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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이식 개척자’ 이종수의 독일 편지

민족주의 팽배…독일에 한국혼은 없다

재독동포 2·3세로 살아가기

  • 이종수|독일 본대 의대 종신직 교수

민족주의 팽배…독일에 한국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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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다른 두 문화권

동포 1세는 한국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학교교육을 마치고 이곳에 왔기에 늘 조국의 부모형제와 하늘을 그리워하며 어려운 환경을 극복해갔다. 독일어를 잘 알고 독일 문화를 이해해야 독일 땅에서 성공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요즘 독일 사회는 ‘이주자 2·3세의 의식구조도 독일화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한다. 동포 2·3세는 대부분 독일 국적을 가진 독일 국민이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 고국의 정부가 독일 땅에서 한국 문화의 전통을 살리며 조국을 사랑하는 해외 동포 2·3세가 되어달라고 바라는 것도 나는 충분히 이해한다. 같은 민족이니까 말이다. 

이처럼 동포 2·3세를 두고 두 나라의 정책이 이율배반적인 것이 현실이지만, 나는 두 나라의 정책이 동시에 효과를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본다. 오늘날 독일 사회는 여성 만능 사회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공무원 사회도, 교육계도 여성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여성의 활약이 두드러진 곳은 정계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만이 전부가 아니다. 

2006년 9월 8일자 독일연방의사회지에 독일 본대학병원이 혈액내과의 주임교수 공모 광고를 냈다. 거기에도 ‘여성 지망자는 주정부의 평등법 규정에 의해 남성 지망자와 그 자격이 동일한 경우 우선적으로 고려하게 됩니다’라고 씌어 있었다. 남녀동권 정책이 아니라 여성우대 정책이 실시되고 있다. 부인을 직장에서 성공시키기 위해 남편이 아이들을 돌보고 집안 살림을 하는 가정이 허다하다. 

예부터 독일 사회에선 아시아, 또는 중동 지방의 경우 각 가정에서 부권(父權)이 강하다는 선입견이 있었다. 내가 1963년 루르 지방의 한 병원에 취직해 병상 40개인 남자병동을 맡았을 때였다. 그때 병동 수간호사는 그 지방 출신 23세의 젊은 여성이었다. 근무를 시작한 지 3주가 지났을 무렵 어느 아침, 회진을 돌 때 그녀가 내 지시에 응하지 않는 기색을 보였다. 부임한 지 얼마 안된 나는 비교적 조심스럽게 병동 간호사들을 대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회진이 끝나자 수간호사가 이렇게 말했다. 

“닥터 리, 당신네 나라에서는 여자가 별 권리가 없지요. 당신은 한 번도 ‘비테(bitte, 영어의 please)’란 말을 한 적이 없어요.” 

하지만 그것은 ‘~해서 죄송한데요’나 ‘~ 하면 고맙겠습니다’ 같은 말을 잘 쓰지 않는 나의 한국적 습성과 동양인은 무조건 여자를 멸시한다는 독일인의 선입관이 부른 오해였다. 나 역시 여성을 비하할 의도가 전혀 없었음은 물론이다. 요즘은 한국도 많이 바뀐 듯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 남편이, 즉 아버지가 자식들의 교육 문제, 자식들의 결혼 문제나 기타 집안 대소사에 방향 조절의 키를 쥐고 있었다.


딸 때려 파출소 불려간 아버지

자식 교육에 있어 독일의 동포1세들은 한국처럼 극성스럽지는 않지만 아직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압력을 가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독일법에 저촉되며, 처벌 대상이 된다. 나는 우리 애들이 전부 의학을 전공하도록 종용하고 때에 따라서는 강압도 했다. 약 30년 전의 이야기다. 한 아들이 고등학교 졸업반에 가까워져 가는데 점심을 먹다 대학에서 전공할 학과 선택 문제로 격론이 벌어졌다. 

“의학을 선택해! 세계 어디를 가나 아픈 사람 치료해주면 감사하다고 하니까. 백인 사회에서 감사하다는 말 듣고 살려면 의학을 전공해.” 

그 아들은 결국 자기 뜻을 굽히고 의학을 전공했다. 냉철히 생각해볼 때 의학 전공이 그 아들에게 과연 행복을 가져다주었는지 잘 모르겠다. 다만 아버지로서 내가 좋다고 생각한 길을 자식이 선택했기에 나는 만족한다. 

내가 잘 아는 어느 동포는 부부가 함께 1960년대에 독일에 왔다. 그들의 아들이 공부를 잘하지 않자 “네가 대학에 못 들어가면 아빠, 엄마 자살해 죽어버리겠다. 너를 교육시켜 훌륭한 사람 만들려고 이 나라에 와서 이 고생을 하고 있는데 네가 성공 못하면 우리가 무슨 희망이 있겠느냐”라고 협박까지 했다고 했다. 이런 행동은 ‘좋은 독일 사람’ 조건에 어긋날뿐더러 독일 법에 명백히 저촉된다. 

우리 집에서 멀지 않은 마을에 살고 있는 동포의 경우도 비슷했다. 16세가 넘어 법적으로 성인이 된 딸이 있는데, 그 아이가 저녁 늦게 들어와 주의를 줬더니 딸이 “내 자유를 속박하느냐”고 대들었다. 그 순간 그 아버지는 딸의 뺨을 때리고 말았다. 딸은 학교 동창들로부터 들은 말이 있어 즉시 인근 파출소에 가서 신고 했다. 결국 그 아버지는 파출소에 불려갔다. 

“당신 나라에서는 그렇게 때리며 자녀교육을 할지 몰라도 독일 법에 위반되므로 우리는 당신을 기소해야 합니다.” 

그 여학생의 아버지는 ‘좋은 독일인’이 되는 교육을 따로 받은 셈이다. 독일에서는 자녀가 16세가 되면, 즉 성인이 되면 부모는 자식에 대해 법적으로 아무 권한이 없다. 자신의 문제는 자신이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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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수|독일 본대 의대 종신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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