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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예산통’ 출신 박춘섭 조달청장

“끊임없는 소통으로 ‘조달통(通)’ 될 터”

  • | 김진수 기자 jockey@donga.com

‘예산통’ 출신 박춘섭 조달청장

  • ●기획재정부 예산실장 출신 첫 조달청장
    ●청(廳) 내외 익명 게시판 신설, 허심탄회한 소통
    ●해외조달시장 진출·혁신성장 통한 일자리 창출
    ●문재인 정부 첫 정부업무평가 ‘우수기관’ 선정
[홍중식 기자]

[홍중식 기자]

5월 31일 오후 3시,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 서울지방조달청 3층 집무실. 문이 활짝 열려 있다. 직원 격려차 이날 서울청을 찾은 박춘섭(58) 조달청장은 대뜸 문 얘기부터 꺼냈다. 

“정부대전청사 내 본청이든, 서울청이든 재실 중엔 늘 청장실 문을 열어놔요. 직원들이 언제든 부담 없이 찾아오라는 일종의 상징적 의미랄까요.” 

박 청장은 기획재정부 예산실장 출신의 첫 조달청장. 행정고시 31회로 1988년 시작한 30년 공직생활 중 23년을 예산 분야에서만 보낸 자타 공인 ‘예산통’이다. 지난해 7월 24일 청장 취임 직전까지도 나라 살림을 총괄하는 기재부 예산실장으로서 2018년도 예산 편성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11조2000억 원 규모의 ‘일자리 추가경정예산’ 실무 총책임자이기도 했다. 그래선지 청(廳) 안팎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다. 

그런 박 청장이 부임하자마자 던진 화두는 ‘소통.’ 맨 먼저 청 내 온라인 게시판부터 익명 방식으로 전환했다. 조직 내 원활한 소통이야말로 구성원의 만족도뿐 아니라, 업무성과 향상에도 필수적이라 여겨서다. 지난해 10월부터 운영 중인 익명 게시판(IP주소 추적 불가)을 통해 그동안 인사(승진·전보 등)·성과 등 조직 운영, 가격 산정, 불필요한 일 버리기 등 업무 관련 아이디어와 다양한 의견이 개진됐다. 이는 조달청이 나이·직급에 관계없이 어떤 분야든 막힘없이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건강한 조직으로 성장해가는 밑거름으로 작용하고 있다.


“소통은 인체의 혈관 같은 것”

소통 행보는 청 내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올해 3월엔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 ‘나라장터’에 쌍방향 소통 창구인 ‘조달통(通)’도 개통했다. 각 부처, 공공기관 등 수요기관과 조달기업의 사용자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기관’ ‘기업’으로만 표시해 자유로운 글쓰기를 유도함으로써 외부에서 제안된 제도 개선 의견과 댓글 등을 분석해 조달 정책에 적극 반영하기 위해서다. 

“소통은 인체에 비유하면 혈관과 같아요. 혈관이 막히면 사람이 죽듯, 조직도 소통 통로가 막히면 생기를 잃고 성과도 내지 못하죠. 끊임없는 소통으로 제 자신부터 ‘조달통’이 되려 합니다.” ‘건강한 조직은 시끄럽다’는 게 그의 지론. 

소통의 중요성에 대한 강조는 박 청장이 취임 이후 방점을 찍고 중점 추진 중인 3가지와 궤를 같이한다. ▲조달행정을 통해 최대한 많은 일자리가 창출되게 노력하는 것 ▲조달 제도를 시장과의 소통에 기반을 두고 고객 중심으로 운영하는 것 ▲소통·협업이 잘되는 ‘열린 조달청’을 만드는 것이다. 특히 대규모 공공구매력을 활용해 혁신성장과 사회적 가치 구현 등 정부정책 지원에 적극적 역할을 수행하는 게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라 생각해 지난해 9월 ‘공공조달을 통한 국정과제 지원계획’을 발표했다. 같은 해 12월엔 전 직원 워크숍, 관련기관 의견 수렴 등을 거쳐 향후 5년간 조달행정의 밑그림이 될 ‘고객 중심 조달행정 발전방안’을 내놨다. 

발전방안의 주요 과제 내용은 ‘신기술 기반의 나라장터 전면 재구축’ ‘창업·벤처기업의 공공조달 참여 활성화’ ‘전략적 해외조달시장 진출 지원 및 국제협력 강화’ 등 38개다. 이 중 26개 과제는 올해 안에 완료하고, 6개는 2019년까지, 시스템 구축이나 법령 제·개정을 요하는 사업은 2021년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박 청장은 발전방안 마련 배경에 대해 “4차 산업혁명 시대 신산업 발전, 신기술 융·복합제품 등장으로 고객 수요 및 요구가 급변해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조달체계가 필요해짐에 따른 것”이라며 “향후 조달행정 5개년 계획이라는 청사진을 그리는 게 문재인 정부 초대 조달청장으로서의 책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고객 중심 조달행정 발전방안’

일자리 창출은 현 정부의 최우선 국정과제. 이와 관련, 조달청은 연간 60조 원 규모의 공공조달 재원 집행 과정에서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는 조달정책 수단을 이미 운영 중이다. 정부 입찰 및 우수조달물품 심사 시 고용창출 우수기업의 적격심사 신인도 가점 상한 확대, 임금체불이나 최저임금 위반 등 주요 노동관계법 위반 기업에 대한 불이익 조치, 사회적경제기업에 대한 입찰 우대 확대 등이 그것이다. 올해는 혁신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 지원에 역점을 둔다. 먼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창업·벤처기업의 성장 촉진과 지원체계 개선을 통해 ‘진입→성장→도약’의 조달시장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기술력이 우수한데도 정보 부족 등으로 해외 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조달기업의 해외조달시장 진출 지원도 강화한다. 기술 경쟁력을 지닌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려 2013년부터 해외조달시장 진출 유망(G-PASS)기업(국내 조달시장에서 기술력, 품질 등이 검증돼 해외조달시장 진출 가능성이 높다고 인정된 중소·중견업체) 제도를 통해 전시회 참가 및 수출 상담회 개최 등 각종 해외 수출 지원사업을 수행해왔다. 그 결과, 지난해 G-PASS기업의 수출 실적은 2013년의 1억3000만 달러에 비해 4.5배 늘어난 5억8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올해 3월엔 ‘조달시장수출지원태스크포스(TF)’를 신설해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지원을 모색하고, 조달시장에 특화된 수출지원 정책도 발굴하고 있다. 

창업·벤처기업의 조달시장 진출도 촉진한다. 이를 위해 ‘벤처나라’ 활성화, 신기술·융합제품의 조달시장 조기 진입 지원, 창업·벤처기업 전담지원센터 설립 등을 추진 중이다. 2016년 10월 개통한 벤처나라는 기존 전자조달시스템인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에서 거래가 어려운 신기술, 융합·혁신 분야 제품과 서비스를 공공기관에 판매하는 창업·벤처기업 전용 쇼핑몰이다. 입찰 참가자격 실적제한 폐지, 다수공급자계약(MAS) 납품실적 제출 완화 대상 확대, 창업기업 정의(定義) 및 납품실적 인정기간 확대 등을 통해 창업·벤처기업의 조달시장 진입 장벽도 한껏 낮췄다. 

조달청은 이 밖에도 2002년 개통 이후 16년째 사용돼 노후화가 심각한 나라장터 시스템의 전면 개편, 정부 물품의 공동 이용 활성화와 국유재산 및 원자재 비축관리 효율화 등에도 힘쓸 계획이다. 

박 청장은 치밀한 일 처리로 정평이 나 있다. 경제 전반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 공정하고 효율적인 조달행정으로 국정과제를 지원할 적임자로 꼽힌다. “예산실장 출신이 조달청장으로 임명된 건 그간 기재부에서 겪은 거시적 차원의 다양한 공직 경험을 살려 국가 재정 집행을 효율화하고 그 과정에서 국가 정책을 지원하라는 주문 아닐까요?” 박 청장은 “올해 1월 국무조정실이 42개 중앙행정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7년 정부업무평가’에서 조달청이 14년 만에 우수기관으로 선정되는 등 바쁘게 달려온 지난 10개월이었다”며 “앞으로도 최고 일류 조달기관으로 도약하기 위해 내·외부 업무혁신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인터뷰 후 기자를 문밖까지 배웅하는 박 청장을 뒤로하고 돌아서는 길. 1층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다소 시간이 지체됐다. 문득 고개 돌려 바라본 청장실 문은 활짝 열린 그대로였다.


신동아 2018년 7월 호

| 김진수 기자 jo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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