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호

면역학 전문가 우희종 서울대 교수 “北, 돼지열병 걸린 고기 먹는다”

“임진강물 조사는 행정력 낭비, 이해 못해”

  •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입력2019-10-20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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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옥문이 열렸다”

    • “방역 실패하면 양돈산업 붕괴할 수도”

    • “발병 농가 반경 3㎞까지 살처분, 방역 공조 실패 탓”

    • “오염 바이러스 태풍 타고 北에서 남하”

    • “대북제재 상태에선 남북 방역 공조 불가능”

    • “한반도 생태계는 하나, 남북 방역 공조해야”

    [조영철 기자]

    [조영철 기자]

    아프리카돼지열병(ASF·African Swine Fever)이 발생하자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지옥문이 열렸다”고 언급했다. 왜 지옥문인가. 이 바이러스는 냉동육에서 1000일까지, 소금에 절인 고기에도 182일 동안 생존이 가능하다. 최근 시중에 유통 중인 중국산 돼지육포에서 ASF 바이러스가 검출되는 일도 발생했다. 

    돼지 치사율은 100%이며, 현재까지 상용화된 백신도 없다. 9월 17일 경기 파주에서 첫 발생한 ASF는 간헐적으로 발생이 이어지면서 10월 9일 경기 연천에서 14번째 확진 사례가 나타났다. 종료 선언을 언제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그사이 15만 마리의 돼지가 살처분됐다. 8조 원대의 양돈(養豚)산업이 엄청난 위기를 겪고 있다. 

    하지만 그 위험성에 비해 일반인의 관심은 매우 적다. 우희종(61) 서울대 수의과대 교수(면역학)는 ASF의 위험성을 알리는 데 가장 열성적인 전문가다. 신문 방송뿐 아니라 SNS를 통해서도 ASF와 관련한 중요 정보를 일반인에게 알기 쉽게 전달하고 있다. 특히 그는 감염 경로를 일찌감치 “태풍 링링에 의한 것”이라고 언급해 눈길을 모았다. 10월 7일 그를 만나 ASF의 감염 경로, 방역에 대한 시민의식, 남북 방역 공조, 동물 사육방식 등의 문제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우 교수는 2010년 민주화를 위한 전국 교수협의회 상임의장을 지냈고, 검찰개혁 등 사회 제반 문제와 민주화에도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사회참여적 지식인이다. 

    -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조류인플루엔자 등 다른 전염병에 비해 덜한 듯합니다. 

    “인수공통전염병이 아니다 보니 일반인이 그 위험성을 쉽게 느끼지 못합니다. 그래서 방역이 더 어렵고, 백신 개발이 늦어지는 하나의 이유이기도 합니다. 사람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면 백신 개발이 훨씬 빨라졌겠죠. 심각한 것은 이 질병의 치사율이 매우 높다는 것입니다. 자칫 양돈산업 전체를 붕괴시킬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소비자에게 직접 영향이 오게 됩니다. ASF가 발병한 나라에서는 돼지고기 값이 급상승했습니다. 돼지고기 주요 소비국인 중국에서 ASF가 발병해서 30% 이상 가격이 급등했습니다. 국제시장에서도 평균 13~15%가 상승했습니다.”

    백신 개발이 늦어진 이유

    - 백신 개발이 늦어진 다른 이유는 무엇인지요. 

    “처음 ASF가 유럽을 강타한 것이 1957년입니다. 그리고 1990년대에 박멸됐지요. 당시 분자생물학 수준으로는 백신을 개발할 정도는 아니었고요. 다시 유행한 게 2007년인데, 그제야 백신 개발이 시작됐습니다. 그리고 현재까지 알려진 ASF 바이러스의 감염 관련 단백질 유전자 형태는 23가지, 혈청형이 9가지나 되다 보니 개발이 어려웠던 겁니다. 다행히도 세계동물보건기구의 지원을 받는 스페인의 한 연구기관에서 유효한 백신을 개발했다고 합니다. 향후 2, 3년 내 상용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백신만으로 다 방어되지 않습니다. 사람이 사용하는 백신과 달리 수의학계의 백신은 경제성이 함께 고려됩니다. 그래서 백신으로 70~80%만 방어돼도 상용화됩니다. 그런데 그런 백신을 맞은 돼지에게 추가로 병은 생기지 않지만, 백신 자체가 균을 내보내는 새 통로가 돼 병을 예방하는 데 어려움이 생길 수 있습니다.” 

    - 한국에서 발견된 돼지열병 바이러스는 어떤 유전자형인지요. 

    “2007년 그루지아 공화국을 통해서 동유럽을 거쳐 아시아까지 온 유전자 2형입니다. 이것은 병원성이 매우 높아 모든 나라가 이를 퇴치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중국이나 주변국을 오염시킨 그 바이러스입니다. 현재 농림축산검역본부와 농촌진흥청이 유전자를 분석하고 있는데, 전체 유전자를 밝히는 건 한 달 정도 걸립니다. 최종적으로는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현재 알려진 것은 중국의 것과 동일합니다.”

    병원성 높은 유전자 2형

    [동아DB]

    [동아DB]

    - 그것이 북한으로 갔다가 남한으로 내려온 걸까요. 

    “남한의 발생 형태를 보면 북한에서 오염된 것이 남하한 것으로 보입니다.” 

    - 상황이 악화되면 삼겹살 한 근에 10만 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주장도 있던데요. 

    “우리나라는 구제역이나 조류인플루엔자 같은 전염병을 경험했는데요. 그럴 때마다 돼지고기나 닭고기 소비량이 급감했습니다. 그런 기억 탓인지 이번에도 삼겹살 소비가 많이 줄었다고 해요. 현재 상황에서 볼 때 국내에서는 그처럼 가격이 급등하지는 않을 듯합니다. 다만 ASF가 더 확산할 경우가 문제입니다. 우리나라는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축산 시장이 여러 나라에 개방돼 있습니다. 그나마 경쟁력을 갖고 있는 게 양돈과 양계업입니다. ASF에 대한 경기 북부 접경지 경계선이 뚫리면 국내 양돈산업의 중심지인 충청도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에 양돈 분야가 완전히 붕괴할 수 있습니다.” 

    - 10월 6일 충남 보령 지역에서 발병 의심 신고가 있었고, 이 건이 ‘음성’으로 판정됐습니다. 이것의 의미는 무엇인지요. 

    “의심 사례가 나오면 정부 방역팀이 가서 조사합니다. 농장에는 보통 몇 백, 몇 천 마리가 있는데, 전수조사를 할 수는 없습니다. 국제기준에도 표본 추출을 통해 검사하도록 돼 있습니다. 그런 판정이 대부분 맞습니다만, 김포에서는 정밀검사에서 처음엔 음성이었는데, 며칠 뒤 양성으로 나왔습니다. 이후 방역당국이 좀 더 강화된 형태로 농장 검사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충청 지역에서 들어온 의심 신고라도 초동 방역 단계를 넘지 않은 것이라 매우 다행입니다.”

    감염 경로 파악에 수개월

    - 일반적으로 ASF의 감염 경로는 어떤 것이 있는지요. 

    “병든 돼지가 건강한 돼지와 직접 접촉하는 경우, 바이러스가 들어 있는 분비물이나 사체 부스러기가 차량이나 사람에 의해 전파되는 경우, 특정 진드기가 알 등으로 유포하는 경우가 일반적인 생물 매개체를 통한 감염 경로입니다. 이 세 가지가 다 멧돼지에 의한 전파 경로이기도 합니다. 야생 멧돼지는 저항성이 있어서 바이러스에 감염돼도 일반 돼지보다 치사율이 낮습니다.” 

    - 국내 감염 경로 파악에는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합니다. 교수님은 태풍 링링의 강풍에 의해 오염 물질이 전파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는데요. 일반인은 당시 바람이 남서쪽에서 북동쪽으로 분 것으로 대개 생각하고 있어서 북한의 바이러스가 어떻게 남쪽으로 내려왔느냐고 묻는 이가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태풍은 핵을 중심으로 반시계 방향으로 돌면서 진행합니다. 그래서 태풍의 앞쪽 지역이 오염돼 있다면 바람이 반시계 방향으로 돌아서 그 오염물질을 바람이 진행하는 뒤쪽으로 실어 나릅니다. 이번 ASF 발생 지역은 모두 태풍권역에 들어 있었습니다. 9월 17일 파주에서 발생한 1차와 연천의 2차 발생 농장의 특성을 감안해 태풍을 생각했는데요. 철저하게 멧돼지로부터 방어가 돼 있고, 서로 연관관계가 없으며, 북한과 접경지역이라는 특성이 있었습니다. 태풍은 생태적인 측면에서는 작은 씨앗이나 곤충의 알을 널리 퍼뜨리는 역할을 합니다. 작은 덩어리들을 태풍권역 안에 있는 여러 지역에 저농도로 떨어뜨리는 것입니다. 그렇게 오염된 농장 바닥을 일하는 이들이 밟고 축사로 들어가면 돼지에서 발병이 되는 겁니다.” 

    - 이건 가설인 거죠. 

    “그렇습니다. 역학(疫學)에서 가설은 방역을 위한 것입니다. 가설은 여러 개 나올 수 있습니다. 가능성 있는 가설부터 대비하는 게 중요합니다. 유포 경로를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것은 그 뒤의 일입니다. 과학자들은 기존 질병의 특성을 고려하고 현장의 발생 형태를 봐서 가장 가능성 있는 가설을 순차적으로 세웁니다. 그에 따라 예방하는 거지요.” 

    - 이번에 정부가 교수님의 가설을 고려해서 방역했나요. 

    “정부가 어느 정도는 고려한 듯한데, 약간 초점이 어긋난 것 같습니다. 물론 생석회를 까는 것은 태풍 후에 오염 물질이 바닥에 떨어졌을 때에 대비한 것이지요. 새로 소독약을 뿌리라는 것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정부가 제 가설을 인정하든 않든, 그런 방역 작업이 대비책이 되고 있다고 봅니다.” 

    - 강화 석모도처럼 고립된 곳에서의 감염 경로가 특히 의문인데요. 

    “석모도에는 돼지 단 두 마리만 키우는 데 거기서 ASF가 발생했습니다. 이 질병은 외부로부터 바이러스가 유입돼 발병합니다. 그런데 공기나 물로는 퍼지지 않습니다. 오염 물질 덩어리가 태풍에 의해 떨어진 게 아니라면 달리 감염 경로를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또 강화에서 집중적으로 나온 것은 태풍 링링이 서해에서 비무장지대(DMZ)를 따라 동쪽으로 간 게 아니라 평안도 쪽으로 북상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태풍의 권역을 추적하니 파주 연천까지 오염 물질이 유입됐을 것으로 나오더군요.” 

    잠시 소강 상태를 보이던 돼지열병은 10월 9일 경기 연천의 한 농가에서 14번째 발생했다. 1차부터 14차까지 모두 우 교수가 언급한 태풍권역 내에서, 그리고 정부가 중점관리지역으로 정한 지역 내에서 발생하고 있다.

    북에서 온 멧돼지

    - 10월 3일 연천 DMZ에서 ASF에 감염된 야생 멧돼지가 발견됐는데요. 이에 DMZ 일대가 상당 부분 오염됐을 것으로 예상하기도 합니다. DMZ 내 야생 멧돼지의 감염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요. 

    “그것은 멧돼지가 북에서 왔다는 의미입니다. 오염된 멧돼지가 발견된 지역은 남한에서 발병한 주요 지역에서 매우 멀리 떨어진 곳입니다. 연천에서도 거의 강원도 지역에 가까운 곳입니다. 16일 발생 이후 남측 비무장지대에 대한 조사는 환경부 산림청 국방부가 같이 했는데, 이 질병에 걸려 죽은 남측의 멧돼지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인터뷰 며칠 뒤인 10월 11, 12일 DMZ 남쪽 민간인 출입통제선(민통선) 안에서 발견된 야생멧돼지 폐사체에서 ASF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이것은 국내 멧돼지에서 발견된 것이어서 위기상황이다. 우 교수는 “우려되는 것은 국내 멧돼지 감염 발생 지역이 중부 산악지대로 옮겨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 방역 당국이 발생 원인을 찾는다면서 임진강물을 조사하기도 했는데요. ASF가 수인성 질병이 아닌데, 이렇게 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행정력의 낭비였습니다. ASF는 수인성 질병이 아닌데, 이번에 환경부가 강물을 조사한 방법은 수인성 질병을 조사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강물을 따라 오염 덩어리가 내려올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럴 경우 검사 방법이 달랐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 오염 물질이 떠내려와서 오염시킨다고 생각했다면 큰 여과지를 통해 물을 통과시킨 뒤 남아 있는 덩어리인 포마이트(fomites·비생체접촉매개물)를 수거해서 검사했어야 합니다. 그게 그나마 감염된 돼지의 분비물이나 사체 부스러기 등을 검사할 수 있는 방법이거든요. 그런데 환경부가 사용한 방법은 수인성 질병의 원인체를 밝히는 방법이라 왜 그렇게 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 평안북도 돼지 전멸설(국정원)이 나왔는데요.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주장일까요. 

    “일리가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미 예상했던 일입니다. 제가 작년 11월에 남북 방역공조를 위해 평양을 방문해서 그곳 담당자들과 얘기를 나눠봤는데요. 방역을 위해 유전자 확인 등 첨단 방법이 동원돼야 하는데, 북한에는 그런 시설이 거의 없습니다. 그렇다 보니 방역 개념이 매우 소홀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북한에서 ASF는 이미 5월에 발병이 공식 보고됐습니다. 중국에서는 작년 여름부터 ASF가 발생했는데, 접경지인 연변을 거쳐 아마도 3, 4월에 이미 북한에서도 발생한 것 같습니다.

    감염 돼지고기 먹어선 안 되는 이유

    북한에서는, 수백 마리를 키우는 남한의 공장식 축산과 달리 농장마다 돼지를 소수 키우고 있습니다. 또 북한은 전쟁에 대비해 대부분의 산업체제가 마을 단위 자급자족 체제입니다. 그래서 축산물도 그 안에서 소비됩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ASF가 발병해 죽은 돼지를 모두 사람이 먹습니다.” 

    - 아, ASF에 감염된 돼지고기를 먹는다고요. 

    “이 바이러스는 사람에게서는 발병하지 않기 때문에 감염된 돼지고기를 먹을 수는 있습니다. 충분히(70도 이상에서 30분 가열) 익힌다면 문제가 없습니다.” 

    - 그러면 우리나라에선 감염된 돼지를 왜 식용으로 돌리지 않고 살처분하고 있는지요. 

    “이 질병은 직접적인 접촉, 혹은 오염 물질을 매개해서 전파됩니다. 그래서 감염된 돼지고기가 시중에 유포된다는 것은 사람이나 차량에 의해서 바이러스가 전국으로 퍼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철저하게 살처분하거나 매몰시키는 겁니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ASF에 걸린 돼지를 식용하다 보니 이 질병의 확산을 막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지난 5월에 이미 북한의 양돈산업이 매우 심각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북한이 그런 상황이었다면 남한으로 전염될 우려도 했을 법한데요. 

    “그래서 통일부에서도 남북 방역 공조를 제의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문제는 방역 공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북한도 그것을 이미 알기 때문에 반응하지 않아요. 이런 질병을 방역하려면 빨리 유전자 검사를 해서 관련된 약품을 사야 합니다. 하지만 북한에는 첨단 검사장비가 없고, 그것을 들여갈 수도 없습니다. 북한에 대한 삼중제재, 즉 유엔·미국·남한 정부의 제재 때문입니다. 

    심지어 과학자 간 교류도 금지돼 있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겉으로 방역 공조를 이야기하고 관련 정보를 주고받아도 의미가 없습니다. 정부가 의지가 있다면 남북을 위해서 최소한 ASF 진단기기나 관련 소독물자, 혹은 백신 등과 관련해서는 국제 제재를 푼 다음에 북한에 제안해야 합니다.” 

    우 교수는 작년 12월 북한의 구제역 퇴치를 위해 평양에 다녀온 적이 있다. 

    “북한이 필요하다고 요구한 구제역 백신과 소독약품, 기생충 약을 1월에 준비해서 보내려고 통일부에 우송 방법을 확인하는 데만 2개월이 걸렸습니다. 그때 약은 보낼 수 있지만 기기는 보낼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또 물품을 보낼 때도 제3국을 통해야 한답니다. 대부분의 백신은 냉장해서 보관하고 있는데, 제3국을 거칠 경우 냉장하지 못해 약효가 다 손실되거나, 냉장을 유지토록 할 경우 비용이 매우 높아집니다. 어쨌든 그런 답을 얻어 북한에 보내려고 했으나 하노이 북·미회담이 결렬되면서 지금까지도 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방역은 인도적 차원의 문제이고, 결국 남한의 양돈산업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입니다. 통일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방역 관련 제재를 푸는 데 노력해주면 좋겠습니다.” 

    - 앞으로 더 큰 피해를 보지 않고 ASF를 종료시키기 위해서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 있다면 무엇인지요. 

    “가장 중요한 것은 방역 당국과 농가, 일반 시민의 협조입니다. ASF는 돼지 질병이지만, 사람이나 차량에 의해 빠르게 전파됩니다. 사람에게 이 병이 오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방역에 느슨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방역 당국의 지침도 따르지 않고 방역망을 지나다니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번에 ASF가 발병한 김포 파주 지역의 모든 돼지를 살처분한 이유도 질병 자체보다는 방역 공조가 지켜지지 않아서 그렇게 한 것입니다.” 

    - 어떤 점이 문제였는지요. 

    “남한에서 ASF 발병 패턴을 보면 1,2차 발병 뒤 1주일간 잠잠하다가 3,4,5,6차로 퍼지고, 다시 1주일 지나서 7,8,9차가 동시에 발생했습니다. 이것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발생 패턴입니다. 저도 면역학자로서 여러 가지 가설을 세우는데요. 이번의 발생 패턴은 설명하기가 참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그 점을 현장의 방역 당국자와 토론하는 와중에 알게 됐는데요. 현장에서는 농장주들이 자기 농장에서 ASF가 발병하면 모든 돼지를 죽여야 하므로 의심 사례가 있어도 신고를 꺼립니다. 그러다 정부가 조사한다고 하자 일제히 의심 사례를 신고했습니다. 그런 사례가 반복되면서 간헐적 발병 주기가 형성된 겁니다. 사실 이것을 농가 책임으로 미루는 것으로 보일까 봐 정부가 그 이유를 밝히진 않았지만, 15만여 마리를 전격적으로 살처분하게 된 배경에는 그런 현장 문제가 있었습니다.” 

    농가에서 ASF가 발병하면 그 농가의 모든 돼지를 살처분해야 하고, 오랫동안 다시 농장을 운영할 수 없게 된다. 그만큼 이 바이러스가 치명적이고, 돼지 사육을 위해 조성된 많은 장치가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에 농장주로서는 손해가 이만저만 아니다. 돼지 한 마리당 양성(80%), 음성(100%)에 따라 보상받지만 농장주는 그것만으로는 제대로 된 보상이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이다. 

    - 방역 현장에서 그런 혼란이 있었군요. 

    “농장주는 그것이 전부이니까 그럴 수밖에 없었겠다고 이해는 되지만,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결국 방역은 현장 상황과 학문적 이론이 병행돼야 합니다. 국제 기준에는 발병 농가의 반경 500m 이내만 살처분하면 되는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바이러스가 공기 중으로 전파되는 게 아니니까요. 그런데 이번에 정부는 발병 농가 반경 3km까지 살처분했어요. 남쪽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안전하게 선제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제 방역 공조에 혼란이 있어서 그렇게 한 것 같습니다.” 

    - ASF 발병을 계기로 동물사육 방식을 바꿀 필요는 없는지요. 

    “우리나라엔 돼지뿐 아니라 닭 소 등도 공장식 축산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번 ASF 발병에도 그런 방식이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했는데요. 공장식 축산은 질병이 유행할 때 특히 급속히 파급됩니다. 요즘엔 세계화와 기후온난화 탓에 전에 없던 질병이 나타나고, 과거에 유행했다 사라진 질병이 다시 유행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장기적 축산 정책 관점에서 대비하지 않으면 공장식 축산은 앞으로 새롭게 등장할 질병에 취약한 요소로 계속 작동하게 될 겁니다.”

    질병에 취약한 공장식 축산

    우희종 서울대 교수(뒷줄 왼쪽 다섯 번째)는 2018년 11월 방북해 북한 관계자들과 보건의료 분야의 민간 협력사업을 논의했다. [우희종 제공]

    우희종 서울대 교수(뒷줄 왼쪽 다섯 번째)는 2018년 11월 방북해 북한 관계자들과 보건의료 분야의 민간 협력사업을 논의했다. [우희종 제공]

    - ASF 종료를 선언하려면 얼마나 지나야 하는지요. 

    “보통 잠복기는 최종 발생 뒤 3,4일로 잡습니다. 최장 잠복기는 19일까지입니다. 그런데 의심 지역에는 다 살처분했으니까 마지막으로 발생한 뒤 2~3주 정도 추가로 발생하지 않으면 이번 사태는 종료를 선언할 수 있을 겁니다.” 

    - ASF 발병을 계기로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일이 있다면. 

    “방역은 결코 방역 당국만의 문제가 아니고, 생산자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일반 국민이 이를 시급한 문제로 인식해야 합니다. 질병마다 방역 정책이나 대응 방식은 다르지만, 최소한 함께 특정 질병을 막겠다는 의식만 공유한다면 아무리 다양한 질병이 와도 우리가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한반도 생태계는 남북이 나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북한의 전염병은 곧 남한의 문제가 됩니다. 그래서 방역은 특히 남과 북이 공조해야 합니다. 그를 위해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좀 더 능동적으로 남북관계를 바라봐야 하겠습니다. 그런 취지에서 서울대 수의과대학은 통일수의학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북한과 직접 교류하지 않을 때는 제3국에서 공조하고, 제재가 풀리면 북측 인력을 데려와 교육도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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