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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그라운드 개발사의 수상한 거래

“펍지 (최대주주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장), 3개 상법 조항 위반 가능성” -회계감사인 vs “법 위반은 절대 없다” -펍지

  • |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배틀그라운드 개발사의 수상한 거래

  • ● 펍지는 ‘블루홀’의 100% 자회사
    ● 최대주주는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장
    ● ‘자회사의 모회사 주식 취득 금지’ 조항 위반 의혹
    ● ‘이사의 주식 자기거래 금지’ 조항 위반 의심
    ● ‘이사의 선량한 관리자 주의의무’ 위반 가능성 지적도
    ● 블루홀 측 “의혹 가질 수 있지만 해석의 차이”
    ● 블루홀 측 “대주주 경영권 방어 꾀했다는 프레임 답답해”
지난해 출시돼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킨 슈팅게임 배틀그라운드. [사진제공·블루홀]

지난해 출시돼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킨 슈팅게임 배틀그라운드. [사진제공·블루홀]

2017년 3월 24일 인터넷 슈팅게임 ‘배틀그라운드’가 사전판매 형태로 혜성처럼 등장했다. 같은 해 8월 배틀그라운드는 한국 게임 사상 처음으로 글로벌 게임 플랫폼 ‘스팀’에서 동시 접속자 수 1위에 올랐다. 한때 배틀그라운드에 동시 접속한 사람 숫자는 인천시 인구(약 292만 명)를 웃도는 310만 명에 달했다. 

배틀그라운드의 개발사는 펍지㈜다. 독특한 이 회사 이름에도 배틀그라운드의 그림자가 아른거린다. 배틀그라운드의 정식 명칭인 ‘PLAYERUNKNOWNS BATTLEGROUNDS’의 약자(PUBG)이기 때문이다. 현재 펍지를 이끄는 대표도 배틀그라운드 총괄 PD 출신인 김창한(44) 씨다. 

펍지는 블루홀의 100% 자회사다. 블루홀은 게임과 거리가 먼 사람들에게도 낯설지 않은 회사다. 이 회사 창업자는 장병규(45)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장관급). 장 위원장은 국내 벤처업계에선 신화적 인물로 꼽힌다. 그는 대구과학고와 카이스트 전산학과를 졸업한 후 1996년 원클릭·세이클럽 등의 서비스로 유명한 ‘네오위즈’를 공동 창업했다. 

이후 장 위원장은 2005년 검색엔진 ‘첫눈’을 창업해 이듬해 네이버(NHN)에 매각하며 재차 유명세를 떨쳤다. 2007년에는 게임개발사 블루홀과 벤처캐피털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를 설립해 화제의 한복판에 섰다. 이후 지난해 9월 초대 4차산업혁명위원장에 임명됐다.


여론 도마에 오른 블루홀

블루홀이 6월 22일 정정 공시한 사업보고서와 삼정회계법인이 블루홀 자회사 펍지가 3개 상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부분(오른쪽).

블루홀이 6월 22일 정정 공시한 사업보고서와 삼정회계법인이 블루홀 자회사 펍지가 3개 상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부분(오른쪽).

장 위원장은 블루홀 보통주 16.9%, 우선주 3.7%(149만6533주)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공직자윤리법상 장관급 고위공직자의 경우 직무상 관련 있는 3000만 원 이상의 보유 주식은 매각하거나 금융기관에 신탁해야 한다. 하지만 장 위원장은 주식을 처분하지 않은 채 현재까지 블루홀 이사회 의장직을 합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법상 주식 백지신탁 규정에서 자유로운 민간 조직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장 위원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블루홀이 최근 상법을 3가지나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으로 논란을 빚고 있다. 국내 4대 회계법인 중 하나인 삼정회계법인은 6월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정정 공시된 블루홀 사업보고서를 통해 “블루홀 자회사인 펍지㈜가 3개의 상법 조항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회계감사 의견을 냈다. 

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블루홀의 자회사 펍지는 우회로를 통해 모회사인 블루홀 주식을 취득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상법 제342조 2항은 ‘자회사에 의한 모회사 주식의 취득을 금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회사의 업무를 감독하고 실행할 지위에 있는 펍지 이사들이 재산권 행사를 이유로 거래에 나서 ‘이사 등과 회사 간의 거래를 금지’한 상법 제398조를 위반했다는 혐의도 받는다. 이들 의혹이 사실로 인정되면 이사들은 상법상 손해배상 의무를 져야 하는데, 삼정회계법인은 “문제가 된 계약이 정당한 경영상 판단인지 여부에 따라 상법 제399조(회사에 대한 책임) 제1항 위반에도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과연 이러한 의혹은 어디까지가 사실일까.


돈 잘 버는 자회사 통해 블루홀 지분 확보?

먼저 ‘자회사에 의한 모회사 주식의 취득’ 문제를 살펴보자. 삼정회계법인은 “블루홀 자회사인 펍지가 삼성스카이제일차㈜와의 TRS(총수익 스와프)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는 상법 제342조의2에서 금지한 ‘자회사에 의한 모회사 주식의 취득’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으며, 만약 그러한 경우 (계약이) 무효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지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블루홀의 주주명단과 TRS 계약의 거래 구조를 들여다봐야 한다. 2017년 12월 31일 현재 5% 이상 지분을 가진 블루홀 주주는 장 위원장과 케이넷컬쳐&콘텐츠벤처펀드(K-Net Culture&Contents Venture Fund, 이하 케이넷), 알토스벤처(Altos Venture IV, L.P, 이하 알토스), 삼성스카이제일차㈜(이하 삼성스카이)다. 이 중 케이넷과 알토스는 벤처캐피털(VC)이다. 이외에 936명에 이르는 소액주주는 블루홀의 주식을 총 132만1528주 보유해 18.2%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감사 과정에서 문제가 된 주주는 특수목적법인(SPC)인 삼성스카이다. 

특수목적법인은 말 그대로 특수한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회사다. 문제는 블루홀이 특수목적법인을 활용한 방식이 여러모로 석연치 않다는 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블루홀 자회사 펍지는 특수목적법인인 삼성스카이와 2017년 9월 22일과 2017년 11월 9일 각각 블루홀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1788억 원 규모의 TRS 계약을 체결했다. 펍지가 삼성스카이에 1788억 원 규모의 블루홀 주식을 대신 사달라고 요청한 셈. 계약 만기는 올해 9월 26일이다. 

TRS 계약에서 투자자는 증권사에 주관사를 맡겨 특수목적법인을 설립케 한다. 이후 특수목적법인은 투자자가 원하는 주식을 대신 사들여 관리한다. 대신 증권사와 특수목적법인은 투자자로부터 수수료를 받는다. 그렇다면 투자자는 무슨 이득을 얻을까? 이 거래를 활용하면 투자자는 특정 주식에 대해 실제 지분을 보유하지 않고도 지분 보유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A기업은 B기업 지분 10%가 필요하다. 이를 주식시장에서 직접 사려면 3000억 원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A기업은 당장 이 돈을 마련하기 어렵다. 이에 A기업은 C증권사를 주관사로 선정해 TRS를 설계한다. 이에 C증권사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은 여러 투자자로부터 모집한 투자자금으로 B기업의 지분을 매수하고, 이 지분은 A기업에 우호적인 ‘백기사’가 된다. A기업은 C증권사와 특수목적법인에 수십억 원 수준의 수수료만 제공하면 된다. A기업은 적은 돈으로 우호 지분을 얻고 C증권사는 수수료를 버니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셈이다. 

여기에 더해 TRS를 활용하면 대형 M&A(인수합병) 과정에서 부채비율 증가 등 재무제표상의 불이익(훼손)을 피하면서 인수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적대적 M&A에서는 주식 매집 사실을 숨길 수도 있다. 투자자는 그 대가로 증권사와 특수목적법인에 수수료를 지급한다. 

블루홀 자회사 펍지의 TRS 거래는 자금을 부채 증가 없이 조달하기 위한 것도, 주식 매집 사실을 숨기기 위한 것도 아니었다. 삼성스카이는 삼성증권이 펍지와 TRS 계약을 맺고 설립한 특수목적법인으로서, 이 계약에서 투자자는 펍지이고 주관사는 삼성증권이다. 특수목적법인인 삼성스카이가 대신 사들여야 하는 주식은 다름 아닌 펍지의 모회사인 블루홀의 주식. 거래 구조상으로만 보면 자회사(펍지)가 우회로(TRS 계약)를 통해 모회사(블루홀) 주식 지분 보유 효과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 

상법은 자회사의 모회사 주식 취득을 금지하고 있다. 자회사의 보유 주식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모회사가 자기 주식을 가진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일반주주의 이익을 침해하고 회사의 지배구조를 왜곡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펍지가 TRS 계약 체결 상대방인 삼성증권에 지급한 수수료는 31억 원이고 삼성스카이에 앞으로 지불해야 할 연간 수수료는 70억 원에 이른다. 또 펍지는 이 거래를 위해 총 1870억 원 상당의 예금까지 삼성스카이에 담보로 제공했다. 

이뿐 아니라 펍지는 TRS 거래를 담보부 차입으로 회계처리했다. 즉 펍지가 삼성스카이에 지급키로 약정한 확정 계약금액을 단기차입금으로 계상했다는 의미다. 펍지의 재무제표에 명시된 차입금 및 매도가능증권의 가액은 1788억4700만 원에 달한다. 이에 일부 전문가들은 “펍지가 모회사 주식을 취득하기 위해 재무구조 악화를 무릅썼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블루홀의 재무구조 좋지 않아 보여”

TRS 거래를 연구해온 이총희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공인회계사)은 “흔히 볼 수 없는 매우 이례적인 TRS 구조다. 상법대로라면 펍지가 블루홀 주식을 취득하면 안 된다. 외견상으로 블루홀의 재무구조가 좋지 않은 데다 증자도 실질적으로 어려웠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회계업계 관계자도 “블루홀이 가용자금이나 담보로 제공할 자산이 없어 자회사인 펍지가 예금을 담보로 제공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블루홀의 법률자문을 맡은 모 법무법인 측은 “이번 TRS 계약에서 삼성스카이는 제3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블루홀 주식을 취득했다. 따라서 블루홀 주식을 취득한 자금은 펍지가 출연한 게 아니니 자회사에 의한 모회사 주식 취득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여기서 ‘제3의 투자자’는 삼성증권 혹은 삼성증권이 모집한 투자자들로 풀이된다. 즉 펍지가 직접 주식을 산 게 아니라 주관사인 삼성증권이 여러 투자자로부터 조달한 자금으로 삼성스카이가 산 것이니 ‘자회사(펍지)의 모회사(블루홀) 주식 취득이 아니다’라는 반박이다. 

또한 이 법무법인 측은 펍지가 삼성스카이에 담보를 제공한 것과 관련 “TRS 계약 체결 시점 이후 순차적으로 예금채권을 담보로 제공했다”며 “이는 삼성스카이가 블루홀 주식을 매수하기 위한 자금을 조달하는 데 기여한 게 아니므로 자금 출연 주체를 펍지라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쉽게 말해 삼성스카이가 주식을 산 후 담보가 제공됐기 때문에 주식매수자금과는 직접적 연관이 없다는 뜻이다. 

이번 거래에서 또 하나 논란거리는 특수목적법인 삼성스카이에 주식을 처분한 당사자 중에 블루홀 및 자회사(펍지) 임직원들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 임직원은 블루홀 주식 17만6000주, 약 845억 원어치를 삼성스카이에 매각했다. 이외에 벤처캐피탈(VC) 등 초기투자자 일부도 삼성스카이에 주식을 팔았다. 이렇게 해서 삼성스카이가 끌어모은 블루홀 주식은 총 37만2597주(5.1%)다.


계약 결의한 이사들이 주식 매각 당사자

2017년 12월 5일 ‘신동아’와 인터뷰 중인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장. [김성남 기자]

2017년 12월 5일 ‘신동아’와 인터뷰 중인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장. [김성남 기자]

공시된 블루홀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펍지는 TRS 거래에서 삼성스카이에 주당 48만 원의 원금을 보장했다. 즉 TRS 계약 만료까지 블루홀 주가가 48만 원보다 하락하면 펍지가 이에 따른 손실을 보상해야 한다는 뜻이다. 회계업계는 이런 정황을 근거로 삼성스카이가 블루홀 임직원들의 주식을 매입할 때 또한 주당 48만 원을 보장해주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블루홀은 그간 임직원들에게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꾸준히 부여해왔다. 2017년 10월에는 임직원들에게 주당 7262원에 스톡옵션을 부여했다. 만약 48만 원에 매입한 게 맞다면 산술적으로 블루홀 임직원들은 이번 거래로 66배의 시세차익을 본 셈. 이에 대해 도의적 책임을 거론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왜일까.

현재 블루홀 주식은 장외시장에서 거래 중이다. IPO(기업공개) 시기도 분명치 않아 제도권 주식시장 진입도 여의치 않다. 사실상 주식이 묶여 있는 셈이다. 주식을 매도하려면 사설 장외 사이트를 활용하거나 개인 거래에 나서야 한다. 

이와 관련해 블루홀 관계자는 “매도자 가운데 일부 임직원뿐 아니라 초기 투자자들도 있다. 그간 주식이 오래 묶여 있어서 이들 사이에서도 구주 엑시트(Exit, 투자금 회수)를 원하는 목소리가 많았다”면서 “삼성스카이가 매수에 나선 데는 이런 수요를 해소해주기 위한 목적도 작용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회계업계 관계자는 “묶인 건 어느 주주에게나 같은 상황인데 과연 소액주주 중에는 엑시트 수요가 없었을까. 임직원들은 특수목적법인에 회사의 담보까지 제공하면서 주식을 매각하고, 소액주주는 여기서 완전히 소외된 꼴”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회계감사를 맡은 삼정회계법인이 상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고 문제 삼은 건 이들 업체 이사들의 자기거래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1차 TRS 계약 승인을 위해 개최된 이사회에는 펍지의 이사 3명 중 2명이 참석했다. 그런데 이에 참여한 이사들이 삼성스카이에 블루홀 주식을 매각한 당사자였다. 이들은 이사회를 통해 회사로 하여금 예금을 담보로 내걸게 하고, 한편으론 거액의 수수료까지 특수목적법인에 지급하게 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블루홀 주식을 특수목적법인에 팔았다. 

우리 상법은 ‘이사가 자기 또는 제3자의 경제상의 이익을 위해 회사와 거래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상법은 ‘이사’를 ‘회사의 업무집행을 감독하고 실행하는 자’로 규정한다. 따라서 이사와 회사가 거래하면 자신 개인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해 회사에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다. 펍지 이사회 역시 이런 지적에서 자유롭지 않다. 

삼정회계법인은 “이는 상법 제398조에 따라 요구되는 유효한 이사회의 승인이 없는 이사의 자기거래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으며, 만약 그러한 경우 본거래는 무효가 될 수 있다. 결의에 찬성한 이사들은 상법 제399조 제1항에 따른 손해배상 의무를 부담할 가능성이 있다”고 기재돼 있다. 만약 이런 지적이 옳다면 임직원들이 삼성스카이에 주식을 매각한 거래도 무효가 될 가능성이 크다.


블루홀, “TRS 계약은 회사의 경영상 판단”

반면, 블루홀의 법무법인 측은 “펍지 이사들은 TRS 계약 주체에 해당하지 않는다. 펍지가 삼성스카이에 지급하는 수수료는 펍지 이사들에게 귀속되지 않기 때문에 이 계약이 펍지 이사들의 명의나 계산으로 이뤄지는 거래라 볼 수 없다”면서 “일부 이사가 모회사 주주로서 주식을 매도한 건 주주 개인의 권리를 행사하는 행위이지, 펍지와 어떤 이해 충돌도 일으키지 않는다”고 반론했다. 

쉽게 말해 펍지 이사들의 블루홀 주식 매도는 개인의 재산권 행사이고, 이사들이 자신이 속한 회사인 펍지와 거래한 게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해명이다. 하지만 회계업계의 관계자는 “펍지는 블루홀의 100% 자회사이므로 온전한 블루홀의 소유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해 충돌이 없다는 법무법인 측 반론은 이와 같은 지배구조를 간과한 셈”이라고 반박했다. 

TRS 거래의 경우 주식을 사서 발생하는 원금 손실은 투자자가 책임져야 한다. 이 때문에 거래 자체가 위험부담을 안고 있다. TRS 거래에서 주가 하락 등 기초자산 변동에 따른 손실은 재무제표에 평가손실로 잡힌다. 펍지는 삼성스카이와의 TRS 계약에서 매입 주식당 48만 원을 보장했다. 

이를 두고 삼정회계법인은 “펍지는 TRS 계약에 따라 회사(블루홀) 주식의 가치변동에 따른 위험을 부담하게 된다. 이와 관련해 정당한 경영상의 판단인지 여부에 따라 상법 제399조 제1항에 따른 ‘이사의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 위반’에 해당해 손해배상 의무를 부담할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을 냈다. 

블루홀의 시각은 삼정회계법인과 판이하다. 블루홀의 법무법인은 “이사가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수집·조사하고 검토 절차를 거친 다음 경영상 판단을 내렸다. 그 내용이 현저히 불합리하지 않으면 비록 사후 회사가 손해를 입게 되도 그 이사의 행위는 경영 판단의 재량 범위 내에 있다”고 반론했다. 

이와 관련해 블루홀의 한 관계자도 “향후 거래에 나설 때 삼성스카이가 원래 매수 가격보다 훨씬 높은 금액으로 블루홀 주식을 매도할 예정이라 펍지도 상당한 금전적 이득을 얻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회계업계 관계자는 “차익을 남겨 이번 TRS 거래의 정당성을 확보하려 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블루홀 “경영권 위태로운 상황 아냐”

블루홀은 대체 왜 자회사를 통해 이처럼 여러 가지로 논란의 소지가 큰 거래를 단행했을까. 기자가 이 문제를 취재하며 자문한 전문가들의 견해는 일치했다. “경영권 위협에 대한 방어 차원으로 풀이된다”는 분석이다. 

이총희 연구위원은 “특수목적법인이 매입한 주식 상당수가 블루홀과 자회사 펍지 임직원들 소유라는 점으로 미뤄보면, (블루홀의 경영진이) 회사가 외부에 팔려 (대주주의) 경영권이 위태로운 상황일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 수천 억 원을 들여야 살 수 있는 주식을 수백억 원의 수수료만 내고 쓰는 식이니 실제 경영권 유지에는 이 방법이 도움이 된다”면서도 “만약 이목이 집중된 대기업집단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매우 비난받을 만한 사례”라고 꼬집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펍지가 담보를 제공해 임직원의 주식을 특수목적법인으로 다 모으는 구조인데, 이는 실제 경영권을 방어할 때 흔히 쓰이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만약 다른 소액주주들의 권익을 침해했다면 이 역시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이 이런 의혹을 주장하는 건 그간 TRS가 경영권 방어에 활용돼온 선례 때문이다. TRS를 활용하면 추가 자금을 들이지 않고 우호 지분, 일종의 ‘백기사’를 확보할 수 있다. 펍지의 TRS 거래와 구조적으로 닮은 선례는 12년 전 현대엘리베이터의 TRS 거래다. 2006년 범(汎)현대가인 현대중공업그룹이 현대상선 주식 26.68%를 매수해 최대주주가 됐다. 당시 현대그룹은 순환출자 형태로 지배구조가 짜여 있었다. 이 중 현대상선은 현대로지스틱스, 현대증권, 현대아산 등 주요 계열사 지분 상당수를 보유한 사실상의 중간지주회사였다. 현대엘리베이터를 통해 현대상선을 지배하고 있던 현정은 회장으로서는 경영권 위협을 느낄 상황이었던 셈이다. 

이때 현 회장이 현대상선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꺼낸 카드가 바로 TRS거래였다. 당시 우량 계열사인 현대엘리베이터는 외국계 장외파생상품 전문 투자운용사들과 현대상선의 보통주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TRS 계약을 체결해 10% 내외의 우호적 지분을 확보했다. 

만약 현 회장이 이를 시장에서 직접 취득하려 했다면 당시 종가 기준 3000억 원 안팎의 자금이 필요했다. 이에 투자운용사들이 현대상선 등의 주요 주식을 대신 취득해 현대그룹에 우호적 의결권을 행사하는 대신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은 현대엘리베이터가 전액 보상하는 계약이 성사됐다. 하지만 TRS 계약 체결 이후 해운업은 침체를 거듭했다. 이에 현대엘리베이터가 TRS 거래 상대방인 투자운용사에 손실을 보전해줘야 할 금액이 급증했다. 많은 부침을 겪은 현대상선은 결국 현대그룹을 떠나 산업은행 자회사로 편입됐다. 

블루홀은 이런 경영권 방어 의혹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했다. 블루홀 관계자는 “그런 프레임이 만들어지는 게 답답하다. 경영상 판단으로 오랫동안 준비해온 계약이다. TRS 계약에 쓰인 담보와 수수료도 특정 주주를 위해 제공한 게 아니다”라면서 “블루홀은 공동설립자와 임직원 지분, 회사에 우호적인 초기 투자 벤처캐피털 지분을 합하면 경영권이 위태로운 상황이 아니다. 과정상 실수한 게 있다면 지적받는 게 맞다. 하지만 이번 TRS 계약이 무효가 될 가능성은 전혀 없을 거라 본다”고 반박했다. 

비록 블루홀이 강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만약 블루홀의 경영권을 위협하는 대상이 있다면 누구였을까. 펍지가 1차 TRS 계약을 체결한 2017년 9월 22일을 전후해 블루홀 경영권에 눈독을 들인 주체는 딱 한 곳, 중국 최대 인터넷기업 텐센트다. 텐센트가 배틀그라운드 출시 초기부터 블루홀 경영권에 군침을 흘려온 건 업계서도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中 텐센트, 블루홀의 적? 친구?

배틀그라운드 개발사의 수상한 거래
지난해 텐센트는 유상증자 제안 등 공세적으로 블루홀 경영권 인수를 추진해왔다. 하지만 블루홀은 이런 제안에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았다. 이에 텐센트는 벤처캐피털이 보유하고 있는 구주 인수에 나섰다. TRS 계약 체결 직후인 지난해 9월 27일 ‘한국경제신문’에는 “텐센트가 국내외 벤처캐피털 등이 보유한 블루홀 지분 일부를 약 700억 원에 사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텐센트는 경영권까지 인수할 수 있는 수준의 지분 인수를 원했지만, 실제 인수한 지분은 5% 이내의 미미한 수준”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6월 22일 재공시된 사업보고서에는 5% 이상 주주만 공개돼 있어 텐센트의 실제 지분을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이 와중에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6월 13일(현지시간)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텐센트가 블루홀 지분 10%를 매입하기 위해 기존 주주와 지분 매각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거래 규모는 약 5억 달러, 한화 약 5580억 원’이라고 보도했다. 이렇게 되면 텐센트는 당장 장 위원장에 이어 블루홀의 2대주주로 등극하게 된다. 현재 블루홀에는 장 위원장을 제외하고 두 자릿수 지분을 가진 주주가 없다. 

이와 관련해 블루홀 관계자는 “이번 TRS 계약은 의미 있는 규모의 해외 전략적 투자자 유치 프로젝트를 펍지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 삼성스카이는 이 프로젝트에서 자신들이 보유한 블루홀 주식을 매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서의 해외 전략적 투자자는 텐센트가 유력하다. 상법 위반 의혹까지 받고 있는 삼성스카이의 지분 5.1%가 텐센트에 팔린다는 뜻이다. 매각에 소극적이던 지난해와는 생각이 사뭇 달라졌다. 어느덧 텐센트와 블루홀은 ‘프레너미(frenemy·친구이자 적)’ 같은 관계가 된 듯하다. 삼성스카이의 지분만 품어도 텐센트는 2대주주 자리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블루홀 관계자는 “애초 이번 TRS 계약은 전략적 투자자 유치와 함께 구상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TRS 거래를 설계한 목적이 경영권 방어라는 세간의 의혹을 반박하기 위한 주장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 말대로라면 텐센트가 지난해 경영권에 군침을 흘렸을 때 블루홀은 밴처캐피털 같은 기존 일반주주의 소유 지분을 텐센트에 건네주기 위해 TRS 거래를 고안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계약 무효 가능성 거의 없어”

그렇다면 펍지의 TRS 계약 무효화는 상법상 과연 가능한 것일까. 금융당국 관계자는 “상장기업의 경우 소액주주권의 발동을 통해 경영진의 독단적 결정을 통제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경우처럼 모회사가 비상장회사이면 그럴 가능성이 거의 없다. 상법 제400조에 따르면 자회사 이사의 책임은 모회사(총주주)의 승인으로 면제될 수 있다. 펍지는 블루홀의 100% 자회사니 블루홀이 승인하면 펍지 이사들의 잘못된 결정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없다. 블루홀이 이와 관련해 계약 이전에 법무법인 검토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블루홀 측이 보내온 법무법인 자문서에는 “만에 하나 펍지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펍지의 100% 주주인 블루홀의 승인으로 펍지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 또한 치유된다”고 적혀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블루홀이 스스로에게 불리한 이 같은 사업보고서를 왜 지금에 와서야 공시했을까. 아마 회사 내부 누군가가 의혹을 제기하자 감사를 맡은 회계법인도 혹시나 모를 책임을 면하기 위해 보고서를 수정 재공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블루홀 관계자는 “공시된 사업보고서를 보고 의혹을 가질 수는 있다고 본다. 외부감사인의 판단도 그렇다. 하지만 위험에 대한 판단 수준이 다를 수 있다. 해석의 차이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삼정회계법인 측은 “감사인은 법적으로 감사 관련 사항을 발설할 수 없다”면서 “블루홀 측에 문의해달라”는 공식 입장을 전해왔다.


신동아 2018년 8월 호

|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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