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호

[인터뷰] 이언주 의원 “문재인에 맞서 사회주의 반대 연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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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입력2019-05-22 14: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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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빈털터리 되더라도 당에서 나가는 게 낫다 판단”

    • “PK 주류인 現 민주당, 호남 볼모 잡고 정치적 이익 독점”

    • “약간의 차이 있어도 보수 통합해 文정부 물리쳐야”

    • “現 민주당, ‘DJ 민주당’과 달리 공동생산·공동분배 노선”

    • “지금은 조선 후기 같은 봉건적 상황”

    • “반일? 86 운동권, 외세에 자격지심 있는 듯”

    • “노무현은 운동권과 친했을 뿐, 문재인은 확신범”

    • “盧 정부 말기 86 운동권, 대통령 배신하고 도망가”

    [박해윤 기자]

    [박해윤 기자]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둘러싼 여야의 극한 대치는 바른미래당에 거대한 파편을 튀겼다. 거듭된 사·보임 논란은 ‘호남, 친유승민, 친안철수’라는 한 지붕 세 가족의 민낯을 만천하에 노출했다. 5월 8일 김관영 (당시) 원내대표가 전격 사퇴했지만 이튿날 곧장 “손학규 대표는 사퇴하거나 전당원 재신임 투표를 받아야 한다”(이준석 최고위원)는 주장이 제기됐다. 2018년 2월 13일 “기득권 양당의 ‘적대적 공생’을 허물겠다”며 출범한 당이 되레 ‘적대적 공생’으로 난파선이 될 조짐이다. 

    이언주(46) 의원(재선·경기 광명시을)은 4월 23일 “단기필마(홀로 말 한 필에 올라 적진으로 뛰어듦)로나마 신보수의 길을 개척하겠다”면서 바른미래당을 탈당했다. 5월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이 의원은 “당내에 남아 권력투쟁에 끼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빈털터리가 되더라도 당 밖으로 나가 새로 시작하는 게 낫다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날 그가 건넨 명함에는 ‘행동하는 자유시민’이라는 문구가 아로새겨져 있었다. 굳이 따지자면 현재 이 의원의 둥지는 ‘자유·책임·신뢰’를 기치로 내건 우파 시민단체다. 2시간 30여 분의 인터뷰를 통해 ‘이언주식 단기필마’의 속뜻을 가늠해봤다.

    “바른미래당 정체성은 원래 우파”

    이언주 의원이 4월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바른미래당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언주 의원이 4월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바른미래당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 왜 탈당을 결행했나? 

    “바른미래당 의원총회 후에 이미 패스트트랙을 못 막는다고 결론 난 상태였다. 그다음 순서는 절차적인 후속작업에 불과했다. 몇 달 동안 (패스트트랙에 대한) 의사결정 과정이 있었다. 막을 수 있는 시간이 있었는데 계속 (민주당에) 끌려갔다. 탈당하겠다고 마음먹은 시기는 조금 됐다. 다만 패스트트랙 막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싶어 당에 남아 있었다. 더는 막는 게 불가능한 상황이 돼 탈당한 것이다.” 

    - 이 의원은 바른미래당 창당을 주도하지 않았나? 

    “당의 전략을 사실상 내가 설계했다. 어중간한 국민의당이 아니라, 중도보수당을 꾸려 한국당이 담지 못하는 범보수 세력을 규합해야 한다고 봤다. (한국당과) 선거 연대를 하건 통합을 하건 중도보수당이 확장력을 활용해 민주당 운동권의 폭주를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바른미래당의 정체성은 한국당과는 다소 결이 다르지만 분명히 우파였고 선명 야당이었다. 제가 그런 그림을 그리고 유승민계와 안철수계 양쪽을 설득했다.” 



    이와 관련해 이 의원은 “안철수 (당시) 대표가 정무적 감각이 부족해서인지 실책을 했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가 “호남을 기반에 둔 지역색 강한 정치인을 너무 많이 합류시켰다”는 이유에서다. 그가 지나간 기억을 더듬었다. 

    “안 전 대표에게 ‘아무리 친해도 바라보는 방향이 다르면 삐걱거리게 돼 있다’고 말했다. ‘창당을 주도한 세력이 당 지도부를 구성해야 당 정체성이 바로잡힌다’고 분명히 얘기했다. 하지만 이분들(호남 세력)이 당의 지배구조를 차지해버렸다. 나는 자연스럽게 지도부에서 빠지게 됐다. 손학규 씨가 대표로 출마했을 때도 ‘정체성과 보는 방향이 다른 사람이 대표가 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당 주류세력이 손학규를 밀었다. 안철수 세력도 잘못된 판단을 내린 거다. 이 과정이 패스트트랙 사태까지 흘러왔다.” 

    - 지금으로서는 이 의원 혼자 탈당했다. 

    “당을 같이 하자고 설득한 유승민계에 미안한 생각도 있다. 그분들은 당내에 남아 권력투쟁하겠다고 결심한 거다. 바른미래당이 교섭단체니까 재산은 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껍데기일 뿐 눈에 보이지 않는 진짜 가치는 없다고 생각했다. 보수의 혁신을 위해 바른미래당이 쌓아올린 가치가 뭐가 있나? 오히려 파괴해왔다. 당내 권력투쟁에서 이기면 뭐 하겠나.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 정당이라는 터전은 어찌 됐든 중요한데, 무소속으로서 걱정은 없나? 

    “이미 지금까지도 무소속 비슷하지 않았나?(웃음)” 

    - 그렇게 보이긴 했다.(웃음) 


    “어떨 땐 당이 방해가 됐다. 나는 자유라는 가치를 위해 투쟁하고 싶은데 계속 발목을 잡는 식이었다.” 

    - 한국에서 현실적으로 정당의 지역 기반은 중요하다. 민주당, 한국당과 달리 바른미래당에는 그게 없었다. 

    “정당의 기반은 지역과 계층 두 가지다. 민주당은 대선 때 계층에서는 노동세력과 좌파, 재야세력을 잡았다. 지역 기반으로는 호남을 잡았다. 정작 그 당(민주당)의 주류는 영남이다.”

    “운동권의 볼모”

    - PK(부산·경남)다? 

    “그렇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예산과 인사 몇 개를 가지고 호남을 볼모로 잡았다. 86 운동권들이 지역이나 사건을 자기들의 상징자본으로 만드는 걸 너무 잘한다. 지금 민주당이 호남 정치세력이라고 일컬어지는 동교동계와 연결된 것도 아니다. 그럼 민주평화당에 있는 천정배, 정동영 이런 분들이 DJ(김대중 전 대통령)계냐? 아니다. 박지원 의원 한 명 있다. 하지만 그분은 자기 개인 정치를 하고 있는 거다. 한화갑 전 의원이 리틀 DJ 같은 사람이었는데, 그분은 우파다. 

    그러니까 가만히 생각해보면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86 운동권)이 특정 지역을 상징자본화해서 그에 따른 정치적 이익을 독점하고 있다. 이건 한국당 등 기존 보수가 도와준 측면도 있다. 특정 지역을 배척하면서 운동권이 걸어놓은 프레임에 빠져버렸다. 그러니 운동권들이 5·18과 호남과 민주화를 막 섞어 자기들의 독점물로 만들어버렸다.” 

    - 바른정당(現 바른미래당)의 실험은 ‘수도권 보수’가 가능하다는 데서 출발했다. 결국 그 실험이 어렵다는 게 판명 난 꼴 아닌가. 

    “그런 의미도 있을 수 있다. 보수의 지역 기반은 약간이더라도 영남에 치우칠 수밖에 없다. 한국당에 만족하지 못하는 영남 보수를 품어야 했다. 민주당과 민평당 간 관계처럼 말이다. 하지만 영남 지지 기반을 바른미래당이 놓쳤다.” 

    - 그렇다면 계층 기반이라도 잡았어야 했는데. 

    “정의당 같은 전략이 필요했다. 바른미래당은 중산층을 잡아야 했다. 제가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을 위한 활동을 집중적으로 해왔다. 민주당 있을 때부터 그랬다. 나름대로 계층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당이 그 길로 갔어야 했는데 전략적 고민이 부재했다.” 

    - 결국 내년 총선은 진영과 진영의 대결이 될 수밖에 없다고 보나? 

    “대통령이 그렇게 몰고 가고 있으니 어쩔 수가 없다. 문 대통령이 우파와 좌파를 넘나드는 통합적 리더십을 발휘했다면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제 입장에서의 표현이지만 거악(巨惡)을 쓰러뜨리고자 하는 사람들이 힘을 모으는 구도다. 대통령이 자기편 남의 편을 가르면서 굉장히 잔인한 정치를 하는 데 우리가 별수없다. 상대가 내 목에 칼을 겨누고 있는데 옆의 친구들과 ‘우리는 대화와 타협을 하자’라고 말할 수 있나? 정신이 나가지 않고서야.” 

    - 반문연대도 있지만 가치 중심으로 뭉쳐야 할 텐데, 그게 ‘시장 자유’인가? 

    “그렇다. 지금은 사회주의를 반대하는 연대를 해야 한다.” 

    - ‘시장 자유’라는 가치로 뭉친다면 당대당 통합이 아니어도 힘을 합칠 수 있나? 


    “정권 심판 의지를 가진 사람들은 바른미래당 가지고 심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한국당을 현실적으로 지지할 수밖에 없지 않으냐 하는 생각이 (보수 지지층 사이에) 있다. (그러니) 연대의식을 가지고 선거를 함께 치러야 한다. 유럽처럼 결선투표제가 있으면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대통령제하에서는 대선 외의 다른 선거 구도도 대통령을 옹호하는 세력과 반대하는 세력으로 나뉠 수밖에 없다. 반대하는 세력들이 힘을 합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연대를 해서 연합공천을 하는 식으로 가치 중심 싸움을 할 수 있다. 가능하면 통합하는 게 좋다. 큰 틀에서 통합해 약간의 차이가 있더라도 안에서 서로 간의 지분을 일정하게 인정해주고 거악을 물리치는 것부터 해야 한다.” 

    - 그 주체가 자유주의 우파인가? 

    “진정한 자유주의 우파의 세력화가 필요하다. 전략적으로 과거 우파와 연대하고 손잡고 통합하더라도 자유를 체득한 세대가 우파의 중심에 서야 한다.”

    “사회주의를 탄핵한다”

    부러 세어보지는 않았으나 이 의원이 인터뷰 중 가장 많이 입에 올린 단어는 ‘자유’다. 이 의원은 동시대 한국 정치에서 가장 또렷한 자유주의자다. 이 의원의 사상적 기저에는 ‘모든 권력으로부터의 자유’가 똬리를 틀고 있다. 그런 그가 보기에 민주당은 ‘자유로부터 아득히 멀어진’ 정당이다. 이 의원은 “야당 때 개인의 자유권적 기본권을 옹호했던 민주당이 여당 된 후에는 자유를 탄압한다”면서 “신전대협 청년들을 보라. 표현의 자유를 탄압받았다. 민주당은 개인의 자유를 지향하는 정당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가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의 민주당과 지금의 민주당을 가르는 기준도 시장의 자유다. 이 의원의 말이다. 

    “DJ는 시장주의자였고 철저하게 작은 정부를 추구했다. 지금 민주당은 큰 정부 정도가 아니라 아예 시장에 직접 개입하고 경영권을 박탈해 기업과 서비스산업의 국유화를 꾀하고 있다. 공동생산과 공동분배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이건 사민주의도 아니고 사회주의다.” 

    - 곧 나오는 책 제목도 ‘사회주의를 탄핵한다’라고 들었다. 

    “문 대통령 집권 후 우리나라가 사회주의경제 체제화하는 부분들을 지적하려 한다. 몰락한 베네수엘라나 그리스 얘기도 있다. 특히 사민주의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는 오해를 불식하고 싶다. 사민주의는 철저하게 시장경제를 운용한다. 사적 영역에 국가가 절대 개입하지 않는다. 노동시장도 전적으로 유연화돼 있다. 세금을 많이 거둬서 복지를 많이 제공하는 것만 다른 점이다. 우리는 사민주의가 사회주의처럼 국가가 기업에 개입하고 노동시장도 경직돼 있고 정규직 보호에 집착한다고 알고 있는데 그렇지 않다.” 

    이 의원은 책에서 “86 운동권들의 문제도 다룬다”고 덧붙였다. 그들이 ‘민주화를 상징자본화해 독점하고’ ‘앞선 산업화 세대가 일궈놓은 것들에 무임승차하고’ ‘절대 후배 세대에게 기득권을 물려주지 않다’ 보니 국가가 동맥경화에 걸렸다는 것이다. 그는 “86 운동권이 스스로 안 물러나면 힘에 의해서라도 밀어낼 사명이 나와 우리 세대에게 있다”고 말했다. 

    시카고대 교수를 지낸 이철승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난해 ‘한국사회학’에 논문 ‘세대, 계급, 위계: 386세대의 집권과 불평등의 확대’를 발표했다. 이 논문은 한국 정치, 경제에 대한 매우 흥미로운 질문거리를 던진다. 이 교수에 따르면 86 세대는 한국의 여느 세대보다 근속 연수가 길고 소득 상승률이 높다. 덕분에 오랫동안 최고소득을 점유해 청년·노년 세대와의 격차를 벌려왔다. 논문은 86 세대가 정치권뿐 아니라 기업에서도 기득권을 쥔 채 “자신들의 네트워크를 위계체계의 정점에 올려놓았다”면서 “이로써 한국 사회의 신분계급화는 한층 깊은 수준으로 구조화됐다”고 결론 내린다. 

    - 86 세대가 기업과 정치권에서 모두 기득권을 놓지 않고 있다는 연구논문이 나왔다. 

    “산업화 세대는 없던 시장을 만들었다. 인정해줘야 한다. 86 세대는 뭔가. 그때 나라가 팽창하고 있었다. 시장이 커졌다. 기업들이 1980년대 말에서 1990년대를 거쳐 전 세계로 진출했다. 그러니 임원 자리가 엄청나게 늘었다. 실력이 별로 없는데도 불구하고 다 임원이 됐다. 그러면 때가 되면 물러나야하는데 절대 안 비킨다. 그러니 밑의 세대들이 승진을 못 한다. 이걸 문제 삼으면 ‘밑의 사람들이 알아서 치고 올라와야지’ 말한다. 정작 자기들 세대 때는 시장이 커질 때라서 별로 경쟁이 없었다.” 

    이 의원은 서울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제39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변호사다. 사법연수원을 제29기로 수료한 후 법무법인 충정에서 근무했다. 동시에 그는 기업인 출신이기도 하다. 르노삼성 법무팀에서 일했고 에쓰오일(S-OIL)에서는 최연소 임원(법무팀 상무)을 지냈다. 

    “저는 기업에서 경력이 조금 특이했다. 경제법을 전공했고 그전에 로펌에서도 기업 쪽 일을 해왔다. 외국어도 잘했다. 이런 점을 인정받아 (임원으로) 승진할 수 있었지만, 정말 86 세대들은 밑의 사람들 안 키운다. 후배들을 북돋우고 키워야 하는데 절대 그럴 생각을 안 한다.”

    “다 커밍아웃해야 한다”

    [박해윤 기자]

    [박해윤 기자]

    4월 25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정조대왕 이후 219년 동안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10년과 문재인 대통령 2년 등 12년을 빼고는 일제강점기거나 독재 또는 아주 극우적인 세력에 의해 나라가 통치됐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SNS를 통해 이 대표를 두고 “군사정권보다도 더 못한,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는 저질 독재”라고 비판했다. 

    - 갑자기 21세기 한국 정치판에 전근대의 군주들이 등장하고 있다. 

    “조선 후기에 지배세력은 백해무익한 관념론에 빠져 별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죽자고 덤비고 백성들은 가렴주구당했다. 지금도 조선 후기 같은 봉건적 상황이다. 민주당 세력은 ‘우리민족끼리’를 강조하면서 외세를 배척하고 폐쇄적인 정책을 펴나가며 전근대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반일 감정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이 전근대국가로 향하고 있다. 이게 운동권의 특징인 것 같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86 운동권들이 자존감이 부족한 것 같다.” 

    - 자존감? 


    “(86 세대는) 스스로 자유롭지 못하게 살아왔다. 그러니 자유를 체득하지 못했다. 자기들끼리 공부하면서 외세의 침략이나 매판자본 이런 개념에 너무 물들다 보니 외세에 대한 자격지심이 있는 것 같다. 잘못된 사상을 너무 많이 공부한 거다. (86 운동권은) 열등감에 가득 빠져 있다. 우리가 일본으로부터 지배받은 역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잊지 말아야 한다는 건 다시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끔 부국강병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국강병 하려면 일본도 이용해야 한다. 박정희도 김대중도 정치적 이해관계는 달랐지만 일본을 활용해야 한다는 데서 생각이 일치했다. 우리가 일본을 의연하게 극복하려 해야지, 왜 일본을 자꾸 쫓아다니나. 운동권들이 국민의 정서를 아주 황폐화하고 있다.” 

    - 86 세대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이인영 의원이 민주당 원내대표가 됐는데. 


    “정말 안타깝다. 그분이 겉으로는 조용해 보이지만 사실 사상적으로 굉장히 투철하다. 어떻게 보면 국민이 직접 눈으로 보고 평가할 수 있게 됐으니 역사적으로 긍정적인 면도 있을 거다. 그들이 다 커밍아웃해야 한다. 뭘 숨기나.” 

    - 숨긴다는 게 사상을 숨긴다는 뜻인가? 


    “그렇다. 뒤에서 자꾸 찌르지 말고 앞에서 싸우자는 거다. 나는 자신 있다.” 

    이 의원은 “86 운동권이 1980년대에 주사파 노선을 택한 것에 대해 지금이라도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표현을 따르자면 “정치권 내 86 세대가 여전히 북한에 대한 이중 잣대를 견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사람들은 민주화를 외치는 데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왜 이렇게 우호적으로 변명해줄까. (그런 점에서) 내가 배신자가 아니라 86 운동권이 민주주의와 자유, 인권의 배신자다.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정면으로 문제 제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얼렁뚱땅 넘어갔다. 나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 국민이 묻는다고 생각하고 나한테 설명해라.”

    노무현과 문재인

    - 5월 23일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다. 문 대통령을 두고 노 전 대통령과 비교해 ‘실용적 사고’가 부족하다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 

    “(두 대통령 사이에) 차이가 많은 것 같다. 주변이 운동권에 싸여 있는 건 똑같다. (다만) 문 대통령은 ‘확신범’에 가깝고, 노 전 대통령은 단지 그들(운동권)과 친했을 뿐이다.” 

    - 두 대통령이 어떤 점에서 차이가 많다고 보나? 


    “노 전 대통령은 지지자들에게 욕먹을 줄 알면서도, 그리고 흔쾌히 지지하거나 동의하는 노선이 아니었음에도 국익을 위해 접는 용기가 있었다. FTA(자유무역협정), 제주 해군기지, 이라크 파병 다 그렇다. (다만) 저는 노 전 대통령과 노선도 다르고 그분이 대통령으로서 준비가 안 됐었다고 본다. 또 백해무익한 좌파들이 득세하게끔 판을 깔아줬다.” 

    - 노 전 대통령은 집권 하반기에 지지율이 급락했다. 


    “국익을 생각한 결정들 때문에 지지층이 이탈한 거다. 그런 결정 했다고 대통령 흔들어대던 민노총을 비롯한 세력들은 반성해야 한다. 정말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그러고 나서 대통령 서거(逝去)하고 나니까 모든 정치적 이익을 독점하고. 지금 운동권들이 그런 것 아닌가. 솔직히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그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인기가 없어지니 86 운동권들이 전부 배신하고 도망가지 않았나.” 

    - 당시 대통합민주신당을 만들었다. 

    “그렇죠. 운동권들이 1차로 (열린우리당에서) 나갔다. 나는 정말 할 말이 많다. 그들이야말로 만신창이가 된 대통령을 버리고 탈당했다. 대통령이 왜 만신창이가 됐나? 나라를 더 생각했기 때문이다. (86 운동권들) 참 나쁜 사람들이다. 그런데 무슨 자기들이 잘났다고 지금 대단히 큰 정치를 하는 것 모양 그러는지…. 

    그들은 나보고 탈당했다고 난리인데, 나는 안락한 곳에서 더 어려운 곳으로 갔다. 내가 믿는 가치를 위해 탈당했다. 86 운동권은 쓰러져가는 대통령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지킬 생각은 안 하고 자기들 이익 찾아 도망갔다. 주제 파악 좀 하고 남 비난했으면 좋겠다. 공개적으로 토론할 일 있으면 그때 얘기 다 꺼내서 이야기할 거다. 사람이, 그렇게 살면 안 돼요. 만약 (86 운동권이) 당시 노 대통령이 우클릭해서 탈당했다면 (자신들은) 좌클릭한 당에 갔어야지.” 

    - 당시로는 민주노동당 말인가? 


    “민노당에 갔어야지. 대통합민주신당은 열린우리당보다 더 오른쪽에 있는 당이었다. 뭐야 이거. 말이 안 되잖아.”

    “X세대의 감수성”

    - 시민단체 ‘행동하는 자유시민’을 만들었더라. 

    “우파 시민단체의 활동이 반정부 투쟁에 집중돼 있다. 물론 필요하긴 하지만 현 정권하에서 자기 권리를 제대로 찾지 못하는 국민을 대변하는 데 나서야 한다. 최근 강원 고성에 산불로 피해 입은 주민들께 법률적인 도움을 드리러 갔다. 정권이 산불에 대응을 잘한 것처럼 자화자찬하던데 전혀 아니다. 산이 다 탔기 때문에 자연 진화가 된 거다. 정작 주민들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더라.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人災)였잖나. 우파가 말로만 국회에서 재산권을 지켜야 한다고 외치면 안 된다.” 

    - 앞으로도 시민단체를 통해 그런 활동에 나서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현 정권하에서 자유를 침해받아 말없이 끙끙 앓는 사람이 많다. 지금 공포정치 비슷한 상황이다. 국민의 재산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우파는 언행일치해야 한다.” 

    - 유튜브 구독자 수가 21만 명을 넘었다. 

    “구독자 연령층이 다양하다. 50대가 제일 많긴 하지만 20~30대도 30% 정도 된다.” 

    - 20~30대가 그 정도 비율이면 상당히 많은 거다. 

    “어르신들도 계시지만 누님, 언니라고 부르는 분들도 있다.(웃음) 국회의원 중 구독자 수는 제가 압도적이다. ‘알릴레오’(유시민)나 ‘홍카콜라’(홍준표)가 있지만 구독자 양상이 많이 다르다. 그들은 조직이 있다. 나는 대통령선거 나갔던 것도 아니고 노무현재단 같은 배경이 있는 것도 아니다.” 

    - 동원하지 않은 구독자가 많다는 뜻인가? 

    “그렇다. 지금도 계단식으로 구독자가 늘고 있다. 하나하나 모은 구독자니 진짜 소중하다. 여름에 유튜버들을 모아 ‘뉴미디어 파티’도 할 계획이다.” 

    - 스스로 생각하는 유튜브 흥행의 비결이 뭔가? 

    “짧게 5~10분이라도 매일 현안에 대해 방송한다. 또 다른 관점을 내놓기 때문인 것 같다. 최근에는 ‘왜 문재인 대통령이 공수처법에 집착하는가’에 대해 방송하면서 ‘퇴임 후 본인이 수사받을 경우를 대비해서 그런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려면 검찰을 우회해 검찰을 압박할 수 있는 견제장치가 있어야 하니까. 아마 문 대통령은 임기 중반이 넘어가면 퇴임 이후에 대해 공포에 가까운 감정을 느끼지 않을까 싶다. 뭐 이런 얘기를 유튜브에서 솔직하게 한다.” 

    - 보수진영 내 다른 정치인들과 구별되는 본인만의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자유에 대한 감수성이 굉장히 크다. 다른 보수 정치인들은 별로 화내지 않는데 나는 엄청나게 분개하는 지점들이 있다. ‘신전대협’ 문제가 그렇다. 자유를 추구하는 정치인이라면 머리끝까지 화났어야 할 문제다. 산업화 세대가 피상적으로 자유를 얘기하는 것과 자유를 체득한 세대가 자유를 얘기하는 것은 다르다. 또 본질을 망각하고 형식에 매몰되는 걸 굉장히 싫어한다. 의례적으로 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하라고 하면 나는 별로 하고 싶지 않다.”

    “‘쿨’하게 살겠다”

    인터뷰 내내 이 의원의 말투는 나긋나긋하되 칼날을 품고 있었다. 결기를 감추지 않는 언어는 단기간에 ‘이언주’라는 정치인을 ‘셀러브리티(Celebrity)’의 반열에 올려놨다. 권부(權府)의 위선과 모순을 문제 삼는 야당 의원으로서 이런 언어는 적격이다. 언뜻 ‘뜨거운 사람’으로 규정짓기 쉽지만 X세대(1972년생)를 자처하는 그는 “‘쿨’하게 살고자” 한단다. 그의 말이다. 

    “나는 내가 가는 길이 옳다고 확신한다. 우리나라가 추락하고 있는데, 내가 이를 막는 역할을 하고 싶다. 하지만 너무 연연치 말자고도 생각한다. ‘나의 행복’이 중요하다. ‘까짓것’ 해봤는데 아니다? 그럼 ‘죄송하다’고 하고 쿨하게 돌아설 거다. 민주당 처음에 믿고 갔지만 내 생각과 달랐고, 갈수록 더 달라졌다. 장관도 하고 선거도 편하게 치르려 했으면 남았겠지. 그냥 쿨하게 나왔다. 지역구에서 민주당 당원 많이 늘렸었다. 그분들께 ‘끝까지 같이 가자’고 말 안 했다. 각자 알아서 하는 거다. 그런 정치를 할 거다.”



    고재석 기자

    고재석 기자

    1986년 제주 출생. 학부에서 역사학, 정치학을 공부했고 대학원에서 영상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해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2015년 하반기에 상아탑 바깥으로 나와 기자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유통, 전자, 미디어업계와 재계를 취재하며 경제기자의 문법을 익혔습니다. 2018년 6월 동아일보에 입사해 신동아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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