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호

최광 前 장관의 ‘보수거병론’ “좌파와 목숨 걸고 싸울 ‘자유 투사’ 거병해야”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입력2019-12-27 14: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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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동적인 소수 좌파가 나라 휘젖는데…

    • 인간 본성인 자유를 제한하려는 사회주의는 必亡

    • “신영복 존경한다” 文 대통령 커밍아웃에 ‘소름’

    • ‘진보=개혁, 보수=꼴통’ 각인시킨 게 한국당 가장 큰 잘못

    • 현 정권 失政, 제대로 공격한 적 있는가

    • 2020년 총선은 자유냐 예종(隷從)이냐의 선택

    • 탄핵 찬반 당사자들, 국민에게 ‘석고대죄’했어야

    • ‘라인강 기적’ 아데나워, ‘영국병’ 완치한 대처의 보수 개혁

    [조영철 기자]

    [조영철 기자]

    “나라가 참 걱정입니다.” 

    2019년 12월 12일 서울 충정로 ‘신동아’ 인터뷰룸으로 들어선 최광(73) 성균관대 초빙교수(전 보건복지부 장관)는 테이블 위에 중절모를 내려놓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최 교수는 보건복지부 장관과 초대 국회 예산정책처장, 한국조세연구원장 등을 지낸 경제 전문가다.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시절에는 기금운용본부장 연임을 반대하다 청와대, 주무 장관과 맞서는 강단을 보이기도 했다. 보수정권이라고 해도 법과 원칙에 맞지 않으면 ‘노’라고 말하는 대표적 ‘정통 보수’다. 최 교수가 보수주의자가 된 이유부터 궁금했다. 

    - 어떻게 보수주의자가 됐나. 

    “긴 여정을 거쳐 보수주의자, 정확히는 우파 자유주의자가 됐다(웃음). 1970년대 중반 미국에서 경제학을 공부할 때는 여전히 ‘케인스경제학’(영국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이론으로, 대공황 타개를 위해 정부가 민간경제에 적극 간섭하고 정부지출을 늘려 유효수요를 창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이 주류여서 부지불식간 정부 개입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미국 와이오밍대 교수 시절인 1981년, 임기를 시작한 레이건 대통령은 취임 직후 소득세율을 30% 인하하고 불법 파업에 참여한 1만3000여 명 항공관제사 중 1만1000여 명을 과감히 해고하는 것을 보면서 ‘작은 정부’ 개념을 이해했다. 결정적 계기는 1988~89년 영국 요크대 방문교수로 갔을 때 신념에 찬 마거릿 대처 총리의 의회 연설과 토론을 보면서다. 압권이었다.”

    링컨과 대처, 레이건이 보여준 세상

    - 대처 총리는 앞서 노동당 정부가 추진한 국유화와 복지정책 대신 민간 자율 경제활동을 중시한 정책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데. 

    “그렇다. 대처 총리의 이념과 정책을 대처리즘(Thatcherism)이라고 한다. 동서고금 정치가 이름에 ‘주의’라는 말이 붙은 인물은 그가 유일하다. 그의 자서전 ‘국가경영(Statecraft)’에는 자본주의가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조건으로 △사유재산 존재 △법 지배를 받는 사회 △기업 친화적 문화 △경쟁관계에 있는 다양한 국가들의 존재 △의욕을 부추기는 조세제도와 최소한의 규제를 제시한다. 

    알다시피 대처 총리 집권 13년간 국영기업 4분의 3을 민영화했고, 공무원 수를 73만5000명(1979년)에서 7만6000명(1990년)으로 줄였다. 소득세 최고세율도 98%(1979년)에서 40%(1988년)로 확 인하하면서도 물가상승률은 27%(1975년)에서 2.5%(1986년)로 대폭 낮췄다. ‘영국병’을 치유해 새로운 나라로 탄생시켰다. 



    따라서 차기 정권이 펼쳐야 할 정책은 고민할 필요가 없다. 대처 총리 정책을 잘 원용하면 된다. ‘평등을 자유보다도 앞세우는 사회는 결국 평등도 자유도 달성하지 못하고, 자유를 첫째로 내세우는 사회는 보다 큰 자유와 큰 평등을 달성할 것’이라는 대처 총리의 말은 여전히 심금을 울린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문재인 정부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 왜 실패한다고 보나. 

    “하나는 무지와 무식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부정직과 비양심 때문이다.” 

    - 무지와 비양심? 

    “무지의 사례는 차고 넘친다. 우선 사회주의에 대한 무지로 경제를 망쳤다. 20세기 최대 ‘역사적 사건’이 사회주의 출몰이다. 20세기 초반 나타난 사회주의는 세기가 끝나기 전 사라졌다. 그런데 사회주의를 신봉하는 집권 세력은 모든 문제를 정부가 해결하려 한다. 간판 정책인 소득주도성장은 작명부터 잘못됐다. 임금주도분배정책이다. 말이 마차를 끄는 게 아니고 마차가 말을 끈다고 우긴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면서 어떻게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릴 수 있단 말인가. 정부 역할에 대해서도 무지하다. 

    진정한 적폐는 대기업이 아니라 ‘비대한 정부’다. 국민들이 서울 광화문으로 쏟아져 나오는 근본 원인은 문재인 정권이 기대만큼 정직하지 않고,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비상식적 언행을 하기 때문이다. 취임 후 2년 4개월 동안 무려 22명의 장관(급) 공직자가 인사청문회 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경우 해명이 구차스러운 데다 ‘내로남불’ 언행, 몰염치, 위선의 이중성으로 국민의 실망이 매우 컸다. 자신과 가족의 불법 탈법 행태가 경악을 금치 못할 수준이다. 사실과 원칙을 뒤틀어 왜곡하는 대통령의 언행에서 국민들은 그의 부정직과 비양심을 보게 된다. 집권 세력은 도덕적 우월로 신뢰를 받는 게 아니라 도덕적 파탄으로 경멸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인류의 지혜 무시하고 천년왕국 건설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2월 10일 청와대에서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 고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의 서화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 서화는 북한 대표단과의 사진 촬영 배경용으로 특별 제작됐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2월 10일 청와대에서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 고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의 서화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 서화는 북한 대표단과의 사진 촬영 배경용으로 특별 제작됐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실망이 컸나 보다. 

    “개인적으로 지난 대선 후보 토론 과정에서 동문서답하는 문재인 후보를 지켜보면서 적잖이 걱정했다. 그런데 충격적인 것은 (2018년 2월 9일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 리셉션에서) 북한 김영남(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문 대통령은 ‘한국 사상가 신영복을 존경한다’고 커밍아웃했다. 소름 끼치는 충격이었다. (그 자리에) 미국 펜스 부통령과 일본 아베 총리도 있었다.” 

    신영복 전 성공회대 석좌교수는 1968년 통일혁명당(통혁당) 사건에 연루돼 20년 수감생활을 했다. 통혁당은 북한노동당의 실질적인 지하당 조직으로, 김종태 등이 북한 지령과 공작금을 받아 혁신 정당으로 위장해 남한에서의 무장봉기와 정부 전복을 기도한 사건이다. 

    - 조국 사퇴·수호 집회, 검찰개혁 집회 등에서 보듯 한국 정책 어젠다는 진영논리로 흐르는 거 같다. 

    “보수 대 진보 진영 간 이념적 갈등은 어느 시대에도 있었지만, 최근의 이념적 대립은 전례가 없을 정도다. 이념은 개인·정당의 존재 이유와 결부된다. ‘정치의 장(場)ʼ과 ‘정책의 장(場)ʼ의 연결고리도 이념이다. 이념 차이에 따라 야기된 정책 대립을 과학적 논의로 해결할 수도 없다. 진보주의 혹은 좌파, 보수주의 혹은 우파는 하나의 인생관, 가치관이어서 맞고 틀리고, 좋고 나쁘고의 문제는 아니다. 불교 신자 혹은 기독교 신자가 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중도를 표방하기도 하지만 여러 종교를 동시에 믿을 수 없는 것처럼 이념에는 절대 중도가 없다고 본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은 ‘스스로 진보ʼ라는 선동적인 좌파가 수적으론 소수인데도 나라를 휘젖고 있다. 자신들이 인류 가치를 보존하고 자신들 정책이 천년왕국을 건설하는 것처럼 주장한다. 그러나 그들은 인류가 쌓아온 지혜를 무시, 훼손하고 있다. 진보 이념을 구현하려고 등장한 사회주의, 공산주의는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분배 평등 정의를 강조하는 진보가 매력적인 것처럼 보이나 현실에서 진보는 인간 본성인 자유를 제한하려 하기 때문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 

    - 그렇다면 한국에서 보수는 어떤가. 그동안의 역할을 평가한다면? 

    “대한민국의 성취는 한마디로 기적이다. 초라했던 최빈국은 전대미문의 자랑스러운 나라가 됐다. 광복 후 좌파 사회주의·공산주의가 우세한 이념 공간에서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 체제가 자리매김한 것도, 북한 공산 세력의 정복 야욕을 분쇄해 나라를 보전한 것도, 경제 기적을 이뤄 원조받던 나라에서 유일하게 원조하는 나라로 전환한 데에도 보수의 노력이 컸다. 

    이승만 대통령은 건국과 전쟁 중에도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내 국가 초석을 쌓았고, 박정희 대통령은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활용해 전무후무한 경제 기적을 일궈냈다. 전두환 정부는 격동기에 안정화 정책을, 노태우 정부는 민주화 정책을, 김영삼 정부는 세계화 정책을 펴 시장경제 기반을 다졌다. 세상에는 세 가지 부류의 사람이 있다고 한다. 첫째 부류는 경험하지 않고도 아는 ‘현명한 사람’, 두 번째는 경험을 하고 아는 ‘보통 사람’, 세 번째는 경험을 하고도 모르는 ‘바보’다. 종북 진보 세력들은 건국을 부정하고 역사에 무지하기 때문에 ‘김일성 세력’에 빌붙어 나라를 거덜내고 있다.”

    한국 보수당의 한계

    [조영철 기자]

    [조영철 기자]

    - 말씀대로 한국 보수당은 그동안 건국과 경제 발전에 기여했지만, 일관된 정책 지향성보다는 인물 중심의 이합집산, 폐쇄적 인재 영입, 맹목적 반공(反共)으로 위기를 자초했다. 

    “보수 정당들은 그동안 혁혁한 공을 세웠지만, 당 자체를 이념적으로 공고히 하고, 당료와 당원을 교육하고, 당 위상을 정립하는 데 실패했다. 문민정부 이후 당의 체계적 관리가 와해되고 그 결과 정치는 물론 정책에서도 당은 힘을 잃게 됐다. 통탄할 일은 보수정당이 정체성을 상실한 채 진보정당 정책을 베끼기에 여념이 없었다는 점이다.” 

    -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가까운 예를 들면, 이명박 정부는 이념도 아닌 ‘실용주의’를, 박근혜 정부는 취임 초 진보정당 정책인 ‘경제민주화’를 강조했다. 민주화 이후 정치논리가 힘이 커지면서 시장을 짓누르고, 경제 원리를 무시하는 경제정책을 펼친 것은 보수 정부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또한 어느 정부건 간에 국가를 위해 목숨 바친 군인과 경찰 활동이 ‘과거사법’으로 매도되고, 군경(軍警)이 시위대에 구타당하고, 거리와 고속도로는 실정법을 위반한 시위대에 점령당하는 등 정부 부재(不在) 상태에 이른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때 보수정당이 나서서 잘못을 지적한 적도 많지 않다.” 

    - 한국당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이유일 수도 있겠다. 

    “대한민국이 파괴되고 있는 현실에서도 한국당은 국민에게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좌파에 대적하는 의욕도, 능력도, 용기도, 철학도 없고 미래 비전도 제시하지 못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찬성파, 반대파 모두 이 사실을 알면서도 엉거주춤 한 지붕 아래 동거하며 눈치 보기 일쑤다. 당 재건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아무도 나서지 않고 서로 비방을 일삼는 정당을 국민 누가 지지하겠는가. 정당은 정권을 획득 유지하기 위한 이념 결사체 아닌가. 분명한 이념을 바탕으로 당 지도부가 당료와 당원을 결집해 다른 정당과 싸워 이기는 모습을 보여야 국민이 지지한다. 한국당은 현 정권의 그 많은 실정과 비리를 제대로 잡아 공격한 적이 있는가. 전국적 집회 한 번 개최하지 못했다.”

    보수대연합과 反文 세력 대동단결

    - 그렇다면 한국당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개혁이 진보의 전유물이고 보수는 수구꼴통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준 것이다. 그런데 역사에서 보면 성공적 개혁 사례는 거의 대부분 보수 지도자가 만들었다. ‘라인강의 기적’을 만든 독일의 아데나워, 에르하르트 총리도 기독교민주당 소속이었고, 영국을 ‘영국병’에서 구해낸 대처 총리도 보수당이었다. 미국 운명을 바꾼 링컨 대통령과 세계 운명을 바꾼 레이건 대통령 모두 공화당의 보수 정치인이었다. 링컨 대통령은 노예가 불쌍해서 해방시킨 게 아니다. 인간의 자유는 미국 헌법에서 제일 가치인데 노예는 그 가치를 누리지 못하니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 거다. 시대의 숙제를 푸는 게 정치이고, 정치 본질은 개혁이다. 개혁의 성공을 위해 일반 국민과 이해 당사자를 설득하는 것은 정치권의 책임이다. 보수당에서 그러한 인물이 나오길 기대한다.” 

    - 황교안 한국당 대표의 리더십은 어떻게 보나. 황 대표는 보수의 위기를 보수대통합으로 돌파하려고 한다. 

    “황 대표는 최근 단식 투쟁을 통해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지연시키고, ‘조용한 투쟁’으로 무력한 보수 세력을 결집했다. 그러나 보다 본질적인 문제에 천착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 머리 깎고 단식하는 게 리더십이나 문제 해결의 본질은 아니기 때문이다. 황 대표가 2020년 총선 승리와 강력한 대안 정치 세력 구축을 위해 보수대통합을 제의한 데는 동의한다. 또한 2022년 대선도 총선 결과에 달린 만큼 황 대표는 자신이 천명한 보수대연합을 달성해야 한다. 필요하면 당 간판을 내린다는 각오를 해야 한다. 500~1000표 차이로 승부가 갈리는 수도권 선거구에서 보수 단일화 여부는 결정적이다. 물론 대연합 결과가 ‘도로 한국당’이 되면 이길 수 없다.” 

    - 국민이 체감하는 ‘새로운 한국당’은 참신한 인재 영입이 아닐까. 

    “옳은 지적이다. 한국당 총선기획단은 입시·채용·병역·국적 등 4대 비리, 불법 편법 재산 증식, 음주운전 3회 이상 적발, 물의를 일으킨 언행, 성범죄나 아동대상 범죄 등을 주요 공천 배제 기준으로 발표했다. 당연한 기준이지만 광화문에 운집하는 우파 세력은 물론 일반 시민의 강력한 지지를 얻기에는 미흡하다. 이런 기준으로 개혁 공천이 이뤄지는가. 지금 같은 비상 시국에는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라는 대한민국 정체성을 확실히 고양할 인재를 널리 추천받겠다는 의지를 과감히 천명해야 한다. 기준을 정해 배제하는 원칙과 더불어 선택하는 원칙을 함께 천명해야 한다. 좌파와의 싸움에 목숨을 걸 투사를 적극 발굴해야 한다.” 

    - 21대 총선은 역대 어느 총선보다 치열하게 치러질 거 같다. 중간평가를 받는 대통령과 여당, 몰락이냐 부활이냐 기로에 선 야당 모두 물러설 수 없다. 

    “더 크게 보면 다음 총선은 자유민주주의냐 인민민주주의냐, 자유 통일이냐 적화 통일이냐를 가르는 중차대한 선거다. ‘1987 체제’가 독재냐 민주주의냐의 기로였다면 ‘2020 체제’는 자유냐 예종(隷從·예속과 복종)이냐의 선택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필승의 첩경은 대연합을 이뤄내는 것이고, 이를 위해 반(反)문재인 세력이 대동단결하는 게 알파요 오메가다.” 

    - 대연합에는 걸림돌이 많을 거 같다. 

    “그렇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찬반 세력 간 갈등을 해소하고, 이념의 이질성도 극복해야 한다. 물론 각 진영은 할 말이 많을 거고, 박 전 대통령도 분명 입장이 있을 거다. 그러나 선거를 4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각자 입장만 쏟아내면 갈등이 해소되지 않는다. 설사 어느 정도 갈등이 해소되더라도 상처를 치유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하다. 그러니 탄핵 찬반 갈등 문제는 총선 뒤로 미루는 게 바람직하다. 그리고 가능한 한 빠른 시점에 탄핵 찬반 당사자들이 한자리에서 국민을 향해 석고대죄(席藁待罪) 형식의 사과를 하는 게 필요하다. 아니, 벌써 했어야 했다.”

    民心 위해 재정에 의존하는 악순환

    2019년 12월 1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이 2020년도 예산안 관련 토론을 진행하려 하자 심재철 원내대표, 김재원 정책위의장 등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연단으로 나가 항의하고 있다. [뉴시스]

    2019년 12월 1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이 2020년도 예산안 관련 토론을 진행하려 하자 심재철 원내대표, 김재원 정책위의장 등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연단으로 나가 항의하고 있다. [뉴시스]

    - 이념의 이질성은 어떻게 극복하나. 

    “정당은 이념 결사체이지만 한국의 보수·진보정당은 이념보다 권력 공동체다. 그러니 좌파 우파가 혼재돼 있다. 이번 기회에 자유를 중시하는 사람들만 함께해야 한다. 한국당 인사 중에서도 보수 이념이 아닌 사람은 내보내고 민주당 인사 중에도 보수 이념을 가진 사람은 포용해야 한다. 우리공화당이나 안철수·유승민 세력 등 모든 세력을 통합해 대연합을 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회원을 반드시 포용해야 한다. 이때에도 사회민주주의자, 확실히 전향하지 않은 위장 우파, 이념이 모호한 사람은 배제해야 한다. 그리고 경제·안보 파괴 세력에 대한 강력한 응징을 내세워야 지지받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 

    - 초대 국회 예산정책처장을 지냈는데, 512조 원에 달하는 2020년 예산은 어떻게 보나. 

    “2020년도 예산의 특징은 두 가지다. 예산 규모가 2019년 대비 9.1% 증가한 ‘초슈퍼 예산’이라는 점, 그리고 예비타당성조사 완화하고 2020년 총선을 의식해 불요불급 낭비성 지출이 상당히 많다는 점이다. 국민은 허리띠를 졸라매는데 새해 경제성장률 전망치(3.8%)의 2.4배에 달하는 증가율로 예산을 편성하는데 어떻게 납득할 수 있나. 성장률 전망치도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하면 실제는 훨씬 낮을 거다. 이러한 예산 급증은 문재인 정권이 큰 정부를 내세워 예산 팽창에 몰입했기 때문이다. 정책 실패를 호도하거나 덮기 위해, 그리고 돌아서는 민심을 잡기 위해 더욱 재정에 의존하는 악순환을 되풀이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엉터리 예산 심의다. 법적 근거도 없고, 회의록도 남지 않는 소위원회를 만들어 하는 밀실 심사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 결국 세원의 바탕이 되는 경제를 살리는 게 중요하겠다. 

    “당연한 말이다. 경제를 죽이고 예산을 팽창시키면 결국 나라는 망국의 길로 간다. 2018년 말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 폭로의 본질도 청와대와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적자국채 발행을 압박했다는 거였다. 국가 건전재정원칙과 국가재정법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 사건 아닌가. 예산 규모 확대가 국민 자유를 축소하고 그만큼 국민을 노예의 길로 인도하는지를 아는지, 공직자의 예산 낭비 행위가 ‘용서받지 못할 죄(peccato mortale)’라는 사실을 아는지 물어보고 싶다. 사실, 우리 재정이 비교적 건전하고 채무 비율이 낮은 것은 앞선 지도자들의 희생과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 최 교수는 매년 책을 내고 있다. 최근에는 ‘대한민국은 파괴되고 있는가’라는 제목의 책을 냈는데. 

    “지도자, 민주주의, 자본주의, 정부, 사상과 이념 등 5가지 주제를 두고 5권의 책 집필을 준비해 왔다. 그런데 현실이 너무 급박하게 돌아가니 개인 저술은 잠시 접고 여러분의 도움을 받아 책 4권을 편집해 냈다. 2017년 출판한 ‘오래된 새로운 비전’ ‘오래된 새로운 전략’은 좌파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자유주의 중심의 우파로 돌리려는 지성인 30명의 처방을 담았다. 건국 70주년을 맞아 2018년에 펴낸 ‘기적의 한국경제 70년사’는 9명의 경제학자가 쓴 53편의 글을 모아 편집했다. 최근 출간한 책은 집권 세력의 실체와 그들의 정책적 오류를 19명의 우파 지식인이 규명하고 있다. 그동안 우파 지식인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주신 데 대해 ‘신동아’ 지면을 통해 감사드린다.”

    최광
    ● 1947년 경남 남해 출생
    ● 부산고,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 미국 위스콘신대 대학원 공공정책학 석사, 메릴랜드대 대학원 경제학 박사
    ● 공인회계사 합격(1969)
    ● 미국 와이오밍대 경제학과 조교수, 한국외대 경제학과 교수
    ● 한국조세연구원장, 보건복지부 장관(김영삼 정부)
    ● 국회예산정책처장(노무현 정부)
    ● 국민연금공단 이사장(박근혜 정부)
    ● 現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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