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호

[신평 인터뷰①] “유시민, 정권 안위 위해 윤석열 공격”

文캠프 출신 법학자…“검찰 조폭 문화도 개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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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입력2019-10-28 14: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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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7일 신평 변호사가 서울 광화문 ‘공정세상연구소’에서 ‘신동아’와 인터뷰하고 있다. [지호영 기자]

    10월 7일 신평 변호사가 서울 광화문 ‘공정세상연구소’에서 ‘신동아’와 인터뷰하고 있다. [지호영 기자]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중앙선대위에는 ‘공익제보 지원위원회’라는 조직이 있었다.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지낸 신평 변호사(63·사법연수원 13기)는 이 조직의 공동위원장이었다. 직함만 받고 수면 아래 잠복해 있다 당선 후 공신(功臣)을 자처하는 ‘폴리페서’가 오죽 많은가. 

    그런데 마이크 쥔 모습조차 상상이 안 가는 이 법학자는 자신이 살고 있는 경주에서 거리 유세까지 했단다. “이 정부가 들어서야 한다는 확신이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 출범 후에는 대법관 후보 물망에도 올랐다. 그럼에도 스스로 고위 공직을 탐하지 않았다. 대신 서울 광화문에 ‘공정세상연구소’를 열었다.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이 자신의 출세가도를 포장하기 위해 쓰는 단어 ‘앙가주망(engagement·지식인의 사회참여)’은 신 변호사에게 부쩍 더 어울려 보인다. 

    그랬던 그가 8월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국 씨, 내려와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조 당시 후보자에게 “당신이 기득권자로서 지금까지 저질러온 오류와 다른 사람들에게 안겨준 상처들에 대해 깊은 자숙의 시간을 거쳐야 한다. 그 후 다시 국민들 앞에 나서도록 하라”고 충고했다. 대선 캠프 출신 인사가 공개적으로 조 후보자의 사퇴를 주장한 터라 글의 파장은 컸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9월 9일 조 후보자를 법무부 장관에 임명했다. 

    그 뒤의 사태는 모두가 목도하듯 ‘두 개의 대한민국’이다. 제18호 태풍 미탁이 진영 갈등으로 갈가리 찢긴 한반도를 재차 할퀴고 간 10월 7일. ‘공정세상연구소’에서 신 변호사를 만났다(*인터뷰 1주일 후인 10월 14일, 조 장관은 전격 사퇴했다. 하지만 그가 마련한 검찰개혁안은 잔존하고 있다). 


    “윤석열 옹호하던 사람들 그리 표변하나”

    - 사법 피해자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사법개혁의 요체는 국민이 공정하게 검찰 수사와 처분, 법원 재판을 받아야 한다는 데 있다. 검찰 단계에서 사건을 한번 조작해놓으면 법원에서 판사는 그냥 지나쳐버릴 수밖에 없다. 검찰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 서초동에 많은 사람이 나와 검찰개혁을 외친 건 꼭 조국을 옹호해서만은 아니다. 그간 피해를 본 사람이 너무 많다. 결과적으로 서초동 집회가 ‘조국 수호’로 연결되는 면이 있었지만, 이를 감수하고라도 (국민이) 검찰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는 낼 수 있다.” 



    - 지금은 검찰개혁 목소리만 드높을 뿐, 법원을 개혁하자는 논의가 공론의 대상조차 되지 않고 있다. 

    “여권이 정략적 의도로 (검찰개혁을) 거론하고 있다는 유력한 징표다. 검찰개혁보다 더 중요한 어젠다는 검찰과 법원을 아우르는 사법개혁이다. 그에 대해 말 한마디 없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수사에 압력을 넣는 수단으로 검찰개혁을 주장하는 것 같다.” 

    - 왜 여권은 사법개혁이 아니라 검찰개혁이라는 표현을 쓸까? 

    “그 사람들의 머리에는 무엇이 진정한 사법개혁이냐에 관한 고민과 식견이 없다. (검찰을 개혁해야 하는 이유로) 기껏 말하는 게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에 의해 억울한 죽음을 당했다’는 것 아닌가. 한마디로 영혼이 없는 사법개혁 주장이다.” 

    - 서초동 집회는 검찰개혁에 대한 목소리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불만의 표출이기도 한데. 

    “윤 총장에 대한 불만은 다분히 여권이 만든 이야기의 틀 아닌가.” 

    - 프레임이다? 

    “프레임에 딱 끼워 ‘윤석열은 적폐세력을 옹호하는 사람이다. 어쩌면 적폐세력의 일원이다’ 이러는 것 아닌가? 얼마 전까지 윤 총장을 옹호하던 여권 인사들이 그렇게 표변한 태도를 취할 수가 있나.” 

    - 유시민 씨는 검찰 수사를 “검찰의 난”이라면서 “정승화한테 대든 신군부와 비슷한 정서”라고까지 했다. 검찰을 ‘전두환 신군부’에 빗댄 셈이다. 

    “유시민 씨는 이 정권이 들어서는 데 핵심 역할을 한 사람이다. 정권의 안위를 본인이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그러니 진영논리 위에 설 수밖에 없다. 정권에 부담이 될 만한 수사가 벌어지고 있고, 거기서 위기감을 느끼니 윤 총장을 공격하는 거겠지.” 

    그렇다고 신 변호사를 ‘검찰 옹호론자’로 규정해선 곤란하다. 그는 검찰 특유의 조직문화에 누구보다 쓴소리를 아끼지 않아온 인물이다. 신 변호사는 “(나중에)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으로도 근무한 어느 부장검사가 여러 사람 있는 자리에서 건배사를 하며 난데없이 ‘저는 조직이 시키는 일은 무엇이든 언제든 다 할 각오가 돼 있다. 건배’ 이렇게 외치더라. 이 친구가 제정신인가 싶었다”고 말했다. 

    - 검찰 소속이 아닌 사람들이 있는 자리에서 말인가? 

    “그렇다. 그것이 검찰의 문화이자 잘못된 의식이다. ‘진보귀족’들이 노무현 정권에서 사법개혁 작업을 했을 때 과연 이를 몰랐을까? 알았다면 왜 안 고쳤나? 권력을 쥐고 있으니 ‘검찰이 조금 부스럼이 있지만 너희 위에 우리가 있다. 별걱정 없다’는 인식을 품었던 거겠지.” 

    - 검찰의 그런 행태를 보더라도 검찰 권한 축소는 불가피하지 않나? 

    “그렇다. 검찰의 조폭 문화도 개선해야 한다.”

    (② 신평 변호사 인터뷰서 계속)



    고재석 기자

    고재석 기자

    1986년 제주 출생. 학부에서 역사학, 정치학을 공부했고 대학원에서 영상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해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2015년 하반기에 상아탑 바깥으로 나와 기자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유통, 전자, 미디어업계와 재계를 취재하며 경제기자의 문법을 익혔습니다. 2018년 6월 동아일보에 입사해 신동아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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