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호

창간 88주년 특집

가을 하늘 달리는 페가수스 천마(天馬)

별을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별자리 이야기 88

  • 이충환 동아에스앤씨 편집위원

    cosmos89kr@naver.com

    입력2019-11-03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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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절마다 달라지는 밤하늘 풍경

    • 하룻밤 새우면 네 계절 별자리 모두 관찰할 수 있는 이유

    • 겨울 오리온, 봄 목동, 여름 백조의 화려한 향연

    • 남반구 여행할 때 찾아볼 별자리들

    밤하늘에 떠 있는 수많은 별은 보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사람들은 일찍부터 별무리에서 특정 모양을 찾아내고,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왔다. 1928년 국제천문연맹(IAU)이 이를 정리해 세계 별자리 88개를 확정했다. 신동아는 창간 88주년을 맞아 밤하늘에서 별자리 찾는 법, 88개 별자리 이름 각각의 유래 등을 소개한다.

    오늘날 별자리는 대략 5000년 전 바빌로니아 지역(메소포타미아 지역)에 살던 유목민들로부터 유래했다. 이들은 초목을 따라 이동하며 가축을 키웠고 밤하늘을 올려다봤으며 밝은 별을 서로 연결해 여러 가지 모양, 특히 양, 황소, 사자 같은 동물 형상을 떠올렸다. 기원전 3000년경 이 지역에서 발견된 유물(표석)에는 20여 개의 별자리가 기록돼 있다. 고대 이집트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이미 43개의 별자리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 뒤 바빌로니아와 이집트 천문학이 그리스로 전해졌다. 기원전 2000년경 지중해를 오가며 무역을 하던 페니키아 상인들 덕분이다. 그리스인들은 별자리에 신화 속 여러 주인공을 등장시켰다. 이때부터 밤하늘은 카시오페이아, 안드로메다, 페르세우스 등의 신화가 담긴 거대한 그림판으로 바뀌었다. 서기 150년경 고대 그리스 천문학자 프톨레마이오스가 그리스 천문학을 집대성한 책 ‘알마게스트’를 펴냈다. 이 책에 48개의 별자리가 소개돼 있다. 이 별자리는 유럽으로 전해져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다.

    아름다운 밤하늘 지도

    별자리는 예부터 여행자와 항해자의 길잡이 구실을 했다. 15세기 유럽 사람들은 배를 타고 남반구까지 항해하며, 북반구에서는 보이지 않던 별을 토대로 새로운 별자리를 만들었다. 1603년 독일 천문학자 요한 바이어가 남반구 별자리까지 포함하는 별자리 지도책 ‘우라노메트리아’를 출간했다. 여기에는 프톨레마이오스의 별자리 48개 외에 극락조자리, 카멜레온자리 등 12개 별자리가 추가돼 있다. 

    이후 망원경이 발달해 어두운 별까지 관측할 수 있게 되면서 밝은 별자리 사이에 상대적으로 어둡고 작은 별자리도 탄생했다. 17세기 말 독일 천문학자 요하네스 헤벨리우스는 작은여우자리, 작은사자자리, 방패자리 등을 만들었다. 1750년경에는 프랑스 천문학자 니콜라 루이 드 라카유가 남반구 별자리를 관측해 14개를 추가했다. 



    문제는 세계 여러 곳에서 자생적으로 별자리가 만들어지다 보니 지역마다 이름이 다르고 경계도 달라 혼란이 생겼다는 점이다. 20세기 들어 국제천문연맹(IAU)이 이를 정리하고자 나섰다. 1928년 IAU 총회에서 세계 천문학자들이 모여 88개의 별자리를 확정했다. 

    별자리는 오늘날 많은 이에게 방향을 찾는 길잡이 구실을 할 뿐 아니라 행성, 성운, 은하 등 천체의 위치를 표시하는 데도 편리해 밤하늘 지도로 활용된다. 그러나 사실 별자리를 구성하는 별은 서로 아무 관계가 없다. 우연히 같은 방향에 있어서 우리 눈에 특정 모양으로 보이는 것뿐이다.

    한반도의 가을밤

    깊어가는 가을, 우리나라의 밤하늘은 그리 화려하지 못하다. 밝은 1등성이 여름이나 겨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가을에는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별빛 강’ 은하수도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하늘을 달리는 천마(天馬)’ 페가수스자리를 중심으로 가을만의 밤 정취를 느낄 수 있다. 

    가을 별자리는 가을철 오후 8시경 동쪽 하늘에서 잘 볼 수 있는 별자리를 말한다. 가을이라고 해서 다른 계절 별자리를 못 보는 건 아니다. 같은 시간 서쪽 하늘에서는 여름 별자리를 관찰할 수 있다. 

    지구가 자전하기 때문에 밤하늘 별자리는 시간에 따라 동에서 서로 이동한다. 가을 별자리가 자정 무렵 머리 꼭대기로 자리를 옮기면, 동쪽 하늘에서는 겨울 별자리가 모습을 드러낸다. 다시 6시간쯤 지나 새벽이 오면 가을 별자리가 서쪽 하늘로 넘어가면서 봄 별자리가 동쪽 하늘을 장식한다. 

    지구가 매일 한 바퀴씩 돌고 있으니 하룻밤을 지새우면 4계절 별자리를 모두 만나게 된다. 계절별 별자리는 가을, 겨울, 봄, 여름 순으로 동쪽 하늘에서 떠오른다. 한편 북반구에 해당하는 우리나라 북쪽 하늘에서는 계절에 관계없이 늘 같은 별자리를 볼 수 있다. 밤하늘 전체에 있는 88개 별자리 가운데 우리나라에서 잘 볼 수 있는 별자리는 60개 정도다.

    가을 별자리

    가을을 대표하는 별자리는 페가수스자리와 안드로메다자리다. 10월 말 11월 초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한가운데서 커다란 사각형을 발견할 수 있다. 페가수스자리 몸통에 해당하는 ‘가을의 대사각형’이다. 페가수스자리 사각형에서 북동쪽으로 찌그러진 A자 모양이 뻗어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안드로메다자리다.

    페가수스자리, 조랑말자리

    가을철 밤하늘에는 날개 달린 천마, 페가수스가 달리고 있다. 페가수스의 몸통인 ‘가을의 대사각형’은 페가수스자리의 알파별, 베타별, 감마별, 그리고 안드로메다자리 알파별로 구성돼 있다. 알파별은 해당 별자리에서 가장 밝은 별을 가리키는 용어다. 이후 밝기 순서대로 베타별, 감마별 등의 이름을 붙인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페가수스는 영웅 페르세우스에게 잘린 괴물 메두사의 목에서 흘러나온 피에서 태어났다. 바다의 신 포세이돈은 원래 아름다운 처녀였던 메두사가 괴물로 변해 죽는 것을 슬퍼하며, 그녀의 피와 바다 물거품으로 페가수스를 만들었다고 한다. 

    조랑말자리는 페가수스자리 서남쪽에 있는 작은 별자리로, 4개의 별이 만든 모양이 말 머리와 비슷하다. 이 별자리 주인공은 전령의 신 헤르메스가 쌍둥이자리의 형 카스토르에게 준 말 켈레리스(페가수스의 동생)라고도 하고, 포세이돈이 아테나 여신과 싸울 때 삼지창으로 바위를 때려 튀어나오게 한 말이라고도 한다.

    안드로메다자리, 페르세우스자리

    안드로메다자리는 페가수스자리 사각형에서 찌그러진 A자 형태로 뻗어나온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안드로메다는 카시오페이아와 케페우스 사이에서 태어난 공주다. 괴물 고래에게 제물로 바쳐졌으나, 페르세우스에게 구출돼 그와 결혼했다. 

    페르세우스자리는 부부의 연을 과시하듯 안드로메다자리 바로 곁에 있다. 그리스 신화의 영웅 페르세우스가 한 손에 괴물 메두사의 머리를 들고 다른 한 손에 칼을 치켜든 모습이다. 페르세우스가 죽은 뒤 아테나 여신이 그를 안드로메다와 함께 하늘의 별자리로 만들어줬다고 한다.

    물병자리, 남쪽물고기자리

    물병자리는 페가수스자리 남서쪽에 있다. Y자 형태의 물병을 받쳐 들고 물을 따르는 모양이다. 여기서 흘러내리는 물은 바로 아래쪽에 있는 남쪽물고기자리 주인공의 입으로 들어간다. 농업 국가였던 고대 이집트와 바빌로니아에서는 물병자리를 넘치는 물의 상징으로 여기며 중시했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물병자리에서 물을 따르고 있는 인물은 트로이의 미소년 가니메데다. 남쪽물고기자리 주인공은 괴물 티폰이 공격할 때 여신 아프로디테가 변신한 물고기라고 한다.

    염소자리, 물고기자리

    가을철 남쪽 하늘에서 거꾸로 된 삼각형으로 보이는 별자리가 염소자리, 커다란 V자를 그리고 있는 별자리가 물고기자리다. 염소자리는 염소 뿔에 물고기 꼬리 모양을 하고 있는데,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가축의 신 판이 괴물 티폰이 쳐들어왔을 때 변신하다 이상한 모습이 된 것이다. 물고기자리는 하나의 끈에 묶인 물고기 두 마리를 나타내는데, 역시 괴물 티폰이 나타났을 때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와 아들 에로스(사랑의 여신)가 변신한 모습이라고 한다.

    고래자리, 조각가자리(조각실자리)

    고래자리는 물고기자리 남쪽에 동서로 길게 펼쳐져 있으나, 밝은 별이 없다. 이 별자리의 주인공은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에티오피아의 왕비 카시오페이아한테 벌을 주려고 보낸 괴물 고래다. 조각가자리는 고래자리 남쪽에 있는 어두운 별자리로, 18세기 프랑스 천문학자 라카유가 만들었다.

    양자리, 삼각형자리

    양자리는 물고기자리, 페르세우스자리 등에 둘러싸여 있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이 별자리 주인공은 전령의 신 헤르메스가 프릭소스와 헬레 남매를 계모 품에서 탈출시키려고 만든 숫양이다. 황금 가죽으로 덮인 이 숫양은 남매를 탈출시킨 공로로 제우스에 의해 하늘의 별자리가 됐다고 한다. 양자리 바로 옆에는 삼각형 모양의 삼각형자리가 있다. 이 별자리는 기원전 400년쯤부터 전해져왔다. 그리스에서는 그리스 문자 델타(Δ)를 닮아 델타자리라고도 불렀다.

    여름 별자리

    가을밤 서쪽 하늘에서는 화려한 여름 별자리를 만날 수 있다. 인공적인 불빛이 없는 곳이라면 뿌연 은하수도 볼 수 있다. 은하수 근처에 밝은 별 3개가 커다란 삼각형을 형성하는데, 각각 백조자리의 데네브, 거문고자리의 베가, 독수리자리의 알타이르다. 이들이 만든 삼각형을 ‘여름의 대삼각형’이라고 부른다. 백조자리는 커다란 십자가 모양을 하고 있어 쉽게 찾을 수 있다. 거기서 남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주전자 모양의 궁수자리, 거대한 S자 모양의 전갈자리도 눈에 들어온다.

    백조자리

    커다란 십자가 모양의 백조자리는 은하수 한가운데 있다. 마치 백조가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가는 것 같은 모양이다. 그리스신화에 따르면 이 백조는 ‘바람둥이 신’ 제우스가 변신한 모습이라고 한다. 제우스는 스파르타의 왕비 레다를 보고 그 미모에 반했다. 레다를 만나러 올림포스산을 빠져나올 때 백조로 변신한 것이다. 질투가 심한 아내 헤라한테 들키지 않으려고 말이다.

    독수리자리

    독수리자리도 약간 흐트러진 십자 형태를 하고 있다. 이 별자리 역시 제우스가 변신한 모습이라고 한다. 제우스는 올림포스산에서 술시중을 맡길 젊은이를 구하러 독수리로 변신해 날아갔고, 트로이 언덕에서 양떼를 돌보던 소년 가니메데를 발견해 데려왔다.

    거문고자리

    백조자리의 데네브, 독수리자리의 알타이르와 커다란 삼각형을 이루는 꼭짓점 별이 바로 거문고자리의 베가(직녀성)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아폴론이 음악가인 아들 오르페우스에게 선물한 하프(거문고)가 이 별자리가 됐다. 오르페우스는 사랑하는 아내가 죽자 지하 세계로 찾아가 거문고를 연주해 지하 세계의 왕과 왕비를 감동시켰다. 덕분에 아내를 데려가라는 허락을 받지만, 도중에 ‘뒤돌아보지 말라’는 약속을 어겨 영영 아내를 잃고 만다. 결국 오르페우스도 실의에 빠져 죽었고, 주인을 잃은 거문고에서는 계속 음악이 흘러나왔다.

    헤르쿨레스자리

    6개의 별이 찌그러진 H자 모양을 이루고 있다. 한쪽 무릎을 꿇은 채 한 손에 곤봉, 다른 손에는 뱀을 든 헤라클레스의 모습으로도 보인다. 헤라클레스는 제우스가 암피트리온(페르세우스의 손자)의 아내 알크메네와 동침해 낳은 아들이다. 어릴 때부터 제우스의 부인 헤라한테 미움을 받았고, 청년 시절 헤라의 꼬임에 빠져 노예가 됐다. 이후 자유를 얻고자 12가지 모험을 했다. 모든 모험을 무사히 이겨낸 헤라클레스는 사자자리, 게자리, 바다뱀자리 등에 얽힌 신화에도 등장한다.

    궁수자리

    은하수 한가운데 있는 이 별자리는 상반신은 사람이고 하반신은 말인 켄타우로스족의 현자 케이론이 활을 겨누고 있는 모습이다. 케이론이 활시위를 당기는 부분에 별이 주전자 모양으로 모여 있다. 특히 주전자 손잡이 부분은 6개의 밝은 별이 국자 모양을 이루는데, 이는 큰곰자리 북두칠성과 비교해 남두육성이라 불린다. 케이론의 활시위는 제우스의 명령에 따라 전갈자리의 붉은 별 안타레스를 향하고 있다고 한다.

    전갈자리

    지평선 부근에서 볼 수 있는 커다란 S자 모양 별자리다. S자 위쪽에서 붉게 빛나는 밝은 별이 전갈의 심장부에 있는 알파별 안타레스다. 전갈자리의 주인공은 사냥꾼 오리온을 뒤쫓는 전갈이라고 한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사냥꾼 오리온은 세상에서 자신보다 강한 자가 없다며 거만하게 자랑하고 다녔다. 이에 화가 난 헤라가 오리온을 죽이려고 전갈을 풀어놓았다. 흥미롭게도 전갈은 밤하늘에서도 계속 오리온을 쫓는다. 전갈자리가 동쪽에서 떠오르면 오리온자리가 도망치듯 서쪽으로 지고, 전갈자리가 하늘을 가로질러 서쪽으로 사라지면 그제야 오리온자리가 동쪽에서 떠오른다.

    천칭자리

    전갈자리 옆에 있는 이 별자리는 과거 전갈자리의 집게발로 여겨지다 기원전 1세기쯤 독립했다. 비교적 어두운 별로 구성돼 있어 잘 보이지 않지만, 옛날 농민들에게 씨 뿌리는 시기를 알려주던 중요한 별자리였다. 천칭자리의 천칭은 정의의 여신 아스트라이아가 인간의 선악을 재서 그 사람의 운명을 결정하던 저울(천칭)로 알려져 있다.

    땅꾼자리(뱀주인자리), 뱀자리, 방패자리

    땅꾼자리는 헤르쿨레스자리 남쪽, 전갈자리 북쪽에 있는 찌그러진 오각형 모양 별자리다. 양손에 기다란 뱀을 들고 있는 거인 모습이다. 좌우에 10여 개의 별이 구불거리는 뱀처럼 보이는데 이것이 뱀자리다. 땅꾼자리 주인공은 죽은 사람도 살려냈다는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이며, 뱀자리의 주인공은 아스클레피오스에게 생명을 살리는 신비의 약초를 알려준 뱀이다. 

    방패자리는 뱀자리 꼬리 아래 있다. 원래 이름은 ‘소비에스키의 방패자리’다. 17세기 헤벨리우스가 튀르크족(터키군)을 무찔러 서구 문명을 지킨 폴란드 왕 소비에스키(얀 3세)를 기리고자 만든 별자리다.

    돌고래자리, 화살자리, 여우자리

    돌고래자리는 독수리자리 동쪽에 있다. 4개의 별로 만들어진 다이아몬드 형태의 작은 사각형이 돌고래 몸통에 해당한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청혼한 님프 암피트리테가 도망쳐 숨었다. 이때 바다 동물 중 돌고래가 암피트리테를 발견해 포세이돈에게 데려다줬다. 포세이돈은 이에 대한 감사 표시로 돌고래를 별자리로 만들어줬다고 한다. 

    독수리자리 북쪽에는 화살자리가 있다. 하늘에서 3번째로 작은 별자리지만, 화살 모양이 뚜렷해 불빛 없는 시골 밤하늘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이 화살은 보통 큐피드(에로스)가 쏜 사랑의 화살이라고 한다. 화살 방향을 따라가면 페가수스 앞발을 통과해 안드로메다 머리에 이르는데, 어쩌면 안드로메다와 페르세우스의 사랑을 이어주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여우자리(작은여우자리)는 화살자리와 백조자리 사이에 있는 작고 어두운 별자리다. 17세기 헤벨리우스가 ‘거위를 문 작은 여우’라는 이름으로 만들었고, 이후 거위와 여우 부분이 분리됐다가 다시 합쳐졌다.

    밤하늘의 견우와 직녀 

    여름 밤하늘에는 견우와 직녀의 사랑 이야기가 담겨 있다. 견우와 직녀는 일을 소홀히 하다 옥황상제로부터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지내라는 벌을 받았다. 다행히 1년에 딱 한 번 칠월칠석에 까마귀와 까치가 만든 오작교를 통해 만난다. 은하수 한쪽에 있는 거문고자리의 베가가 직녀성이다. 견우성은 은하수 건너편에 있다. 흔히 독수리자리 알타이르를 견우성으로 오해하는데, 사실 염소자리의 다비흐가 견우성이다. 알타이르가 다비흐보다 밝고, 베가만큼 밝아서 생긴 오해다. 알타이르는 은하수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으니,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있는 베가(직녀성)의 짝이라 할 수 없다.

    겨울 별자리

    가을밤이 깊어 자정 무렵이 되면 가을 별자리가 머리 꼭대기로 자리를 옮기고 동쪽 하늘에서 화려한 겨울 별자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겨울을 대표하는 별자리는 오리온자리로, 적색 별 베텔게우스와 청색 별 리겔이 눈에 잘 보인다. 

    오리온자리 남동쪽에는 유난히 밝은 별이 있다. 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인 큰개자리 시리우스다. 시리우스, 베텔게우스와 삼각형을 이루는 위치에서 또 하나의 밝은 별을 찾을 수 있다. 바로 작은개자리의 프로키온이다. 이 세 별이 ‘겨울의 대삼각형’을 만든다. 

    오리온자리 북서쪽에서는 커다란 V자 모양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것이 황소자리에서 황소의 뿔 달린 머리에 해당한다. V자에서 가장 밝은 별은 알데바란이다. 알데바란, 리겔, 시리우스, 프로키온과 함께 커다란 육각형을 이루는 위치에서 두 별이 밝게 빛나고 있다. 이것은 각각 마차부자리의 카펠라와 쌍둥이자리의 폴룩스다. 이 6개의 별이 ‘겨울의 대육각형’을 이룬다.

    오리온자리

    찌그러진 커다란 H자 모양의 오리온자리에서는 중간에 나란히 모여 있는 별 3개가 눈에 띈다. 이 세 별은 사냥꾼 오리온의 허리띠에 해당한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포세이돈의 아들 오리온은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와 사랑에 빠졌다. 이를 탐탁지 않게 여긴 아르테미스의 오빠 아폴론이 동생을 속여 그녀가 쏜 화살에 오리온이 죽게 했다. 제우스는 슬픔에 빠진 아르테미스를 위해 오리온을 별자리로 만들어줬다.

    큰개자리, 작은개자리

    오리온자리 남쪽에 있는 큰개자리와 동쪽에 있는 작은개자리는 둘 다 오리온의 사냥개로 알려진 별자리다. 큰개자리는 가장 밝은 별 시리우스를 중심으로 삼각형 머리 부분에 몸통, 꼬리, 다리가 붙어 있다. 커다란 개 모습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한국과 중국에서는 시리우스가 먹이를 바라보는 늑대 눈빛 같다고 해 이 별에 ‘천랑성(天狼星)’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시리우스가 떠오르는 때를 관찰해 나일강 물이 불어나는 시기를 파악했다. 

    작은개자리의 프로키온은 ‘개보다 앞선다’는 뜻을 갖고 있다. 큰개자리 알파별 시리우스가 떠오르기 바로 전 프로키온이 뜨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북반구 중위도 지역에서는 프로키온이 시리우스보다 10분쯤 먼저 뜬다.

    쌍둥이자리

    오리온자리 북쪽에서는 쌍둥이 형제가 다정하게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모습의 쌍둥이자리를 만날 수 있다. 현재는 형 별 카스토르(2등성)가 아우 별 폴룩스(1등성)보다 어둡지만, 과거에는 형 별이 더 밝았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쌍둥이인 카스토르와 폴룩스는 제우스와 스파르타 왕비 레다 사이에서 태어났다. 이들의 우애가 죽을 때까지도 매우 깊어, 제우스가 2개의 밝은 별로 만들어줬다.

    마차부자리

    쌍둥이자리 동쪽에 있다. 약간 찌그러진 오각형 모양이다. 북두칠성에서 국자 그릇 방향으로 가다 보면 마차부자리의 알파별 카펠라를 찾을 수 있다. 마차부자리 주인공은 지혜의 여신 아테나의 아들로, 도시국가 아테나의 네 번째 왕위에 오른 에릭토니우스다. 절름발이였던 에릭토니우스는 다리의 불편함을 덜고자 네 마리 말이 끄는 마차를 발명했다고 한다.

    황소자리

    오리온자리 북서쪽에서 커다란 V자 모양을 발견할 수 있다. 이것이 황소의 뿔 달린 머리로, 마치 황소가 오리온을 들이받으려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이 황소는 사실 ‘바람둥이 신’ 제우스가 페니키아의 공주 에우로파를 유혹하고자 변신한 것이라고 한다. 황소자리의 V자에서 가장 밝은 별이 알데바란이다. 황소자리에는 맨눈으로도 쉽게 찾을 수 있는 성단(수십에서 수백 개의 별이 모인 집단)이 2개나 있다. 알데바란 근처에 히아데스성단이 있고, 황소 어깨 부분에는 플레이아데스성단이 있다. 신화에 따르면 플레이아데스성단의 주인공은 거인족 아틀라스와 님프 플레이오네 사이에서 태어난 일곱 자매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성단을 좀생이별이라고 부른다.

    게자리

    2세기경 프톨레마이오스가 ‘알마게스트’에 수록한 48개 별자리 중 하나로 쌍둥이자리 동쪽에서 볼 수 있다. 게자리의 중앙(게의 등판)에는 맨눈으로도 관찰할 수 있는 프레세페성단이 있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헤라클레스가 히드라와 싸울 때 헤라 여신이 헤라클레스를 죽이려고 게를 보냈다. 이 게는 헤라클레스의 발을 물었으나 곧 밟혀 죽었고, 이를 불쌍히 여긴 헤라 여신이 별자리로 만들어줬다고 한다.

    외뿔소자리

    외뿔소자리는 ‘겨울의 대삼각형’ 중앙에 위치하며 은하수에 파묻혀 있다. 밝은 별이 적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17세기 유럽 성도(별자리지도)에 처음 등장하는 근대 별자리다. 이 별자리의 주인공은 전설의 유니콘이다. 몸통은 말을 닮았고 꼬리는 영양과 비슷하며 이마에 뿔이 하나 있다.

    에리다누스자리, 토끼자리

    남북으로 가장 긴 별자리인 에리다누스자리는 그리스 신화에서 태양신의 아들 파에톤이 떨어져 죽은 에리다누스강을 나타낸다. 오리온자리의 리겔 서쪽에서 시작된 이 별자리는 좌우로 뒤집힌 S자 형태로 이어지다 지평선 아래로 내려가 우리나라에서는 전체를 볼 수 없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파에톤은 자기가 태양신의 아들임을 증명하려고 아버지의 하늘 전차(태양)를 몰다가 제어하지 못해 세상을 혼란에 빠뜨렸다. 이에 제우스가 벌로 번개를 내렸고, 이에 맞은 파에톤은 강에 빠져 죽었다. 

    토끼자리는 오리온자리 바로 남쪽에 있다. 비교적 밝은 별이 고르게 분포해 토끼 모양을 이루고 있다.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내려온 오래된 별자리지만 정확한 기원이나 그럴듯한 신화가 없다. 사냥꾼 오리온이 평소 토끼 사냥을 좋아했던 것을 기념하려고 만든 별자리라는 설이 유력하다.

    고물자리, 돛자리, 용골자리, 나침반자리

    이 네 별자리는 고대 그리스 천문학자 프톨레마이오스가 정리한 48개 별자리 중 하나인 아르고자리에서 유래했다. 아르고자리는 그리스 신화에서 영웅 이아손 일행이 전설의 황금양모를 찾아 모험을 떠날 때 타고 갔던 배 아르고호를 상징했다. 18세기 중반 프랑스 천문학자 라카유가 이를 각각 고물자리, 돛자리, 용골자리, 나침반자리로 나눴다. 

    고물자리는 아르고호의 고물(배의 뒷부분), 돛자리는 돛, 용골자리는 용골(龍骨·배의 앞부분에서 뒷부분까지 바닥의 중앙을 받치는 길고 큰 재목)에 각각 해당한다. 신화에 따르면 아르고호는 큰 바위에 부딪혀 이물(배의 앞부분)을 잃어버렸다. 그래서 별자리에도 이물 부분이 없다. 네 별자리 중 나침반자리는 아르고호와 어울리지 않는다. 고대 그리스인은 나침반을 사용하지 않았는데, 라카유가 해양 나침반을 상징하는 별자리를 만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별자리 중 나침반자리만 온전히 보이고 나머지는 일부만 볼 수 있다. 용골자리의 카노푸스는 하늘에서 시리우스 다음으로 밝은 별로, 동양에서는 노인성이라 불렸다. 수명을 관장하는 별로 여겨져 이 별을 보면 오래 산다고 믿었다. 우리나라에서 노인성을 보려면 제주도로 가야 한다.

    조각칼자리, 화로자리

    오리온자리 남쪽에 있는 조각칼자리(조각도자리), 에리다누스자리의 중앙부 서쪽에 있는 화로자리(화학로자리)는 겨울철 남쪽 하늘에서 낮게 보인다. 이 중 화로자리는 화학실험로를 발명한 프랑스 화학자 라부아지에의 업적을 기념해 만든 것이다.

    봄 별자리

    새벽이 찾아와 가을 별자리가 서쪽 하늘로 지기 시작하면, 동쪽 하늘에서 봄 별자리가 모습을 드러낸다. 봄을 대표하는 별자리는 목동자리, 처녀자리, 사자자리다. 북쪽 하늘에 떠 있는 북두칠성을 길잡이 삼아 이들을 찾을 수 있다. 

    북두칠성 국자 손잡이를 그대로 연장하면 목동자리의 아르크투루스, 처녀자리의 스피카라는 밝은 별이 차례로 나타난다. 이렇게 이어진 선을 ‘봄의 대곡선’이라 한다. 아르크투루스, 스피카와 삼각형을 이루는 위치에서 사자자리의 데네볼라라는 밝은 별도 찾을 수 있다. 이 세 별은 ‘봄의 대삼각형’을 이룬다.

    목동자리

    목동자리의 아르크투루스는 봄 별자리에서 가장 밝은 별로 ‘곰을 지키는 사람’이란 뜻이다. 아르크투루스를 포함해 그 북쪽으로 이어지는 별들이 목동의 몸을 이루고 있다. 목동자리는 그리스 신화에서 소가 끄는 쟁기를 발명해 농사의 신기원을 이룩한 아르카스의 별자리라고 한다. 아르카스는 제우스와 칼리스토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다. 칼리스토는 큰곰자리, 아르카스는 작은곰자리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또 목동자리는 머리 꼭대기에서 보이기도 해 하늘을 떠받치는 거인 아틀라스라고도 한다.

    사자자리, 작은사자자리

    사자자리는 엎드려 있는 사자 모양이다. 데네볼라는 사자 꼬리에 해당하며, 물음표(?)가 좌우로 뒤집힌 모양이 사자 머리에 해당한다. 그중에서 가장 밝은 별이 레굴루스다. 사자자리의 주인공은 네메아의 대사자다. 별똥별 하나가 네메아 골짜기에 떨어질 때 황금사자로 변한 대사자는 보통 사자보다 훨씬 크고 포악해 사람들을 몹시 괴롭혔다. 영웅 헤라클레스가 12가지 모험 중 첫 번째로 이 대사자를 무찔렀다. 사자자리 위쪽에는 17세기 헤벨리우스가 새로 만든 작은사자자리가 있다.

    바다뱀자리, 까마귀자리, 컵자리

    하늘에서 가장 긴 별자리인 바다뱀자리는 남쪽 하늘에서 볼 수 있다. 머리가 게자리 밑에서 시작해 육분의자리, 컵자리, 까마귀자리 옆을 지나고 꼬리는 센타우루스자리에서 끝난다. 바다뱀자리의 주인공은 헤라클레스가 두 번째 모험에서 물리친 레르네의 히드라다. 원래 히드라 머리는 9개였지만 별자리에는 하나밖에 없다. 나머지 머리는 헤라클레스가 베어버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까마귀자리와 컵자리는 바다뱀자리 위쪽에 나란히 있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어느 날 태양신 아폴론이 목이 말라 까마귀에게 물심부름을 시켰다. 까마귀는 도중에 무화과나무를 발견하고 탐스러운 열매를 따 먹었는데, 그러다가 너무 늦은 바람에 물뱀과 싸우다 늦었다고 거짓말하려고 물뱀을 잡아 돌아왔다. 하지만 모든 사실을 알고 있던 아폴론이 화가 나 까마귀, 물뱀, 컵을 모두 하늘로 던져버렸다. 그래서 세 별자리가 모여 있게 됐다고 한다.

    북쪽왕관자리

    목동자리와 헤르쿨레스자리 사이에 있다. 7개의 별이 반원을 이루는 모양이다. 겜마(진주라는 뜻)라는 알파별이 왕관 가운데 박힌 멋진 보석처럼 빛난다. 본래는 왕관자리였는데, 후에 남반구 하늘에 또 다른 왕관자리가 만들어지면서 둘을 구별하고자 북쪽이란 단어를 덧붙였다. 그리스 신화에서 이 별자리의 왕관은 크레타섬 공주 아리아드네가 술의 신 디오니소스에게 결혼 선물로 받은 것이다. 디오니소스는 아리아드네가 늙어 죽자 그녀에 대한 사랑을 영원히 간직하려고 이 금관을 별자리로 만들었다고 한다.

    머리털자리

    사자자리와 목동자리 사이에 있는 머리털자리는 희미한 별이 모여 있어 머리털 모양을 떠올리기 어렵다. 정확한 이름은 ‘베레니케의 머리털자리’다. 기원전 3세기경 고대 이집트 왕비 베레니케는 남편인 프톨레미 3세가 전쟁에서 무사히 귀환한 것에 감사하며 아프로디테 신전에 자신의 머리털을 바쳤다. 이를 기념해 만든 별자리다.

    육분의자리

    사자자리 아래쪽에 있는 육분의자리는 작고 희미하다. 17세기 헤벨리우스가 불에 탄 육분의(별의 위치를 측정하는 기구)를 생각하며 만든 별자리다. 헤벨리우스의 기록에 따르면, 1679년 그의 자택에 불이 나는 바람에 20년간 애용하던 육분의가 불탔다. 헤벨리우스는 이 사건을 잊지 않으려고 육분의자리를 2마리의 맹수인 사자(자리)와 바다뱀(자리) 사이에 뒀다고 한다.

    사냥개자리

    목동자리 서쪽에 있는 사냥개자리는 어두운 별자리다. 17세기 헤벨리우스가 목동자리에서 독립시켰다. 원래 목동자리의 일부로 목동의 ‘곤봉’에 해당했다. 이 내용이 담긴 프톨레마이오스의 ‘알마게스트’가 아랍에 전해지면서 곤봉이 목동의 ‘구부러진 지팡이’로 잘못 번역됐고, 다시 유럽에서 아랍어를 라틴어로 번역하다가 발음이 비슷한 ‘개’로 오역해 이런 이름이 붙었다.

    공기펌프자리

    지평선 부근 바다뱀자리 남쪽에서 볼 수 있는 희미한 별자리다. 18세기 프랑스 천문학자 라카유가 프랑스 물리학자 드니 파팽이 발명한 공기 펌프를 기념하고자 만들었다.

    북쪽 하늘 별자리

    우리나라 북쪽 하늘에 있는 별자리는 계절에 관계없이 1년 내내 볼 수 있다. 북쪽 하늘의 모든 별은 시간에 따라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도는 것처럼 보인다. 그 중심에 바로 북극성이 있다. 

    북극성은 항상 북쪽 하늘 일정한 위치에 떠서 방향을 알려준다. 넓은 바다를 항해할 때나 산속에서 길을 잃었을 때 나침반 없이도 북극성을 찾아 방향을 알아낼 수 있다. 

    북극성 주변에는 작은곰자리, 큰곰자리, 카시오페이아자리, 세페우스자리, 용자리 등이 자리하고 있다.

    큰곰자리와 북두칠성

    북쪽 하늘에서 가장 유명한 별무리는 7개의 밝은 별이 국자 모양을 하고 있는 북두칠성이다. 북두칠성은 큰곰자리에 속해 있다. 예부터 북쪽 길잡이로 친숙한 북두칠성은 한국과 중국에서 인간의 수명을 주관한다고 여겨졌다. 청동기 시대 고인돌 뚜껑이나 고구려인의 무덤 속에 이 별자리가 그려져 있는 이유다. 

    북두칠성은 효심 가득한 아들 7명이 죽어서 하늘의 별이 된 것이라는 전설이 전해진다. 북두칠성 국자의 자루 끝에서 두 번째로 보이는 별을 자세히 살펴보면, 별 2개가 가까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각각 이름이 미자르와 알코르다. 고대 아라비아에서는 이 2개의 별을 다 볼 수 있는지를 군인의 시력 검사 기준으로 삼았다고 한다. 

    국자 모양의 북두칠성은 큰곰의 꼬리에 해당한다. 그 앞쪽에 큰곰의 몸통과 머리가 있고, 아래쪽으로 큰곰 다리가 이어진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큰곰자리는 바람둥이 신인 제우스의 애인 칼리스토가 변한 모습이라고 한다. 칼리스토는 아르카디아의 공주였는데, 제우스와 사랑을 나눈 끝에 아들 아르카스를 낳았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제우스의 아내 헤라가 칼리스토를 질투해 곰으로 만들어 버렸다.

    작은곰자리

    북극성을 품고 있는 별자리다. 북극성이 얼마나 높이 떠 있는지 파악하면, 그 지방 위도를 알 수 있다. 북위 37.6°에 위치한 서울에서 북극성은 고도 37.6°에 떠 있다. 작은곰자리의 주인공은 제우스와 칼리스토 공주 사이에서 탄생한 아들 아르카스다. 헤라의 저주로 곰이 된 어머니 칼리스토는 숲속에서 아르카스와 마주치는데, 아르카스는 자기 어머니를 몰라보고 활시위를 당기려고 했다. 그 순간 제우스가 아르카스를 곰으로 만든 뒤 칼리스토(큰곰자리) 옆에 올려 나란히 하늘의 별자리가 되게 했다.

    카시오페이아자리

    W 모양으로 잘 알려져 있는 카시오페이아자리는 북극성을 중심으로 북두칠성과 반대편에 있어 북극성을 찾는 데 길잡이 구실을 한다. 특히 가을과 겨울에 잘 보인다. 카시오페이아는 에티오피아의 왕비이자 케페우스의 부인이며 안드로메다 공주의 어머니였다. 허영심 많은 그녀는 자신이 바다 요정들보다 아름답다고 자랑하고 다니다가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분노를 샀다. 그 대가로 밤하늘의 별자리가 된 뒤 하루의 반은 하늘에 거꾸로 매달려 있는 벌을 받게 됐다.

    케페우스자리

    케페우스자리는 5개의 별이 오각형을 이룬다. 그중 별 하나는 밝기가 변하는 변광성이다. 케페우스자리는 카시오페이아자리 옆에 있다. 에티오피아의 왕 케페우스가 부인 옆에 나란히 있는 것이다. 케페우스는 안드로메다 공주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허영심 가득한 부인 카시오페이아 탓에 예쁘고 착한 딸 안드로메다를 괴물 고래에게 제물로 바쳐야 했다. 다행히 그곳을 지나던 영웅 페르세우스의 도움을 받아 딸을 살릴 수 있었다. 덕분에 페르세우스와 안드로메다는 결혼해 부부가 됐다.

    용자리

    용자리 꼬리는 북두칠성과 작은곰자리 사이에 있으며, 용의 몸통과 머리는 작은곰자리를 둘러싸고 있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용자리의 주인공은 여신 헤스페리데스의 황금사과를 지키는 용이다. 영웅 헤라클레스가 자유를 얻고자 했던 12가지 모험 가운데 11번째 모험이 이 용을 무찌르고 황금사과를 가져오는 것이었다. 제우스가 헤라클레스의 이 승리를 기념하려고 그 용을 하늘에 올려 별자리로 만들었다고 한다.

    기린자리, 살쾡이자리, 도마뱀자리

    카시오페이아자리와 큰곰자리 사이에 위치한 기린자리와 바로 주변의 살쾡이자리는 별들이 희미하다. 그래서 고대 그리스인들은 이 영역을 텅 빈 사막이라고 생각했다. 살쾡이자리는 17세기 헤벨리우스가 쌍둥이자리와 큰곰자리 사이에 버려진 별들을 모아 만든 별자리다. 도마뱀자리 역시 헤벨리우스가 만들었는데, 카시오페이아자리와 백조자리 사이에서 작은 W 형태를 띤다.

    황도 12궁과 점성술 

    지구는 태양 주위를 공전한다. 그러나 지구에서 보면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도는 것 같다. 별이 빛나는 밤하늘의 구면을 천구라고 하는데, 천구상에서 태양의 겉보기 위치가 1년 동안 변한다. 이처럼 천구에서 태양이 1년간 움직이는 길을 ‘황도’라고 하고, 그 위에 있는 별자리 12개를 ‘황도 12궁’이라고 한다. 각각 물고기자리(3월), 양자리(4월), 황소자리(5월), 쌍둥이자리(6월), 게자리(7월), 사자자리(8월), 처녀자리(9월), 천칭자리(10월), 전갈자리(11월), 궁수자리(12월), 염소자리(1월), 물병자리(2월)를 말한다. 고대부터 태양, 달, 행성이 황도 12궁 어디에 있는지를 이용해 개인이나 국가의 점을 쳤다. 이를 점성술이라고 한다.

    남반구 별자리

    나침반이 없던 시절 망망대해를 항해하던 사람들은 별자리를 길잡이로 이용했다. 북반구에서는 항상 제자리를 지키는 북극성을 찾았다. 북극성을 볼 수 없는 적도 남쪽 남반구로 가면 남십자성(남십자자리)으로 그 방향을 가늠했다. 별 4개가 십자가 형태로 모인 남십자자리는 각각 동서남북을 가리키고 있으며, 그중 북쪽에서 남쪽으로 선을 그어 내려가면 천구의 남극을 찾을 수 있다. 

    호주나 뉴질랜드로 여행을 가서 밤하늘을 쳐다보면, 우리나라에서 보던 별자리와 크게 다른 풍경을 만나게 된다. IAU가 확정한 88개 별자리 가운데 남반구 하늘의 별자리는 48개나 된다. 남반구 별자리에는 신화나 동물을 모티프로 한 기존의 별자리와 달리 주로 도구나 실험기구 이름이 붙어 있다.

    남쪽왕관자리, 제단자리, 이리자리, 켄타우루스자리

    북쪽왕관자리에 대응되는 남쪽왕관자리는 궁수자리 남쪽에 있다. 별들이 반원형으로 늘어선 모양이다. 궁수자리와 연관돼 ‘사수의 관’ 또는 ‘켄타우루스의 관’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그 근처에 있는 제단자리에는 여러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와 다른 신들이 크로노스와 타이탄과의 전쟁에 나선다고 맹세한 제단이라는 설, 아르카디아 지역의 리카온 일족이 제우스에게 제사를 드린 제단이라는 설 등이 있다. 

    제단자리 주변에서는 이리자리를 찾을 수 있다. 아르카디아의 왕 리카온이 제우스의 분노를 사 이리로 변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별자리다. 켄타우루스자리는 그리스 신화의 반인반마(半人半馬) 거인 켄타우로스에서 이름을 따왔다. 과학소설(SF)에 단골로 등장하는 ‘켄타우루스자리 알파별(알파 켄타우리)’은 하늘에서 시리우스, 카노푸스 다음으로 밝은 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켄타우루스자리와 제단자리는 별자리의 북쪽 일부만 보이고, 이리자리는 제주도와 남해안 일대에서 볼 수 있다. 남쪽왕관자리는 남쪽 하늘이 트인 곳이 아니면 보기 어렵다.

    망원경자리, 시계자리, 현미경자리, 직각자자리, 화가자리

    18세기 중반 프랑스의 라카유가 제안한 14개 남반구 별자리 가운데 우리나라에서 일부가 보이는 별자리들이다. 망원경자리는 초가을 밤 궁수자리 남쪽에서 볼 수 있다. 시계자리는 알파별을 제외하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현미경자리는 가을철 남쪽 하늘에서 관측할 수 있지만 고도가 낮고 어두워 보기 어렵다. 직각자자리(수준기자리)는 전갈자리 남쪽으로 이어지며 7월 초저녁에 별자리 일부만 겨우 보인다. 화가자리(이젤자리)는 비둘기자리 남쪽으로 이어지며 북쪽 일부가 보일 뿐이다.

    두루미자리, 불사조자리, 비둘기자리

    두루미자리와 불사조자리(봉황자리)는 1600년경 네덜란드 탐험가 피테르 케이세르와 프레데릭 하우트만이 관측했다. 두루미자리는 남쪽물고기자리 일부였다가 독립했는데, 두루미가 날개를 펴고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비둘기자리는 겨울철 남쪽 하늘에서 보이는 별자리로 토끼자리 바로 밑에 있다. 이 별자리의 주인공은 성경에 나오는 ‘노아의 비둘기’다. 대홍수가 지나간 뒤 노아의 방주에서 날아갔다가 나뭇가지를 물고 돌아온 그 비둘기다. 이 설화에 착안해 인접한 아르고자리를 노아의 방주로 보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보이지 않는 별자리

    네덜란드 탐험가 케이세르와 하우트만이 남반구를 탐험하다가 관측한 12개의 별자리 가운데 공작자리, 극락조자리, 큰부리새자리, 날치자리, 황새치자리, 물뱀자리, 카멜레온자리, 파리자리, 남쪽삼각형자리, 인디언자리는 우리나라에서 전혀 볼 수 없다. 날개 색깔이 화려한 새인 공작(인도, 중국)과 극락조(뉴기니 등)는 유럽에서 진귀하게 여겨져 선박 무역을 통해 거래됐다. 그 이름이 별자리에 붙은 것이다. 

    물고기 중에서는 날치와 황새치가 별자리에 포함됐다. 카멜레온은 유럽에서 비교적 귀한 동물이라 별자리에 이름을 붙인 것이 이해되는데(별자리 모양도 길게 찌그러진 마름모꼴로 카멜레온 체형과 비슷하다), 파리는 왜 별자리에 포함됐는지 의아스럽다. 왜소한 크기의 파리자리는 한때 꿀벌자리라는 이름을 가진 적도 있다. 한편 남쪽삼각형자리는 북반구의 삼각형자리보다 삼각형 모양이 더 뚜렷하다. 인디언자리는 아메리카 원주민을 나타낸 별자리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는 별자리 중에는 그물자리, 컴퍼스자리, 팔분의자리, 테이블산자리, 그리고 남십자자리도 있다. 그물자리의 그물은 천체망원경의 조준기(십자형 선)를 의미한다. 컴퍼스자리는 좁은 각도로 벌어진 V자 형태로 작도용 도구 컴퍼스를 닮았다. 팔분의자리는 관측 도구 팔분의를 나타내는 희미한 별자리다. 테이블산자리는 실존 지명을 별자리에 사용한 최초 사례다. 테이블산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남쪽에 있는데, 명명자인 라카유가 이곳에서 별들을 관측해 이 이름을 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테이블산에 구름이 걸리듯 테이블산자리에도 뿌연 구름처럼 보이는 대마젤란은하가 걸려 있다. 

    끝으로 남반구 별자리 중에서 가장 유명한 남십자자리로 글을 마무리한다. 북반구 하늘에 있는 백조자리의 십자가 모양과 대비되는 별자리다. 88개 별자리 중 가장 작지만, 대항해시대 이래 선원들이 방향을 확인하는 길잡이 구실을 해왔다. 십자가 모양에서 긴 선을 차지하는 두 별을 4.5배만큼 연장하면 하늘의 남극을 찾을 수 있다.


    이충환
    ● 서울대 천문학과 졸업(학사, 석사)
    ● 고려대 대학원 과학기술학협동과정 졸업(과학언론학 박사)
    ● 전 ‘동아사이언스’ 기자
    ● 저서: ‘재미있는 별자리와 우주 이야기’ ‘블랙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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