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호

FOCUS

국책연구기관인 듯, 아닌 듯…

국정원 국가안보전략硏 난맥상

  • 입력2017-11-05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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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정원 자금으로 운영… ‘알음알음’ 취업 일쑤

    • ‘2+1’ ‘진짜 박사’ ‘NK’ 일해… 법적 지위는 사단법인

    • 계급 정년 걸린 국정원 직원 ‘일자리 통로’ 비판 들어

    • “제대로 된 ‘정보기관 싱크탱크’로 개혁해야”

    여기, 국책연구기관인 듯도, 아닌 듯도 한 연구기관이 있다. 이 기관에선 조직을 ‘전략연’으로 약칭하는데, 국가정보원에서는 ‘안전연’이라고 약칭하곤 한다. 국민에겐 전략연도 안전연도 귀에 익숙하지 않다. 다른 국책연구기관과 달리 연구위원 규모와 명단도 공개하지 않는다. 언론이 ‘국정원 산하기관’이라고 적곤 하나 그것 또한 적확하지 않은 표현이다. 법적 지위는 민법상 ‘사단법인’.


    태영호 前공사도 전략硏 소속

    ‘투 플러스 원(2+1)’ ‘진짜 박사’ ‘NK’가 일한다, 아니 내부에서 연구위원을 그렇게 칭하곤 한다. 공채로 뽑은 연구위원은 지금껏 단 3명에 그친다. 정치권에서 힘을 써주거나 아는 사람을 통해 연구위원으로 취업한 사례가 많다. NK, 진짜 박사, 투 플러스 원 불문 계약직 신분. 과연 이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NK들’은 북한 출신 연구위원이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도 이곳에 적을 뒀다. 투 플러스 원은 국정원 퇴직자로 ‘낙하산’이란 비판도 듣는다. ‘진짜 박사’는 국정원에서 내려온 연구위원 중에도 박사학위 소지자가 있기에 구분하기 편하라고 쓰는 말이다. 진짜 박사는 ‘전문 박사’로 불리기도 한다.

    이쯤 되면 이곳이 국책연구기관 맞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국정원이 운영 자금 상당 부분을 지원하는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얘기다. 사단법인이기에 외부 감시도 미흡하다. 중앙부처 산하 국책연구기관에서 일하는 한 인사는 이렇게 말했다.

    “국정원도 싱크탱크를 운영할 필요가 있죠. 제대로 운영해 국가에 기여하면 좋은 일이고요. 그런데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는 ‘후루꾸(fluke의 일본식 발음) 연구위원’이 많아요. 북한 출신 연구위원은 성격이 독특하니 논외로 합시다. 힘 있는 사람이 꽂아준 이들 중 실력이 모자란 분들과 국정원 출신 그러니까 ‘투 플러스 원’이 문제예요. 국정원에서 보직을 못 받거나 계급 정년으로 퇴직한 이들을 배려 차원에서 그곳에서 일하게 합니다. 연차가 높다 보니 연봉도 높고, 방도 좋은 곳을 배정받죠. 연구요? 그 사람들이 제대로 하겠어요.”



    “정권 바뀔 때마다 外風”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하 전략연)은 1977년 9월 창설된 국제문제조사연구소가 모태다. 2007년 1월 국가안보정책연구소와 통일정책연구소 등 3개 연구소를 통합해 현재의 모습이 됐다. 9월 1일 취임한 조동호 신임 원장 명의로 전략연 홈페이지에 올린 글은 이렇게 설명한다.

    “그동안 저희 연구원은 외교·안보, 경제정책, 대북전략·통일정책 등 제반 분야에 걸쳐 심도 있는 연구 결과와 정책 대안을 제시해왔습니다. 나아가 21세기 안보환경 변화에 부응해 테러·국제범죄, 산업·사이버 보안 등 신(新)안보 분야로 연구영역을 확대하고, 선진국 진입을 선도하기 위한 미래전략을 개발해오고 있습니다.”

    외부의 시각은 이 같은 설명과 달리 운영 과정의 투명성과 연구 성과 등에서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투 플러스 원은 국정원 출신 연구위원의 경우 2년 계약 후 1년을 연장하는 계약을 맺고 취업한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국정원에서 퇴직한 후 10년 안팎 이곳에서 활동하다 은퇴한 이도 있다. 진짜 박사와 NK는 계약 기간을 1~5년으로 차등 적용한다. 고과가 턱없이 나쁘지 않으면 60세까지 근무한다.

    북한 외교관 출신만 4명이 이곳에 적을 둔 것으로 알려진다. 고영환(부원장) 태영호(자문연구위원) 씨, 비공개 인사로 K, H 씨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잠비아 주재 북한 외교관 출신인 현성일(전 수석연구위원) 씨도 오랫동안 일했다. 이 밖에도 설정식(양강도 청년동맹 제1비서), 김광진(해외주재 북한 무역 관료) 씨 등 10명 넘는 북한 관료 출신 탈북민이 이곳에서 일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일각에선 국정원이 전략연을 탈북 인사들을 관리하는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비판을 제기한다. 전략연에서 일하면 한국 사회에서 생계가 보장되는 터라 이곳에 들어가지 못한 망명 인사들이 불만을 제기하기도 한다.
    연구위원들이 외부 기고나 인터뷰 등을 할 때는 허가를 득해야 한다. 언로가 자유롭기만 한 게 아니라 막힌 측면이 있는 것이다. 일부 연구위원이 익명으로 인터뷰하거나 가명으로 외부 기고문을 쓰는 편법으로 소신을 외부에 밝힌 일도 있다. 계약직이다 보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외풍도 겪는다.

    올해 8월 국정원은 1급 국·실장 30여 명 전원을 교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정보 분석을 총괄하는 요직에 김○○ 씨, 북한정보 분석을 총괄하는 요직에 장○○ 씨가 임명됐다. 외부 인사가 핵심 보직 책임자를 맡은 것은 국정원 역사상 처음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정인 위해 휴직 규정 바꿔”

    국가안보전략연구원 홈페이지.

    국가안보전략연구원 홈페이지.

    김○○ 국장은 노무현 정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행정관과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정책보좌관을 지냈다. 장○○ 국장도 노무현 정부에서 NSC 행정관으로 일했다. 북한, 해외 정보를 총괄하는 두 사람은 ‘이종석 사람’으로 통한다. 서훈 국정원장이 NSC 정보관리실장으로 일하던 때 함께 근무한 인연도 있다.

    김 국장의 직전 근무처가 전략연이다. 그는 이종석 전 장관 도움으로 전략연에 자리를 얻었다. 전략연 연구위원이 국정원 보직 국장으로 이동한 것도 전례 없는 일이다. 김 국장은 휴직을 하고 국정원으로 옮겼다. 김 국장 임명에 맞춰 전략연은 휴직 관련 내부 규정을 고쳤다. 특정인을 위해 제도를 바꿨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국정원 핵심에서 일한 인사는 이렇게 촌평했다.

    “사단법인 계약직 직원이 휴직하고 국정원에 근무하는 것은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합니다. 이중 취업으로 볼 여지도 있어요. 사표 내고 가는 게 맞습니다. 민간기업에서 공무원으로 갈 때는 사표를 내잖아요.”

    휴직 규정 개정은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격이라는 게 전략연 설명이다.

    “파견 형태가 아니라 무급 휴직이다. 전략연에서 보수를 지급하는 게 아니기에 이중 취업에 해당하지 않는다. 특정인과 특정 사안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 기존 휴직 관련 규정이 여타 연구기관과 비교할 때 불비된 것이 많아 타 연구기관 규정을 참고해 기존 휴직 조건을 확대·개선한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휴직 관련 규정 개정으로 혜택을 입은 김 국장이 박근혜 정부에선 수난을 당했다는 것이다. 시곗바늘을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로 되돌려보자.

    “우리와 안 맞는 사람 내보내라”

    “우리와 안 맞는 사람은 내보내라.”

    2013년 5월 남재준 국정원장이 전략연 구조조정을 지시했다. 연구위원 일부가 “박근혜 정부와 철학이 다르면 나가라는 거냐”고 맞섰으며, 국정원은 “안보 연구 특화를 위한 조치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정권 교체 때마다 국정원은 몸살을 앓는다. 인적 쇄신을 명분 삼은 물갈이가 거칠게 이뤄진다. 인사에서 소외된 이들이 야권에 줄을 대는가 하면 정권의 시녀를 자임해 잘나가는 이도 나온다.

    ‘우리와 맞지 않는 사람’은 당시 야권 성향 인사인 것으로 해석됐고 그중에는 김 국장도 포함됐다. 당시 국정원은 ‘성향이 다르다고 쫓아내는 게 온당한가’라는 ‘신동아’의 질의에 이렇게 답했다.

    “우리와 맞지 않는 사람은 설립 취지에 맞지 않는 이들을 말한 것이다. 실무 부서(국정원)에서 ‘연구소는 도대체 뭐 하느냐’는 지적이 있었다. 과거에 ‘아는 사람’, 이런 식으로 채용되다 보니 연구소 성격과 맞지 않는 것이다. 국민 세금이 허투루 쓰여선 안 된다. 설립 목적에 맞지 않는 사람은 재계약하지 않는 방향으로 구조조정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김 국장도 구조조정 대상자로 거론됐다. 노무현 정부가 임기 말 추진한 ‘한반도 평화체제’ 전문가인 A 박사와 언론에 보안 사항을 누설했다는 혐의를 받은 적이 있으나 위반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B 박사도 구조조정 대상자로 입길에 올랐다. 세 사람은 대북정책을 들여다보는 시각이 진보적이라는 평가를 듣는 이들이다.
    연구위원들이 반발하자 “법에 어긋나는 짓은 하지 마라. 법적 요건에 맞으면 내보내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한다. 김 국장과 A 박사, B 박사는 자리를 보전할 수 있었다. 당시 국정원 관계자는 이렇게 주장했다.

    “잘못을 저지른 적 있는 일부 박사들이 자신들을 내보내려는 줄 알고 사실과 다른 얘기(박근혜 정부와 맞지 않는 사람들을 내보내려 한다)를 퍼뜨린 것으로 보인다. 사실 국책연구기관에서 일하는 사람이 정치권과 연결되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다. 야당하고는 더욱 그렇다. 그 사람들의 근무 자세와 관련한 문제인데, 그래도 그것만 가지고 재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수는 없다. 소송하면 우리가 진다.”

    “전략硏 적폐도 개선해야”

    국정원 자금 지원으로 운영되는 법적 지위가 불투명한 연구소라고 해서 근로기준법 적용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특정인에게 해직을 강권하는 것은 불법이다. 국정원은 당시 신동아에 “실력에 문제가 있다든지, 문제를 일으킨 게 누적됐다든지 하는 경우는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면서도 “구조조정에는 정치적 고려가 일절 포함돼 있지 않다. 이종석 전 장관과 가까운 연구위원과는 최근 재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공채 출신 연구위원이 3명밖에 없는 데다 연구위원들이 계약직 신분이다 보니 외풍에 시달릴 수밖에 없으나 전략연 관계자는 “계약직이어서 신분이 불안정하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연구 실적에 따라 1~5년 계약을 연장한다. 형편없는 등급을 연속으로 받지 않는 한 정년까지 신분이 보장된다”고 다르게 설명했다.

    국정원 핵심에서 일한 전직 인사는 이렇게 말했다.

    “국정원 자금 지원을 받는 대신 연구 결과를 제공하는 형태로 전략연이 운영됩니다. 공채로 연구위원을 선발해 제대로 된 싱크탱크로 거듭나야 합니다. 계급 정년에 걸려 퇴직한 이들을 더는 받아선 안 돼요. 계약 기간이 끝나면 그 사람들은 연장해주지 말아야죠. 국립외교원 교수를 예로 들어봅시다. 그 사람들은 외교부에 소속된 공무원이거든요. 그게 정상이죠. 국정원에 소속시키기는 어려우니 외곽 조직으로 두는 게 필요하더라도 국민 세금을 허투루 쓰면 안 되죠. 태영호 전 공사도 적만 두고 출근은 안 해요. 이런저런 사회적 문제를 일으켜도 별다른 징계 없이 묻혀 지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국정원 개혁이 한창인데 이번 기회에 전략연도 올바르게 정립해야 합니다. 그간의 적폐를 개선해야죠.”

    연구원 운영과 관련한 신동아의 질의에 전략연은 다음과 같이 답했다.

    전략연은 국정원 산하 기관인가.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우리는 산하 기관이란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다만 정책 제언, 자문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국정원의 싱크탱크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산하가 아닌데도 국정원 자금을 지원받는 근거는 뭔가.
    “국정원의 실질적 싱크탱크 역할을 수행하므로 운영 자금 일부를 지원받는다. 북한·통일· 안보 관련 정책 제안 및 전략 보고서를 수시로 생산해 국정원을 지원함으로써 국가 안보정책 수립에 직접 기여할 뿐 아니라 엘리트 탈북 연구원을 중심으로 정부 유관 부처에 자문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해 정보 분석 및 판단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준다. 전문 박사, 엘리트 탈북 연구원, 공직(국정원) 출신의 3박자가 어우러져 연구 활동을 수행함으로써 융합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한다.”

    전략硏 “3박자 아우러진 기관”

    사단법인 형태로 운영하는 까닭은 뭔가.
    “국정원으로부터 자율성을 확보해 객관적 시각에서 싱크탱크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는 측면을 고려한 것이다.”

    연구원 명단과 규모 등을 공개하지 않는 까닭은.
    “다수 엘리트 탈북 연구원이 근무하기에 신변보호 차원에서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다. 다만 일반 박사 연구원과 이름을 공개해도 무방한 탈북 연구원은 대외활동 시 전략연 소속임을 밝힌다.”

    국정원 퇴직자에게 낙하산 일자리를 마련해준다는 지적이 있다.
    “낙하산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데 활용된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국정원 퇴직자들은 능력 및 전공 분야별로 엄선된 전문가로서 현장 경험과 융합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연구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국정원 퇴직자들이 나이가 많은데다 고참이다 보니 연봉도 상대적으로 많고 연구실도 좋은 곳을 배정받는다고 한다.
    “국정원 퇴직자들도 기존 연구원들과 동일한 조건하에 관련 규정에 따라 근무하고 있다.”

    국정원 국장으로 이동한 김○○ 전 연구위원을 위해 휴직 관련 내부 규정을 고쳤다고 한다.
    “특정인과 특정 사안을 염두에 둔 게 아니라 불비된 기존 휴직 조건을 확대, 개선한 것이다. 그동안 휴직 관련 규정이 미흡했다. 국내외 국가안보 및 통일분야 국기기관 및 유관기관 채용, 8세 이하 자녀의 양육 및 임신 출산 관련 휴직, 사고 질병으로 장기간 요양이 필요한 조부모 및 부모 간호 등을 추가했으며 현실성이 떨어지는 해외 유학, 형사 사건 기소로 인한 휴직 조건을 삭제하는 등 관련 규정을 보완, 내실화한 것이다.”

    김 국장의 휴직은 ‘국내외 국가안보 및 통일분야 국기기관 및 유관기관 채용’에 해당한다.

    “다각적 변화·발전 모색 중”

    ▼북한 출신 인사를 연구위원으로 선발할 때 기준은 뭔가.
    “구체적 기준을 밝히긴 곤란하나 북한 거주 시 근무 분야와 전문성 등 연구에 기여할 수 있는지를 가장 중요한 선발 기준으로 적용한다.”

    ▼태영호 전 공사는 전략연에 출근하나.
    “태 전 공사는 자문연구위원이다. 출근은 거의 안 하지만 연구에 실질적 도움을 많이 준다.”
    이화여대 교수인 조 신임 원장 취임 후 전략연은 다각적 변화와 발전을 모색 중이라고 한다.

    “조동호 원장은 특정 정파 견해를 대변하거나 특정 이데올로기(진보·보수)에 편향되지 않은 균형감 있고, 객관적인 학술연구 활동을 통해 명실 공히 국가를 위한 싱크탱크로 자리매김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으며 그것을 실천해나가고 있다”

    전략연이 ‘명실 공히 국가를 위한 싱크탱크’로 거듭나는지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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