘지 않아요. 서해안고속도로에서 가깝고 수출항이 목포에 있어요. 최근 KTX도 개통했고요. 무엇보다 최대 수요처인 한전의 본사가 이 지역에 있으니 물류나 지리적 이점이 상당한 거죠.”

    박근혜 대통령은 4월 한전을 방문한 자리에서 “나주혁신도시가 에너지 신산업으로 특화한다면 외국에서도 나주를 찾을 것”이라며 “민간 주도 창조경제혁신센터와 더불어 지역경제를 도약시키는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한전과 빛가람혁신도시가 창조경제의 불을 밝힌 것 같다. 실물(實物)을 보여준다”고 했다.

    한전 측은 지역 주민들과 정서적으로 교감하는 데도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 신간 도서와 만화 등 8만4000권이 비치된 본사 1층 도서관은 지역 주민에게 무료로 개방한다. 780명의 시민이 회원으로 등록해 독서를 즐긴다. 본사 대강당에선 한 달에 두 번 최신 영화를 직원들과 지역 주민들에게 무료로 상영한다. 광주 · 전남 지역을 탐방하는 직원 모임도 활기를 띠고 있다.

    이낙연 전남지사는 “나주는 고대 마한 시대부터 2000여 년 동안 전남의 중심지였다. 이제 혁신도시 조성을 계기로 산업수도로 도약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 지사는 “한전의 입주로 전무후무한 기회가 찾아왔다. 산업화의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될 것”이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나주가 부럽다”

    한전과 빛가람혁신도시는 다른 지역에서도 부러움을 사고 있다. 다음은 ‘영남일보’ 2월 23일자 사설 내용이다.

    “산 · 학 · 연 클러스터, 대구김천혁신도시는 이 부분이 부진하다. 그런 점에서 10개 혁신도시 중 가장 모범이 되고 있는 나주혁신도시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나주혁신도시는 균형발전을 넘어 미래형 자족도시 모델을 구축하는 새로운 시도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글로벌 에너지밸리를 추진하는 나주가 부럽기만 하다.”

    나주의 2개 면이 올해 빛가람혁신도시가 됐다. 윤지향 나주시 학예사는 “나주의 오랜 역사만큼 이 혁신도시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나주를 다시 깨어나게 했다. 앞으로 많은 사람이 나주를 알게 되면 좋겠다. 그러면 아마 나주를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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