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호

새로운 문명을 여는 도시 새만금_인터뷰

“‘새만금 친구<도레이첨단소재>’ 성공했다 입소문 나야 ‘외국 친구외투기업〉’들 온다”

이영관 도레이첨단소재 대표

  • 배수강 기자 | bsk@donga.com

    입력2016-09-21 17:4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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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레이첨단소재는 2013년 동남아시아에 지으려던 자사 최초의 PPS(Pōly Phenylence Sulfide·폴리페닐렌설파이드) 해외 생산 거점을 새만금산업단지에 짓기로 결정했다. 이영관(69) 대표는 “참으로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은 협상이 진행 중이었지만 언제 타결될지 알 수 없었고, ‘허허벌판’ 새만금에 생산 거점을 만들려니 엄두가 나질 알았다(한중 FTA는 2014년 11월  타결돼 2015년 12월 20일 발효됐다). 그것도 세계 최초 PPS 수지·컴파운드, 원료인 황화수소나트륨(NaSH)과 파라디클로로벤젠(p-DCB)을 공급하는 일관공장을 짓는 것은 회사의 명운이 걸린 일이었다. 고심 중 산업자원부, 새만금개발청, 전라북도 관계자들을 만나며 서서히 마음을 굳혔다. 그들의 적극적인 유치 노력에 믿음이 갔기 때문.

    결국 2014년 7월 새만금산업단지 내 21만5000㎡ 부지에서 첫 삽을 뜬 지 2년 만인 지난 7월 6일 수지 연산 8600t, PPS 컴파운드 연산 3300t 규모의 군산공장을 준공했다. 이 회사는 2018년까지 3000억 원을 투자한다. 다음은 일문일답.

    ▼ 해외 최초 생산거점을 새만금에 마련했다.

    “세계 최초 일관공장을 짓는 일이라 고심을 많이 했다. 당시 새만금산업단지는 OCI 회사 간판 하나만 서 있는 휑한 황무지였다. 한국 정부 관계자들은 도로 등 인프라 시설과 개발계획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줬는데, 우리 주력제품 연관 산업이 잘 갖춰져 있었다. 한중 FTA 체결이 예상돼 대(對)중국 시장도 공략할 수 있고, 무엇보다 도레이는 지난 50년간 한국에 투자해 지금껏 철수하지 않았다. 영업이익도 10% 이상 나는 만큼 한국과 중국 시장을 위해 투자했다.”





    ‘허허벌판’에 생산 거점… “참 어려운 결정”

    ▼ 연관 산업이라면?

    “PPS 생산에 필수인 NaSH와 벤젠 등은 군산과 여수 인근에서 구할 수 있어 물류비가 절약되고, 생산에 따른 부산물인 소금물은 군산 종합처리장에서 처리해 바다로 보낼 수 있다. 이러한 입지 조건에 한중 FTA 체결로 PPS 수지에 붙는 6.5% 관세도 2019년에는 ‘제로(0) 관세’가 돼 가격경쟁력이 높아질 걸로 봤다. PPS에 탄산칼슘 등을 넣고 소재를 단단하게 한 게 PPS 컴파운드다.”

    도레이첨단소재는 자본금 5760억 원, 매출 1조838억 원(영업이익 1059억 원), 종업원 1303명(2016년 3월 말 기준)의 회사로 PPS 수지, 탄소섬유, 폴리에스테르 원사 등을 생산한다. 그가 말한 PPS 수지·컴파운드는 기존 플라스틱과 비교해 강도, 내열성, 내화학성이 뛰어나 금속을 대체하는 ‘슈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으로 불리는데, 주로 자동차 모터·보일러 부품과 물 정화 필터, 복사기 프레임, 화력발전 등에 쓰인다. 군산공장 준공으로 연간 PPS 수지 8600t, PPS 컴파운드 3300t 생산 체제를 갖췄다.  

    ▼ 당시 도레이첨단소재는 동남아시아에 해외 생산 거점을 마련하려고 했는데.

    “그렇다. 중국과 아세안 시장을 겨냥해 거점 공장을 지으려고 했는데 새만금으로 ‘유턴’했다(웃음). 산자부 등이 우리의 요구를 많이 수용했다. 외국투자기업에 부지를 임대할 때 산자부가 지정한 특수기술, 첨단기술을 가져오면 50년간 무상 임대, 7년간 법인세 인센티브(5년간 유예, 이후 50%), 지방세 감면 등을 약속했다. 산자부와 새만금개발청, 전북도는 ‘어려운 점은 책임지고 해결해준다’며 열정적으로 설득했는데, 그들의 의지에 감동받았다.”

    ▼ 현재 새만금개발청과 투자협약 MOU를 체결한 68개 기업에는 도레이의 ‘새만금 안착’ 여부가 실질 투자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겠다.

    “중요한 포인트다. 내년 2월 서울에서 한일(韓日)경제인회의가 열리는데, 나는 일본 기업인들에게 우리의 새만금 군산공장을 견학시키고 새만금을 ‘홍보’하는 역할을 맡았다(웃음). 일본 기업인들에게 새만금 투자 프레젠테이션(PT)을 하고 상담을 해야 한다. 사실, 그전까지 ‘새만금에 공장을 지은 친구(도레이를 지칭)’가 성공했다는 입소문이 나야 한다. 그렇게 되면 오지 말라고 해도 외국 기업인들은 ‘새만금에 가보자’ ‘새만금에 투자해보자’고 할 거다. 이때 정부·지자체 관계자들이 투자 인센티브에 대해 설명하고 유치에 나선다면 많은 기업이 새만금에 투자할 거다.”

    ▼ ‘민관(民官) 합동작전’ 같다. 공장을 가동해보니 아쉬운 점은 없나.

    “인프라가 부족하다. 예산 문제로 늦어진 동서, 남북도로가 빨리 완공돼야 한다. 외국 기업인들이 새만금 현장을 둘러볼 때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으면 투자를 꺼린다. 새만금을 한중 경협단지로 육성하려면 군산 신항도 조기 완공해야 한다. 현재의 군산항은 작은 배만 드나들 수 있어 큰 배는 주로 여수항을 이용하는데, 중국에 물건을 팔 회사들을 유치하려면 하루빨리 이 문제(항만과 교통 인프라)부터 해결해야 한다. 제조업은 한번 들어오면 다시 빠져나가기 어렵다. 특히 첨단 기술을 가진 제조업체를 끌어들이면 일자리가 늘고 정부의 연구개발(R&D) 비용도 줄일 수 있다.”



    도로, 항만 인프라 구축 시급…첨단기업 유치 나서야

    ▼ 왜 그런가.

    “외국 기업이 첨단 설비를 들여오면 한국인 직원들이 빨리 기술을 배울 수 있고, 일자리도 늘어난다. 정부가 천문학적 돈을 들여 첨단기술 개발에 나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런 기술력을 가진 첨단기업에 인센티브를 줘 한국으로 유치하는 전략이 더욱 중요하다. 한국은 인력의 질이 좋고 중국과 FTA를 체결해 기업 입장에선 매력적인 나라다. 다만 외국 기업을 경영하는 친구들을 만나보면 한국의 노동유연성이 떨어져 힘들다고 말한다. 글로벌 기업은 그들의 시스템대로 움직이는 만큼 ‘노동 착취’하는 기업도 거의 없다.”

    ▼ 이 대표는 1973년 제일합섬 입사 후 줄곧 ‘한 우물’을 팠다.

    “회사 사명과 주주는 바뀌었지만 나는 대학(홍익대 화학공학과) 졸업 후 43년간 한 회사에서 한길만 걸었다. 신입사원 때부터 나는 ‘내가 주인’이라는 생각으로 판단하고 일했다. 내 일이라고 생각하고 하면 재미도 있고 성과도 나는데 시키는 일을 마지못해 하면 일이 안 된다(웃음). 제일합섬이 1973년 구미공장을 지을 때부터 현장 건설 멤버로 일하며 설비 라인을 머릿속에 다 넣었다. 지금도 머릿속에 설계도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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