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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대 총선에 대공세 펴는 이익단체

  • 동아일보 특별취재반

16대 총선에 대공세 펴는 이익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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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월13일 16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이익단체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새로 출범하는 민주노동당을 통해 적극적인 정치참여 의사를 밝힌 민주노총, 의정평가와 후원회를 통한 합법적 지원은 물론 낙선운동까지 펼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경영자총협회가 그 대표적인 케이스. 이익단체의 활발한 움직임에 대해 정치선진화의 서곡(序曲)으로 평가하는 견해가 있는 반면 이익단체간 세력대결의 장으로 보는 부정론도 만만치 않은데…. 》
[ 노동계 ]

16대 총선이 노동계에 주는 의미는 크다. 이번 총선은 노동조합의 정치활동 금지 및 정치자금 모금 금지 조항 등 갖가지 법적 제약이 모두 풀린 상태에서 치러지는 첫 선거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난해 우여곡절 끝에 민주노총이 합법화하면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간의 치열한 경쟁도 예상된다. 한국노총은 이번 총선을 2004년 창당을 겨냥한 ‘징검다리’로 규정하고 있고 민주노총은 1월30일 가칭 민주노동당 창당을 통한 원내 진출을 목표로 총선에 임하고 있다. 두 노총은 이번 총선이 어느 때보다 유리한 조건이라며 상당한 결실을 얻을 것으로 장담한다. 따라서 최대한의 의석 확보를 위한 총선 프로젝트 수립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상황이 그리 만만치 않다는데 노동계의 고민이 있다.

한국노총은 지난해 5월 ‘의석 20석 확보를 목표로 정당제휴를 통해 총선에 참여한다’는 방침을 정한 바 있다. 그러나 총선을 불과 3개월 앞둔 1월 중순 현재까지도 어느 정당과 손을 잡아야 할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조합원이 영남 호남 등에 산재해 특정 정당과 제휴를 할 경우 조직 내부에서 역풍이 불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97년 대선 때 한국노총이 당시 김대중(金大中)후보 지지를 표명하는 과정에도 영남지역 조합원들이 반발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또 20석 확보가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느냐는 비판도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정당제휴를 포기하고 ‘반노동자 후보’에 대한 당선 및 낙선운동만 펼치는데 그칠 수도 없다. 노조의 정치활동이 보장된 국면에 스스로 활동을 제약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으로 미뤄볼 때 다소 무리가 있더라도 조합원들의 의견을 투명하게 취합해 최대한 의석을 확보할 수 있는 정당과 손을 잡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겠느냐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한국노총은 이를 위해 1월 중순 조합원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여론조사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대체적인 방향은 정해진 것으로 보인다. 한 관계자는 “국민회의와의 정책연합을 파기한 상황이긴 하나 그렇다고 보수적 성향인 한나라당이나 자민련과 제휴를 모색할 수도 없고 가칭 민주노동당이나 각종 개혁신당과의 제휴는 명분은 있지만 원내 진출 가능성이 의문”이라고 말했다. 새천년 민주당과의 제휴가 가장 현실적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말이다.

한국노총 내부에선 나아가 집권여당이 한국노총을 도외시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총선은 전국 단위가 아닌 지역 단위로 치러지기 때문에 대선 때처럼 노동계의 향배가 중요한 변수가 되지는 않더라도 노정갈등 형국이 계속되는 것은 집권 여당으로서도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으리라는 판단이다. 따라서 새천년 민주당과의 물밑 교섭을 통해 최대한 지분을 챙기는 전략을 수립중인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총은 이와 함께 정치세력으로서 집단적인 힘을 과시하기 위해 조합원 주소록을 활용. 선거인 명부 수집을 2월말까지 완료하고 총선 전까지 조합원 l인당 1000원씩 갹출해 정치자금 10억원을 마련키로 했다. 나아가 2002년 대선 때까지 총 50억원, 2004년까지 100억원의 정치자금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또 정당제휴 여부와는 별도로 당선운동과 낙선운동도 전개해 나갈 방침이다. 이를 위해 ▲친노동계 후보 ▲개혁적인 후보 ▲깨끗한 후보 ▲당선가능한 후보 ▲제휴정당 후보 등 평가 기준을 선정해 놓고 있다.

노동계 정치세력화의 원년

한국노총은 아직 총선출마 후보를 확정하지 않은 상태다. 박인상(朴仁相)위원장은 출마하지 않겠다고 여러번 밝혔으나 비례대표 케이스로 원내에 진출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박위원장의 원내 진출 문제에 대해서는 조직내부에 찬반 양론이 분분하다. 이광남(李光男)상임부위원장 이남순(李南淳)사무총장 현기환(玄伎煥)정치국장 등이 비례대표 후보 또는 지역구 출마자로 거론되는 수준이며 노총 지역본부 간부 중에 출마 희망자가 여럿 있으나 확실한 단계는 아니다.

그러나 조직내부에서조차 다른 정당과 정책제휴를 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팽배해 있고 각 정당에서도 노총과의 제휴를 비현실적인 것으로 평가하고 있어 한국노총의 바람은 자칫 ‘그들만의 꿈’으로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노총은 가칭 민주노동당을 통해 총선에 참여키로 방침을 정하고 후보 선정에 착수한 상태. 민주노총 위원장을 지낸 권영길(權永吉)민주노동당 창당준비위원회 상임대표는 “비례대표까지 포함해 10석 안팎의 의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이번 총선에서 교두보를 확보하고 ▲2002년 지방선거 때 2000여명을 출마시키는 한편 ▲2002년 대선 때 10% 이상 득표해 도약기를 거친 뒤 ▲2004년 총선 때 20만 정예당원을 조직하고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한다는 장기적 플랜 아래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이런 꿈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자체 여론조사에서 나오는 민주노동당 지지도는 실제 선거에 돌입하면 결국 거품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이번 총선과 관련해 민주노동당 내부에선 ‘전면적 승부론’과 ‘전략지역 승부론’이 엇갈리고 있다. 전면적 승부론은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는 것을 감안해 가능한 한 많은 지역에서 후보를 내 지역구 의원은 물론 비례대표 의원을 단 1,2석이라도 확보해야 한다는 논리다. 전면적 승부론자들은 “70∼100곳에 후보를 출마시켜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반면 전략지역 승부론을 주장하는 이들은 후보 규모나 자금 문제 등을 감안할 때 전면출마는 비현실적이라고 주장한다. 오히려 지방자치단체 선거에서 잇따라 성공을 거둔 울산 등 전략지역을 선정해 집중적으로 역량을 투입, 반드시 1석 이상을 차지해 의회 진출 교두보를 마련하는 게 급선무라는 것.

이런 논란은 1월 8,9일 도고온천에서 열린 민주노동당 간부수련회와 중앙위원회에서도 반복됐다. “전국 각 지역 당원들이 당의 이름을 내걸고 적극적으로 총선에 임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많은 곳에 후보를 내야 한다” “전략지역에 후보를 내는 것이 현 조건을 반영하는 상식적인 안이다”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성공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울산 동구에 권영길대표를 출마시켜 재벌 대표인 정몽준의원과 전면 승부를 벌이자” “의미있는 차별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울산에 집중하고 그외에 재정과 조직이 갖춰지는 곳에도 출마시키자” “중앙은 정책을 생산하고 후보 전술에 대해서는 지역 자체적으로 결정하게 하는 게 바람직하다” 등등.

현재 내부 분위기는 전략지역에 적정선의 후보를 내 역량을 집중 투입한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으나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도입될 경우 후보자의 적정 규모는 늘어날 가능성이 많다.

여하튼 민주노총은 민주노동당을 통해 후보를 추천하고 전략지구에 당선가능한 후보를 책임지고 지원한다는 방침 아래 총선 후보 물색에 들어갔다. 후보자가 선정되면 민주노동당 차원에서 지역별 당원대회를 거쳐 후보로 최종 확정된다.

권영길대표와 함께 전교조 해직교사 출신인 박순보(朴淳甫)씨가 부산 연제구에서 출마할 예정. 박씨는 92년 3만4000여표, 96년 2만6000여표를 얻은 바 있다. 이밖에 정윤광(鄭允光)전 민주노총정치위원장 이상현(李尙炫)전 민주노총조직국장 노회찬(魯會燦)매일노동뉴스발행인 등이 출마자로 거명되고 있다.

민주노총은 노동자 밀집지역인 울산 창원 안산 등 공단형 선거구와 30∼40대 개혁적 유권자가 몰려 있는 유성 일산 등 도시형 선거구에서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민주노동당 당원은 1만1000여명. 창당전까지 40개의 지구당을 조직한다는 계획이다. 또 선거자금은 당비와 노조의 출연, 후원회 등을 통해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민주노동당이라는 당명을 바꾸자는 의견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농민 빈민 계층의 소속감을 결여시키는 등 당명이 대중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창당을 눈앞에 둔 시점에 당명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고 조직상의 어려움은 당의 활동방식과 구조를 재검토해서 해결할 문제지 당명은 본질적 문제가 아니라는 반론이 많다.

어쨌든 이번 총선은 명실공히 노동계 정치세력화의 원년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그러나 정치세력화의 길이 순탄치만은 않은 터라 노동계가 이번 총선을 디딤돌로 보수 일변도의 한국정치에 진보정당의 뿌리를 내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용관/동아일보 사회부기자

[ 재계 ]

지난달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건물 상임 부회장실. 조성하 비서실장은 경영자총협회가 걸어온 전화를 끊자마자 급하게 손병두(孫炳斗)부회장을 찾았다. 다음날 오전까지 가능하면 모든 일정을 뒤로 미루고 마포 경총회관에 와달라는 전갈이었다. 다른 경제단체에도 비슷하게 긴급 연락을 취한 것 같았다.

노사문제에 관한 한 재계의 입은 경총으로 통일돼 있다. 경총은 일부 여야 국회의원들이 며칠전부터 의원입법 형태로 2000년이 오기 전 노동관계법을 개정하려 한다는 징후를 여러 경로로 포착하고 있었다. 내버려 둘 경우 97년 어렵사리 확보한 ‘노조전임자 임금지급시 사용주 처벌조항’은 2002년 1월 시행도 해보기 전에 휴지조각이 될 게 뻔했다.

다음날 합동 기자회견에 나선 경제단체 부회장들은 경총의 제안대로 전임자 임금문제에 대한 방침이 강겸함을 재확인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정치활동 참여를 공식 선언했다. 발표문을 읽은 뒤 조남홍(趙南弘)경총 부회장에게 기자들의 질문이 폭주했다.

“정치활동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정경유착이라는 비난을 살 수 있다”

조부회장은 일단 정치활동의 한계를 의정평가와 후원회를 통한 합법적 지원으로 못박았다. 그러나 경총 및 전경련 관계자들은 익명을 전제로 ‘낙선운동을 할 수도 있다’는 생각임을 숨기지 않았다. 실제 낙선운동을 표명하지 않더라도 국회 노동위원회 의원들의 의정평가는 곧 (물밑)낙선운동으로 치달을 수 있는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 이미 재계 ‘블랙리스트’엔 야당 K의원 등 몇몇이 올라 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경제단체의 한 해 의정평가는 이들이 발간하는 정간물, 보도자료 등을 통해 각계에 전파되고 이는 후원회 성금 등에 영향을 끼칠 소지가 높다. 전경련 관계자는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회원만 300만명에 가깝다”며 “의원들은 누구의 이익을 좇아야 하는지 금세 알아차릴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전임자 임금’을 둘러싼 노사 갈등은 현재 ‘접점’이 없다. 정부 중재안은 처벌조항을 삭제하되 ▲노조전임자 상한선을 두고 ▲전임자 임금지급을 쟁의대상에서 배제하는 조항을 삽입하자는 것. 이 절충안은 ‘무노동 무임금’의 대원칙을 훼손한다는 재계의 강력한 반발과, 노조전임자 상한제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노동계의 저항에 직면해 있다.

재계의 으름장

‘합법’으로 포장했지만 재계가 ‘후원회를 통해’ 거사를 도모하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 선거철이면 재벌들마다 여야를 불문하고 ‘보험금’ 성격의 후원금을 내는 것이 관행이었지만 이는 대개 물밑에서 이뤄져왔다. 의원 후원회장에서도 재계 인사들은 봉투만 내고 돌아오는 것이 상례. 기업 내부에서도 정치자금을 담당하는 임원은 최고경영자의 ‘최고 심복’으로 간주된다. 비밀유지가 중요한만큼 충복에게 일을 맡기기 때문이다. 이런 재계가 후원회를 압박수단으로 거론했다.

손병두 전경련 부회장은 경총 공동 기자회견을 마치고 난 뒤 기자와 만나 “겁 좀 줬다”고 말했다. 그리고 “자체 설문조사 결과 무노동 무임금에 대한 여론은 우리편이지만 그쪽(노동계)에서 정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니 우리도 맞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재계의 정치활동 선언은 망국적인 정경유착에 넌덜머리가 난 국민들에게 일파만파를 불러왔다. 당장 3일뒤인 12월6일 오전10시40분 전경련 회장단 회의실이 한국노총 대의원과 집행부에 점거됐다. “망국적인 정경유착, 전경련은 자폭하라”.

점거농성은 그날 오후 풀렸지만 재계의 정치활동 재개는 따가운 시선을 받기 시작했다. 전경련 내부적으로도 정치활동 재개가 ‘서툰 작품’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유한수(兪翰樹) 전경련 전무는 “자기방어 차원의 대응이었지만 더 합리적인 대안을 찾았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그렇다고 재계의 주장이 바뀐 것은 아니다. 정치활동 재개가 노동계의 국회 압박에 대한 맞불작전이었던만큼 상대측의 주장이 바뀌지 않는 한 마찬가지 노선을 달릴 수밖에 없다는 것.

경총은 한발 더 나가 12월17일 경제 5단체와 업종별 단체대표들이 참가하는 ‘경제단체협의회’내에 ‘의정평가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의평위는 매달 정기회의를 열어 의원들의 성향을 파악하고 연 1회 ‘집중 지원할‘ 의원들을 선정, 발표한다. 낙선운동을 처벌하는 현행법 규정을 우회해 지지운동을 하겠다는 포석. 지지대상의 범위가 넓다면 여기에서 탈락한 의원들은 사실상 낙선대상으로 간주될 수 있다.

재계의 강경한 방침은 지난 연말에도 확인됐다. 정부측 절충안이 12월28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다음날 이번에는 노동부를 공개적으로 비난하기에 이른 것이다. 경총은 회장단회의를 열어 “‘노사 모두 중재안 통과를 바라고 있다’고 노동부가 대통령에게 왜곡 보고한 것이 틀림없다”며 이례적으로 책임자 처벌까지 요구했다. 이상용 노동부장관과 김유배 청와대 복지노동수석을 타깃에 올린 것이다. 만년 관(官)앞에 허리를 굽혀온 재계에서는 상상할 수 없던 역공이다.

재계의 의정평가 및 후원회 차등지원 움직임은 최근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정치활동 개시선언만으로도 이미 상당한 정치적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총 관계자는 “의정평가는 비교적 짧은 시간에 할 수 있기 때문에 노동계 움직임에 맞춰 탄력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래정/ 동아일보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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