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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 비서실장이 분석한 임종석

“대통령보다 강한 아주 특이한 비서실장”

  •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송국건 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전임 비서실장이 분석한 임종석

  • ● “자기PR과 월권”
    ● “너무 설치는 최초의 실장”
    ● “文, 쉽게 내보낼 수 있을까?”
10월 17일 강원도 철원 화살머리 고지를 시찰하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동아DB]

10월 17일 강원도 철원 화살머리 고지를 시찰하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동아DB]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의 자기정치.’ 이젠 누구나 알만한 유명한 논란거리가 됐다. 10월 17일 문재인 대통령이 유럽 순방을 떠난 사이, 임 실장은 서훈 국가정보원 원장, 정경두 국방부 장관,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대동한 채 지뢰 제거 작업이 한창인 강원도 철원 화살머리 고지를 방문했다. 선글라스까지 착용한 임 실장은 대통령 행세를 하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했다. 돌아와서는 청와대 홈페이지 첫 화면에 직접 내레이션을 삽입한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이 영상에 최전방 감시초소 통문번호가 노출돼 논란이 더 커졌다. 

남북공동선언이행추진위원장 자격으로 시찰했고 눈이 햇볕에 약해 선글라스를 착용했고 번호 노출을 시정했다고 부랴부랴 해명했다. 그러나 자기정치 논란은 활화산처럼 타올랐다.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은 “‘임종석 대통령, 문재인 비서실장’ 혹은 ‘대통령 위의 비서실장’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 아니냐. 비서로 살기 싫으면 그만두고 현실 정치에 뛰어들라”고 했다.


‘자기정치’ 논란

‘자기정치’라는 용어는 9월 첫 등장했다. 임 실장은 여야 대표의 평양 남북정상회담 동행을 요청하면서 “당리당략과 정쟁으로 어지러운 한국 정치에 ‘꽃할배’ 같은 신선함으로 우리에게 오셨으면 한다”고 했다. “야당을 훈계하거나 조롱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꽃할배가 어쩌고 저렇게 해선 안 된다. 비서실장이 자기정치를 하면 안 된다”고 했다. 

전희경-임종석 설전도 유명하다. 지난해 11월 6일 청와대 국정감사에서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이 “주사파와 전대협이 장악한 청와대, 과연 면면과 실력답다”고 쏘아붙이자 임 실장은 “그게 질읩니까”라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어 “국민의 대표답지 않게 질의하니까 그러죠”라고 언성을 또 높였다. “매우 모욕감을 느끼고 강력한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도 했다. 이후 전 의원은 페이스북과 유튜브에 “권력을 잡으니 운동권 지도부 하던 때의 오만과 독선이 주체가 안 되어 흘러나온다” “정곡 찔리면 아픈가? 이성 잃은 임종석 비서실장”이라고 썼다. 

지난해 7월 국민의당의 문 대통령 아들 특혜취업 의혹 가짜 녹취록과 관련해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머리 자르기’ 발언이 논란이 되자 임 실장은 ‘대리 사과’를 하기도 했다. 보기에 따라, 여당 대표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됐다.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청와대에 와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보다 임 실장을 먼저 찾았다. 아랍에미리트(UAE) 실권자의 측근인 칼둔 칼리파 무바라크 UAE 행정실장도 이낙연 국무총리나 강경화 외교부 장관 대신 임 실장을 만났다. 이럴수록 임 실장을 둘러싼 ‘상왕’ 논란은 더 커져갔다. 국회의장을 지내고 현실 정치를 떠나서 그런지 여야를 가리지 않고 고언을 거침없이 하는 박관용 전 대통령비서실장(김영삼 정부)이 임종석 비서실장을 분석했다. 

- 요즘 임종석 실장이 자기정치를 한다는 논란이 있어서요. 

“대통령비서실장은 대통령을 보좌하는 역할만 하는 스태프입니다. 국무위원도 아니고, 차관급이다 장관급이다 하는데, 급도 정확하지 않아요. 자기가 주장하고 정책을 제시하고…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임 실장의 월권은 문 대통령에게도 책임이 있어요. 남북정상회담준비위원회와 남북공동선언이행추진위원회를 두면서 위원장 자리에 임 실장을 앉혀요. 장관들이 위원들로 참석하는 자리에 비서실장이 위원장으로 들어오는 건 말이 안 되죠.”


“따라간 장관들도 속 빈 사람들”

- 전방시찰 건 때문에 자기정치 논란이 본격화됐죠. 

“대통령이 외국에 나갔을 때 국무총리가 직무대행을 하지만 비서실장이 일어나는 일들을 지켜봐야 해요. 그런데 임 실장은 자리를 뜬단 말이죠. 대통령이 해외에 나간 사이에 직급으로 보면 낮은 비서실장이 장관 셋을 대동하고 청와대를 비웠어요. 오만한 자세일 뿐만 아니라 따라간 장관들도 속이 빈 사람들이죠. 사람의 높고 낮음을 따지자는 게 아니고 나라에는 서열이 있는 겁니다. 장관들을 데리고 자기가 앞장서서 선글라스까지 끼고. 비서실장을 지낸 제가 이런 장면을 보면서 놀라웠어요. 안하무인이라는 인상을 받았어요. 질서가 없어졌어요. 장관의 체통도 없어지고.” 

- 청와대는 잘 운영되고 있다고 보나요? 

“지금 청와대 직원이 480명 정도 되는 모양이에요. 이러면 행정부가 일 못해요. 청와대는 관계부처에 전화해 ‘뭘 하고 있느냐, 전에는 뭘 했냐, 진도를 보고해라, 이것은 하느냐’ 하면서 만날 간섭해요. 300명 시절에도 청와대에 직원이 많다고 했어요. 지금은 훨씬 넓혀놨단 말이죠. 이렇게 전례 없이 청와대가 비대해진 것은, 청와대가 직접 다 하겠다는 뜻이죠.” 

- 과거에도 ‘제왕적 대통령, 비대한 청와대’ 지적이 있었는데요. 

“300명 갖고도 제왕적 대통령이라 했는데, 480명이 둘러싸고 있으면 제왕보다 더한 것이죠. 왜 청와대에 전대협 출신 특정 세력을 중용하는지도 의문입니다. 능력 위주로 해야죠.” 

박 전 실장은 임 실장이 언론에 나가는 것도 문제 삼았다. “비서실장은 자신을 현시하면 안 됩니다. 이전 정권에서 대통령비서실장이 기자회견을 하는 것을 봤습니까? 그러나 임 실장은 종종 카메라 앞에 나가서 이야기해요.” ‘임 실장이 자기정치를 한다’는 주장은 ‘그가 차기 대권에 나설 것’이라는 추정과 연결된다. 박 전 실장은 임 실장의 대권주자 경쟁력을 낮게 봤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1년 넘게 국민이 임 실장을 지켜봤어요. 임종석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철저한 좌파 외엔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확신합니다.” 

- 김대중 정부나 노무현 정부 같은 진보성향 정부에선 대통령비서실장이 적극적으로 대외 활동을 하지 않았나요? 

“없습니다. ‘대통령비서실장이 너무 설친다’는 생각을 이번에 처음 했어요. 이전의 비서실장들은 비서 역할을 지켜왔습니다. 임 실장은 대통령비서실장이 어떤 자리인지 재인식할 필요가 있어요. 자기PR이나 대외활동은 안 하는 게 좋습니다. 이런 활동이 어쩌면 대통령을 바보로 만들어요. 내부에서 잘 소통하고 어른을 잘 모시면 족해요.”


“이념적 강도 높아”

- 스티브 비건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임종석 실장을 먼저 만난 건 어떻게 보세요? 

“관례상 아주 이례적인 일이죠. 대통령비서실장을 찾는 외국 손님들은 거의 없었어요. 미국이 의도적으로 했다고 봐요.” 

- 어떤 의도죠? 

“미국은 ‘한국의 실력자는 임종석’이라는 메시지를 우리 국민에게 전달한 것이죠. ‘임종석이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라. 그가 대북 문제에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물어보라. 그에게 미국의 분명한 입장을 전달하라’ 같은 의도가 있었을 거예요.” 

- 문 대통령이 임 실장을 가까이 두니까 임 실장이 실권을 갖게 됐다고 보나요? 

“문 대통령이 상당히 믿는 것으로 비쳐요. 역대 어느 비서실장보다 힘이 있는 것 같아요. ‘문 대통령이 임 실장을 쉽게 내보낼 수 있을까’ 하는 의견을 갖고 있어요. 저의 정치 감으로 그래요. 임 실장은 장수할 것이라고 봐요. 막강한 세력을 갖고 있고 이념적 강도도 높은 것 같아요. 문 대통령은 알고 있을 거예요. 자기보다 임 실장이 이념이나 의지력이 더 강하다는 것을요.”


“하는지 안 하는지도 모르겠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4월 17일 청와대에서 남북정상회담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동아DB]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4월 17일 청와대에서 남북정상회담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동아DB]

박 전 실장은 “질문을 하나 빠뜨리지 않았냐?”면서 전희경-임종석 설전에 대해 먼저 말을 꺼냈다. “저도 비서실장을 하면서 국회에 불려나갔어요. 의원들의 질문에 공손히 대답했죠. 전희경 의원의 질의에 대해 임 실장은 ‘그게 질읩니까’라고 호통을 쳤어요. 26년 국회 경험이 있는 저는 깜짝 놀랐어요. 대통령비서실장에게 ‘당신이 과거에 이렇게 살아온 사람인데 지금도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느냐?’ 하는 취지로 당연히 물어볼 수 있죠. 거기에다 대고 비서실장이 언성을 높인다? 그냥 두고 보고 있는 국회의원들이 바보죠. 사과를 받아야죠. 임 실장 같은 행정부 실세를 견제하라고 3권분립이 있는 건데, 이런 기구가 그 실세에게 혼나고 있으니…정상적인 사회가 아닙니다.” 

박 전 실장은 “총리도 좀 난감한 경우가 있었을 것이다. ‘아주 특이한 대통령비서실장이 나와서 설치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요즘 청와대를 보니 비서는 입도 있고 글도 있더라. 시대의 변화라지만 대통령을 모시는 비서실은 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임 실장의 자기정치 여부에 대해선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다음은 박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 요즘 임종석 실장에 대해 자기정치를 하는 것 아니냐 하는 논란이 있는데요. 

“네.” 

- 김대중 정부 시절에 비서실장을 지낸 의원으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요? 

“글쎄 뭐, 비서실장이 자기정치 한다는 데…허허허. 하는지 안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이번에 전방시찰 갔다 온 것 때문에 이 논란이 발생했는데요. 

“네. 그래서 이런 말이 나오고 있는 것 같아요.” 

박지원 의원은 야당 측이 11월 6일 국정감사에서 임 실장의 전방시찰을 공격한 것에 대해선 “임종석 띄우기였다”라고, 임 실장의 “꽃할배” 발언에 대해선 “비서실장으로서 오만한 이야기”라고 언급한 바 있다.


“진보진영의 잠재적 블루칩”

몇몇 여권 인사는 임종석이 차기 대권에 도전할 만한 긍정적인 자질과 역량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성 민주당 민주연구원 소통전략본부장은 기자에게 “임 실장은 진보진영의 잠재적 블루칩이다. 민주당의 차기 리더를 논하는 자리에서 상수가 되고 있다. 통일 문제에 대한 식견과 남북대화에서의 존재감은 지속 가능한 그의 자산”이라고 했다. 이어, 임 실장의 향후 진로에 대해선 “2020년 총선을 통해 국회에 진입하려 할 것이다. 당내 세력이 부족한 단점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북한 이슈를 선점한 상태이므로 정치권에서 다른 능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전망했다. 

권보근 전 민주당 부대변인은 “임 실장은 부산·경남에 포진한 친문재인계, 전대협에 향수를 느끼는 40~50대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다. 또한 ‘남북평화통일의 지도자’라는 이미지로 어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동아 2018년 12월 호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송국건 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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