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호

Interview

“진정한 소통은 일이 되게 하는 것”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 김진수 기자 | jockey@donga.com

    입력2016-12-29 17: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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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땐 ‘흙수저’라 생각… 굉장히 억울했다”
    • 2017년부터 살처분 가축 소각해 퇴비화
    • “농업진흥지역 해제는 제한적이어야”
    • “에콜 페랑디 의혹은 ‘지라시’”
    ‘신동아’는 김재수(59)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이던 2016년 7월 1일, 그를 인터뷰했다(2016년 8월호 보도). ‘고용절벽’에 처한 청년층 취·창업 활성화에 나선 aT의 혁신사례를 취재한 자리에서다. 당시 기자는 인터뷰 말미에 “(자타 공인의 국내 최고 농정 전문가로서) 장관 할 때가 되지 않았느냐”는 덕담 한마디를 던졌다. 그런데 덕담은 이내 현실이 됐다. 7월 22일 ‘개방·공유·소통·협력’의 정부3.0 핵심가치를 구현한 공로로 대통령표창을 받더니 8월 16일엔 급기야 신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내정된 것.

    그러나 ‘호사다마(好事多魔)’라던가. 김 장관은 부동산 특혜 매입, ‘황제 전세’, 모친 의료비 부정수급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된 야당 단독의 국회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 ‘부적격’ 의견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 박근혜 대통령의 장관 임명 강행 → 헌정 사상 6번째의 장관 해임건의안 가결 → 박 대통령의 해임건의안 거부→ 국정감사장에서의 ‘투명인간’ ‘병풍 장관’ 취급으로 이어진 파고(波高)를 숨 가쁘게 넘어야만 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모교인 경북대 동문회 커뮤니티에 “온갖 모함과 음해, 정치적 공격이 있었다. 위장전입이나 다운계약서, 논문 표절 한 건 없는데 시골 출신에 지방 학교를 나온 ‘흙수저’라고 무시당한 것이다. 장관으로 부임하면 사실도 확인하지 않고 명예를 실추시킨 언론과 방송을 대상으로 법적 조치를 할 것”이란 내용의 글을 올렸다가 여론의 비난이 빗발치자 결국 공식 사과했다.

    우여곡절을 겪은 후에도 쌀값 폭락, ‘배추 대란’, 조류인플루엔자(AI) 파동 등 잇단 농정 현안과 농심(農心)을 챙기느라 분주한 김 장관을 지난 12월 5일 정부세종청사 집무실에서 만났다. 취임 석 달을 맞은 날이다.

    ▼ 바람 잘 날 없는 나날이었던 듯하다. 그간의 소회는.

    “인사청문회 때 제기된 의혹에 관한 허위·왜곡 보도로 인해 개인적으로 굉장히 억울했고 큰 피해를 입었다. 그런데 다른 이들은 ‘장관 되려면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하지 않느냐’는 식으로 여기더라. 일반 개인은 정정·반론보도를 청구할 수 있는데, 장관은 왜 그리 하면 안 되나.

    난 그건 잘못이라 본다. 사실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아 명백히 팩트(fact)가 틀린 야당 측 일방적 주장을 그대로 갖다 기사화하고도 내 소명에 대해선 한 줄도 내주지 않더라. 명색이 고위공직자인 나도 이렇게 당하는데 일반 국민은 어떨까. 우리나라가 더 발전하려면 일부 언론의 그릇된 취재 관행부터 고쳐야 한다. 사실관계가 잘못인 게 확인되면 그걸 바로잡아줘야 선진국 언론 아닌가.”

    ▼ 지금이라도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을 텐데.

    “AI 파동으로 정신없다. 이렇게 바삐 일해야 할 상황이 올 것 같아 취임 전 그 문제를 다 털고 가야겠다 생각했고 답답하기도 해서 (동문회 커뮤니티에) 해명 글을 올렸더니, ‘흙수저’ 발언이라며 또 막 난리를….”

    ▼ 여전히 ‘흙수저’라 생각하나.

    “그땐 그랬지, 나로선. 근데 다들 장관 된 사람이 ‘흙수저’라니 말이 되냐는 반응이더라. 지금 내가 그리 말한다면 어느 누가 제정신이라고 하겠나. 취업도 안 되고 다들 힘들게 살아가는데, 그렇게 이야기하면 온당치 못하다고 하겠지.”

    ▼ 일련의 과정에서 여야 정쟁의 촉발제가 돼 곤란한 지경에 처했다.

    “곤란한 것 없었다. 난 위법이나 부당행위를 저지르지 않았으니까. 지금도 그 점에선 당당하다.”

    ▼ 박 대통령이 왜 임명을 강행했다고 보나.

    “그야 모르지, 임명권자의 판단이니. 야당이 제기한 의혹이 명백한 사실이라면 날 임명했겠나.”



    “AI, 인체감염 우려 낮아”

    고병원성 AI의 전국 확산으로 정부와 가금류 사육농가가 초비상이다. 살처분당하는 가금류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만 간다. 이번 AI는 국내에선 새로운 유형인 H5N6형. 2014~2015년 발생한 H5N8형에 비해 증상 발현이 빠르고 병원성이 더 높다고 알려졌다.

    ▼ AI 피해가 막대하다. 방역 대책은 제대로 이뤄지나.



    “농업진흥지역으로 묶이면 행위제한이 많으니 해당 지역 민원이 적지 않다. 지역 국회의원 등을 통해 그게 풀리게 되면 일정 규모의 건축행위가 가능해져 땅값이 몇 배 치솟으니 기를 쓰는 거지. 깊이 생각지 않았을 수도 있고.”

    ▼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2개월이 넘었다. 화훼·축산·과일농가의 타격을 줄일 복안은.

    “농축산업 위축과 외식업 매출 감소 등 부정적 영향이 일부 현실화하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농식품 소비 트렌드에 맞춘다면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본다. 장관 취임 후 생산자단체, 지자체, 유관기관 등과 간담회, 토론회 등을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정책 아이디어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또한 농식품부는 8월부터 농축산·외식단체 등이 참여하는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가칭) 소비 트렌드 변화에 대응한 농식품 소비·유통·생산 대책’을 마련 중이다. 특히 가장 타격이 큰 화훼의 소비 촉진을 위해 기업-생산자-소비자 간 업무협약(MOU)을 맺고 화훼류 선물용 실속상품 전시회와 특별홍보행사를 열었고, ‘실속형 축산물 소비 경진대회’도 개최했다.”



    ‘국민농업시대’ 지향

    ▼ 현장 애로 및 민원을 정기적으로 듣는 자리를 마련한다던데.

    “‘금요 농정 신문고’다. 현장에서 제기된 소중한 의견이 단순한 건의나 민원으로 묻히지 않도록 장관이 직접 듣고 답변하는 자리다. 농업진흥청장 재임 시절에도 한 달에 한두 번 직접 민원상담을 했는데, 민원인 처지에선 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기회가 되더라. 실무자들이 많은 민원을 좁고 경직된 시각에서 처리하다 보면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 적지 않다. 기관장이 전체적 시각에서 바라보면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고, 현장에 가지 않아도 생생한 의견을 들을 수 있다. 11월에 2번 운영했는데 반응이 좋다.

    이런 일들이 농정에 대한 신뢰 회복의 첫걸음이라 생각한다. 어느 농민이 소똥을 땔감으로 쓰자고 줄기차게 민원을 냈는데 ‘웃기는 소리하지 말라’며 어떤 공무원도 귀 기울이지 않다가 내가 직접 듣고 좋은 아이디어라고 하니 신나서 해보겠다더라. 소통, 소통 하지만 진정한 소통의 목적은 일이 되게 하는 거다. 공손히 전화 응대하면서도 만날 ‘안 됩니다’ 하면 뭐하노?”

    ▼ 우리 농업의 미래 지향에 대한 견해는.

    “대외 개방 및 고령화 등으로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도전을 받고 있다. 그런 만큼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 실행(Action), 신뢰(Believe), 배려(Care)에 바탕을 둔 ‘ABC 농정’을 추진하려 한다. 경쟁력을 가지려면 탁상행정에서 벗어나 실제 작동할 수 있는 ‘실행농정’이 필수다. 정부정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려면 농업인과 일반 국민 간 신뢰가 중요하기에 ‘신뢰농정’도 필요하다. 고령화로 경쟁력이 다소 떨어지고 기술이 부족해도 그런 분들을 배려하는 농업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배려농정’도 중요한 요소다.

    또한 앞으로 농업계뿐 아니라 많은 국민이 함께하는 ‘국민농업시대’를 열어가야 한다고 본다. 앞으로 농업·농촌이 안정적 식량공급을 넘어 쾌적한 환경과 아름다운 경관을 제공하고, 귀농·귀촌을 꿈꾸는 청장년층에게 가공·유통·수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최순실? 만난 적 없다”

    ▼ 마지막 질문. 최순실 씨를 아나.

    “국정농단 사태로 갖은 난리를 피웠는데, 모른다고 하면 되나.”

    ▼ 만난 적은.

    “어디서?”

    ▼ 만난 적이 있나.

    “없다.”

    김 장관이 사장으로 있던 2013년부터 aT는 100년 전통의 프랑스 요리학교 ‘에콜 페랑디’의 정규과정에 한식수업을 개설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 그런데 2016년 4월 미르재단은 ‘에콜 페랑디’와 합의각서(MOA)를 체결하고 프랑스식과 한식을 융합한 요리전문학교(페랑디-미르)를 한국에 설립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야당은 김 장관이 한식수업 사업을 미르재단에 ‘상납’한 덕에 박 대통령이 장관 해임건의안을 거부하며 비호한 것이란 의혹을 제기했다.

    “그건 ‘지라시’다. ‘상납’은 무슨 상납? aT의 한식세계화 사업은 2012년부터 단계적으로 일원화돼 한식재단으로 다 넘어갔다. aT에 배정된 예산도 차례로 줄어 2015년의 경우 단 1원도 없었다.”

    39년째 농업 분야에 전념해온 김 장관은 행정고시(21회) 출신으로 농촌진흥청장과 농림수산식품부 1차관을 지냈다. 2011년 10월 aT 사장에 취임해 3년 임기를 마치고도 1년 단위의 임기 연장을 두 차례 거쳐 국내 공기업 최장수 최고경영자(CEO) 타이틀을 얻었다. ‘농안법(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 파동, 우루과이라운드 이행계획서(CS) 파동, 한·중 마늘협상 파동, 한·미 간 쇠고기 협상 파동, 농협법 개정 등 농정 역사상 굵직하고 민감한 현장을 지켜온 그의 별명은 ‘파동 인생.’ 대한민국 농정 최고책임자로서 그는 또 어떤 ‘파동’을 헤쳐나가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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