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호

기타소득세 ‘꼼수 증세’ 논란

“2배 폭증에 중산층 화났다”

  • 김재현 파이터치연구원 연구2팀장

    입력2019-02-20 10: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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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4%에서 8.8%로 실질적 상승

    • 세율 그대로지만 80%→60% 경비인정비율 대폭 축소

    • 세제 개편 내용 제대로 알리지도 않아

    • 건강관리 지출 등 허리띠 졸라매기 나서

    [원대연 동아일보 기자]

    [원대연 동아일보 기자]

    최근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며 ‘급여 이외 기타소득’을 통해 생계를 충당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여기서 적지 않은 사람은 ‘기타소득’을 생소하게 받아들이는데, 기타소득은 사실 중산층 급여생활자의 실제 경제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강연료, 자문료, 원고료, 수상금, 무형자산 양도, 대여소득 등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소득은 기타소득에 해당한다. 소득세법 개정으로, 4.4%인 기타소득세율이 비록 명목 세율에는 변화가 없지만 경비인정비율을 대폭 낮추는 방식으로 2018년 4월부터 2018년 12월까지는 6.6%까지, 2019년 이후로 8.8%로 실질적으로 높아졌다. 2년 새 기타소득세를 2배나 더 내게 된 셈이다. 중산층 중 상당수는 소위 ‘투 잡’을 통해 기타소득을 벌어들이는데, 이들의 세금 부담이 갑작스레 증가한 것이다.

    기타소득은 일정 부분의 경비를 제외하고 남은 금액에 대해 세금을 부과한다. 2018년 이전에는 소득의 80%를 경비로 인정했고, 남은 금액의 22%를 세금으로 가져갔다. 따라서 기타소득세율이 4.4%였다. 그런데 소득세법을 개편하면서 세율은 그대로 두면서 경비인정비율을 2018년 4월부터 12월까지 70%로 낮추었고, 2019년 이후에 60%로 낮췄다.

    일반인이 언뜻 보기에는 소득세율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세금이 늘어난 것을 잘 인지하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소득 중에서 경비로 인정되는 비율이 낮아지면서 내야 할 세금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다. 일종의 ‘꼼수 증세’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이로 인해 중산층의 정부에 대한 원성이 커지고 있다.


    “세금 0원에서 52만8000원으로”

    기타소득은 말 그대로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가외 소득을 의미한다. 가외 소득이므로 세율이 인상되더라도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기타소득이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사람이라면 문제가 된다.



    국책연구원에서 근무하는 A씨는 매달 월급을 모두 가족에게 주고 외부 강연료와 자문료로 월 약 50만 원의 기타소득을 벌어들여 생활비를 충당한다. 기타소득세 인상에 따라 2만2000원이던 세금이 2019년 이후 4만4000원으로 2배 증가했다. 이에 따라 월 2만200원, 연 26만4000원의 소득이 감소했다.

    게다가 적은 금액으로 여러 일을 하는 사람의 세금 부담은 더 크게 늘어났다. 소득세법은 경비를 제외하고 남은 기타소득 금액이 5만 원 이하면 소득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2018년 3월 이전 기타소득이 25만 원이면 경비율 80%가 적용돼 기타소득세가 부과되지 않았다. 그러나 2019년 경비율이 60%까지 떨어졌다. 25만 원의 기타소득이 발생하면 경비를 제외한 금액이 10만원으로 계산된다. 이 경우 10만 원의 22%에 해당하는 2만2000원의 소득세가 발생한다. 만약 월 25만 원씩 2회에 걸쳐 기타소득을 받는다면 2018년 이전에는 소득세를 전혀 납부하지 않았다가 갑자기 월 4만4000원, 연 52만8000원의 기타소득세를 납부해야 하는 것이다.

    2018년 국세통계에 따르면 2017년 기타소득세액은 약 1조3000억 원이었다. 이 중 법인사업자의 납부액은 약 1조2700억 원, 개인사업자와 비사업자의 납부액은 약 284억 원이었다. 기타소득세를 납부하는 개인사업자와 비사업자를 합하면 약 11만6000명이었다. 이들의 기타소득금액은 약 5630억 원. 1인당 기타소득은 약 484만 원이었다.

    최근 주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된 후 외부 강연이나 집필 활동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상당수 전문직 연구원이나 컨설턴트는 부족한 생활비를 강연이나 외부 원고료로 충당한다. 컨설턴트 B씨는 요즘 자녀 교육비와 자신의 건강관리 비용을 벌기 위해 월 1~2회 외부 강연을 하고 있다. B씨는 “기타소득세 인상 후 교육비를 줄일 수 없어 건강관리에 사용되는 지출을 줄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통계청의 2017년 가구주의 연령대별 월평균 가계 지출 내역에 따르면, 40대와 50대의 보건 관련 지출은 30대 이하보다 더 많았다. 39세 이하는 연간 보건 관련 지출이 약 5.06%였지만, 40대는 5.76%, 50대는 7.05%였다. 높은 연령층일수록 건강 관련 지출 비중이 높음을 의미한다.

    B씨처럼, 소득이 줄면 가장이 가장 먼저 줄이는 건 개인 건강 관련 지출이었다. 2017년 기타소득 중 40대의 비중은 28%, 50대의 비중은 27%로, 두 연령층의 기타소득 비중의 합이 전체 기타소득의 절반 이상이었다. 기타소득을 수입원으로 하는 주 연령층이 40대와 50대임을 감안할 때, 기타소득세 인상에 따른 소득 감소는 중년층의 건강 관련 지출에 타격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원, 작가 등 중산층에 직격탄”

    기타소득은 노후 보장을 위한 저축에도 활용된다. 모 대학 강의전담 교수로 재직 중인 C씨는 별도의 프로젝트 수행을 통해 기타소득을 벌고 있는데, 이중 일정 금액을 노후 대비로 저축하고 남은 금액을 생활비로 쓰고 있다. 기타소득세 인상에 따라 저축하고 나면 생활비로 사용할 돈이 줄어 C씨는 부득이하게 소비를 줄였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교 내 연구원으로 재직 중인 D씨는 학교로부터 받는 월급이 적어 프로젝트를 통해 얻는 기타소득을 사실상 주 수입원으로 활용한다. 월 평균 200만 원이 넘는 기타소득을 버는 D씨가 2018년 3월 이전 대비 추가로 납부해야 하는 기타소득세는 월평균 약 10만 원에 달한다. 그러나 D씨는 기타소득세 인상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프로젝트 수행 대금을 수령한 뒤에야 기타소득세 인상 사실을 알게 되었고 생활비로 지출하던 상당 부분에서 지출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기업 사무직에 근무하는 E씨는 퇴근 후 작가로 활동한다. 원고료를 통해 버는 기타소득 전부를 경제활동을 못 하는 부모님의 용돈으로 드리고 있다. 많은 돈은 아니지만 본인의 재능을 통해 가외의 소득을 벌 수 있다는 자부심과 뿌듯함에 열심히 작가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기타소득세 인상으로 인해 부모님께 드리는 용돈이 줄어 속상한 마음이라 전했다.

    “중산층 소득감소에 한몫”

    정부는 기타소득세를 인상하면서 국민에게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기타소득이 있는 사람 중 상당수는 인상 사실을 몰랐다. 2018년 국세통계에 나타난 기타소득세 신고자는 400만 명에 달한다.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15%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기타소득세 인상의 구체적 내용이 국민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다는 점은 문제 소지가 있다.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기습 증세를 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대부분의 기타소득이 법인사업자에게서 발생한다는 점에서 법인을 상대로 한 증세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기타소득세 인상 대상에 전문직 근로자의 소득원까지 끼워 넣어 가계 부담을 가중시킨 부분은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기타소득세 인상은 이처럼 중산층의 소득을 줄어들게 만든다. 2018년 1인당 국내총소득 증가율은 1.1%로 2017년 대비 2.2%포인트 둔화됐다. 중산층의 소득 감소는 소비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기타소득세 인상의 목적이 세수 확보라 하더라도 근로자의 급여 외 소득에서 세금을 굳이 더 받아가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특히 이러한 세금 인상을 제대로 알리지도 않았다는 점은 지탄받아 마땅한 일이다. 상당수 조세전문가는 ‘정부가 기타소득세율을 대폭 낮춰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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