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월호

겹눈으로 본 ‘MB 재판’

5대 관전 포인트

“‘다스 MB 소유’ 깨지면 文정부 역풍”

  • 입력2018-04-22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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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 68억 대납’ 진술에 의문

    • 영포빌딩 문건, 검찰에 천군만마?

    • “재판정에서 측근 진술 번복 가능성”

    • “여론재판으로 흐를 것”

    [동아DB]

    [동아DB]

    “다스의 진짜 주인은 누구냐?” 

    구속 기소된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재판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다스’다. 검찰이 MB에게 적용한 뇌물수수, 횡령, 조세포탈 등 16가지 혐의 중 상당 부분이 ‘다스의 실소유주는 이명박’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이 전제가 입증되지 못하면 공소 유지가 힘들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MB 측은 검찰 기소가 잘못된 전제에서 출발한 만큼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주식을 단 한 주도 갖고 있지 않은데도 검찰이 무리하게 몰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1심 재판에서는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라는 점을 입증하려는 검찰 측과 그 전제를 깨뜨리려는 MB 측의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다스 실소유주=이명박? 

    검찰은 MB를 기소하면서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인 사실을 확인했다”는 말로 브리핑을 시작했다. 그만큼 다스 실소유주를 밝혀내는 데 주력해왔다는 뜻이다. 검찰이 MB를 다스의 실소유주로 지목한 근거는 △이 전 대통령이 자본금을 조달하는 등 설립을 주도했고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 권한을 행사했고 △경제적 이익을 향유했다는 점이다. 

    검찰은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도 제시했다. 김성우 전 다스 사장으로부터 ‘MB가 사실상 다스의 설립자였다. 설립 내용을 보고하고 관련 지시를 받았다’는 자술서를 받았다. 다스 전·현직 임원과 MB의 재산관리인인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의 진술서도 확보했다. 검찰은 MB가 김성우 전 사장에게 2006년 초 비자금 조성을 중단토록 지시한 것은 실소유주가 아니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본다.



    “혜택 받았다고 실소유주냐”

    MB의 아들 이시형 씨가 2010년 8월 해외영업팀 과장으로 다스에 입사한 뒤 2015년 1월 기획본부장(전무이사)으로 초고속 승진한 것도 ‘실소유주의 아들’이었기에 가능했다고 검찰은 본다. 승계를 위한 준비가 아니었느냐는 것. 이 전 대통령이 비자금 조성 등의 방식으로 다스에서 349억 원을 횡령했다는 혐의도 둔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은 강력 부인한다. 자신은 다스의 주식을 단 한 주도 갖고 있지 않으며 가족기업이기 때문에 설립에서부터 운영까지 경영상 조언을 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은 ‘옥중 입장문’을 통해 “‘실질적 소유권’이라는 이상한 용어로 정치적 공격을 하는 것은 황당한 일”이라고 반발했다.
     
    이 전 대통령 변호인단에 합류한 최병국 전 의원은 “법적으로는 대법원 판례도 그렇고,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실소유주라고 할 수 있나. 검찰의 주장은 모두 정황뿐이지 아무런 증거도 없지 않으냐. 다스로부터 이런저런 혜택을 받았다는 점이 실소유주라는 확증이 되느냐”라고 반박했다. 그는 또 “일반적으로 공소사실은 6하 원칙에 맞는데 이번 공소장을 보면 그렇지 못하다”라면서 “예를 들어 ‘대통령의 권한이 막강하다’는 식의 표현이 있는데 이는 법률적 용어가 아니다. 잘못했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 사용한 용어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박형준 전 청와대 사회특별보좌관은 “검찰이 굉장히 무리하게 모든 것을 엮었다”면서 “검찰의 주장은 증거가 없고 모두가 정황뿐이지 않으냐.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실소유주라고 할 수 있나”라고 말했다. 그는 “법리적으로만 보면 검찰이 절대 이길 수 없는 내용이다”면서도 “하지만 법원이 여론의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운 판결을 내릴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한 정치권 인사는 “MB 재판은 정치적 성격도 갖고 있다. 재판에서 이 사건 핵심인 ‘다스 소유주=MB’가 깨지면 정치보복이란 주장이 힘을 얻으면서 문재인 정부가 역풍을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핵심 인물 김석한’ 조사 못 해

    이명박 전 대통령이 수감된 서울동부구치소. [홍진환 동아일보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이 수감된 서울동부구치소. [홍진환 동아일보기자]

    삼성의 다스 소송비 = 직접 뇌물? 

    검찰은 다스가 BBK에 투자한 140억 원을 돌려받기 위해 김경준 전 BBK 대표를 상대로 미국에서 소송을 하는 과정에서 소송비용 585만709달러(약 67억7400만 원)를 삼성이 대신 납부했다면서 ‘직접 뇌물’로 판단했다. 이 전 대통령이 혐의를 받고 있는 전체 뇌물(110억 원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죄는 수뢰액수가 1억 원이 넘으면 무기징역이나 10년 이상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MB의 혐의 중 형량이 가장 무거운 부분이다. 그러나 이 부분도 ‘제3자 뇌물공여죄’가 아닌 ‘뇌물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다스가 MB의 소유라는 전제가 성립돼야 한다. 

    검찰은 미국 로펌 ‘에이킨 검프’의 변호사이던 김석한 씨가 이학수 당시 삼성그룹 전략기획실장을 통해 자금을 지원받았고, 이 전 대통령이 이를 보고받은 것으로 파악했다. 이학수 전 실장과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도 이를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툼의 여지 충분”

    그러나 법조계에선 “두 사람의 진술이 증거능력을 갖고 있지만 다툼의 여지가 충분하다는 점에서 결정적인 단서가 될지는 미지수”라는 의견도 상당하다. 

    이에 검찰은 MB 소유의 서초동 영포빌딩 압수수색에서 다스의 미국 소송상황을 이 전 대통령에게 보고한 ‘VIP 보고사항’ 문건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해당 문건에는 에이킨 검프에 들어가는 소송비용을 월 12만5000달러씩 삼성에서 지불하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이 돈을 ‘컨설팅비’ 명목으로 송금했다고 한다. 문건 작성자는 이 전 대통령의 집사인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다. 이 전 대통령은 이 문건을 “조작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건희 삼성 회장도 뇌물 제공 대가로 2009년 12월 31일 ‘원 포인트 특별사면’을 받는 등 혜택을 누렸다는 점을 공소장에 포함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 부분 역시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그 대가로 이건희 회장을 사면했다는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거짓이다. 당시 이 회장은 IOC 위원 신분이 박탈될 위기에 있었고, (평창)동계올림픽을 유치하는 데 기여하도록 하자는 국민적 공감대와 각계의 의견을 받아들여 사면했던 것”이라고 했다. 

    뇌물공여 최종책임자인 이건희 회장은 현재 와병 중으로 조사가 불가능하다.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MB에게는 에이킨 검프가 무료 변론을 한다고 하고, 삼성에서 돈을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한다. MB의 한 측근은 “당시 청와대에 있는 어떤 참모가 삼성이 소송비를 대납하는 것을 용인할 수 있겠느냐”면서 “중간 역할을 했던 김석한 변호사를 조사해야 모든 것이 해소될 수 있지만 미국 시민권자인 관계로 그렇게 하지 못하는 점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제 발등 찍은 문건?

    MB 측, “영포빌딩 문건, 상황 고약해져” 

    검찰이 이 전 대통령 기소에 동원한 문건 상당수는 영포빌딩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검찰이 영포빌딩 지하에서 압수한 청와대 문건은 3400여 건에 달한다. 이 문건들은 이 전 대통령 측이 가져 나오지 않고 대통령 지정기록물로 남겼다면 최장 30년까지 공개되지 않을 수 있었다. ‘실무 직원들의 실수로’ 챙겨 나오는 바람에 오히려 검찰 측 증거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전 대통령의 한 측근은 “영포빌딩 자료를 대통령 지정기록물로 신청했지만 수용되지 않은 듯하다”면서 “증거로 채택되면 불리하게 작용할 텐데 상황이 고약하게 됐다”고 말했다. MB 측은 영포빌딩에서 발견된 대통령 기록물과 관련, 고의 유출이 아니라 ‘단순 실수’라는 입장이다. 청와대에서 이삿짐을 가져오는 과정에서 분류 착오로 개인 짐으로 이송됐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등 돌린 측근들, 왜?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과 김성우 전 다스회장,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 등 한때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사람들이 줄줄이 검찰 수사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진술을 내놓았다. 

    이 전 대통령의 ‘분신’으로 불릴 정도로 오랜 기간 함께했던 김희중 전 제1부속실장이 제일 먼저 등을 돌렸다. 김 전 실장은 다스와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에 대해 깊숙하게 관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저축은행 사건에 연루돼 수감되고 부인이 사망하는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과 척을 지게 된 것으로 들린다. 

    ‘집사’로 불린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은 국정원 특활비 상납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된 이후 입을 열기 시작했다. 김 전 기획관은 이 전 대통령 지시로 삼성이 다스 소송비용을 대신 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기획관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모든 진실이 밝혀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측근들의 진술에 대해 “본인 처벌을 줄이기 위한 허위 진술”이라고 일축했다. 일부 측근의 경우 가족 문제 때문에 검찰에 협조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어쨌거나 향후 재판에서 이들이 진술을 번복하지 않을 경우 이 전 대통령은 핵심 측근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난처한 상황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특보는 “심리적인 압박 때문에 검찰에서는 그런 진술을 했더라도 재판에서 번복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MB는 盧 구속 반대”

    정치보복 프레임 먹혀드나? 

    이 전 대통령에 집중된 각종 혐의에도 불구하고 그의 구속을 둘러싼 정치보복 논란은 여전히 꺼지지 않고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4월 13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구속됐으니 정치보복 이제는 그만했으면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앞서 이 전 대통령은 ‘옥중 입장문’을 통해 “‘이명박이 목표다’라는 말은 문재인 정권 초부터 들렸다”라면서 “무술옥사(戊戌獄事)”라는 말로 ‘정치보복’임을 부각했다. 

    그러나 다스 실소유주와 관련한 측근들의 진술 및 정황증거들이 나오면서 상황은 다소 변했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여론이 악화돼 정치보복 프레임은 힘을 잃어가고 있다. 이와 관련, MB 측은 “확인되지 않은 검찰의 일방적인 수사 내용이 여과 없이 언론에 흘러들어 이 전 대통령을 파렴치범으로 몰아간 것이 사실이지 않으냐”고 말했다. 이 측근은 재판도 여론재판으로 흐를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이 전 대통령의 한 측근은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사할 때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예의를 갖추고 최악의 경우라도 불구속 기소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면서 “지금은 너무 심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측근은 “재판은 증거에 따라 움직이는 생물이다. 정치보복 주장이 다시 힘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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