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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근의 아규먼트

트럼프 ‘트위터’ 닮은꼴 조국 ‘페이스북’

선동적 쇼비니즘으로 ‘대통령후보 조국’ 각인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트럼프 ‘트위터’ 닮은꼴 조국 ‘페이스북’

  • ● 애국-이적 구도는 트럼프 애국-반역과 똑같아
    ● 분노를 격발해 공유케 하라! 전체주의적 사고 간질여
    ● 친일 감별사, 사상 감별사…조지프 매카시의 향기마저 나
    ● 야당과 언론이 반발할수록 상징자본 더 커져
트럼프 ‘트위터’ 닮은꼴 조국 ‘페이스북’
도널드 트럼프(73) 미국 대통령을 향한 언론의 공격은 가공할 만했다. 트럼프는 추락할 듯하면서도 버텨냈다. 트위터가 공격을 막는 방패였다. 열성 지지자들은 트럼프의 트윗에 열광하며 트럼프를 대신해 언론과 싸웠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뉴욕타임스(NYT)의 아서 그레그 설즈버거 발행인의 기고문을 6월 20일 실었다. ‘반역을 언급함으로써 트럼프는 선을 넘었다’가 제목이다. 기고문은 트럼프 대통령을 맹비난하는 내용이었다. 

설즈버거는 “전제군주들이 적대 세력을 짓누르고 박해를 정당화하고자 반역죄를 남용해왔다”면서 “이런 역사를 아는 ‘건국의 아버지’들은 헌법 조항에 반역죄의 정의를 분명하게 규정했다”고 썼다. 

트럼프가 NYT의 기사에 대해 반역행위라고 비난한 것에 발행인이 칼럼을 써 경쟁지인 WSJ에 실은 것이다. 

트럼프는 애국-반역의 프레임을 구사해왔다. 트위터에서 ‘분노’는 ‘리트윗’ 돼 ‘논란’을 일으키고 ‘논란’은 다시 한번 ‘공유’돼 트럼프의 ‘상징자본’이 됐다. 



공화당 대통령후보 경선도 통과하지 못할 듯하던 트럼프는 논란을 일으켜 주목받는 방식으로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했다. 트위터에 올린 거친 발언 탓에 논란이 일어나면 폭스뉴스에 출연해 한 번 더 증폭시켰다.


안달 나게 하라!

트럼프는 트위터를 손에 쥐고 거의 모든 주류 언론에 맞서 싸워 승리했다. 애국-반역의 가치전쟁에서는 ‘애국’이 승리하게 마련이다. 

트럼프는 2020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는 히스패닉 불법 이민자를 향해 ‘폭력배’ ‘동물’ 같은 막말을 던진다. 논란을 거세게 일으킬수록 백인 저소득층 콘크리트 지지층이 열광한다. 외부에 적을 만듦으로써 내부가 공고해지는 것이다. 

트럼프는 41세 때인 1987년 발간한 ‘거래의 기술(The Art of The Deal)’에 “상대의 관심을 불러일으켜 동요를 일으키게 해야 한다”(81쪽)면서 “사건을 일으켜 남들을 시험하는 것이 재밌었다”(100쪽)고 썼다. 

1980년대 초 ‘부동산업자 트럼프’가 뉴욕에 트럼프타워를 지을 때 NYT는 “예술과 문화를 파괴하는 악덕 개발업자”라고 비판했다. 역설적으로 이 기사는 무명의 트럼프를 널리 알려 트럼프타워를 홍보해줬다. 이때 트럼프는 논란도 상품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트럼프가 ‘거래의 기술’에 쓴 언론 활용법은 이렇다. “언론은 항상 기삿거리에 굶주려 있고, 소재가 자극적이면 대서특필한다는 속성을 나는 경험을 통해 배웠다. 논쟁이 빚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신문이 나를 주목하게 해 내 기사를 쓰지 못해 안달 나게 했다.”(82쪽) 

한국에도 트럼프 못지않은 ‘분노 격발자’가 나타났다.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에서 법무부 장관으로 옮겨가는 조국(54) 서울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다. ‘이적’이니 ‘매국’이니 하면서 적전분열(敵前分裂)을 일으켜놓고는 전방위로 전선을 확대했다. 

조국이 구사하는 프레임은 애국-이적, 반일-친일이다. 팩트, 국민 분열을 중요치 않게 여기는 것도 트럼프와 같다. 분노의 공감을 일으켜 여론을 격발한다. ‘공감의 부작용’을 트럼프만큼이나 잘 활용해 시선을 집중시킨다. 

‘죽창’ ‘전쟁’ ‘친일’ 같은 살벌한 단어를 쓴다. 선동적 쇼비니즘 경향을 보인다. 칼로 자르듯 선과 악을 나눠 다른 의견을 말할 자유를 억누른다. 선악 구도로 나뉜 애국-이적에서는 애국이, 반일-친일에서는 반일이 승리하게 마련이다.


反日 십자군전쟁 선봉장

조국은 “애국이냐, 이적이냐”고 물으면서 근거도 없이 자국민을 ‘부역·매국 친일파’로 몰고 있다. ‘전쟁’ 중이므로 ‘애국’ 아니면 ‘이적’이라는 논리는, 1938년 국가총동원령을 내린 일제의 그것과 똑같다. 

독일의 논리학자 고틀로프 프레게가 지적했듯 기의(記意·시니피에), 즉 의미 내용 혹은 개념은 지시 대상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지시 대상은 레페렌트(referent)라고 한다. ‘친일파’라는 기표(記標·시니피앙)를 들었을 때 떠오르는 기의는 구한말의 매국노나 일제강점기 부역자였으나 조국이 사용한 ‘친일파’라는 낱말의 레페렌트는 보수 세력과 비판 언론이다. 더 나아가 정부의 잘못과 무대책을 지적하는 이들마저 친일파로 낙인찍는다. 

조국은 페이스북 정치로 대통령후보 반열에 올랐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다음과 같이 썼다. 

“정치공학으로만 판단하면 조국 수석의 페북 정치는 대성공을 거두고 있다. 한국 사회의 논쟁 구도가 친일-반일로 짜일 때 친일로 딱지 붙여진 쪽은 백전백패다. 우리 역사의 깊은 ‘일본 트라우마’ 때문이다. 조국 수석은 스스로를 반일 십자군운동의 선봉장으로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야당과 보수층이 격렬하게 반발할수록 ‘정치인 조국’의 체급은 올라간다. 논쟁이 커질수록 ‘전국적 인물’로 상향(上向)된다.” 

조국은 서울대 학생들에게 ‘극우집단’이라는 딱지도 붙였다. ‘서울대 트루스 포럼’이 8월 2일 ‘조국 교수님, 그냥 정치를 하시기 바랍니다’라는 교수직 사퇴 촉구 대자보를 붙이자, “태극기 부대와 같이 극우사상을 가진 학생들”이라고 일갈했다. 친일 감별사에서 사상 감별사가 된 격이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렇게 썼다. 

“조국 교수가 이번에는 서울대생과 싸우고 있다. 선생은 학생을 비난하지 않는다. 트루스 포럼에 대해 ‘극우사상’을 가진 집단이라고 비아냥거린 것은 훈계나 꾸짖음이 아니라 이념적 낙인찍기를 통한 ‘비난’이다. 탄핵 반대, 북한해방, 기독교 가치 등을 주장한다고 해서 단칼에 극우집단으로 규정하는 건 지식의 짧음 탓이거나 자신을 비판하는 이들에 대한 감정의 과잉 탓이다. 사상의 자유시장 이론이나 제대로 알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페북하기 전에 공부 좀 하기 바란다.” 

조국은 사상의 자유를 특히 강조한 학자였으나 전체주의적 사고를 표출하는 ‘정객’으로 변모한 모습이다. 조국의 국가주의적 이분법은 군사독재 정권이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민들에게 한 행태와 다를 게 없다. 조지프 매카시의 향기마저 난다.


빨갱이 낙인

매카시즘은 1950~1954년 미국을 휩쓴 반(反)공산주의 선풍이다. 상원의원이던 매카시가 “비애국적” “비미국적”이라고 지목하면 청문회에 불려나와 마녀사냥을 당했으며 기소돼 투옥된 이들도 있다. 

조국이 친일파로 지목한 원로 학자가 치도곤을 당한다. 한국토지제도사 연구 등에서 괄목할 만한 업적을 남긴 노(老)학자는 통념과 다르고 논리도 빈약하게 느껴지는 책에 공저자로 참여했다가 조국에 의해 공공의 적이 됐다. 

조국은 형법을 전공한 법학자이니 이적(利敵)이라는 낱말의 무게를 잘 안다. 그 자신이 사노맹 산하 남한사회주의과학원에 가입해 반국가적 이적 활동을 한 혐의로 1993년 6월 구속돼 5개월간 옥살이를 했다. 사노맹의 1990년 신년사를 읽어보자. 

“남한혁명의 승전보가 울려 퍼지면 전 세계 부르주아지는 더 이상 생존할 땅이 없다. 왜냐하면 제국주의 세계체제의 가장 강고 고리인 남한사회가 민족민주혁명 단계를 거쳐 사회주의혁명을 성취해낸다는 것은 곧 세계 부르주아지에 대한 사형선고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남한혁명은 전 세계인류가 사회주의 공동체로 하나 될 새 역사의 시작인 것이다. 우리 노동자계급과 민중형제들이 그 가슴 벅찬 세계사적 과제를 떠맡았다. 동지들! 우리 어찌 이 위대한 임무를 저버릴 수 있다는 말인가.” 

젊은 시절 사회주의에 관심을 가졌다고 해서 ‘54세의 조국’을 ‘빨갱이’라고 낙인찍는 매카시즘적 행위와 세상을 칼로 자르듯 이분(二分)해 반대쪽을 친일파로 규정하는 것은 메커니즘이 똑같다.




신동아 2019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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