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호

국방전문가 기고

“북 발사체, ICBM보다 한국에 더 치명적”

  • 김기호 전 한미연합사 작전계획과장

    missionhero@naver.com

    입력2019-05-08 15:3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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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탄도미사일 확실

    • 핵무기 탑재 가능

    • 단거리 저고도 추적 회피기동

    • 패트리어트나 사드로 요격 어려워

    • 사격훈련 아닌 수도권 궤멸 무력 예행연습

    • 7일 내 한국점령 수단

    5월 4일 발사된 북한 신형전술유도무기.

    5월 4일 발사된 북한 신형전술유도무기.

    북한이 5월 4일 원산 일대에서 동해로 쏜 10여 발의 발사체에 관해 말들이 많다. ‘CNN’ 등 주요 외신은 전문가의 입을 빌어 “탄도미사일”이라고 보도했다. 반면, 우리 군의 최고사령부인 합동참모본부는 갈지자로 오락가락하고 있다. 처음에는 “미사일”이라고 했다가 “불상 발사체”라고 말을 바꾸더니 나중엔 북한 방송을 따라서 “신형전술유도무기”라고 했다. 

    북한 방송매체와 한·미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이달 초부터 원산 일대에서 전연(최전방) 및 동부전선 부대들의 포병화력이 참가하는 대규모 타격훈련을 실시했다. 240㎜와 신형 300㎜ 방사포들을 대거 이동했다. 

    이번 화력타격훈련의 비밀병기는 그동안 김정은이 야심 차게 개발해 온 문제의 발사체다. 우리가 그 의미를 축소하려 애쓰는 것과 달리 북한의 이 발사체는 ICBM보다 한국에 더 치명적일 수 있다. 

    필자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이 발사체는 러시아의 이스칸데르(Iskander) 단거리 지대지 전술 탄도미사일이 모태가 된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확실하다. 이스칸데르 미사일엔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

    한국 안보에 심각한 상황

    러시아 이스칸데르 미사일(왼쪽)과 북한 신형전술유도무기가 외형상 닮았다. 한국국방안보포럼.

    러시아 이스칸데르 미사일(왼쪽)과 북한 신형전술유도무기가 외형상 닮았다. 한국국방안보포럼.

    또, 이 북한의 미사일은 단거리 저고도 회피기동을 한다. 한·미연합군의 페트리어트 미사일이나 사드(THAAD) 미사일로 요격이 거의 불가능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한국 안보에 있어 여간 심각한 상황이 아니다. 



    김정은 국방위원장은 이 탄도미사일을 확보하기 위해 그동안 절치부심해왔다.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오래전부터 주한미군의 패트리어트 미사일과 사드 미사일에 격추되지 않는 신형전술유도무기의 개발을 명령했다. 

    미사일 전문가인 리병철 항공및반항공사령관을 전역시켜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에 임명했고 장창하 국방과학원장을 독려해 비밀병기 개발에 착수하도록 했다. 이들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패트리어트 및 사드 방어체계를 뚫을 수 있는 러시아의 이스칸데르 지대지 미사일에 주목했다. 

    이스칸데르 미사일은 고도가 50km로 낮고 사거리가 600km이고 속도가 마하7에 이르고 불규칙비행을 한다. 특히 종말(하강)단계에서 레이더의 추적을 피하는 심한 편심탄도비행을 한다. 하강하는 과정에서 급강하한 뒤 수평비행을 하다 목표물 상공에서 수직으로 낙하하는 복잡한 비행궤적을 보여 통상적인 궤도추적이 어렵다. 이 때문에 이 미사일은 페트리어트미사일이나 사드미사일로 요격이 거의 불가능하다. 낮게 비행하는 관계로, 한국이 도입하려는 이지스함의 SM3 미사일로도 맞추기 어렵다. 우리 군이 구축하려는 ‘한국형 공중 및 미사일 방어(KAMD)’도 뚫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8년 2월 8일 건군절 열병식에서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닮은 시제품을 선보이면서 개발을 독려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과 9.19평양공동선언과 남북군사합의를 맺은 직후인 2018년 11월 국방과학원에 가서 신형첨단전술무기 시험을 참관했다. 절치부심 끝에 북한은 올해 4월 17일 이 탄도미사일을 완성해 5월 4일 시험발사를 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국방과학원에서 “이 무기체계의 개발 완성은 인민군대의 전투력 강화에서 매우 커다란 의미를 가지는 사변”이라고 했다”이라고 했다. 북한 조선중앙방송은 이번 발사에 대해 “특수한 비행유도 방식과 위력한 전투부 장착으로 하여 우월하게 평가되는 이 전술유도무기의 설계상 지표들이 완벽하게 검증됐다”고 밝혔다.

    위력한 전투부는 핵탄두?

    여기서 “특수한 비행유도방식”은 이스칸데르 미사일의 저도고 회피기동 비행을, “위력한 전투부 장착”은 ‘핵탄두나 생화학탄두의 장착’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스칸데르 미사일에 탑재 가능한 탄두중량은 480~500kg으로, 소형화된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이어 “군수생산을 정상화하고 국방과학기술을 최첨단 수준으로 계속 끌어올리는 데서 나서는 단계적 목표와 전략적 목표들을 제시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한국의 방어체계로는 사실상 격추가 어려운 수도권 공격용 핵미사일을 북한이 개발했다는 사실은 한국으로선 끔찍한 일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지금 그것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이 미사일은 고체연료를 사용하고 이동식발사대에 탑재돼 발사 징후가 사전 노출되지도 않는다. 

    따라서 이번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단순한 사격훈련으로 볼 수 없다. 일거에 한국군 주력을 궤멸시키고 수도권에 막대한 피해를 안길 무력예행연습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이번 타격훈련에는 전연과 동부전선의 전 포병화력이 참가한 가운데 북한군 최고사령관인 김정은 위원장이 현지지도 했다. 군령집행의 사령관인 리영길 총참모장, 미사일전문가인 리병철 전 항공및반항공사령관, 장창하 국방과학원장과 조선노동당 수뇌가 머리를 맞댔다. 신형무기의 실전배치를 검증하고 작전계획을 예행 연습하는 일종의 검열훈련이었다. 

    북한은 예전에도 중요한 탄도미사일 궤적을 은폐하기 위해 탄도미사일을 방사포와 섞어서 발사했다. 필자가 보기에, 이번 발사는 북한의 ‘신통일대전(新統一大戰)계획’의 일환이다. 김 위원장은 이미 ‘2015통일대전(統一大戰)’ 계획을 마련한 바 있다. 한국에 미군 증원군이 도착하기 이전인 7일 만에 한국 전역을 점령한다는 계획이다. 개전 초기 핵미사일과 생화학무기로 한국군 주력을 궤멸시키고 특수전 부대를 침투시키면 가능하다고 북한은 판단했다. 

    이 일환으로 북한은 2014년 3월 26일 한국군과 주한미군의 패트리어트 방어망을 뚫을 수 있도록 노동미사일을 고각 사격하는 훈련을 실시했다. 당 창건 70주년인 2015년 8월 김 위원장은 전국에 준전시사태를 선포했고 군과 예비군에 ‘1호 전투태세’를 발령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불시에 통일대전계획에 의한 대규모 부대기동을 명령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부대들이 계획대로 기동하지 못했다. 수많은 특수부대와 전연의 탱크 부대들은 비무장지대 지뢰밭을 돌파할 수 없고 1000여문의 방사포들도 한미연합공군전력에 의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것으로 나왔다. 특히 김 위원장을 분노케 한 것은 완성되지 못한 핵미사일이었다.

    대응무기체계 전무

    이후 김 위원장은 전략로케트사령부를 전략군으로 승격시켰고 핵미사일 개발에 올인 했다. 2017년 9월 6차 핵실험에 성공했고 그해 11월 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5형을 시험 발사하면서 “핵 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그러나 주한미군이 2017년 사드를 배치하는 바람에 노동핵미사일의 고각사격은 무위로 돌아갔다. 노동미사일을 아무리 고각으로 쏘아도 사드 방어망을 뚫을 수 없을 것으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한미연합군의 방어망을 뚫을 핵 탑재 미사일이 절실했고 5월 4일 드디어 이 미사일을 선보인 것이다. 

    현재 한국군엔 북한의 이 미사일에 대한 대응무기체제가 전무한 편이다. 북한이 이 미사일들을 휴전선 부근 여러 곳에 배치해 불시에 쏘면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

    “발사체” “분석 중” “미사일 아냐”…한심한 대응

    그럼에도 청와대와 군 당국은 김정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을 양인지, 희망적 사고를 하는 탓인지 로키(low-key·자제된 자세)로 발표했다. 어떤 대안도 제시하지 못한 채 분석 중이라고만 하고 있다. 

    물론 정밀분석을 위해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그러나 24시간 북한을 손금 보듯 들여다보고 있는 한‧미의 정보자산은 발사현장을 틀림없이 포착했을 것이다. 더욱이 3월부터 주한미군 및 주일미군의 정찰자산이 북한의 이상 조짐을 눈치 채고 있었다. 미사일 궤적을 탐지하는 RC-135 3종 세트를 비롯한 최첨단무기들이 지속적으로 북한의 해당지역을 정찰해 왔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한미 간 정보 공유가 잘 되지 않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간다. 국방부가 어정쩡하게 분석 중이라고 하니 우리 언론도 이번 북한 미사일 발사의 심각성을 국민에게 알리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과 일부 진보인사들은 이스칸데르 미사일 궤적과 유사한데도 탄도미사일이 아니라고 애써 평가절하하고 있다. 지금 북한이 우리 군과 국민을 직접 겨냥하는 대량 살상 미사일 사격훈련을 실시했는데도 이런 한심한 논쟁이나 하고 있는 것이다.
     
    전 국방장관들과 예비역 장성들이 다수 참여하는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영토 내에 핵폭탄이 터져야 북한의 도발을 인정하겠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정말 이렇게 돼야 정신을 차릴 것인가?


    김기호
    ●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초빙교수
    ● 예비역 육군 대령
    ● 전 한미연합사령부 작전계획과장
    ● 전 국방대 안보대학원 군사전략학부 순환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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