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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미의 달콤쌉쌀한 스위스

합리적 직장문화와 직업교육의 힘

저녁이 있는 삶이 가능한 이유

  • 글·사진 신성미|在스위스 교민 ssm0321@hanmail.net

합리적 직장문화와 직업교육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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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식이 뭐예요?”

일찍 출근해서 일찍 퇴근하는 걸 선호하는 나는 요즘 오전 7시 50분쯤 회사에 도착해 오후 5시를 전후해 퇴근한다. 개인적 용무가 있을 때에는 오후 4시 반에도 퇴근한다. 오후 6시쯤이면 이미 회사는 텅 비어 있다. 교대근무를 하거나 비상 대기를 해야 하는 특수한 직업이 아니라면  스위스 직장인 대부분이 그렇게 살고 있다. 꿈속에서만 존재하던 ‘칼퇴근’과 ‘저녁이 있는 삶’이다. 당연히 가족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고 취미생활을 하거나 넉넉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다음 날 회사에서 다시 능률적으로 일에 집중하게 되는 건 당연한 결과다.

평일 오후 5시쯤 스위스 공영 라디오 SRF2에서 방송되는 재즈음악을 들으며 운전하는 퇴근길이 내겐 그렇게 보람차고 행복할 수 없다. ‘오늘 하루 참 알차게 일했어. 저녁에 푹 쉬고 내일 또 열심히 일해야지!’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스위스의 친지들에게 한국의 직장문화를 이야기할 때 가장 설명하기 어려운 단어가 바로 ‘회식’이다. 스위스인들이 사용하는 독일어에 회식이라는 단어 자체가 없을뿐더러 회식문화도 없기 때문이다. 스위스 대부분의 직장에서 공식적인 회식은 1년에 한 번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한 ‘크리스마스 저녁식사’뿐이다. 퇴근 후 상사나 동료와 맥주 한잔 하는 일도 드물다. 한국과 비교하면 회사 동료들과 공식적인 관계일 뿐 사적으로는 거리를 둔다고 할까. 누구나 칼같이 집에 가는데 특히 긴 겨울밤에는 일찍 집에 가서 무얼 하는지 그렇게 궁금할 수가 없다. 아무튼 회사 동료들과 인간적으로 어울리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스위스에서의 직장생활은 무미건조하고 차갑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일주일에 하루만 일하는 정규직

근무시간이 아닌 퇴근 후나 주말, 휴가기간에 회사로부터 연락을 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개인의 사생활이 엄격하게 보장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남편이 회사에서 연락받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퇴근 후나 주말에 그는 아예 휴대전화를 잘 확인하지도 않는다. 내가 한국에서 기자 생활을 할 때 24시간 휴대전화를 옆에 끼고 주말에도 회사의 연락과 지시를 받는 일이 비일비재했던 것과 완전히 대조되는 풍경이다. 스위스 기자들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퇴근 후 카카오톡 등을 통해 업무 지시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한 일명 ‘퇴근 후 카톡 금지법’이 한국에서 발의됐다는 뉴스를 읽고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

스위스의 근로제도에서 또 하나 인상적인 건 근무시간 계약이 유연하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시간제 아르바이트라고 하면 곧 불안정한 계약직을 의미한다. 그런데 스위스에서는 정규직이면서도 100%(주당 38.5~42.5시간)가 아니라 80%, 50%, 20% 등 유연하게 일하기로 계약하고 그만큼만 임금을 받는 제도가 활성화돼 있다. 이는 일과 육아 혹은 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데 필수적인 제도다.

스위스중앙은행(SNB)에서 일하는 친구 슈테판은 올해부터 근무시간을 80%로 줄였다. 박사과정을 시작해 학업에 집중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는 친구 코리나는 쌍둥이를 낳고 육아휴직을 마친 뒤 20%만 일한다. 아직은 아기들이 어리기 때문에 일주일에 하루만 출근해 일하는 것이다. 많은 아이 엄마가 코리나처럼 육아휴직을 마친 뒤 일주일에 하루나 이틀 정도만 일한다. 물론 월급도 그만큼 줄어들지만 아이를 돌보면서도 조금씩이나마 꾸준히 일할 수 있어 경력 단절을 막는다는 게 큰 장점이다. 코리나가 말했다.

“일주일에 하루라도 일을 하니 일에 대한 감각을 잃지 않게 되어 좋아. 그리고 매일 아이들과 집에서 붙어 있는 것보다 가끔 밖에 나가 일을 하고 오는 게 기분전환도 되고 아이들과도 더 좋은 관계를 유지하게 된다고.”

여자들뿐 아니라 남자들도 육아를 위해 근무시간을 줄여 계약한다. 나의 상사 다니엘 역시 80%만 일하기 때문에 일주일에 이틀은 점심시간에 퇴근해 집에서 아이들을 돌본다.

이렇게 정규직이라도 근무시간을 자유롭게 계약할 수 있다보니 남는 시간에 부업을 하는 사람도 많다. 스위스에서 놀라운 건 많은 사람이 본업과 전혀 다른 부업을 하면서 삶의 활력을 느낀다는 점이다. 주로 취미로 시작한 일이 전문적이 돼 부업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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