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7월호

[사바나 ; 경제pick]前 한국경제학회장들의 대정부 쓴소리

조장옥 교수 “대통령, 정책실장에 성향 다른 사람 전혀 안 써”

“정부 주도 제조업 르네상스, 성공 어려워”

  • 정보라 기자

    purple7@donga.com

    입력2019-06-25 17:5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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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로에 선 한국경제, 前 한국경제학회장들에게 묻는다’ 특별좌담회

    • “L자형 장기침체 계속돼”

    • “제조업 엑소더스 현상 엿보여”

    • “요란한 정책 구호 남발 말아야”

    ‘사바나 ; 경제pick’은 동아일보 출판국의 컨버전스 뉴스랩(News-Lab) ‘사바나’ 기자들이 밀레니얼 세대를 위해 ‘꼭 알아야 할 경제‧산업이슈’를 다루는 코너입니다. 스스로가 밀레니얼 세대인 기자들이 너무 무겁지도, 너무 가볍지도 않게 경제뉴스를 분석합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6월 24일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에서 ‘기로에 선 한국경제, 前 한국경제학회장들에게 묻는다’ 특별좌담회를 개최했다. 사진 왼쪽부터 조장옥 서강대 명예교수,구정모 CTBC 비즈니스스쿨 석좌교수, 김경수 성균관대 명예교수. [전경련 제공]

    한국경제연구원은 6월 24일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에서 ‘기로에 선 한국경제, 前 한국경제학회장들에게 묻는다’ 특별좌담회를 개최했다. 사진 왼쪽부터 조장옥 서강대 명예교수,구정모 CTBC 비즈니스스쿨 석좌교수, 김경수 성균관대 명예교수. [전경련 제공]

    “대통령이 정책실장에 성향이 다른 사람을 전혀 쓰지 않고 있다. 장하성 전 실장, 김수현 전 실장, 김상조 실장은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인데, 경제정책이 성과가 없으면 이들을 임명한 대통령이 책임져야한다.” 

    국내 대표적 거시경제학 석학으로 꼽히는 조장옥 서강대 명예교수의 일갈이다. 조 교수를 비롯해 지난 3년 간(2016~2018년) 한국경제학회를 이끈 전직 학회장들이 한 자리에 모여 문재인 정부의 경제운용에 쓴 소리를 쏟아냈다. 6월 24일 한국경제연구원이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에서 연 ‘기로에 선 한국경제, 전 한국경제학회장들에게 묻는다’라는 특별좌담회에서다. 

    이날 좌담회에는 조 교수(46대 한국경제학회장)를 비롯해 구정모 CTBC 비즈니스 스쿨 석좌교수(47대 회장), 김경수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48대 회장)가 참석했다. 사회는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전무가 맡았다.

    “앞으로도 성장 가능성 희박해”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개회사에서 “국제신용평가사가 한 번에 0.5p% 하향 조절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그만큼 한국 경제가 나쁘다는 것을 보여 준다”며 “실효성 있는 정책 개발과 기업 환경 개선이 없다면 하반기에도 반등 없이 2% 초반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 6월 18일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0%로 내렸다. 같은 날 골드만삭스도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1%, 내년은 2.3%로 각각 낮췄다. 미국 블룸버그가 집계한 국내외 40개 기관의 올해 한국경제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2.2%에 그쳤다. 이는 지난달(2.4%)보다 0.2%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이와 관련해 권 부회장은 ‘신동아’ 7월호 인터뷰에서 “경제를 지탱하는 투자·소비·수출 3대 성장엔진도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며 “여기에 미·중 무역전쟁까지 더해져 국제 교역도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애석하게도 잠재성장률과 실물경제가 동시에 하락한다는 건 현재뿐 아니라 앞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걸 의미한다”고 말한 바 있다. 

    김경수 교수는 “2011년부터 한국경제의 성장률이 2~3%대로 둔화하며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이 급락했고 이 추세가 최근 더 강화되고 있다”면서 “생산성을 높이지 않는다면 저성장 추세는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 강조했다. 

    특히 학회장들은 경제 부진의 원인으로 국내 정책 실패와 미중 무역전쟁을 꼽았다. 구정모 교수는 “한국 경제가 2013년부터 잠재 성장률이 떨어지면서 L자형의 장기침체가 지속되고 있다”며 “정부의 정책 역량 부족으로 경제가 급속하게 냉각되고 있다”고 했다. 

    조 교수는 “해외 직접 투자가 급속히 증가하는 등 제조업의 엑소더스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국내투자가 감소하고 고용이 줄고 있는데 정책 당국자들은 큰 관심이 없어 보인다”고 비판했다.

    제 2의 사드보복 우려

    미중 무역 갈등이 수출 중심의 성장을 이룩한 한국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구 교수는 “미국과 중국이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고 있다”며 “보호무역주의가 대두함에 따라 제 2의 사드보복이 발생할 수 있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서비스업 보다는 제조업이, 특히 수출 제조업의 생산성 저하가 눈에 띄게 심화하고 있다”며 “화웨이 사태로 인해 한국 반도체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 5월 15일 사이버 보안을 이유로 세계 최대 통신장비 업체인 중국의 화웨이를 ‘거래 제한 기업’으로 지정하고, 화웨이에 대한 미국 기업의 제품·서비스 수출을 전면 금지시켰다. 

    정부는 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을 제시했지만 학회장들은 실효성이 없다면서 박한 평가를 내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6월 19일 내놓은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 및 전략’을 통해 제조업 전반에 걸쳐 AI(인공지능) 기반 산업지능화를 본격 추진하고 스마트화, 친환경화, 융복합화를 통해 ‘세계 4대 제조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조 교수는 ‘신동아’와의 통화에서 “정부 주도로 이뤄지는 제조업 르네상스 정책도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정부가 핀테크 활성화를 혁신성장 선도 사업의 하나로 선정했지만, 인터넷전문은행만 하더라도 정작 규제에 막혀 제대로 발전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규제완화를 하려면 특별법을 제정해 기존의 포지티브 형식의 규제를 네거티브 형식으로 바꿔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구 교수는 “정부는 최근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을 비롯해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 혁신성장, 포용적 성장 등 많은 경제 구호 전략을 내놓으며 (시장에) 혼란을 야기했다”며 “요란한 정책 구호를 남발하기보다 내실 있고 일관성 있는 전략을 발표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정부주도의 성장 정책은 부작용을 낳을 우려가 있다”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TPP)에 가입하고 규제를 완화하는 등 인프라 개선에만 집중하고 시장경제로부터 돌파구를 찾아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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